파티장의 신 스틸러

Rolling Stones , 1968 

크리스마스가 머지않은 12월 5일 런던 켄싱턴 고어 호텔. 누군가 커스터드 파이를 냅다 집어 던지면서 시작된 파이 던지기 싸움에 호텔은 온통 난장판이 되고 만다. 파티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놓은 불한당들은 바로 멋대로 기른 장발에 턱시도를 입은 롤링스톤스 멤버들(왼쪽부터 드러머 찰리 와츠, 베이시스트 빌 와이먼,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존스 그리고 리더 믹 재거). 7집 앨범 발매를 자축하는 파티 스타일까지도 딱 롤링 스톤스스럽다. 1962년 결성된 이래, 모범생 이미지의 비틀스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난봉꾼 이미지로 비틀스의 아성을 위협하며 승승장구하더니 마약 파티로 체포돼 법정을 수 차례 드나드는 등 2년여의 슬럼프를 겪은 후 천신만고 끝에 뽑아낸 이 앨범은 로큰롤 역사상 길이 남을 명반으로 기록되고 있다. 

Diane Von Furstenberg , 1978 

파티에서 저런 포즈와 눈빛으로 무심하게 아주 살짝 미소만 머금은 여인이 앉아 있는데 빠져들지 않을 남자가 과연 누가 있을까? 섹시한 스타킹에 아찔한 앵클 스트랩 힐, 그리고 그녀의 시그너처인 랩드레스를 입고 소파에 깊숙이 눌러 앉아 파티에 참석한 친구들이 즐기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여자라면 꼭 한 번 따라 해보고 싶을 만큼 매혹적인 포즈로 전설적인 패션 신을 연출한 그녀가 있는 이곳은 전 남편이었던 에곤 본 퍼스텐버그(오른쪽)의 책 출간을 기념하는 파티장. 곁에는 그녀의 오랜 친구이자 헤어 스타일리스트에서 포토그래퍼로 입지를 넓힌 아라 갤런트(왼쪽)가 담배를 태우고 있다. 

Kate Moss , 1999 

앳된 모습의 스물한 살 케이트 모스. 그녀를 본격적인 성공가도로 이끈 세계적인 모델 에이전트이자 포토그래퍼인 폴 롤랑의 마흔 살 생일 파티가 열린 뉴욕의 빅터스 카페(Victor’s Cafe′)에서 케이트는 제이드 재거(왼쪽)와 함께 섹시 댄스를 추며 파티를 즐기고 있다. 이날의 생일 주인공인 폴은 마리노 소렌티의 소개로 그녀를 처음 본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녀에겐 진짜 순수함이 있었어요. 진짜 살아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의 반짝이는 눈빛을 지닌 소녀라고 할까요?”

Bianca Jagger , 1977 

록 스타 믹 재거의 아내답게 비앙카의 내면은 남편 못지않은 열정으로 늘 불타오르고 있었다. 할스턴과 이브 생 로랑의 절친한 친구이자 뮤즈, 앤디 워홀 등 당대 팝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며 스튜디오 54의 파티고어로서도 명성을 날린 비앙카 재거. 임신 4개월의 몸으로 믹 재거와 결혼할 당시 입었던 이브 생 로랑의 스커트 수트로 웨딩의 전형적인 룰을 깼던 그녀의 파격은 결혼 이후에도 계속됐다. 한 클럽에서 70년대 최고의 남자 모델이자 배우로 활약했던 스털링 세인트 자크와 격정적인 댄스를 펼쳐 보이고 있다.

Mia Farrow, 1966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자 트루먼 카포티. 그가 자신의 신간 <냉혈> 출간을 축하하기 위해 뉴욕 프라자 호텔에서 연 ‘블랙 앤 화이트’ 파티는 지금도 전무후무한 전설적인 파티 모멘트로 기록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이후 수많은 파티 화보에 영감을 주는 신들이 대거 연출된 세기의 파티로 기록되고 있다. ‘가면 무도회’를 컨셉트로 열린 이 파티에는 미국 상류사회의 명사들과 배우들이 대거 초대돼 모두 가면을 쓰고 입장했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진풍경이었다. 짧은 쇼트커트에 화이트 드레스를 입고 당시 케네디 대통령의 특별고문이었던 테드 소렌슨과 인사를 나누는 여성은 연약하면서도 어딘지 기이한 분위기의 60년대 아이콘 미아 패로.

Michael Jackson & Madonna, 1991
당대 최고의 도발을 감행한 두 스타의 빛나는 모습이 한 앵글에 들어온 흔치 않은 모멘트!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가 1991년 3월 25일 제63회 오스카상 시상식의 애프터 파티에 참석하고 있다. 마이클은 진주가 촘촘히 장식된 화이트 재킷과 셔츠로, 마돈나는 마릴린 먼로를 연상시키는 블론드와 눈부신 주얼리로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무렵 마돈나는 ‘Blond Ambition World Tour’에서 가학피학성 성애, 동성애, 자위 등 파격적인 장면들을 연출해 논란을 일으켰는가 하면, 마이클 잭슨은 ‘Thriller’ ‘bad’ 등 헤아리기 힘들 만큼 수많은 히트곡에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이어가며 팝의 황제 자리에 등극했다. 80~90년대 팝계를 지배했던 황제와 디바의 이 화려한 순간 이후, 빛나던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남아 있다는 사실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