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터치 노하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퀴즈 하나. 면역력을 높여주고, 모성애를 강하게 하고, 순식간에 동맹을 맺을 수도 있으며 심지어 돈도 좀 더 쉽게 빌릴 수 있게 해주는 묘약은? 수많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답은 ‘터치’. 하지만 오남용은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 적절한 터치 노하우를 알아둬야 한다. :: 에티켓,노하우,팁,스퀸쉽,일상,엘르,엣진,elle.co.kr :: | :: 에티켓,노하우,팁,스퀸쉽,일상

터치에 대한 동상이몽“다중이라고? 모르는 소리! 사회에서는 포커페이스를 기본으로 그때그때 ‘여러 가지 나’ 중 하나를 꺼내 써야 한다.” 한 PR 우먼이 선심 쓰듯 속삭여준 사회생활 노하우다. 하지만 그녀도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왜 한 달 만에 자신이 담당하는 브랜드가 바뀌었는지. 그 브랜드 본사 담당자가 우연히 들려준 사연인 즉, “첫미팅에서는 아주 싹싹했다. 그녀를 다른 거래처에 데려가 인사시키는 데 내내 팔짱(옆사람에게 낀 게 아니라 자기 두 팔을) 낀 채 얘기하더라. 상대편이 알게 모르게 거북해 했고 나 역시 그랬다.” 물론 오로지 팔짱 때문에 교체됐겠냐만 계속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업무 특성상 적대적인 의미의 보디랭귀지를 쓰는 사람이 꺼려진단 얘기엔 타당성이 있다. 특히 팔은 호의를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팔과 손바닥을 가지런히 늘어뜨리면 ‘안녕하세요, 당신을 해치지 않습니다’란 메시지가 상대방 두뇌에 자연스럽게 그리고 강력하게 전달된다. 하물며 직접 접촉이 없는데도 이러할진대 악수, 포옹 등으로 이어지면 관계는 더욱 부드럽게 흐를 수밖에. 단, 터치의 의미를 잽싸게 알아내는 센스가 필요하다. 독일의 심리학자 프랑크 나우만(Frank Naumann)은 지난해 에서 “적당한 거리 이상으로 들어오는 건 공격이나 마찬가지”라 했다. 문제는 그 ‘적당한 거리’가 얼마냐는 것. 일단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직장 동료들은 모두 물리적으로 터치가 가능한 거리에 있다. 하지만 이게 곧 ‘터치해도 좋은 사이’를 뜻하진 않는다. 터치를 한다 해도 상대방이 평소에 나를 호감과 비호감 중 어느 쪽으로 구분했느냐에 따라 내 의도와 상대방의 해석이 달라지기 쉽다. 얼굴 표정과 감정은 숨길 수 있어도 무의식적인 신체 반응은 숨길 수 없고, 내심 싫어하는 사람이 등을 두드리면 ‘움찔’하거나 반사적으로 몸을 홱 돌리게 된다. 또, 내부 사람인지 외부 사람인지도 영향을 미친다. 전자는 어깨, 팔, 손 등 터치 부위와 방법도 다양하고 친밀하지만 의미와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좋은 뜻에서 어깨를 두드려주고 퇴근한 상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열 마디 말보다 힘이 될 때도 있지만 무언의 의미(‘밤새우더라도 해둬라’ ‘네 공인 건 안다만 내 사정이 좋지 않으니 숟가락 좀 얹자’ 등등)가 담긴 것 같아 꺼림칙할 수도 있다. 후자는 악수 등 가벼운 터치에 그치지만 이것으로 인해 감정이나 관계가 나빠지지는 않는다. WORST TOUCH “공채 후배들 중 일명 ‘오공주’가 있다. 중고등학생도 아니건만 이들은 점심 시간이면 늘 팔짱을 끼고 일렬 횡대로 다닌다. 자기들끼리야 친근함의 표현일지 몰라도 그 외의 다른 동료에게는 선을 긋고 세를 과시하는 것 같아 보기에 좋지 않다. 오공주에 끼어 밥 먹으러 갈 일이 있었는데 내게도 팔짱을 강요하더라. 정말 최악이었다.” (이지혜, 29세, 유통사 기획팀)BEST TOUCH “보름 정도 합숙 훈련처럼 야근과 주말 출근을 밥 먹듯이 했다. 그 프로젝트만을 위해 구성된 팀이었는데 단 시간에 볼 꼴 못볼 꼴 다 보고 부대꼈다.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회사를 나서면서 에 나오는 단체 탈옥수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차장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부여잡고 어깨동무를 했는데 가슴이 뭉클하면서 동료애가 샘솟았다.” (유혜진, 30세, 기업 컨설턴트) 터치도 내리 사랑이다신자유주의다 세계화다 하는 미명 아래 한없이 자유롭게(혹은 나사 풀린 채) 자란 ‘요즘 애들’. 하지만 이 ‘애들’이라고 해서 별 수 있나. 사회에 발을 디딘 순간 그들이 맨 처음 배운 것이라곤 복사와 팩스, 커피 심부름이다. 의 장유유서 정신이 이토록 뿌리 깊게 자리한 것을 신기해 하면서 “어른과 어린아이 사이에는 사회적인 순서와 질서가 있다”를 웅얼웅얼 되새겨보지만 실수는 늘 한순간에 생긴다. 잘못된 터치도 그 중 하나다.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잘못된 사회적 터치’의 예로 가장 많이 지적된 것도 바로 선후배 사이의 터치였다. 후배들의 겁없는(?) 터치에 대해 물었을 때 열에 여덟아홉은 “욱했다.”는 반응을 보였다(여기서 임원이나 간부는 제외한다. 이들은 “나한테 그러는 애들도 없거니와 그냥 귀엽던데….” 식의 답이 주를 이뤘다). 프랜차이즈 식품 회사에서 일하는 B의 경험처럼. “처음 입사하면 매장관리직에 배치된다. 바삐 지나가다가 옆 팀 선배 C가 서 있기에 가볍게 어깨를 감싸안으면서 지나갔다. C는 나의 직속 선배를 통해 “어깨 치고 지나 다니지 말라”는 말을 전했다. 나름 친근함을 표현한 건데 억울해서 눈물이 꾸역꾸역 차올랐다. 이제는 내가 C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일이 많아서 잔뜩 예민하게 날이 서 있는데 팔을 건드리고 다니는 후배들을 보면서. 그들도 애정 표현으로 팔을 ‘만진’ 거겠지만 난 ‘건드리는’ 것 같았다.” 결국 터치는 내리사랑이다. 사회적인 터치가 가능한 부위에는 어깨, 등, 팔, 손, 좀 더 넓혀 말하면 머리 등이 있다. 손은 보통 악수를 위한 부위다(손잡고 같이 화장실 가서 서로 화장 고쳐주는 이들도 있지만 어쨌든 동등한 사이에서의 터치엔 제약이 없다시피 하므로 논외로 친다). 이 악수라는 게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청하는 게 아니던가. 좀 더 과장해 얘기하면 “내 친히 네게 내 손을 맞잡게 해주리라.” 뭐, 이런 게 아닐지. 어깨와 등도 그렇다. 이곳을 두드려줄 땐 격려의 의미가 담겨 있게 마련인데 격려 역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할 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다. 가끔 가다 아주 친밀한 선후배 혹은 나이차 많은 선후배 사이엔 선배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한다. 더더욱 희귀하게는 박치기를 통해 후배 사랑을 격하게 전달하는 상사들도 있다고. 이런 내리사랑 홍수 속에 후배들의 터치는 절대 금기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예외적으로 하극상(?)이 가능한 부위가 있으니 바로 팔이다. 여자 후배는 팔짱을 껴 친해지고 싶은 마음을 소박하게 전달하고 남자 후배는 이두박근, 삼두박근을 치하하며 우애를 다지곤 한다. 대뜸 어설프게 시도해서는 오히려 역효과만 나니, 어느 정도 친밀감이 형성된 후에만 가능하다는 걸 명심하길. 단, 쓸데 없는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도록(동성의 경우에만).WORST TOUCH “앉은 자리에서 의자를 돌려 동료들끼리 차를 마시며 쉬고 있었다. 신입사원만 컴퓨터를 뚤어져라 보면서 일을 하길래 농담 삼아 “일 많아서 어떻게 해? 우리 땐 더 심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 후배가 내 어깨를 톡톡 치면서 “그럼, 세상이 다 그런 거지.” 이러더라. 자기 딴에는 ‘분장실 강선생님’ 대사를 쳤는지 몰라도 ‘미친 거 아냐?’ 싶었다.” (이은정, 28세, PR에이전시 브랜드 매니저) BEST TOUCH “팀장 없이 몇몇이 남아 야근을 하던 중 나도 모르게 “아이구~” 소리를 내면서 기지개를 켰다. 뒷자리 후배가 일어나더니 어깨를 주물렀다. “나 아직 마사지 받을 나이 아니거든?” 했지만 내심 고맙고 기특했다. 바로 위아래 사이라면 오히려 그러기 힘든데 여덟 살 차이가 나니 막내동생 같아서 더 귀여웠는지도 모르겠다.” (장규성, 35세, 무역회사 해외영업팀) 남녀터치탐구생활“모 남성잡지 표지 모델을 목표로 맹렬히 몸을 만들던 남자 동료가 있다. 남녀 할 것 없이 팔 근육을 만져보면서 호들갑스러운 칭찬을 퍼붓곤 했다. 물론 그가 먼저 아낌없이(?) 팔을 내줬다. 그런데 얼마 전 피트니스 회원증을 끊어 운동을 시작한 여자 동료와 등 근육에 대해 얘기하던 중 그가 무의식적으로 여자 동료의 등을 손으로 짚었다. 그 모습은 왠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입시학원에서 일하는 D의 얘기다. 여성 보호의 목소리만큼 드높은 것이 바로 남성 역차별 얘긴데 사회적인 터치에도 적용될 수 있겠다. 당장 오늘 반나절만 주변을 관찰해보길. 여자들이 남자들을 터치하는 경우는 있어도, 남자가 여자에게 그러는 경우는 보기 힘들 거다. 뉴욕주립대가 1990년 심리학회지 에 “사적인 관계에서는 남자가 터치에 더 적극적이지만 사무적인 관계에서는 그 반대”라는 연구결과를 냈듯이, 사회적인 터치는 여성에서 남성 쪽이 일방적이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강력한 경계 의식도 한몫하고 있을 듯하다. 우리나라 기업도 의무적으로 연 1회 이상 성희롱 방지 교육을 해야 한다. 일부 극성(?) 기업은 다달이 교육 이수를 강요해 직원들이 노이로제에 걸렸단 얘기도 들린다.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지난해 발표한 에세이 에서 사무실 속 성적인 긴장관계를 이렇게 분석하기도 했다. “현대 세계의 사무실은 중세 기독교 왕국의 수도원과 같다. (중략) 파계의 기미를 보이는 사람들에게 가혹한 벌을 주는 것은 그 각각이 각 사회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간직한 곳이기 때문이다. 옛날엔 그리스도의 가르침, 지금은 돈이다.” ‘가혹한 벌’이 상대적으로 남자를 향한 말처럼 보이나 여자들의 터치가 무조건 환영받는다는 생각은 정말 큰일 날 소리다. “나이 많은 여자 선배들이 툭툭 치면 정말 ‘당한’ 기분이다.” “그냥 웃어도 되는데 왜 자지러지게 웃으면서 내 허벅지를 때리나? 반대라면 어떨까?” “제발 어깨 잡고 얘기하지 말길. 내가 엄마한테 숙제 검사 받는 아들이냐고.” 한 미디어 회사와의 미팅에서 슬쩍 여자들의 터치에 대해 말을 꺼내니, 속사포처럼 쏟아진 불만들이다. ‘애인 사이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고’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여자 동료들의 터치는 결코 반갑지 않다는 것. WORST TOUCH “남성 중심의 회사에서 이직해온 남자 간부가 있었다. 마초적인 농담을 즐겼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회사엔 여자가 대다수였다. 당연히 그를 다들 탐탁찮아 하던 중 여자 후배의 반지가 예쁘다면서 반지 구경을 한답시고 손을 만지작거리는 일이 생겼다. 성적 의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몰라도 아무튼 그 사건으로 인해 그는 결국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김재영, 33세, 외국계 회사 마케팅팀)BEST TOUCH “우리 회사엔 정말 여자밖에 없다. 다행히 집에서도 누나와 여동생 사이의 샌드위치, 학교 다닐 때도 여자친구들이 많았다. 우르르 차 마시러 갈 때면 어느새 나도 같이 팔짱을 끼고 있다. 가끔 킬힐을 신고 회사 내리막길에 힘들어 하는 동료에게는 친히(?) 손을 잡아주기도 하는데 어느 상황에서나 섹슈얼한 느낌은 전혀 없다. 다만 가끔 나를 게이로 오해하는 시선만 있을 뿐.” (권선규, 27세, 의류회사 VMD) 누울 자리 보고 나서 터치하기‘아브라소(Abrazo)’. ‘포옹’이란 의미의 스페인어다. “나는 당신에게 호감이 있다.”를 표현하는 라틴 아메리카식 인사 방식을 뜻한다. 이 지역에서는(특히 남자들 사이에서) 안면을 트고 새로운 관계를 확립해 나가는 첫 단계로 아브라소를 나눴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조 나바로(Joe Navarro)가 “터치는 전 세계적으로 호의의 표현”이라 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아브라소 문화는 퍼지지 않았다. 공적인 영역으로 들어오면 더욱 그렇다. 사회적인 터치엔 이러저러한 룰이 있지만 그래도 각박한 세상 살면서 마음에 작은 위안이 되고 훈훈해지는데 터치 좀 하면 안 되냐 싶다면? 터치가 먹히는 곳과 아닌 곳을 잘 구분해야 한다. 업계 특성과 회사 분위기에 따라 미묘하게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사실상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우리나라 회사들을 생각해보면 터치 자체가 없다시피하다. 그럼 터치가 좀 더 자유롭고 유용한 곳은? 여자가 많은 조직이 좀 더 말랑말랑할 테고, 외국인 동료가 있으면 한국의 전통 아버지들만 있는 회사보다 격의 없이 지낼 거다. 하지만 외국인이 있는 조직이라도 무조건 선 터치, 후 친교에 나서면 안 된다. 한국 고유의 조직 문화와 풍습에 대해 철저히 공부하고 왔을 수 있기 때문. 모두 고요한 조직에서 자신만 외국인이라고 유난히 터치를 해대면 그 외국인이 얼마나 부담스럽겠나. 그 밖에 대인 커뮤니케이션이 많은 PR?마케팅 분야, 패션계와 미디어 업계 등을 꼽을 수 있겠다. 한 동료 에디터는 이렇게 고백하기도 했다. “한 스타일리스트와 길에서 마주쳤는데 만면에 미소를 띠고 포옹을 하더라.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다지 친하지도 않았고, 아무래도 내 얼굴은 기억해도 이름이나 소속은 모르는 것 같았는데. 하지만 언제부턴가 어느 길에서 누구와 마주쳐도 자연스레 포옹을 주고받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심지어 포옹 문화가 참 괜찮다는 생각도 든다.” 때와 장소와 상대에 맞춘 적절한 터치는 호의를 전달하고, 서로 신뢰를 쌓고, ‘내가 남들과 이만큼 잘 지내고 있음’을 알리는 좋은 수단임이 틀림 없다.WORST TOUCH “만나면 반갑다고 손부터 덥석 잡는 여자 동료가 있다. 동기 모임이 끝날 때면 일일이 ‘빅 허그’를 해주기도 한다. 그저 좋은 뜻에서 하는 행동인 걸 우리도 알지만 뒤에서 여자들끼리 “유학파라서 저럴까?” “남자 꼬시려고 저러나?” 등등 뒷담화를 주고받는다. 남자 동료들이 그녀를 쉽게 보진 않을지 걱정되는데 내가 너무 ‘오지라퍼’인가?” (구유정, 28세, 통신사 마케팅팀)BEST TOUCH “업계 내의 한 사조직이 주최한 파티가 있었다. 네트워킹에 절호의 기회라 참석은 했으나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라 쭈뼛쭈뼛거렸다. 그때 호스트 중 한 명이 큰소리로 아는 척하며 다가와 포옹해줬다. 인맥 과시용 스킨십이었을지 몰라도 고마웠다. 그렇게 유별나게 인사를 하고 나니 주변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진 느낌. 나도 좀 더 적극적으로 파티에 녹아들 수 있었다.” (최유리, 29세, 광고 에이전시 AE)*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3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