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두 남자의 '발칙한' 그루밍

바버숍과 왁싱숍을 드나든 두 남자의 발칙한 그루밍 체험기.

프로필 by ELLE 2015.11.23

Level 3 바버숍



지금은‘이발’ 시대

밤므 바버숍
가격 커트 3만원, 면도 2만원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월요일 휴무)
문의 547-4816

한글로 하면 참 구수해지는 ‘이발소’, 바버숍. 각종 언론 매체에서 남자의 그루밍에 대해 다루고 관심도 많지만 어쩐지 쉽게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 ‘바버숍’ 하면 응당 멋진 수트를 입고, 수염을 기르며, 2:8 가르마를 한 ‘멋남’들이 가는 곳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사실 어릴 때 아버지 손잡고 가던 곳이 바버숍이었는데 말이다. 드디어 디데이. 마음을 가다듬고 평소 잘 신지 않던 구두까지 신은 채 가로수 길로 향했다. 늘 거닐던 회사 근처인데도 마음이 심란해졌다. 도착한 곳은 ‘밤므’. 패션 편집 숍 루이스클럽과 함께 숍앤숍 형태로 운영 중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서 샴푸실로 직행, 편안한 의자에 누워 샴푸와 두피 마사지를 받았다. 긴장했던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는, 부드러운 남자의 손길이었다. 그다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묵직한 이발소 의자에 앉아 내부를 둘러보았다. 매니큐어가 즐비하고 여성 잡지가 쌓여 있는 보통의 헤어숍과는 다른 클래식한 인테리어와 소품들이 눈에 띄었다. 


다시 ‘바버’라고 불리는 이발사를 마주했다. 사실 나와 같은 ‘평범남’들은 “어떻게 잘라 드릴까요?”라는 질문에 “알아서 적당히요”라는 수동적인 대답을 주로 해왔을 거다. 그러고는 비슷한 스타일에서 길이만 조금 짧아진 머리로 숍을 나섰을 테고. 하지만 이곳에서는 투블럭, 리젠트, 슬링백 등 다양한 커트 스타일 제안과 셀프 스타일링 비법에 대한 꼼꼼한 설명과 조언이 이어졌다. 가위질이 시작됐고, 머리칼 한 가닥 삐쳐 나오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듯 섬세한 커트가 수차례 반복됐다(남자라면 알 거다. 미처 깎이지 않은 머리카락을 발견했을 때의 짜증과 혼자 화장실 거울 속 머리 구석구석을 살피며 잘라낼 때의 귀찮음을!). 당연히 커트 시간도 길었다. 


궁금했던 셰이빙 차례. 셰이빙 크림을 바르니 날카로운 칼날에 턱을 맡기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혼자서나 해봤지, 남의 (더욱이 남자의) 손으로 하는 셰이빙은 난생처음이었다. 수염을 기르지 않는 터라 얼굴의 잔털을 제거하고 눈썹과 헤어 라인을 정돈하는 선에서 셰이빙이 진행됐다. 차가운 면도날이 자극적이긴 했지만 따뜻한 스팀 타월 덕분에 금세 진정됐다. 작업(?)이 끝나고 거울을 보니 몰라보게 깔끔해진 내가 ‘누구냐 넌’ 하며 달라진 나를 보고 있었다. 잔털 제거와 눈썹 정리만으로 이렇게 인상이 달라질 수 있다니, 놀라웠다. 


마지막은 스타일링. ‘첫 경험’인 만큼 내추럴한 포마드 헤어와 예리한 빗질로 관리가 마무리됐다. 처음 해본 포마드 스타일이 어색했지만, 4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결혼한다면 멋진 수트를 입고 포마드 헤어를 한 채 신부의 손을 잡고 입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매력을 알고 스타일링을 제법 할 줄 아는 남자들을 위한 곳이라고 생각했던 처음과 달리, 바버숍은 스타일링에 자신 없는 남자들이 마땅히 방문해야 할 곳이라고 자부한다. 한 달에 한 번 술값을 아껴 좀 더 젠틀한 남자가 될 수 있다면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편집 숍과 함께 운영돼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타일링이 해결되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더 멋진 남자가 돼보라고 권하고 싶다. 머리칼을 휘날리던 제임스 딘처럼!






Level 4 보디 왁싱



자신감 있는 남자로 다시 태어나다

댄디타운
가격 배렛나루 2만원, 비키니 4만원, 디자인 8만원, 항문 4만원
운영시간 월~토 오전 11시~오후 10시, 일 오후 2시~오후 10시
문의 3785-0910

사실 이미 한 번 브라질리언 왁싱을 받은 경험이 있다. 보통 첫 방문은 여자친구의 제안 또는 호기심으로 한다고들 하지만 목적은 오로지 배변 후의 ‘청결’이었다. 등급은? 당연히 목적에 맞게 성기와 항문 주변까지 100% 올 누드였다. 이후 화장실을 들락날락할 때마다 느껴지는 편안함, 멀끔해진 옷매무새에 신세계를 맛보고는 그 은밀한 부위를 주기적으로 왁싱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때마침 <엘르>의 추천으로 남성 전용 왁싱 숍의 존재를 알게 됐다. 피부관리사 15년 경력의 남자 원장이 운영하는 왁싱 전문 숍이니 안심하라는 코멘트와 함께. 사실 남자가 여성이 주 고객인 왁싱 숍을 혼자 방문했을 때의 어색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기 왜 왔지? 어느 부위 하러?’라고 말하는 듯한 무언의 눈빛. 쑥스러움에 고개를 들고 싶지 않았다. 부위는 모를 테지만 어쨌든 제모하러 왔다는 건 확실하니까. 


찾아간 곳은 이태원의 댄디 타운. 당당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 대기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여자들 사이에서 눈치보며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편안했다. 들은 바와 같이 남성 왁서들이 모든 시술을 제공하고 있으니, 그만큼 남자들의 고민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됐다. 특히 이곳은 하드 왁스, 다시 말해 겨드랑이, 성기 등 상대적으로 예민한 부위의 왁싱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물론 다리나 가슴 같은 넓은 부위에 사용하는 소프트 왁스도 겸한다. 안내받은 방에 들어서니 베드에 누우라는 ‘그놈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우나에서 때 미는 것과 다를 바 없어’라고 마음을 다잡으며 조심스레 시술대(?)에 올랐다. 


본격적인 시술에 앞서 먼저 수건을 이용한 마사지로 몸의 긴장을 풀었다. 첫 번째 부위는 항문. 착 엎드린 상태로 얼굴을 파묻었다. 눈에 뵈는 게 없고, 두 번째 경험이기도 해 수치심은 덜했다. 다음은 아랫배보다 아래에 자리한 은밀한 부위. 사각형, 표창 등 기호에 따라 디자인이 가능하지만 숱이 적어 복잡한 디자인은 어렵겠다는 멘트가 들려왔다. 보여줄 사람도 없으니 딱히 실패해도 문제없겠다 싶어 도전 정신을 발휘, 그나마 노멀할 걸로 상상되는 한 일(一)자를 골랐다. 디자인 수정이 필요치 않냐고 물어 물끄러미 그곳을 내려다봤다. 숱이 많은 사람은 바코드도 가능하겠더라. 난 표창은 평생 못하겠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다음은 나머지 성기 전체. 점차 고통의 감도가 심해졌다. 하지만 여자 왁서가 해 줄 때만큼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힘이 상대적으로 센 남성 왁서가 스피디하게, 또 한 번에 뿌리까지 완벽하게 뽑아내기 때문일 터. 내친 김에 ‘배렛나루’까지 말끔히 정돈했다. 


여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여자친구들이 보통 자기 남자친구를 이곳에 안심하고 보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남성 관리사의 접촉으로 시술되기 때문일 터. 아기로 돌아간 기분이냐고? 아니, 오히려 자신감 있는 남자가 됐다. 청결도도 만족스럽지만 옷을 입었을 때 남성의 심벌이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보너스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 물론 목욕탕은 못 가겠지만, 여자친구가 있었다면 “널 위한 선물이야” 하며 ‘서프라이즈!’를 외쳤을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고 며칠 뒤, 같이 사는 동거남에게 이를 들켰다(오해는 말길, 그도 여자를 좋아하는 지극히 평범한 남자다). 워낙 오픈하고 살던 터라 미처 가릴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깜짝 놀라서는 이해를 못하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고 강력 추천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좋은 건 공유해야 하는 오지랖 넓은 성격, 이렇게 지면을 빌려서라도 알릴 수 있음에 속이 시원하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느낌이랄까? 어쩐지 3개월 후면, 다시 시술 베드에 누운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 같다. 


1 본격적인 왁싱에 들어가기 전, 긴장을 풀어주는 수건 마사지를 진행했다.




Credit

  • EDITOR 천나리 PHOTO SHUTTERSTOCK
  • IMAXtree.com DIGITAL DESIGNER 전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