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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배우, 김태희

다시 만난 김태희는 예전보다 여유 있어졌고, 농담도 잘했으며, 카메라 앞에서 훨씬 더 자신만만해 보였다. 조금씩 자기 ‘색’을 찾아가고 있는 여배우를 포착했다.

프로필 by ELLE 2015.08.03
DEXT5 Editor

 

화이트 레이스 프릴 블라우스와 스커트는 케이수 by 김연주. 실버 뱀피 펌프스는 더 슈. 실버 참 팔찌는 빈티지로 코베트 제품.

 

 

 

 

 

 

오프숄더 화이트 시폰 드레스는 도나카란 뉴욕. 화이트 펌프스는 최정인. 밍크 머프는 퓨어리. 실버 이어링은 DS 마리.

 

 

 

 

 

 

블루 실크 드레스는 아이 엠 지나 킴. 실크 머플러는 지혜 오트 쿠튀르 by 민조. 크리스털 이어링은 엠포리오 아르마니 by 모자익.

 

 

 

 

 

 

저지 소재 롱 드레스는 이상봉. 목걸이는 겐조 by 모자익. 매니시한 재킷은 시스템. 그레이 컬러 스에이드 오픈토 슈즈는 최정인.

 

 

 

 

 

 

인디언 핑크 컬러의 코튼 저지 와이드 슬리브 드레스는 쇼룸. 프릴 시폰 드레스는 지혜 오트 쿠튀르 by 민조. 핫핑크 컬러 벨벳 펌프스는 러브.etc.

 

 

 

하늘을 가로지르던 <중천>의 소화는 생각만큼 높이, 멀리 비상하진 못했다. 다들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 결과를 두고 그녀를 걱정했다. 하지만 김태희는 그때도 괜찮았다. 가진 만큼 보여줬고 걱정하는 만큼 상처받지 않았다. 두 번째 영화 <싸움>으로 돌아온 김태희는 천인에서 인간으로 돌아오니 한결 편해진 거 같다 했다. 애써 감정을 누르고 꼿꼿하게 있어봤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도 알았다. 바닥까지 깊이 우울을 겪어보고도 싶고, 진짜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영화 <싸움>은 사랑하던 사람들이 돌아설 때 어디까지 처절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김태희도 싸운다. 어떤 날은 스스로와, 또 어떤 날은 자신을 둘러 싼 편견과 판타지와.

 

버스에 크게 붙은 광고 봤어요. ‘예쁜 척 좀 그만해라, 김태희!’ 솔직히 가끔 듣는 말 맞죠? 아니에요. 평소엔 들을 일이 없어요. 친구나 가족이나 그런 얘기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여우짓 못 하는 본래 성격이라서. 근데 카메라 앞에선 달라져야 하고 달라지니까.

 

격한 움직임이 꽤 있었다면서요. 버스 광고의 그 발차기 장면처럼. 처음에 제가 나타나서 날아차기 한번 하고, 열심히 집으로 달려가서 난장판을 만들어요. 설경구씨가 굉장히 애지중지하는 곤충을 괴롭히고, 자동차로 추격전도 벌이고. 하하.

 

몸 쓰는 일, 안 할 것 같고 못 할 것 같은데. 몸으로 하는 게 가장 속편해요. 와이어 액션이나 몸싸움 장면도 굉장히 즐긴다니까요. 어릴 때부터 남동생과 싸우던 기질이 있어서. 수다스럽진 않은데 가만희는 못 있는 성격이라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액티브한 걸 좋아해요. 시간 나면 집에서 DVD 틀어놓고 운동도 하고 뒷산에도 올라가고.

 

메인 카피, ‘죽을 만큼 사랑하고 죽을 듯이 싸운다’ 이해가 되나요? 연애할 때 콩깍지가 껴서 모든 걸 사랑했어요. 단점은 보이지도 않죠. 근데 결혼하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까지 드러내다 보니 상황이 달라지는 거죠. 영화 <싸움>의 진아는 굉장히 열정적인 여자라 화가 나면 어떻게든 풀어야 해요. 잘못했으면 잘못했다는 그 한마디가 듣고 싶은 건데 그걸 안 해주는 거예요. 소심하게 주절주절 변명만 늘어놓으면서요. 답답함이 미움으로 바뀌고.


개인적으로 감정이입을 할 만한 경험이라도? 연애 시절엔 다 그렇잖아요. 저도 진아랑 비슷해요. 일 욕심, 성공 욕심도 많고 연애할 때도 물불 안 가리는 편이고.

 

맘에 드는 사람 있으면 딱 놓치지 않는 스타일? 네, 그런 편이에요.

 

김태희가 찍으면 다 넘어올 것 같은데요. 저도 나름, 그런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우와, 김태희가 실패한 적도 있어요? 실패라, 그건 잘 모르겠는데, 내가 꼬신다고 다 넘어오는 건 아니구나. 이런 걸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하하. 점점 나이가 들면서.

 

연애가 원래 뜻대로 안 되고 꼬이는 거잖아요. 그럴 땐 어떻게 해요? 사실은 너무 몰라서 배우고 싶어요. 여우같이 굴어서 나한테 쩔쩔매게 만드는 그런 방법이요. 난 그냥 솔직하게 내 속에 있는 모습을 다 보여주는 게 가장 편하고 또 쉬운데, 이게 연애할 땐 안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하려나요.

 

휴대폰 광고 속 춤추는 모습, 딱 그거면 될 거 같은데. 그 광고로 쓰러진 남자가 내 주변만 해도 여럿이에요. 평소엔 또 그런 데 약하다니까요. 카메라 앞에서 가만히 있다간 아무도 매력적으로 봐주지 않을 걸 아니까 그땐 연길 하는 거고요. 그 광고도 친한 스태프들이랑 재밌게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너무 민망한 거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요.

 

감정 기복이 많은 편인가요? 그런 편인데 그 동안 되게 억누르고 살았던 거 아닌가, 이제 그렇게 살지 말아야지 생각해요. 슬픔도 깊게 느끼고 싶고, 우울할 땐 바닥까지 다시 우울해지고 싶어요. 마음먹으니 정말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성격이구나, 새로 알게 됐고요.

 

어떤 계기라도? 그런 건 아니고 몇 년 전부터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변해가는 것 같아요. 내가 배우로서 살려면 더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해야 도움 될 것 같고. 그런 생각을 하니 그렇게 살아지더라고요. 요즘은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자기 전에 <시크릿>이란 책을 보면서 주문을 걸어요.

 

긍정의 힘을 믿는다는 시크릿? 그런 착한 책을 본단 말이에요? 원래는 이런 책이 필요 없었는데, 요즘처럼 집중적으로 영화 홍보를 한다거나 중요한 일이 많을 때는 관리가 필요하더라고요. 마음속에 있는 게 얼굴에 다 드러나거든요. 대놓고 짜증을 내거나 하진 않지만, 알죠, 분위기가 싸한 게. 옆사람들이 다 알아채요.

 

이번엔 유부녀 역할인데, 1년쯤 전 인터뷰했을 때 나름 예쁜 가정에 대한 판타지가 있다고 했죠. 미래를 떠올리면 아이라든가 가정이라든가 하는 그림이 있나요? 근데 막막하긴 해요. 내가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평범한 가정을 꾸리려면 슈퍼마켓에도 가야 하고 학부형으로 학교도 가야 하는데 과연 어떨지. 그리고 결혼이 끝은 아닌 것 같아요. 결혼한다고 ‘이제부터 행복한 또 다른 삶의 시작’ 이런 건 아니잖아요. 결혼하면 뭐가 다르지? 오히려 책임감도 많아지고 노력해서 더 열심히 해야 할 부분이 많아지겠죠.

 

학부형으로 가면 애들이 스타가 되겠죠.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그때쯤엔 아줌마가 되어 아무도 안 쳐다볼지도 모르는 거지만 지금으로선 상상이 안 가요. 연기와 가정 생활 병행하며 완벽하게 꾸려가시는 김희애 선배 같은 사람 보면 대단하단 생각밖엔. 난 정말 자신도 없고요. 일단 결혼을 굉장히 늦게 하지 않을까 싶어요.

 

옛날 드라마들도 가끔 돌려보고 그러나요? 다 집에 있긴 한데 옛날 작품 보는 거 되게 싫어해요. 최근에 매니저 통해서 <러브스토리 인 하바드> DVD를 새로 받았는데, 우와, 이게 정말, 새롭더라고요(웃음).

 

다시 보면 결점만 쏙쏙 보이잖아요. 이렇게 부족한 점 투성인 줄 미처 몰랐는데 너무 눈에 띄니까. 차라리 그때 모르고 연기하고 모르고 살았던 게 오히려 자신감을 갖고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할 때 너무 주저한 나머지 시간만 흘러서. 당시엔 대체 어떻게 연기란 걸 해야 할지 잘 몰랐어요. 그래서 생각한 게 ‘차라리 다작을 하자’였어요. 물론 모든 게 다 준비된 상태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게 맞죠. 제가 프로답지 못했던 거죠. 아는데, 시청자분들에게 죄송하긴 한데, 저한텐 그 방식이 맞았던 거 같아요. 지금도 많이 부족하고 굉장히 노력해야 하는 것도 알고요. 마음처럼 되는 건 아니지만요.

 

어쨌든 직업이 연기자니, 연기에 대한 쓴소리가 가장 신경쓰이겠죠. 남을 평가하는 것도, 남들이 나를 평가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해요. 근데 어느 집단이든, 예를 들어 회사원이라도 당연히 평가를 받잖아요. 온 국민이 팔짱 끼고 지켜보며 나를 평가하는 현실이, 어떻게 보면 정말 스트레스지만 그런 작은 집단보다 오히려 불특정다수에게 평가받는 게 스트레스가 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의연하시네요. ‘얘는 왜 이렇게 못해.’ 남들은 쉽게 던지는 말이라지만 본인을 향한 거라면 꽤 아플 것도 같은데. 신경쓰이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거죠. 스스로 납득이 안 되거나 전혀 이해 안 되는 거면 사실은 괜찮아요. 아, 이렇게도 생각하는구나, 하고 듣고 넘기면 되니까. 근데 저도 은근히 찔리던 부분이면 굉장히 속이 쓰리죠. 납득하고 나면 고치려는 계기가 되는 거고요. 내 생각과 너무 다르면 그냥 무시해야죠. 일일이 찾아가서 그거 아니거든요, 할 수도 없잖아요.

 

연기하는 게 점점 재밌긴 한가요? 전혀 재미를 모르고 시작했으니까요. 하다보니 욕심도 생기고 촬영장에 가는 게 신나고 행복하구나 느끼는 지점이 점점 늘어나더라고요. <싸움>하면서 특히 좋았던 게, 제가 많이 편하고 자연스러워졌단 거예요. 작품 끝나면 정말 후련한 느낌일 때가 많은데 이번엔 편안하게 연기해서 그런지 끝나도 오히려 그냥 그런가 보다 싶더라고요. 내 안의 어떤 모습을 끄집어내 연기하는 거지 김태희란 사람이 180도 변했다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얼마 전 성시경씨가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단 이야기를 했죠. 김태희는 공인인 거 같나요? 근데 정확히 공인이 뭐예요?

 

글쎄요, 말 그대로라면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일 텐데, 자기가 끼치는 영향을 자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는 거겠죠. 그럼 연예인도 공인이 맞는 거 같네요. 사실 연예인이라고 바르고 착하게, 옳은 일만 하며 모범적으로 살아야 하는 건 아니죠. 하지만 본업을 잘하기 위해 다른 부분을 조금 포기해야 한다면요. 저는 약간의 책임감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술 마시고 담배 피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어린 팬들이 본다면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걸 아니까. 좀더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은 건 맞아요.

 

김태희의 영향력을 문득 실감하는 순간?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기사화 될 때요. 신기하기도 하고, 정신차려야겠다 싶기도 하고.

 

이러다 갑자기 사람들이 날 외면하는 건 아닐까, 두렵진 않나요? 그럼 허무하기도 하겠고 좌절할 것도 같긴 한데, 근데 그 상황에서 또 나는 나를 합리화시킬 듯해요. 정말 최고의 인기나 사랑을 받는 사람은 아닐지라도 그만큼 타깃이 덜 되겠지, 좋게좋게 생각할 거 같아요.

 

주변에서 뭐라 해도 꿋꿋한가 봐요. 오히려 사소한 부분엔 강하게 의견을 어필하지 못하는 편이에요. 누가 이거 할까, 그러면 우유부단하게 끌려가고. 근데 제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확실하게 정리되어 있는 가치관 같은 건 고집이 있죠. 

 

예를 들자면요? 이건 정말 포기 못 하겠다거나. 작품 선택할 때 주변 의견을 구하지만 결국 최종 판단은 스스로 하는 거요. 여주인공과 충분히 동화되어 이해할 수 있는지.

 

영화말고 요즘 관심 두는 건? 일기 쓰기. 요즘 재미 붙였어요.

 

손으로 직접? 자기 전에 기도하고 생각으로만 정리를 하는 편이었는데, 글로 쓰니까 나중에 읽어보면 재밌더라고요. 매일 쓰는 것도 아니고 아직 한달 남짓밖에 안 됐지만요. 원래 그런 거 좋아하는 성격인데 생활이 바쁘니 부담스러웠나봐요. 이제 좀 여유가 생겼는지 즐길 줄 알게 됐어요.

 

여기서 조금 더 욕심 낸다면 뭐가 남았나요? 지금 욕심을 이야기하고 나면 책임감이 생기잖아요. 부담스러워요. 기록에 남으니까. 그래도 다음 작품, 다다음 작품에선 더 발전된 모습 보이고 싶고, 결과도 좋았으면 좋겠고. 영어 공부도 더 열심히 해서 능숙해졌으면 하고. 욕심들은 그런 거고, 사실은 놀고 싶은 마음이 커요. 여행 가고 싶고. 하하. 한참은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운 유럽이 끌리더니 요즘은 휴양지도 그리워요. 아, 여름휴가도 못 갔어요.

 

 

Credit

  • EDITOR 박소영
  • FASHION EDITOR 명수진
  • PHOTOGRAPHER 류형원
  • HAIR STYLIST 민숙(정샘물 인스피레이션)
  • MAKEUP ARTIST 손주희(정샘물 인스피레이션)
  • STYLIST 한혜연
  • SET STYLING 이현민(슈가홈)
  • DIGITAL DESIGNER 전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