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그들만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패션 아이템

멋쟁이들에겐 그들만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패션 아이템이 있다.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도 그랬고,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도 그렇다.

프로필 by ELLE 2010.03.16

패션지에 심심풀이 땅콩처럼 등장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스타일 아이콘이다. 캐리 그랜트의 그레이 수트, 윈저 공의 아가일 카디건, 험프리 보가트의 트렌치 코트. 이들은 세기의 스타일 가이들이자 정형화된 패션 공식이다. 달리 말하면 패션의 바이블인 셈이다. 요즘 사례로는 블랙 수트만 즐겨 입는 디자이너 톰 포드, 화이트 셔츠만 고집하는 배우 조지 클루니, 큼지막한 블랙 뿔테 안경의 우디 앨런을 떠올릴 수 있다. 스타일 아이콘들은 자신의 패션 아이템이 트렌드로 떠오를 때마다 매체에 호명된다.
그런 사례로 최근 에디터의 눈에 든 남자가 바로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다. 그는 역대 프랑스 대통령 중 가장 스타일에 민감한 남자다. 레이밴 보잉 선글라스에 슬림한 블랙 수트를 입고 영화 <이지 라이더>의 피터 폰다처럼 스카프를 연출하는 대통령은 사르코지 이전에는 없었다. 결정적으로 사르코지는 키도 작고 미남도 아니다. 그런데도 그를 두고 파리지앵들은 ‘블링 블링 대통령’이란 별명을 안겨줬다. 이유는 사르코지의 남다른 패션 감각 때문이다. 각 나라 대통령들이 모인 정상 회담 등의 정중한 자리에서 그는 늘 타이트한 수트 차림에 솔리드 타이를 매치한다. 그의 수트는 라펠이 좁고 몸에 착 감길 정도로 슬림한 피트의 블랙이나 네이비 컬러다. 여기에 심플한 솔리드 타이로 브이존을 장식한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블루 타이보다 멋스럽고, 오바마 대통령의 강렬한 레드 스트라이프 타이보다 훨씬 모던하고 트렌디해 보인다. 자신을 확실히 꾸밀 줄 아는 대통령 사르코지는 젊은 감성의 솔리드 타이를 자신의 아이콘으로 내세워 담담하게 세련된 감각을 드러낸다. 
사례는 더 있다. 영화 <나인>을 통해 ‘옷 잘입는 남자’의 새로운 표본으로 등극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다. 영화에서 줄곧 고수했던 블랙 수트와 화이트 셔츠, 블랙 타이는 이제 그의 공식 옷차림이 되었다. 사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이전부터 영국 남자들의 패셔니스타였다. 그의 옷차림에서 늘 돋보였던 건 폭이 좁은 네로 타이였다. 영화 시사회에 올 때는 핫 핑크색의 슬림한 니트 타이를, 레드 카펫 위에선 번쩍이는 실버 네로 타이를 매고 등장한다. 지난 해 뉴욕 프리미어 파티에 참석한 그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 건 블랙 재킷에 화이트 셔츠 그리고 멋스러운 페도라 때문이었다. 물론 방점은 새파란 블루 네로 타이에 찍혔지만.
클래식한 수트 룩의 절정을 보여주는 영국의 찰스 황태자는 더블 브레스티드 수트의 열렬한 애호가다. 그는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서는 언제나 더블 브레스티드 수트의 리드미컬한 스타일을 즐긴다. 아이보리 수트에 레저멘탈 타이를, 청명한 블루 수트에는 유니크한 애니멀 프린트의 네이비 타이를 매치한다. 여기에 클래식의 정점, 플라워 장식을 더한다.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더블 브레스티드 수트 룩을 통해 그는 견줄 데 없는 편안함을 갖춘 영국 신사의 품격 있는 남성상이 되었다.
자신을 드러내는 매개체로 나만의 컬러를 찾아낸 이들도 있다. 밀라노에서 만난 브리오니의 마스터 테일러 안젤로 페트루치는 모든 스타일을 블루 컬러 위주로 매치한다. 그는 블루 컬러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한 에디터의 질문에 ‘블루야 말로 신사들의 신뢰감, 경쾌함, 화려함을 드러내는 컬러’라고 강조했다. ‘맨 인 블랙’이란 별명을 지닌 미국의 전설적인 컨트리 가수 조니 캐시는 블랙 컬러의 현란한 스타일링을 죽도록 즐겼다. 그는 평소 수트 차림에 큼지막한 블랙 선글라스를 쓰거나 가죽 블루종에 진 팬츠를 매치했다. 물론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블랙 컬러로 말이다. 그는 블랙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대답한다. “블랙은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블랙은 나의 저항 정신이며 정체된 현상, 다른 이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한 저항이다.”
스타일 가이들은 자신만의 스타일 아이템에 대한 고집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처럼 보이지만 자신에게 적절히 어울리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경험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남자들은 올곧게 하나의 아이템을 주장하고 있다. 그들이 당신에게 조언한다. “스타일은 은근히 자신의 뜻을 공표하는 방법이다. 가장 핵심적이면서 강렬한 방식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단 하나의 아이템을 고르는 것이다. 일단 시도해 보라. 모르긴 몰라도 당신의 개성은 단박에 드러날테니까”

1  블랙 뿔테 안경의 마이클 케인
2  더블 브레스티드 수트를 선호하는 찰스 황태자
3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네로 타이



* 자세한 내용은 루엘 3월호를 참조하세요!


Credit

  • 에디터 이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