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다르게, 잘, 사는 인생들

사는 건 똑같다? 무슨 소리! 판에 박힌 삶의 방식에서 비켜난 사람들이 여기 있다!

프로필 by ELLE 2015.08.04
DEXT5 Editor

 

왼쪽부터 이상묵, 박중현, 노경록 실장.

 

 

 

 

 

 

(위) 제주도 해안가에 자리한 눈먼고래 펜션. 
(아래) 돌집의 벽과 지붕의 서까래를 살리면서도 모던하게 꾸민 눈먼고래의 실내.

 

 

 

 

 

 

파티를 할 수 있는 창신기지의 발코니.

 

 

 

 

 

 

(위) 외벽을 칠하지 않고 낙서까지 살려둔 이화동 이화루애의 드라마틱한 외관.
(아래) 서울의 매력을 담은 이화동 언덕 위 사랑방을 모티프로 했다.

 

 

 

지랩

이상묵 , 박중현 , 노경록


지랩은 공간을 바꾸는 디자인 그룹이다. 꼭 남겨둬야 하는 모습은 그대로 두고, 지역의 가치를 디자인적 관점으로 해석해 새로운 모습으로 완성한다. 수명이 다한 집은 부숴야 하고, 임대료가 낮은 주거지구는 새 아파트 촌이 되기만을 바라는 시선이 안타까웠던 세 명의 디자이너 이상묵, 박중현, 노경록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의기투합했다. 25년 된 식당, 재개발 지역에 쓰러져 가는 80년 된 한옥, 해변가 척박한 지형의 100년 된 돌집은 각각 제로플레이스, 창신기지, 눈먼고래 같은 예쁜 이름도 얻었고, 누구나 하룻밤을 보내고 싶은 트렌디한 ‘스테이’ 공간이 되었다. 지랩의 새 프로젝트는 이화동 벽화마을 끝자락의 이화루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추진 중인 한양도성 성곽길과도 맞닿아 있는 이 건물은 최근까지 8개의 쪽방이 들어 있는 ‘답 없는 집’이었을 뿐이다. 지랩은 이 2층집을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뮤직 숍, 파티 플레이스로 대여할 수 있는 오픈 키친 그리고 숙박이 가능한 스테이로 변신시켰다. 집을 소유나 자본으로만 대하지 않고 머무르는 경험이라고 믿는 지랩의 시도는 실제로 도시 사람들에게 격한 호응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스테이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하룻밤을 보내면서 팍팍한 삶에서의 대체 에너지를 얻어갔다.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평범한 말이 지랩이 만든 공간에서 실현됐다. 공간에 물건을 채우기 전에 문화를 담아야, 그게 삶이다.

 


서울에서 원하는 집을 사서 꾸민다는 건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지랩이 만든 스테이들은 좋은 대안이 됐다 노경록(이하 노) 집을 사는 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사실 집을 사야 한다는 당위성도 모호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랩이 만든 공간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대부분 좋은 문화를 즐기고픈 열망이 확실한 사람들이고, 집을 사기 위해 몇십 년간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보다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을 택한 것 같다.

 

거의 폐허가 된 집을 고치는 일은 새 집을 짓는 것보다 복잡해 보이는데 결국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꾸느냐 하는 문제다. 이화루애의 옹벽을 낙서까지 그대로 두고 새로 칠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건축주들도 의아해했다. 그러나 설득해서 살렸다. 한번 칠해버리면 그 겹겹의 시간은 절대 복원할 수 없으니까. 한편, 눈 먼 고래의 지붕은 모양이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안전 관리상 그대로 둘 수 없었기에 형태는 똑같이 복원하되 ‘징크’라는 최신 소재를 썼다.

 

제주를 제외하면 지금까지의 작업이 모두 서울 강북에 집중돼 있다 강북 특히 서촌 인근의 건축적 가치는 10년 전부터 이미 주목받았지만, 집 소유주나 동네 주민들이 나서지 않으면 움직이지도 않고 움직일 수도 없다. 박중현(이하 박) 서울 연구원에 근무했던 터라, 서울의 어떤 동네가 어떤 힘을 가졌는지는 다른 사람들보다 좀더 심층적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 벌집촌이라 불리는 쪽방이 제일 많은 데가 창신동과 구로동이다. 그런데 창신기지가 들어서고 나서 그 주위가 다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로 바뀌었다. 여러 일 중에 최종적으로는 동네 가치가 더 높은 일을 선택한다. 이상묵(이하 이) 서촌처럼 차고를 고쳐 사무실 겸 지역 사랑방처럼 쓰면서 느낀 점은 서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서촌 외에도 강북에는 지역만의 색깔이 오랫동안 자연히 스며든 동네가 굉장히 많다.

 

스테이를 모아 소개하는 사이트 스테이폴리오(https://www.stayfolio.com/)도 운영하고 있다. 직접 만들지 않은 공간들을 모아 소개하기로 한 이유는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공간들을 묶어 소개하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독창적인 곳, 디자인이 뛰어난 곳, 비싼 인테리어가 아니더라도 기획부터 소품까지 주인이 일관된 취향을 가기고 꾸민 곳, 가격이 경험대비 합리적인 곳이라는 네 가지 기준으로 리스트를 꼽는다. 취향을 공유하는 이들이라면 스테이폴리오의 추천을 신뢰할 것이고, 멋진 공간을 짓고 싶은 사람들은 스테이폴리오에 들어오고 싶어서 더 멋지게 만들려고 할 것이다. 그런 선순환 구조가 생기면 파급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화분걸이로 활용 가능한 에코백.

 

 

 

 

 

 

(위) 헌팅 트로피를 연상시키는 박쥐난. 특히 남자 손님들이 좋아한다. 
(아래) 퍼블리칸 바이츠의 창고를 빌려 꾸민 쇼룸. 덕분에 레스토항 매출도 올랐다고 한다.

 

 

 

나무리버 클라우드
김신애


홍대의 맛집 명소, 퍼블리칸 바이츠 정원 안쪽에 자리한 아담한 초록빛 공간. 김신애 대표가 사랑스러운 세 자녀 ‘나무’ ‘강물’ ‘구름’의 이름을 따서 만든 가드닝 브랜드 나무리버클라우드의 쇼룸이다. 굿오브닝 컵케이크와 믹 존스 피자를 비롯해 여러 외식 브랜드를 기획했고 현재는 스쿨푸드의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맡고 있는 그녀에게 나무리버클라우드는 ‘쉽게’ 시작한 일이었다. “본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탈출구였다. 일이 바빠 아이들과 놀아주기 어려운데, 이곳을 거점으로 삼아 잠깐이라도 함께 풀 냄새 맡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고.” 한국에서 제일 먼저 컵케이크 붐을 일으켰던 남다른 ‘촉’은 이번에도 통했다. 키우기 쉽고 인테리어 소품처럼 둘 수 있게 고안한 식물과 가드닝 제품들이 서울리빙페어에서 열띤 호응을 얻었고,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이나 공간에 식물을 스타일링하는 흥미로운 제안도 이어지고 있다. 음식이든 식물이든, 그녀가 다루는 것들이 사람들의 호응을 얻는 것은, 그것이 단지 ‘핫’해서가 아니라 그녀가 추구하는 ‘내면이 풍요로운 삶’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가드닝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건 워낙 식물을 좋아한다. 딸아이의 이름을 ‘나무’라고 지을 만큼. 어린 시절 어머니가 정성 들여 화분을 가꾸셔서 식물과 함께 사는 게 익숙했다. 몇 년간 캠핑이 크게 유행했는데, 나처럼 바쁜 사람이 즐기기에는 다소 번거롭더라. 야외로 가지 않더라도 자연과 이어질 수 있는 연결고리라는 점에서 홈 가드닝이 더욱 부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식과 가드닝, 그 다음에 부상할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는 뭘까 운동! 얼마 전 뉴욕에 다녀왔는데, 운동복을 일상복처럼 입은 뉴요커들이 정말 많더라. 길거리에서도 닭 가슴살이나 퀴노아 같은 헬시 푸드를 팔고 있었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게 쿨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걸 도시 전체가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개인적으로도 운동을 즐긴다. 요가를 한 지 20년이 됐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 남산 자락에 생기는 새로운 피트니스센터의 식물 설치를 맡았는데, 회원들에게 건강한 식단을 제공하는 아이디어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 명동에 설립 예정인 한 부티크 호텔의 전체 조경도 제안 받아 진행 중이다. 애초에 사업적으로 접근했다면 이 정도의 반응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일을 하든 그 안에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녹아 있으면 좋겠다. 나중에는 제주도처럼 한적한 곳에 종합적인 ‘힐링 센터’를 만들어보고 싶다.

 

 

 

Credit

  • EDITOR 김아름
  • 이경은 PHOTOGRAPHER 김상곤 DIGITAL DESIGNER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