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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퀴진이 태어나는 셰프 이충후의 메탈 월드

로망의 키친을 재현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것에 디테일을 더했다. '제로 컴플렉스' 셰프 이충후가 아낌없이 투자한 주방 이야기.

프로필 by ELLE 2015.09.02
DEXT5 Editor

 

테이블에 앉아서도 주방 내부가 훤히 보이도록 시원하게 문을 냈다. 손님들도 주방을 흥미롭게 지켜보지만, 주방에서도 손님들의 식사 속도를 캐치하기 위함이다.

 

 

 

 

 

 

(왼쪽) 이충후 셰프가 자식처럼 자랑하는 냉장 창고.
(오른쪽) 주방 안쪽 코너까지도 물건들이 쌓이지 않도록 정돈하고, 수납장에는 문을 달아 내부를 깔끔하게 보이도록 했다.

 

 

 

 

 

 

스태프 밀 오늘의 메뉴, 카레가 보글보글 끓고 있는 가운데 재료 손질에 나선 이충후 셰프.

 

 

 

순전히 레스토랑 디자인 때문에 주방 디자인이 궁금했던 곳. 제로 컴플렉스는 유리창을 제외한 모든 벽과 모든 테이블을 완전히 스테인리스스틸로 이뤄져 있다. 보통 주방 설비는 대부분 스틸로 돼 있는데 홀 전체가 스틸이라니? 게다가 여긴 차갑디 차가운 인테리어와 쉽게 연결하기 어려울 만큼 감성적인 프렌치 퀴진으로 유명한 곳이다. “스틸을 특별히 좋아한 게 아니에요. 사실 스틸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어요. 레스토랑 오픈을 준비하면서 보니, 프렌치는 대개 원목으로 러스틱한 인테리어를 하더라고요. 우리는 클래식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지만, 다른 소재를 쓰고 싶었죠.” 이충후 셰프의 설명대로면 인테리어가 요리만큼이나 이곳의 시그너처가 된 경위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그러나 공간이 주는 강한 인상 덕분에 한 번 왔던 사람도 이곳의 분위기를 정확히 기억한다. 특히 올 5월 이전까진 런치 코스를 운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가 지고 난 디너 코스 시간엔 다소 어두운 홀 조명 아래 스틸이 번쩍거리는 가운데 환하게 불이 켜진 주방 만이 복작복작한 장면은 이곳에 와본 거의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 어떤 레스토랑을 떠올릴 때, ‘주방이 어떻게 생겼더라?’란 복기가 이렇게 쉬운 곳은 서울 시내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오픈 키친이 아니지만 주방이 이 공간의 중심이 되게 하는 것이 의도였어요. 일부러 주방에 문을 달지 않았고 넓게 만든 거죠. 제로 컴플렉스는 재료만 쓰인 메뉴를 주고 오직 한 가지 코스만 만들어요. 손님들 입장에선 불친절한 요리 설명만 듣고 선택권 없이 주문하는 셈인데 ‘저 안에서 만들고 있는 게 뭘까?’라는 궁금증을 증폭시켰다가 마침내 요리가 나왔을 때 ‘이것이었군!’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들고 싶었어요. 요리하면서 밖에서 손님들이 어떤 속도로 어떻게 식사하고 있는지를 체크해야 하는 면도 있었죠.” 이충후 셰프가 구상한 공간은 한 가지 코스만 서브하는 것에 모든 채널이 맞춰져 있다. 주방 내부 동선 역시 다른 주방에서는 각 셰프들이 자기 자리를 지키며 각각의 부분을 만들어 전체를 완성하는 방식인데 제로 컴플렉스에는 모든 셰프가 한 코스를 하나의 흐름으로 따라가기에 자기 자리라는 게 따로 없다.

 

“프랑스에서 일할 때 그곳의 주방들에서 편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여기에 구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일단 홀 규모에 비해 주방을 매우 크게 디자인했어요. 그건 저 편하자고 했다기보단 더 정리하기 쉽도록 한 거예요. 사람들은 잘 알아보지 않을 테지만, 주방 바닥은 물청소를 해도 잘 미끄러지지 않는 타일을 썼고, 수납공간은 보기에 지저분하지 않도록 모두 문을 달았죠.” 정리와 청소가 완벽하지 않은 주방, 일하는 사람이 좁고 불편한 주방이면서 겉만 번지르르한 식당이 되지 않기 위해 이충후 셰프는 보이지 않는 것도 꽤 세심하게 고려했다. 이 주방에서 이충후 셰프가 가장 자랑하고 싶은 또 하나는 냉장 창고다. 기업형 거대한 식당 외에 소규모 오너 셰프 레스토랑에서 이만한 냉장 창고를 가진 곳은 찾기 힘들다. “식재료들이 큰 덩어리로 오기도 하고, 자루로 오기도 해요. 이것들을 여기저기 쑤셔 넣기보단 그대로 보관해야 관리가 잘 되고 신선할 때 제대로 쓸 수 있어요. 이 정도 규모의 식당이라면 솔직히 냉장고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뭐가 어느 구석에 들어갔는지 찾기도 어려운 냉장고에 머리를 집어 넣어 재료를 꺼내는 수고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여자들이 수납장보단 드레스 룸을 갖고 싶은 것과 비슷하달까요(웃음)?” 꿈꾸는 공간을 위해 아낌 없이 투자한 주방에서 뿌듯하게 웃고 있는 그의 집 주방은 어떻게 생겼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는 당황스러움이 엷게 번지는 미소로 서래마을 원룸에 산다고 답했다. “집에서는 아무것도 안 해먹어요. 이렇게 충분하고 훌륭한 공간이 있는데, 굳이 안 좋은 부엌에서 요리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Credit

  • EDITOR 이경은 PHOTOGRAPHER 김상곤
  • 장엽 DESIGNER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