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그 자동차
영화 속 자동차는 소품을 너머 주인공만큼 회자되는 각인의 아이콘으로 쓰인다. 스크린 뒤에는 PPL 이상의 효과를 위한 자동차 마케터들의 전술이 화려하게 펼쳐져, 아니 숨겨져 있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쥬라기공원4
 
 
 
 

트랜스포머
 
 
 
 

 
아이언맨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
 
 
 
 
 
영화 <쥬라기 월드>가 개봉했다. 반응은 관객에 따라 제각각이다. 일단 “우와공룡이다”를 외치는 어린이들의 함성이 들린다. 영화 마니아들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녹슬지 않은 실력을 발휘했을지 기대가 크다. 독서광은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을 다시 한 번 꺼내 읽을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자동차 마니아들은 이번에는 또 어떤 차가 나올지에 레이더를 곤두세운다. 실제로 이번 네 번째 시리즈에는 메르세데스-벤츠 GLE 쿠페, 다목적 작업차 유니목, 고급 밴 스프린터, 바퀴 여섯 개 달린 대형 오프로더 G63 AMG 6×6 등 역대급 벤츠 모델이 총출동한다. 험한 오프로드가 주된 배경이라 중장비에 가까운 녀석들이 쥐라기 시대를 종횡무진한다. 공룡과 자동차의 시공간을 초월한 만남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은 이미 <쥬라기 공원2: 잃어버린 세계> 때부터 촘촘히 짠 계산 덕분이다. 1997년 작 <쥬라기 공원2: 잃어버린 세계>에는 같은 해에 탄생한 메르세데스-벤츠 ML이 등장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세 꼭지 별이 달렸는데, 처음 보는 차였으니 눈에 확 띄었다. 위장색을 칠한 채 야성미 넘치게 우림을 달리는 ML을 본 자동차 ’덕후’들은 영화 내용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최신작 <쥬라기 공원4>에 등장하는 모델 중 눈에 띄는 것 역시 ML 후속인 GLE 쿠페. GLE는 ML의 최신 세대로, 영화 속에 나온 차는 뒤를 날렵하게 다듬은 쿠페형 버전이다. ML 역사에 있어서 혁신적인 디자인 전환이다. 새로운 SUV의 등장이 그때나 지금이나 쥬라기 공원 안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보통은 영화마다 하도 많은 자동차가 나와서 어지간해서는 눈에 띄기 어렵다. 자동차 업체는 자동차를 홍보하는 기회를 얻고, 영화제작자는 훌륭한 소품(때론 제작비)을 지원받으니 어떤 장르의 영화라 할지라도 자동차 회사와 접촉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PPL이 지켜야 할 불문율은 영화 흐름을 깨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관객도 특정 브랜드 차가 많이 나오면 PPL인지 다 안다. 협찬받았기 때문에 억지로 끼워 넣었다가는 본전도 못 찾고 영화 팬과 자동차 팬 모두에게 욕만 흠씬 얻어먹는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자동차와 전개를 자연스럽게 결합시키기 위한 작업에 치밀한 공을 들이는 이유다.
잘된 PPL이냐 아니냐가 갈리는 자점은 ‘어떤 영화 하면 어떤 차’가 딱 떠오르는 순간이다. <007> 시리즈 하면 자동으로 애스턴 마틴이 연상된다. 애스턴 마틴을 타지 않는 본드는 수트를 입지 않은 본드만큼이나 어색하다. <트랜스포머>는 ‘범블비’라고 부르는 노란 쉐보레 카마로 없이는 이야기 전개가 되지 않는다. <아이언맨>이 타는 차는 아우디 R8이다. 아이언맨이 주위 영웅들에게 아우디를 소개해 줬는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역시 아우디의 무대였다. 아이언맨은 계속 아우디 R8을 탔다. 한국 사람들이 예의주시한 서울 도심 추격전에는 TTS가 나온다. TT의 3세대 모델로, 영화를 찍을 당시엔 시판도 되기 전이었다. TTS도 신차 발표를 영화로 한 셈이다. 2011년 작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는 BMW 모델이 다수 등장한다. 압권은 BMW i8의 등장이었다. 워낙 미래적인 디자인이라 사람들은 톰 크루즈를 위해 특수 제작한 차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i8은 영화 소품으로 만든 차가 아니라 모터쇼에 실제로 등장한 컨셉트카였다. 더 놀라운 일은 3년 후인 2014년 i8이 실제로 판매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영화 속 차가 도로에 튀어나온 것처럼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i8은 엄청난 광고비를 들여도 될까 말까 한 이미지와 인지도를 단숨에 얻었다. 실제로 i8은 출시 10개월 만에 3500대가 팔렸다. 국내에서도 출시 한 달 만에 올해 배정받은 물량 190대가 동났다. 미친 속도로 펼쳐지는 추격 신들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쉽게 말하면 전기 스포츠카라는 우려를 종식시킬 성능 검증 영상을 영화관에서 상영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BMW는 올해 개봉을 앞둔 <미션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에도 주인공의 차로 3시리즈의 고성능 모델인 M3를 협찬한다. ‘미션 임파서블=BMW’라는 공식을 굳힐 계획인 셈이다. PPL의 효과가 모두 긍정적이지는 않다. 한국에서 유독 흥행에 더 성공했다는 <킹스맨>엔 국산 브랜드 현대 i40, 기아 스포티지와 K5가 경찰차로 나온다. 특히 i40는 추격 장면에 비중 있게 등장한다. i40는 그간 국내에서 인기가 없었다. 현지법인이 추진한 PPL이긴 해도, 국내에서 영화가 흥행한 이상 i40 판매가 늘어나는 효과를 볼 법도 했다. 그러나 i40 판매는 별다른 반전이 없었다. ‘한국차가 나왔네’ 정도의 인식뿐이었다. 딱 들어맞는 차종이 아니었던지, 킹스맨이 지나치게 멋있어서 차 따위에 눈 돌릴 틈이 없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영화제작사가 자동차 업체에 ‘빌려 주십쇼’ 하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자동차 업체들이 두둑한 제작비 지원과 함께 ‘갖다 쓰십쇼’ 한다. 협찬 비용은 업계 전체가 암묵적으로 공개하지 않지만 대작일 경우 수십억 원(등장하는 차 값은 제외한 금액이다)에 달한다는 풍문이다. 그 돈을 들여서 할 만하냐고? 같은 돈을 광고에 써서 얻을 수 없는 차에 대한 환상, 각인되는 이미지를 고려하면 그런 질문은 힘을 얻지 못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PPL이 영화 흐름을 방해해 눈에 거슬린다는 의견도 있다. 에이 설마 당신, 토니 스타크나 해리 하트 요원이 지하철을 갈아타거나 걸어 다니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
 
 
 
Credit
- WRITER 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 EDITOR 이경은 courtesy of audi
- bmw
- gm
- mercedes-benz DESIGN 전근영
엘르 비디오
엘르와 만난 스타들의 더 많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