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취향을 가진 취향의 전도사들
자신의 취향을 알아야 좋은 취향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좋은 취향을 가진 남자들은 필연적으로 멋있다. 자신만의 좋은 취향을 세상에 전파하는 남자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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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혁
어떤 음악에도 박식한 음악 전문가로 유명했던 김영혁은 10년 넘게 근무했던 소니뮤직코리아를 그만뒀다. 그리고 서울 동교동에 김밥레코즈를 열었다. 개인 작업실 겸 음반 매장을 열어볼까 했던 김영혁은 이젠 주객이 전도됐다고 하소연하지만 김밥레코즈는 2년 만에 음반 리스너들의 보물창고로 거듭났다. 3500여 장의 음반이 세 평 남짓한 매장을 가득 채운다.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은 다양한 장르의 해외 앨범들이 그 좁은 매장에 촘촘히 자리 잡고 있다. 사실 김밥레코즈는 공연 기획을 위한 1인 레이블이기도 하다. 지난해에 실력파 뮤지션 세인트 빈센트의 내한 공연도 김밥레코즈를 통해 이뤄졌다. 무엇보다도 2011년부터 국내 최초의 레코드 페어인 서울 레코드 페어의 총괄 디렉터로서 LP 레코드 전도사 역할을 해온 그는 김밥레코즈를 통해 더욱 적극적인 음악적 소유를 권장한다. 애정과 결합된 취향은 이처럼 뿌리를 깊게 내리고 그늘을 넓게 드리우나 보다.

오키 사토
‘넨도(Nendo)’는 캐나다 출신 일본인 오키 사토가 만든 디자인 스튜디오로 크리에이티브가 침투할 수 있는 영역을 가리지 않고 작업해 왔다. 이는 창립자 오키 사토가 밀란 가구박람회에서 영역 구분 없이 작업하는 디자이너들을 보고 깊은 감화를 받은 데서 비롯됐다. 포개지게 만든 젓가락과 블록처럼 쌓아 올릴 수 있게 만든 세라믹 꽃병 등, 단순하지만 신선한 관점의 디자인을 통해 넨도의 신용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캐나다 시골 마을에서 자란 오키 사토는 도쿄로 이주했을 때 모든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런 경험은 사소한 차이를 발견하는 능력으로 승화됐다. 사소한 디자인에도 반드시 필요한 친절을 담는 것, 어떤 오브젝트든 이야기를 품고 있어야 하는 것, 그의 철학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찰흙’이란 의미를 품은 넨도로 거듭났다. 결국 오키 사토의 창조적 유연함과 완벽하게 부합하는 넨도의 디자인은 자연스럽게 세계로 퍼져나갔다.
텍스처를 달리 해 만든 ‘초콜릿 텍스처’, 그리고 이탈리아 소재 전문 회사 알칸타라를 위해 만든 ‘알칸타라 우드’.

유현택
그린나래미디어는 설립된 지 5년 남짓밖에 안 됐지만 확실한 컬러를 지닌 영화사로 언급된다. 그건 유현택 대표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다. 영화사 ‘그린나래미디어’ 대표인 유현택은 영화학도가 아니었다. 영화를 유달리 사랑하는 시네필도 아니었다. 그가 영화 마케팅에 뛰어든 건 대학 시절에 <접속>의 참신한 마케팅 사례를 보고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영화 수입에 관한 업무를 하게 됐고 영화 수입사까지 차리게 됐다. 영화학도도, 시네필도 아니라서 ‘어떤 감독의 작품인가’보단 ‘이 작품 자체는 어떠한가’에 초점을 맞춘다. 물론 취향은 반영된다. <시스터>, <진저 앤 로사>, <프란시스 하> 등 여성성이 두드러지는 영화가 많다. 그런데 <폭스캐처>를 통해서 보다 확실히 알게 됐다. 섬세한 결을 품은 극적인 이야기에 끌린다는 것을, 그것이 그린나래미디어의 색깔일 수 있음을.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가 대부분 손해 보지 않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립적인 안목과 개인적인 취향의 균형을 잘 맞춘 영화적 선구안 덕분일지도 모른다.

유현택 대표의  그린나래미디어에서 수입한 영화 <프란시스 하>의 국내 포스터.
조시 로센, 콜린 턴스톨, 모건 콜레트
스노보더로 활동하던 조시 로센, 10년간 잡지계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해온 콜린 턴스톨,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8세 꼬마 때부터 서핑을 해온 모건 콜레트는 파티장에서 서핑에 대한 얘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곤 했다. 그러다 문득 왜 그들이 살고 사랑하는 도시 뉴욕엔 서핑 문화를 제대로 보여주는 곳이 없을까 의문을 품게 됐고, 결국 서핑을 화두로 한 실용적인 아이템을 판매하는 ‘새터데이 서프 NYC(Saturdays Surf NYC)’를 차리게 됐다. 시작은 서핑이었지만 음악, 파티, 도시처럼 세 사람이 좋아하는 관심사를 반영한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으로 차츰 매장을 빼곡히 채웠고 우연찮게 전 세계적으로 ‘서핑=쿨함’이라는 트렌드를 전파하는 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 이들은 현재 1년에 두 번 매거진을 발행하는데 주로 몸은 도시에 있지만 레저와 모험을 꿈꾸고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삶의 가치를 담고 있다. 좋아하는 것과 흥미로운 것이 모여 취향이 생기고 결국엔 문화를 선도하는 하나의 물줄기가 된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증명된다.

오사카에 들어선 ‘새터데이 서프  NYC’의 여섯 번째 매장 전경.
프랭크 뮤이젠
흔히 아이비리그 대학생 스타일로 대변되는 아메리칸 캐주얼로 클래식 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제이 크루(J.Crew)’에는 기본을 지키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줄 아는 남성적 매력이 있다. 이는 8년간 폴로 랄프 로렌의 디자이너로 활약하다 제이 크루의 남성복 헤드 디자이너로 자리를 옮긴 프랭크 뮤이젠의 공이다. 그는 제이 크루로 옮겨와 브랜드의 핏을 세련되게 다듬고, 브랜드 최초로 수트 라인을 론칭했으며 레드 윙, 바버, 벨스타프, 스페리, 레이밴과 같은 헤리티지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추진했다. 시류를 반영한 모던함을 브랜드 전반에 배치하는 데 앞장섰다(뉴 발란스와 함께 만든 998과 1400 스니커즈는 거의 완판됐다!). 하나의 거대 브랜드가 트렌드를 움직이는 데도 개인의 힘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건 제이 크루의 사례로 증명됐다. 프랭크 뮤이젠 스스로도 뿔테 안경과 데님 팬츠를 수 년째 불변의 스타일로 고수해 왔고, 세월의 흔적과 사연이 담긴 빈티지 러버로 인테리어에도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다.
Credit
- EDITORS 민용준
- 김나래 PHOTO 천영상
- KIM S. GON
- 최성현
- GETTY IMAGES
- 멀티비츠 DESIGN 최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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