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에베 & J.W앤더슨의 히어로 '조나단 앤더슨'
터프한 패션 비즈니스 업계에서 살아남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디자이너 3인.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이들을 위해 현실적이고 진솔한 조언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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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앤더슨,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J.W.앤더슨 설립자
나는 내가 꿈꾸던 직업을 가졌다 시그너처 브랜드와 럭셔리 하우스 로에베의 디렉터까지, 지루할 수 없는 일이기에 내겐 너무나 완벽하다. 이 일을 하고 있는 동안은 일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일을 일이라 생각하지 않기에 행복하다.
패션업계에 몸담으려면 경주마의 눈가리개와 같은 그 무엇이 필요하다 진지하게 패션 비즈니스를 하려면 한 가지 일에만 깊이 빠져선 안 된다는 의미다. 주어진 일을 마친 뒤에는 미련 없이 뒤돌아설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에 적당할 정도로만 관여해야지, 특정한 것에 필요 이상으로 빠지면 결국 방향성을 잃고 만다.
내게 수많은 멘토들이 있지만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이는 얼마 전에 타계한 스타일리스트이자 포토그래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누엘라 파베시(Manuela Pavesi)다 내게 처음으로 일을 준 사람이 그녀다. 패션 거장이 인생을 만들어나가는 방법을 아주 조금만이라도 따라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내가 들은 최고의 조언은 어떤 경우에도 타협하지 말라는 것이다 마누엘라가 내게 강조한 조언에 따라 난 누가 뭐라든 타협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 어떤 리뷰도 읽지 않았던 시절도 있다 그 기간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타협하지 않은 일이 옳았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말 때문에 타협하기 시작하는 순간 자신을 잃게 된다. 동시에, 비판을 올바른 방법으로 활용하면 좋은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둘을 분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로에베에서 일을 시작한 첫날, 이 회사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하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렸다면 좋았을 것이다(하하!) 덧붙여 J.W. 앤더슨의 경우엔 재정적 어려움뿐 아니라 관련 업체 사람들을 직접 상대하며 8년간 갖은 고생을 할 거라는 사실을 누군가 귀띔해 줬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하하하!).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패션 비즈니스에서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팀을 이끌어가는 방식을 알았더라면, 어떻게 비즈니스를 꾸려가야 하는지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어차피 실수를 통해 배워가는 것이니 신참 디자이너에게 도리가 있나?
내 커리어의 터닝 포인트는 2011년 F/W 컬렉션이다 페이즐리와 트위드가 등장했던 바로 그 시즌이다. 이른 아침, 서머싯 하우스의 조그만 방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열었는데, 의외의 매력이 사람들에게 어필한 것 같다. 그때 그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내 든든한 지원군이다. 물론 거대한 터닝 포인트는 내 브랜드 지분의 일부를 매각하고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것이다.
크게 실패한 경험이 없다 하지만 늘 작은 실패들과 맞닥트린다. 요즘은 쇼가 끝나면 이틀 동안 SNS 중독자마냥 모든 리뷰를 빠짐없이 읽으면서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고 단어 하나하나를 분석한다. 미치기 일보 직전에 빠져 나온 후 이렇게 생각한다.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다면 또 어쩌겠어. 자, 다음은 뭐지?’ 거기에서 더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게 바로 이 직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내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은 스타일리스트 벤저민 브루노(Benjamin Bruno)다 그가 무슨 말을 하면 늘 “바로 그거야!”로 응답한다.
최고의 아이디어는 깊은 밤에 떠오른다 책을 뒤적거리다가 ‘아, 이걸 해야겠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예전에는 존재했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찾으려 한다. 그래서 내 컬렉션은 늘 어떤 존재에 대한 반응이다. 디자이너는 이전 시즌과 전혀 다른 것을 내놓아야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 갈망하게 만들어야 한다.
스튜디오에 있는 것이 좋다 내가 원하는 모든 사람이 그 공간 안에 다 있으니까. 하지만 백스테이지에선 전혀 다른 감정에 휩싸인다. 쇼타임 전의 25분 동안, 모든 것이 근사하다고 느껴지다가 마침내 손댈 것 없이 완성된 듯한 순간이 오면 더 이상은 쳐다보기도 싫다. 그 순간 희열을 느낀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패션 월드에 남아 있을지 쫓겨날지를 판가름하는 매우 아리송한 선이다 처음엔 언론을 상대할 일이 이렇게 많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고, 나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가 내게서 제품을 구입하려면 나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냥 숨어 있을 수만은 없다. 익숙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다 디자이너는 지금 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동시대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패션은 이미지를 생산하는 일이고, 디자인의 성공 여부는 그것이 얼마나 많이 촬영되는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책과 잡지를 무척 많이 보는데, 시대를 초월해서 사라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미지들을 발견하곤 한다. 바로 그것이 디자이너가 찾는 것이다. 이브 생 로랑은 유일한 후회가 진을 발명하지 않은 것이라고 얘기했다. 화이트 셔츠나 티셔츠를 개발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 아이템들은 영원히 남을 것이기 때문에!
패션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내게는 다른 길이 없었다 배우가 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2년간 연기 수업을 받고 그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 로에베라는 브랜드에서 원하는 것을 실현하는 것이 내 목표이고, 나는 그 목표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한 해에 10개의 컬렉션을 완성해야 한다 이 컬렉션들이 그 시즌의 베스트 컬렉션이 되기만 한다면 내 커리어의 버킷 리스트가 이뤄지는 셈이다. 최고의 자리에 서지 못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최고 다음의 자리는 원치 않는다.
레이 가와쿠보를 존경한다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타협한 적이 없는 사람인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젊음을 만들어내는 능력자 칼 라거펠트도 존경한다. 패션 월드에 속한 모두가 영원한 젊음을 좇는다. 패션이란 젊음을 느끼고 기분 좋게 하는 것 아닌가? 두 사람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대정신을 담아낸다.
Credit
- WRITER REBECCA LOWTHORPE EDITOR 주가은 PHOTO WERZINSKI BRUNO(인물)
- IMAXTREE.COM(컬렉션) TRANSLATE 백지원 DESIGN 최인아
엘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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