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이 향수 고르는 법 | 엘르코리아 (ELLE KOREA)

고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이모에게 받은 안나 수이의 향수를 시작으로 최근의 딥티크까지. 총 50여 개의 향수를 지닌 나름 ‘컬렉터’지만 선택에 있어선 여전히 매장 직원의 따가운 눈총을 감당해야 하는 애송이 수준. 자신을 위해서든 사랑하는 이를 위한 선물이든 ‘향수’ 살 일 많은 2월. 후회 없이 향수 고르는 법을 짚어보았다. :: 겔랑,베라 왕,칼 라거펠트,시슬리,딥티크,디올,스페셜데이,일상,데이트,향수,쇼핑,엘르,엣진,elle.co.kr :: | :: 겔랑,베라 왕,칼 라거펠트,시슬리,딥티크

1 겔랑 엥솔랑스 블루민, 50ml, 10만3천원.2 베라 왕 플라워 프린세스, 30ml, 5만6천원.3 칼 라거펠트 캡슐 라이트, 30ml, 6만1천원.4 시슬리 오 뒤 스와르, 30ml, 13만2천원.5 딥티크 오 드 뚜왈렛 도손, 100ml, 15만8천원.6 프레쉬 씨트롱 드 빈, 100ml, 15만5천원.7 디올 어딕트2 오 프레쉬, 가격 미정.8 베라 왕 룩, 30ml, 5만9천원.9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에센스, 50ml, 10만5천원.10 장 폴 고티에 마담, 50ml, 8만9천원.11 티에리 뮈글러 앤젤, 25ml, 15만원.10년 간 없던 남자도 생기게 한다는 마성의 빅토리아 시크릿의 향수. 그것 하나 사보겠다고 나는 또 LA의 빅토리아 시크릿의 매장을 전전하고 있다. 하도 향을 맡았더니 정신이 혼미해져 이내 또 빈손으로 매장문을 나선다. “세금이 좀 더 낮은 뉴욕에 가면 사야지.” 몇주 후 소호, 타임스퀘어, 5번가의 모든 매장 투어를 마쳤지만 내 손에 들린 건 3개에 30달러짜리 팬티뿐이다. 친구는 “뭐가 그리 고민이냐. 대충 맡아보고 감이 오는 걸 고르면 되지”라고 핀잔을 줬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냔 말이다. 향수가 속옷보다 고르기 어려운 이유? 일단 속옷은 맘에 들지 않아도 나름 상황에 맞게 적당히 입을 수 있다. 편할 것 같아 샀는데 막상 아줌마 팬티 같아 보이면 생리 때 입으면 되고 ‘너무 밋밋한거 아냐?’ 싶은 건 에브리데이 용으로 딱, 예쁘긴 하지만 디테일이 지나치게 화려해 겉옷에 비친다면 ‘속옷만이 필요한 상황’에만 입으면 될 일 아닌가. 하지만 향수는 다르다. 모험 삼아 뿌려봤는데 나와 잘 어울리지 않을 때의 불쾌함은 이루 말할 길 없다. 최악의 상황으로 그날 처음 혹은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 그 향의 이미지로 나를 인지한다면? 한 번 뿌린 향수는 메이크업처럼 쉽게 수정할 수도 없다. 향수업체 케네스 그린 어소시에이츠(Kenneth Green Associates)의 CEO 케네스 그린에 따르면 “향수는 시간에 쫓기거나 혹은 순간의 판단 착오로 잘못 고를 확률이 아주 높다”고 조언한다. 이처럼 향수를 제대로 고르려면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법! 전문적인 조향사들이 전하는 향수 고르기 팁은 다음과 같다.SCENT OF STYLE“낯선 여자에게서 그의 향기를 느꼈다.” 당시 히트를 쳤던 한 화장품 광고 카피를 기억하는지? 모르긴 해도 그 남자, 자신과 궁합이 꼭 맞는 향수를 알고 이를 영악하게 이용한 선수일 거다. 다른 이들에게 나만의 향기로 기억된다는 건 참 흐뭇한 일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쉽나. 매일 같은 향수를 사용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그토록 잘 맞는 향을 어떻게 고르냔 말이다. “피부색, 개성, 드레스 센스, 라이프스타일 등은 우리의 향수 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치죠.”라고 영국의 향수 브랜드 밀러 해리스(Miller Harris)의 린 해리스가 말한다. 특히 패션 스타일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클래식한 수트 룩을 선호한다면 세미 오리엔탈, 플로럴 우디 향처럼 약간 무거운 향(나르시소 로드리게즈의 에센스, 끌로에의 인텐스, 페라가모의 F by F 블랙, 랑콤의 이프노즈 등)이,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스타일이라면 달콤한 플로럴 프루티 계열(마크 제이콥스의 데이지, 베라 왕의 플라워 프린세스, 롤리타 램피카 등)이, 캐주얼한 스타일에겐 가벼운 시트러스 혹은 워터리 계열의 향(이세이 미야케 로디세이, 엘리자베스 아덴 그린티, 캘빈클라인 ck one, 버버리의 비트 등)이 잘 맞는 식. 하지만 역발상도 재미있다. 딥티크 교육부의 한현종은 향수를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는 데 이용해보라고 제안한다. “차갑고 날카로운 인상이라면 달콤한 플로럴 계열의 향수를 뿌려 이미지를 중화할 수 있죠.” 외형적인 모습과는 상반되는 향으로 의외의 매력을 발휘해 보는 것도 좋을 듯. TEST OF TIME레 샹뙤르(Les Senteurs)의 제임스 크라벤은 ‘절대 빠르게 결정하지 말 것’을 조언한다. “좋은 향수는 처음과 중간, 끝의 향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백화점에 입점된 빅 브랜드의 향수를 고를 경우, 샘플들을 수집한 뒤 집에 와서 천천히 테스트를 해볼 필요가 있다. 매장에 온갖 향들이 믹싱돼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향수를 전혀 뿌리지 않은 채로 후각이 가장 발달된 초저녁에 매장을 찾을 것. 염두에 둔 향수를 손목 안쪽에 뿌린 뒤 30분~1시간 정도 윈도 쇼핑을 즐겨라. 가장 중요한 것은 라스트 노트로 내 체취와 잘 어울어진 잔향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 “손목 안쪽에 테스트할 땐, 절대 문지르지 마세요. 정교한 노트들이 파괴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분명 ‘이 향도 좋고 저 향도 좋은데....’라며 갈팡질팡하는 나같은 성격도 있을 것이다. 해답을 얻기 위해 갈리마드 갈리마드 퍼퓸 스튜디오의 정미순 원장을 찾았다. 대뜸 그녀는 내게 소개팅의 상대남처럼 나의 성격과 스타일, 선호하는 향 등등 기본적인 질문들을 던졌다. “그래요. 어디 한 번 찾아볼까요.” 수백 개의 향수 중 10가지 정도 꺼낸다. 실제로 내가 즐겨 쓰는(혹은 쓰던) 향수도 있고, 한 번도 맡아 보지 못한 향수도 있다. “자, 왼손으로 향수를 쥔 채 오른손의 엄지와 검지를 붙여 링을 만드세요.” 말로만 듣던 오링 테스트를 하는 것이다! ‘이게 과연 믿을 만한가?’ 라는 의구심과 함께 그녀를 따랐다. 신기하게도 ‘된다’! 평소 즐기는 파우더리하고 가벼운 우디, 플로럴 계열의 랑콤 미라클, 샤넬 no 5, 까사렐 아나이스, 노아를 테스트할 땐 꿈쩍도 않던 손가락이 그동안 질색했던 향이었던 관능적이고 무겁고, 달콤한 향수를 쥐자 나도 모르게 떨어지는 게 아닌가. 순간 그녀가 허경영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믿을 수 없다는 나의 표정에 그녀는 “그럼, 전혀 모르는 향수로 테스트해 보죠.”라고 제안. 손가락이 떨어지긴 했지만 꽤 시간이 걸린다. 향을 맡아보니 나쁘진 않지만 시원한 느낌이 가미돼 ‘So So’ 점수를 주고 싶은 향. 사람의 체질과 향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오감은 서로 연결돼 있기에 가능한 일.PHEROMONE EFFECT‘옮기다’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pherein’과 ‘흥분’을 뜻하는 ‘horman’이 합쳐진 페로몬. 페로몬 향수는 동물이 페로몬 물질을 이용,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이성을 유인하는 데서 착안해 만들어낸 향수다. 그렇다면 정말 그 효과가 있을까? “페로몬 효과를 이성을 유혹해내는 것이라고 포괄적으로 정의한다면 물론이죠. 사실 향수의 궁극적인 목적은 상대방, 특히 이성에게 어필하기 위함이니까요.” 정미순 원장에 의하면 현대에 와선 각종 외부 환경, 공해 등으로 인해 페로몬이라는 성분을 감지할 수 있는 인간의 센스가 많이 퇴화됐다고. “하지만 분명 본능적으로 센싱은 하죠. ‘왠지 첫눈에 끌렸다’는 현상을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증명할 순 없지만 일종의 ‘촉’을 자극한다고 할까요?” 그렇다면 페로몬 향수는 무엇일까? “머스크 향수가 가장 일반적입니다. 사람은 보통 본연의 아름다운 체취에 가장 끌리게 마련인데(영화 에서 최고의 향을 만들기 위해 그르누이가 처녀들을 살해한 이유!) 가장 가까운 향이 바로 머스크거든요. 때문에 거의 모든 향수의 베이스는 머스크로 이뤄져 있고요.” 키엘의 오리지널 머스크 향수를 애용하는 한 남성은 어느 날 친한 (남자)친구에게서 “내가 여자였다면 오늘 너와 밤을 보냈을 것.”이라는 고백을 들었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전하기도. PERFECT GIFT“밸런타인데이 따윈 개나 주라지!”라고 톡 쏘아 붙이지만 ‘그래도 형식적인 선물은 해야 하나?’는 소심함에 결국 손에 쥐는 것은 향수이기 마련이다. 너무 저렴하지도, 그렇다고 부담스럽지도 않은 가격에, 그 이름 앞엔 고귀한 디자이너 레이블까지 붙었으니 있어 보이겠다, 보틀 디자인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이보다 더 좋은 선물 아이템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그래, 향수로 하자’는 결심처럼 어떤 향수를 고를 것인지는 생각만큼 만만한 일은 아니다. 누군가를 위해 완벽한 향을 고른다는 건 정말이지 굉장한 리스크가 따르니까. “다른 사람이 쓸 향수를 고를 때는 이미 그들이 무얼 사용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해요.” 딥티크의 조향사 올리비에 페체(Olivier Pescheux)의 말이다. 미리 알아낼 도리가 없다면? “가능하면 친숙하고 가벼운 계열의 향을 고르는 게 안전하죠.” 조금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려면 시즌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나온 향수들을 눈여겨볼 것. 디올 어딕트2 오 프레쉬나 겔랑 엥소랑스 블루밍 에디션처럼 기존 제품을 리뉴얼해 새롭게 출시한 경우, 기존 제품이 그만큼 대중적인 인기가 있었다는 증거. 또 랄프 로렌 폴로 블루 RWB 향수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이니셜을 무료로 새겨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이 사실만은 잊지 말자. “선물인 만큼 기본적으로 보틀이 예쁜 것이 좋겠죠. 설사 그 향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소장용으로 간직하기 좋으니까요.” 정미순 원장의 조언이다.*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2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