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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배우, 김소현

소녀의 나이, 어른의 얼굴을 한 김소현을 만났다.

프로필 by ELLE 2014.10.12

 

니트 풀오버는 Jil Sander. 레이저커팅 풀 스커트는 Post December.

 

 

 

 

 

 

크롭트 니트 톱은 Athe Vanessa Bruno. 메탈 스커트는 Jil Sander. 로즈골드 링과 뱅글은 Maria Black by Boon the Shop.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중학교 3학년인데 이토록 성숙한 얼굴이라니 다들 제가 고2는 된 줄 아세요. 저도 차라리 고등학생이면 좋겠어요. 나이가 들어 보이는데 실제론 어리니까 조금 어정쩡해요.

 

10년 뒤엔 그런 말 안 할 걸요 그렇겠죠? 지금을 그리워하겠죠!

 

처음 스튜디오에 들어올 때 너무 얌전해서 인터뷰할 때 말 한 마디 없을까 봐 걱정했어요. 원래 좀 차분한 성격인가 봐요 아니에요. 교복 입고 학교 갈 땐 절대 차분하지 않아요. 때에 따라 좀 달라요. 촬영할 때 컨트롤을 못하면 집중력이 떨어지니까 조금 노력하는 것뿐이에요.

 

용인에 살고 있다고요? 방송국이나 촬영장을 오가기 불편하지 않나요 극과 극의 로케이션으로 돌아다닐 때가 많아서 안 그래도 지금 이사를 고민 중이에요. 요즘 일과는 어때요 촬영이 없을 땐 집에서 책 읽고 노래 들어요. 아, 최근에 노래 부를 일이 생겨서 같은 소속사의 아이돌 언니들 연습실에 가서 틈날 때마다 노래 연습도 해요. <수상한 가정부>에 이어 지금 OCN에서 방송중인 드라마 <리셋>에서도 OST를 부르게 됐거든요.

 

음악 방송 MC에 이어 OST까지, 팔방미인이 따로 없네요 사실 저는 누가 ‘해봐’라고 시키지 않는 이상 잘 나서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선뜻 엄두가 안 나서요. 막상 하라고 하면 어쨌든 해내야 하니까 연습하게 되거든요. 이번에도 좋은 기회가 먼저 찾아와서 도전하게 됐어요.

 

적극적인 편은 아닌가 봐요 제 관심 분야인지 아닌지에 따라 차이가 있어요. 재미가 있어야 덤벼들어요.

 

왠지 여자 형제가 있을 것 같은데 남동생이 있어요. 연년생이라 같은 학교에 다녀요. 친구들은 다 남매인 줄 알죠. 남동생은 ‘여자 김소현’ 아니에요 눈이 닮았어요. 근데 동생이 더 서구적으로 생겼어요. 남자앤데 쌍꺼풀이 진하고 속눈썹이 길게 올라갔어요. 학교에선 절대 제 얘기 안 해요. 누나 자랑 먼저 한 일이 없어요.

 

왜 그럴까요 지금 사춘기거든요. 집에선 말도 잘 안 해요. 동생이 잘못할 때면 제가 왜 그렇게 행동했냐고 뭐라 하는데 그러면 동생이 막 화내요. 저보다 덩치 큰 애를 이길 수 없으니까 그냥 친구처럼 얘기를 많이 들어주려고 해요.

 

사춘기는 아직 안 왔나요 저요? 온 것 같아요. 아니, 안 온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웃음). 신호가 없어요 요즘 부쩍 감정 기복이 심해요. 혼자 있을 때나 샤워할 때 생각도 많아졌고요. 제가 자신을 인터뷰하는 것처럼 속으로 얘기해요. 거의 매일 샤워할 때마다 그러는데 생각이 정리되는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주로 일과 관련된 생각인가요 아직 어리다 보니 일이라고 얘기하는 게 조금 부끄러워요. 그저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연기 외에 하고 싶은 건 없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는 정도예요.

 

16세면 한창 복잡할 나이죠 특히 이번 드라마 하면서 더 복잡해졌어요. 제가 <리셋>에서 가장 어리거든요. 전부 선배님, 선생님이니 많이 배우지만 거꾸로 부족한 걸 많이 느껴요. 처음엔 못한다고 자책만 했었는데 차츰 선배님들이 해주시는 조언을 들으면서 나아졌어요. 말하는 것보다 듣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많이 배우고 싶으니까요.

 

천정명 씨와 출연하는 <리셋>에서는 우진(천정명)의 첫사랑 승희와 비행 청소년인 은비를 동시에 연기해요. 특히 은비는 평소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날라리 역할이에요 첫 등장부터 강렬하죠? 진하게 눈 화장 하고 나와서 검사인 우진 앞에서 막 울면서 살인 누명을 벗겨달라고 애원하잖아요. 드라마에 구체적인 장면이 나오진 않지만 술집에서 마약을 한다는 설정도 있고요. 은비처럼 이런 일을 겪을 일이 없어서 무슨 느낌인진 대략 알겠는데 연기로 표현했을 때 이게 과연 맞을까 싶어서 걱정이 컸죠. 이번에 경험 부족을 절실하게 느꼈어요. 제가 너무 곱게 큰 것 같아요. 성인이 된 후에 연기를 시작했으면 ‘알바’도 해가면서 힘든 세상살이도 겪어봤을 텐데. 엄마가 ‘오냐, 오냐’ 하진 않는데 어찌 됐든 불편함 없이 다 알아서 관리해 주는 삶 속에서 자랐으니까 거칠게 뒹굴 일이 없었죠. 그래서 주변을 잘 살펴보고 관찰을 많이 하려고 해요.

 

존재를 알 수 없는 X의 계속되는 살인 예고를 쫓아 해결해 나간다는 <리셋>의 스토리가 묵직하게 다가와요 막 신나게 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에요. 회가 거듭해 갈수록 내용이 무거워지잖아요.

 

10회 분량이라 흐름도 빠르더라고요. 스릴러는 이번이 처음이죠? 역할 몰입을 위해 노력 중인 부분이 있다면요 1, 2회를 보니 제 연기가 아쉬웠어요. 드라마 촬영을 낮에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때때로 밤, 새벽까지 촬영이 이어지니까 체력이 안 받쳐주면 집중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정도 근력이나, 기초 체력을 다져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헬스장에 다니고 있어요.

 

상대 역인 천정명 씨와는 19세 차이라고 들었어요 깜짝 놀란 게 저와 (노)홍철 오빠 나이가 스무 살 차이거든요. 근데 정명 오빠와는 그렇게까지 나이 차이가 안 나 보이잖아요. 정명 오빠가 굉장히 동안인 거죠. 저는 또 나이보다 살짝 성숙해 보여서 호흡을 맞추는 데 무리가 없어요.

 

삼촌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 아니에요 오빠죠(웃음). 혼나요.

 

여러모로 현장에서 예쁨 많이 받을 것 같아요 그것 보다 정명 오빠가 이렇게 맞춰보면 어떨까 저렇게 맞춰보면 어떨까 하고 먼저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조용히 혼자 현장에서 대본 보고 생각도 많이 하시는데 그런 모습이 멋있는 것 같아요.

 

손에서 대본을 떼는 법이 없다고 들었어요. 어릴 때부터 엄마와 집 거실에 앉아 연습했다면서요 저는 촬영현장이 아니라 집에서 더 대본을 많이 읽는 편이에요. 현장 공기는 특유의 냄새가 있어요. 나무 냄새 같은 건데 그걸 맡으면 진정이 된 달까요. 스태프가 있는 현장에선 온전히 마음을 가라앉힌 채 촬영에 들어가고 싶어서 주로 집에서 대본을 읽고 가요.

 

카메라가 어마 무시하게 많잖아요. 솔직히 미치지 않으면 못할 것 같아요 ‘슛’ 들어가면 못 느껴요. 초반엔 눈치 많이 봤어요. 지금도 가끔씩 느낄 때가 있어요. 연기에 집중하다 한번 확 돌아봤는데 전부 나만 쳐다보고 있구나 싶어서 더 잘해야겠다 했죠.

 

연기는 언제 시작했나요 여덟 살 때부터요. 보조 출연만 100번 넘게 한 것 같아요. 작은 역할만 맡다가 2008년 <전설의 고향>에서 처음 주연으로 연기하게 됐어요. 그게 열 살 때예요.

 

오디션 보러 다닌 건 본인 의지였나요 처음엔 궁금했어요. 연기가 하고 싶다 이런 마음보다 ‘어떻게 하면 저 사람들처럼 TV에 나오지?’란 호기심에서 출발하게 됐죠. 그러다 아역 배우라면 다 아는 연기학원에 발을 들여놨다 오디션까지 보게 됐고요. 하나 둘 계속 연결 고리가 생긴 것 같아요.

 

가장 인상 깊은 오디션 기억이 있다면요 두 번째로 오디션 봤던 작품이 영화 <파괴된 사나이>였어요. 그때 5차까지 오디션을 봤는데 연극 무대에서 연기 하는 게 마지막 관문이었어요. 너무 긴장했는지 오디션 끝나고 지하철 타고 울면서 갔죠. 근데 집에 도착하기 전에 ‘합격했으니까 다시 돌아오라’는 전화를 받은 거예요! 너무 행복했어요. 그 시기에 제일 많이 노력한 것 같아요.

 

뭔가에 그토록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대단해요 지금 생각하면 약간 미쳤던 것 같아요. 다크 서클 만든다고 며칠 동안 밤도 새웠거든요.

 

한 분야에서 오래 실력을 쌓은 전문가들은 보통 버티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해요. 누구나 열정적인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그 마음이 옅어지니까요 맞아요. 저도 어렸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단 거였어요. 아무런 성과 없이 엄마 차 타고 계속 돌아다니면서 엄마 돈을 계속 쓰는 거잖아요.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내가 배우가 될 수 있나 싶었어요. 엄마한테도 미안하고 동생한테도 미안해서 거의 매일 밤마다 울었어요. 엄마가 “넌 할 수 있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강하게 말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버티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도 이제 김소현 하면 사람들이 다 알잖아요 여전히 불안해요. 제가 성인이 될 쯤엔 또 얼마나 예쁘고 연기 잘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생각하면요. 지금부터라도 관리를 잘해야겠다 싶죠.

 

<해를 품은 달>에서 야망 있는 보경이를 정말 얄밉게 잘 연기한 소현 씨의 존재감이 강했어요 저는 보경이가 참 불쌍했어요. 부모님에게도, 좋아하는 남자에게도 제대로 된 사랑을 못 받잖아요. 첫 회가 방송 된 후에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 들어가봤거든요. 거긴 정말 살벌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욕인 거예요. 하물며 ‘보경이 너무 못생겨서 싫다’는 내용도 있었어요. 선배님들이 “네가 정말 못되게 연기를 잘해서 욕하는 거다. 잘했다”고 해주셔서 금세 기분이 좋아졌죠.

 

사연 많은 눈물 연기가 일품인 것 같아요. 특히 <보고 싶다>에서 상대 역할인 (여)진구 씨와의 연기 시너지가 엄청 났어요 그 드라마를 정말 어떻게 찍었나 싶어요. 많이 슬펐어요. 아역 마지막 회엔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감정 잡는 게 어려웠어요. 안 좋은 사건, 공포 정도로만 이해하고 연기를 하려니 미치겠더라고요. 마지막에 피 묻히고 누워 있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이틀 내내 찍은 마지막 신이었어요. 눈물 한 방울만 떨어지면 끝나는데 너무 지쳐 그게 잘 안 됐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역할을 연기함으로써 사회에서 더이상 안 좋은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자각도 하고 스스로 많이 성숙해진 것 같아요.

 

감정 곡선이 남다른 것 같아요 감정 이입이 워낙 잘 되는 편이라서 슬픈 작품을 잘 못 봐요. 영화 <돈 크라이 마미>도 도저히 못 보겠더라고요. 옛날엔 우울할 때에는 우울한 노래 찾아 들었는데 사람이 너무 무기력해지더라고요. 그건 아니다 싶어 이젠 신나는 노래를 찾아 들어요.

 

요즘 김소현의 플레이리스트엔 어떤 노래가 담겼나요 가요를 많이 들어요. 중독성 있어서 아이돌 뮤지션 노래도 좋아하고요. 신나잖아요. 가장 많이 듣는 건 브라운 아이즈, SG 워너비, 브루노 마스 노래들이에요. 연예계에서 친한 친구는 누군가요 MBC <쇼! 음악중심>의 MC를 같이 보는 샤이니 민호 오빠, 그리고 <해를 품은 달>에 같이 출연했던 임시완 오빠와 친해요. 시완 오빠는 완전 바른 생활 사나이에요. 말하는 것도 할아버지처럼 느리고요. 뭔가 아이돌 같지 않아요.

 

혹시 롤 모델이 있다면요 딱 한 분이 있는데요. 손예진 언니요. 언니처럼 벽을 넘어 새로운 장르에 자꾸 도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who’s she
1999년 출생. 2008년 <전설의 고향>으로 데뷔. <해를 품은 달>, <보고 싶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같은 다수의 드라마에서 존재감 강한 아역으로 출연, 차세대 스타 배우를 예고한 바 있다. 현재 OCN의 드라마 <리셋>에 캐스팅돼 나이답지 않은 어른스러운 연기로 호평을 얻고 있다.

 

 

 

Credit

  • editor 김나래
  • stylist 서정은
  • make-up 류현정
  • hair 이선영
  • photo 유영규
  • design 하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