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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은 진중한 사람

보여지는 것보다 목소리나 말투에서 더 많은 것을 ‘직감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느릿하면서도 진중한 저음의 목소리, 드라마 <삼총사>의 비밀병기가 될 정해인이 바로 그렇다.

프로필 by ELLE 2014.09.22

 

베이식한 디자인의 아우터웨어와 안에 입은 터틀넥, 플라워 프린트 팬츠는 모두 Kimseoryong Homme.

 

 

 

 

 

 

 

그러데이션된 컬러와 패턴이 돋보이는 니트 톱은 Antony Morato, 팬츠는 Hugo, 모자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메탈릭한 소재의 아우터웨어와 안에 입은 화이트 톱은 모두 Entrofe. 블랙 팬츠와 벨트는 모두 System Homme. 슈즈는 Saera.

 

 

‘선하다’는 단어가 떠오르는 첫인상 뒤에 여러 가지 이미지가 스쳐 지나가는 얼굴. 아직 카메라가 어색해 보이는 순간에도 ‘이야기를 던지는 듯한’ 눈빛은 이미 배우다웠다. 8월 17일 첫 방송을 시작하는 tvN 드라마 <삼총사>는 12회씩 총 3개 시즌으로 제작되는 시즌제 드라마. 웰메이드 드라마의 표본이 된 <나인>의 송재정 작가와 제작진이 의기투합한 이 화제의 작품에서 도드라지는 ‘뉴 페이스’가 정해인이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의 모티프를 조선시대로 가져온 이 액션 활극에서 그는 ‘삼총사’ 중 하나인 꽃미남 무사 ‘안민서’를 연기한다. 스물일곱 살이란 적지 않은 나이에 데뷔해 단숨에 남들이 탐낼 만한 기회를 거머쥔 그에게서 ‘준비된 자’의 겸손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첫 방송 직후 포털 검색어 순위에 그의 이름이 오르내릴 것 같은 예감이 더욱 짙어졌다.

 

지방 촬영지에서 방금 올라왔다고. 남자들의 향기가 물씬 나는 현장이겠다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다. 촬영 들어가기 전, 한 달 동안 다 함께 승마랑 검술을 배웠다. 남자들은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하면 빨리 친해지지 않나. 그리고 양동근, 이진욱 선배님들이 앞장서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주신다. ‘박달향’ 역을 맡은 용화(씨엔블루 정용화)는 같은 회사지만 서로 어색한 면이 없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주 가까워졌다. 용화가 정이 많다.

 

뒤마의 <삼총사>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나 어릴 때 만화로 접했다. <삼총사>가 실은 ‘달타냥과 삼총사’의 이야기인 것처럼 우리 드라마도 ‘사총사’가 주인공이다. 내가 맡은 역할은 소현세자를 지키는 승려 출신의 무사 ‘안민서’. 과묵하고 사색을 즐기는 캐릭터인데 실제의 나와 비슷하다. 평소 말수가 적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편이다. 야행성이라 밤에 집에서 노는 걸 좋아하고, 혼자서 고깃집에 가서 고기도 잘 먹는다.

 

연기자가 되는 게 꿈이었나 아니, 10대 시절 연예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사고 쳐서 부모님을 괴롭게 한 적도 없고 성적도 반에서 중간 정도인, 말 그대로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고3이 되니 진로에 대해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수능시험이 끝난 직후 우연히 모 에이전시에 의해 길거리 캐스팅 제안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방송연예학과에 지원하게 됐다. 한 달 동안 실기 준비를 하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내 안에 억눌려 있던 무언가가 탈출구를 찾은 것 같았다.

 

갑작스러운 선택에 주변에서 놀랐겠다 ‘생뚱맞게’ 연기를 하겠다니까 당연히 부모님은 반대했다. 대학에 들어가서 했던 첫 공연이 <그리스>였는데 그때 부모님이 와서 보고는 인정해 주셨다. 군대 다녀온 뒤에도 과연 이 길을 선택해서 ‘밥 벌어먹고 살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으나, 지난해 현재 회사와 계약한 후에는 목표가 명확해졌다. 그나저나 <그리스>에서 ‘로저’ 역할을 맡아 실제로 엉덩이를 깠는데, 학교에 자료가 남아 있을 것 같아 걱정이다. 찾아서 불태우고 싶다(웃음).

 

올해 초에 드라마 <백년의 신부>로 데뷔했다. 첫 촬영의 기억은 정신 없었다. 수많은 스태프와 카메라 앞에 섰을 때의 떨림과 두려움을 잊지 못한다. 와인 잔을 잡고 연기하는 데 손이 벌벌 떨렸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을까, 저 사람은 무슨 역할을 하는 사람일까,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독립장편영화 <레디 액션 청춘-훈련소 가는 길>에도 출연했다 드라마 촬영장의 긴장감을 영화를 통해서 풀 수 있었다. 박가희 감독님이 나랑 동갑이었고 현장이 정말 편안했다. 카메라 앞에서 ‘그냥 놀았다’. 함께 출연한 ‘구원’이란 친구가 밤샘 촬영 중에 갑자기 “아,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는데, 그 순간의 찌릿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삼총사>에 합류하게 된 건 누가 봐도 커다란 기회일 듯. 캐스팅의 비결은 일단 오디션을 보고 나왔을 때 아쉽거나 후회스러운 기분이 들지 않았다. 나름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그런 점을 감독님과 작가님이 좋게 봐준 것 같다. 리딩을 끝내고 나니 작가님이 “사극을 하기 위해 타고난 목소리”라고 하셨다. 회사에서 좋은 기회를 가져다줬고, 그 기회를 내가 놓치지 않고 잘 잡은 것 같다.

 

점잖게 자기자랑을 잘한다 그런가? ‘자기 PR 시대’니까.

 

배우로서 자신의 외모는 맘에 드나 뚜렷하게 잘생긴 얼굴이 아니어서 맘에 든다. 얼굴 안에 다양한 느낌이 있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듣곤 한다. 어떤 때는 정말 못생겨 보인다. 특히 술 먹은 다음 날 아침에는 못 봐줄 정도다. 다른 남자들도 그렇겠지만 샤워하고 나서 거울 볼 때가 제일 괜찮아 보이고.

 

스물일곱 살, 아이돌 출신 배우에 비하면 늦은 시작이다 초조하진 않다.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기쁘다. 남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그 동안 다른 경험들을 쌓아왔다는 점에서 득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다만 20대가 가기 전에 청춘 영화 속의 젊고 뜨거운 연기를 해보고 싶다. 그런 역할을 맡았을 때 도움이 될 만한 연애담이 있나 글쎄, 연애 경험이 많진 않다. 군대 다녀와서 스물세 살에 처음 여자친구를 사귀었다. 그런 면에서 ‘안민서’랑 좀 닮았다. 캐릭터 설명을 보면 “기생들의 사랑을 받으나 아무에게나 함부로 눈길 주지 않는다”고 써 있다(웃음).

 

미남이 연애를 ‘별로’ 못한 이유는 뭘까 남중·남고를 다녔고 대학에 와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별로 관심을 두지 못했다. 연애 횟수는 적지만 길게 만난 편이다. 짧게 보려면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성은 자기관리를 잘하는 여자? 일과 운동, 인간관계 등 여러 면에서 두루두루. 풀어질 땐 풀어지더라도, 스스로를 바짝 당길 때는 당길 줄 아는 사람이 멋져 보인다.

 

삼총사처럼 어울리는 친구들이 있나 10년 지기 고등학교 친구들이 있다. ‘안민서’처럼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친구들과 있을 때는 ‘허승포’(<삼총사>에서 양동근이 맡은 풍류 무사)가 된다. 특히 술자리에서 그렇다. 술은 좋아하지만 ‘의미 없는’ 술자리는 싫어한다. 좋은 일, 축하할 일 있을 때 여럿이 함께하는 술자리가 좋더라.

 

마음에 그리고 있는 배우상은 간단히 답하자면 ‘착한 배우’이고 싶다. 또 착한 배우이기 전에 착한 사람이고 싶다. 연기할 때든 일상에서든 다른 사람들에게 배려심이 있는 사람. 악인은 선량한 사람을 연기할 수 없지만, 선량한 사람은 악인을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치기 어린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1회부터 비중이 적지 않다고. 세상에 ‘정해인’이란 사람을 노출할 각오는 돼 있나 어느 정도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배우라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직업이니, 대중의 시선이나 미디어의 관심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려워한다면…. 이 일을 계속 못하겠지. 설령 유명해지더라도 눈치보지 않고 혼자 고기 먹으러 다닐 거다(웃음).

 

 

 

Credit

  • editor 김아름 stylist 김봉법 Hair&make-up 양형심
  • 유명옥
  • 양소희 photo 김도원 design 하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