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동그라미 그리려다 절로 그려지는 얼굴들

남자 여섯, 여자 여섯. 12명의 필자가 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영 스타들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고백했다. 누구에게는 첫사랑의 추억, 또 누구에게는 동경과 흠모의 대상인 꽃다운 스타들. 동그라미 그리려다 절로 그려지는 얼굴들.

프로필 by ELLE 2010.02.17

최다니엘
황정음과 키스하는 이지훈을 보고 소리 없이 탄식했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수선 떠는 황정음을 다시 끌어당겨 입을 맞추는 이지훈을 보며 소리내어 또 탄식했다. 가슴이 그렇게 뛰다가는 부정맥이라도 올까봐 물을 마셨다. 그에게는 여자들이 환호하도록 작정하고 만들어놓은 캐릭터나 무슨 역할을 하더라도 빛이나게 멋진 배우들이 주는 안구정화용 감동과는 다른 어떤 것이 있다. 이지훈을 최다니엘이라고 하지 않고 ‘그’라고 한 것은 ‘그들이 사는 세상’의 양수경, 혹은 기억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을 ‘잘했군 잘했어’의 이은혁, ‘되고송’의 부장님 몰래 땡땡이 치던 그 남자는 그의 본명인 최다니엘일망정 이지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무리 여기저기서 ‘머리빨’과 ‘안경빨’이라는 말로 이지훈의 환골탈태를 환기시켜도, 이지훈을 입은 최다니엘은 멋있기만 하다. 그려놓은 듯 잘 생긴 얼굴도 아니고, 당장 만져보고 싶은 근육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지훈은 이런 류만을 좋아하는 여자들의 취향의 완벽한 집대성, 그 자체다. 미친 듯 열심히 일하고, 천재처럼 똑똑한데 잘난 척은 없고, 세상만사에 아무 관심 없어 보이는데 가슴은 따뜻하고, 무미건조한데 자신의 여자에게만은 유쾌하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잘났다는 것을 아는 척하지 않는 남자. 최다니엘이 다시 이지훈을 벗게 되어, 작지만 그윽한 눈빛이 부장님을 찾던 하회탈 눈으로 돌아가고, 끌어 안아보고 싶은 머리카락이 냄새날 것 같은 양수경의 불쏘시개 머리가 된다해도 이지훈으로 완벽 변신했던 그 ‘영예’는 그의 일생을 빛나게 할 것이다. 장동건이나 정우성이 아닌, 이지훈 같은 남자를 좋아하는 취향의 여자들이 차고 넘치게 많으니까. 최다니엘이 했기 때문에 완벽하게 구현되었다는 것을 아는 여자들도 또 그만큼 되니까.
조경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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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영 이지훈이 황정음을 ‘여자친구’라고 칭하는 순간, 내 여자친구는 울었다. 참고로 나는 단 한 번도 내 여자친구를 ‘아는 여자’라고 소개해 본 적이 없다. 복장이 어찌 아니 터질 수가. 그래도 뭐, 최다니엘에게는 별 유감 없다. 저런 역할 후에 그 이미지를 벗어낸 배우를 이제껏 본 적이 없으니.
차우진 개인적으로 말없는 남자에 대한 로망이 있다. 내가 말이 많아서 그런 것인데 묵묵히 제 할일을 하는 '남자'가 근사해보인다. 딱 ‘지붕뚫고 하이킥’의 최다니엘, 아니 이지훈이다. 의사란 직업따윈 전혀 부럽지 않다(데이트도 못하지 않나!). 올해는 나도 말을 좀 줄여야겠다. 여자들이(여친님마저도) 그를 너무 많이 좋아하기 때문이다(쳇).
민희철 보통 여자가 보는 괜찮은 남자와 남자가 보는 괜찮은 남자는 외모나 성격에서 차이가 나기 마련인데, 최다니엘 경우에는 외모와 성격 모두 찬성표를 던지고 싶다.




유승호
지금 머릿속에서 오가는 생각을, 전혀 관리 안 되는 표정으로 생중계해주는 남자는 귀엽다. 아무리 뜯어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읽을 수 없는 남자는 어렵다. 귀여운 남자는 안아주고 싶고 어려운 남자에게는 안기고 싶다. 그게 여자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상관 없다. 적어도 나는 그런 여자니까. 드라마 ‘공부의 신’에서 카메라를 집어삼킬 듯 도전적인 시선으로 노려보는 유승호를 보다가, 지금 이 남자아이가 귀여운 남자와 어려운 남자의 경계에 서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길고 깊게 생긴 눈은 웃으면 곰살 맞게 감기면서도 힘 주어 상대를 응시하면 순식간에 새파란 결기로 빛난다. 한없이 다정하다가도 서릿발처럼 차고 매서운 표정을 한 얼굴에 가진 남자는 참으로 귀엽다가도 어렵다. 사실 안아주어야 할 지 안겨야 할 지 여자를 망설이게 만드는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퍼즐보다도 불가해한 존재다. 그리고 그 불가해한 매력을 거부할 수 있는 여자는 그리 많지 않다. 잠깐 한 눈을 판 사이 또랑또랑한 꼬마가 자작나무처럼 후리후리하고 서늘한 청년으로 자라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경이로울 뿐이다. 이제 ‘매사에 냉담한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심한 태도로 유독 나에게만 관심을 보이는 남자’ 신공만 익힌다면 ‘유혹의 신’(지금 이 마당에 공부가 문젠가!)쯤은 우습겠다. 승호야, 흐뭇하게 자라고 있구나. 누나는 늙고 있단다.   
신윤영?<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피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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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희 여자가 먼저 말 걸어주고 싶은 남자의 노하우를 유승호는 안다는 점에서 칭찬하고 싶다. 그렇지만 그건 용기있는 누나들에게만 먹힌다. 띠가 한 바퀴 돌아 서른 살의 유승호에도 여자들은 열광할까?
이정흠 간혹, 나도 어렸을 때는 꽤 어여뻤다는 주장을 하곤 한다. 지금이야 여자들이 안아주기도 안기기도 싫을, 망가질 대로 망가진 아저씨가 되었지만. 그래서 흐뭇하게 자라는 유승호를 지켜보는 건 나에게도 만만찮은 기쁨이다. 그건 내가 끝내는 도달하지 못한 영역에 대한 선망 같은 거다. 그러니 승호야, 계속 흐뭇하게 자라주렴.
이일섭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없는 남자는 좋다. 귀여운 남자도 분명 좋다. 하지만 그런 유승호가 진심으로 여자를 사랑해 줄 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는 자신의 이모를 사랑하는 비담의 순수를 정치적 발판에 이용한 악귀니까. 그에게는 정말 김춘추의 비열한 피가 흐르고 있는지 모른다.
민희철 “그 아이는 커서 어떻게 변할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유승호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아마도 죽이게 멋진 사람이 될 거야!”일 거다. 호언장담 할 수 있다. 성인이 되어 여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승호의 모습이 딱 그려진다.




샤이니 최민호
학창시절, 버스로 통학을 했다. 그리고 나에겐 중학교, 고등학교 6년간의 등굣길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일명 '버스 보이'가 있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우리가 나눈 대화라고는 고작 “가방 들어 드릴게요”와 “아...네... 감사합니다” 뿐이었다. 발렌타인데이 때 초콜릿을 만들었지만 끝내 전하지는 못했고 그의 여자친구가 되겠다는 꿈같은 건 아예 꾸지도 않았다. 푸른 깃의 교복을 입은, 약간 마르고 키가 꽤 컸던 그 아이는 여전히 내 십대의 공기를 불러오는 가장 빠른 버튼이다.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다가 순간, 열 여섯 소녀처럼 얼굴이 붉어졌다. 거기엔 나의 '버스 보이'가 줄리엣을 외치고 있었다. 약간 비대칭으로 일그러진, 그러나 크고 선한 눈과 온 세상의 빛을 다 머금은 듯한 미소. 글을 쓰는 것을 이미 ‘직업’으로 가진 정도의 나이라면, 누구라도 그에게는 누나일 것이다. 그러나 민호에 대한 마음은 여느 ‘연하남’에 대한 갈망과 다르다. 보통의 연하남이 '우쭈쭈쭈' 해주고 싶은 애완견 같은 귀여움이나, 아직 마초성이 자라나지 않은 위협적이지 않은 육신에 대한 선택이라면, 민호는 누나로서 사랑하게 되는 동생이 아니라 그 빛나던 소녀시절로 돌아가 흠모하고 싶은 또래의 동경체다. 십대 후반, 첫 마음을 품게 만든 소년의 이미지. 타임머신의 개발이 시급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백은하?<10 아시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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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희 잘생긴 외모는 베이스로 깔고 저마다의 개성으로 여성을 쥐었다 놓을 수 많은 남자 스타 사이에서, 잘 생겼다는 것 외에는 아직 그의 매력을 파악할 수 없다. 그래, 원시림을 발견한 걸로 쳐도, 어리석도다 여자들이여… 왜 SS501 데뷔 시절 김현중은 못 알아보고 <꽃남>때나 알아보나.., 최민호에게도 그럴 건가.
차우진 샤아니의 민호를 보고 문득 ‘미모에는 인종도 국적도 계급도 성별도 취향도 뛰어넘는 수준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 생각에 변함이 없다. 누가 봐도 잘생긴 얼굴이다. 이런 얼굴에 대해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2PM 옥택연
잘 생겼다. 밍밍한 꽃미남이 아니라 남자다운, 어딘가 드라마가 담겨 있는 얼굴이다. 그런데 그 얼굴에 별명은 ‘이빨 부자’다. 카리스마 무너지는 과거 사진이 캐도 캐도 나오는 광산이다. 키가 크다. 185cm라니 여자더러 하이힐 신는다고 눈치 줄 일은 없겠다. 체격도 좋다. 복근도 ‘진짜’란다. 츄리닝 하나만 걸치면 바로 <슬램덩크> 캐릭터로 변신한다. 그런데 그 좋은 옷걸이를 두고 신호등 패션을 고수한다. 안 그래도 눈에 띄는데 주황색 바지에 노란 티셔츠를 매치시키는 센스. 그러나 사실 남자가 패션에 너무 빠삭해도 부담스러운 법이다. 외부 경쟁자도 줄일 겸, 하나하나 바꿔 입히는 재미도 느낄 겸 그 정도면 괜찮다. 똑똑하다. 교포 출신이라 영어도 잘 하고 학교 성적도 좋았다니 늙은 누나가 뒷바라지 걱정할 일도 없겠다. 그런데 애교는 걸그룹 마스코트 멤버 수준이다. 그 덩치에 그 이목구비로 야옹이 흉내 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고 귀엽다. 게다가 어리다. ‘88올림픽’이 열리던 해 태어나 이제 갓 스물 셋이다. 그런데 동안이 대세인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얼굴로 데뷔 초 군필자라는 소문이 있었다. 수트를 입으면 샐러리맨 분위기가 나는 그의 또 다른 별명은 ‘옥대리’, 열두 살 위의 백지영과 함께 있어도 연하남이 아닌 그냥 남자로 보인다. 그러니 왠지 같이 다녀도 “이모님이세요?” 소리 들을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착각의 늪에서 헤어나올 길이 없다.
최지은?<10 아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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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 사실 '남자같은 남자'를 안 좋아한다. 그런데 요샌 달라졌다. 물론 옥택연 때문은 아니지만, 그는 남자다우면서도 소녀같은 면이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남자인 내가 봐도 이 친구는 근사하다. 몸도, 태도도, 말투도 다 근사하다. 10년 만 어렸다면 따라쟁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얼마나 촌스러웠을까!).
이정흠 잘 생겼다. 키 크고 체격도 좋다. 똑똑하다. 그런데 질투가 안 난다. 심지어 소녀시대 윤아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 소문 났을 때도 ‘너라면 괜찮다!’ 뭐, 그런 기분이었으니까. 몸을 던져 놀 줄 알고 뭐든 열심히 하는 이 성실하고 영리한 아이돌을 질투하는 건 찌질해 보인다는 자기검열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 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2월호를 참고하세요!

Credit

  • EDITOR YOO JOO HEE
  • 사진/일러스트: 이차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