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비 피케 셔츠는 Marni by Mue.
루스한 핏의 화이트 셔츠는 Wooyoungmi. 와이드 팬츠는 Acne Studios. 실버 펜던트 네크리스는 Kantique 1/4.
살다 살다 요즘 같은 폭염은 처음이에요. 드라마 <오늘의 탐정> 촬영이 한창인데 잘 견디고 있나요 뜨겁게 촬영하고 있어요(웃음). 아무래도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요. 너무 더우면 집중하기 힘들죠. 땀이 많이 나는 편이라 땀 때문에 NG가 나기도 해요. 신경 쓸 게 많아 여름보다 겨울에 촬영하는 게 더 편해요. 실제로 <저글러스>도 그랬고 겨울에 촬영한 작품이 많아요.
라디오 DJ를 맡기도 했고, 장르 가리지 않고 음악을 많이 듣는다면서요. 지금 연기하고 있는 ‘귀신까지 잡는 탐정’은 어떤 음악이 어울리는 캐릭터인가요 호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인 시아의 ‘I`′m in here’라는 곡이 있어요. 들어보면 알겠지만 노래 특유의 중저음이 제가 연기하는 ‘이다일’이라는 인물을 설명하는 힌트가 될 것 같아요. 촬영 초반이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없지만 한 번 봐서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가늠하기 어려워요. 오해를 살 수 있어도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어느 정도 인간적인 면모를 지녔다고 해둘게요.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입장에서 그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나요 일 끝나고 저녁에 맥주 한잔할 수 있는 사이? 막 친해지기 시작했어요. 빨리 가까워져야 할 텐데 이번 역할은 어려운 숙제 같아요. 보편적이지 않은 감정선을 표현하는 장면이 여럿 있어 지금도 고민 중이에요. 완벽하게 방정식을 이해하지 못한 채 방정식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 같아요.
최다니엘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을 거란 의미로 들려요 드라마는 호러, 판타지, 스릴러 요소가 섞여 있어요. 의문의 사건에 휘말려 위기를 겪는 캐릭터라 조금 더 진지하고, 절박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최다니엘 하면 로맨틱 코미디의 이미지가 커요. 장르물 속에서 어떤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있나요 스릴러는 기본적으로 사건으로 치닫는 인물들이 롤러코스터에 탄 것처럼 휩쓸려가요. 그런데 어떤 상황이든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존재해요. 치열한 직장생활에서 누군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 마음이 설레는 것처럼. 드라마의 굵직한 사건 사이에도 일상적인 이야기가 있어요. 그 부분이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미국에서 먹는 김치찌개에서 서울에 있는 식당의 김치찌개 맛이 났을 때 느껴지는 희열 같은 거랄까, 장르물에서 일상의 감정을 연기하니 재미있어요.
수염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야말로 파격 변신이에요 탐정 역할이기도 하고 캐릭터의 느낌이 잘 살 것 같아 제가 먼저 제안했어요. 원래 덥수룩하게 기르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준비 시간이 짧았어요. 저는 이 모습이 익숙해요. 쉴 때는 수염을 잘 안 깎고 옷도 대충 입고 다니거든요.
그간 단조롭지 않은 필모그래피를 쌓아왔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안경을 쓰고 말끔한 모습’의 최다니엘을 많이 떠올려요. 때문에 의외의 모습에 대한 반응이 클 거예요 외국영화에는 수염을 기른 남자 배우들이 많이 나와요. 그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기도 하고요. 그런데 동양인 배우가 수염을 기르면 어색하다거나 부자연스럽다고 보는 시선이 있어요. 그런 관념에 직접 부딪혀보고 싶었고 ‘내가 하면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첫 방송 후에 결과를 알겠지만, 테스트 촬영 때 기존 이미지와 달라서 좋다는 스태프들의 반응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대로 가자’고 결심을 굳혔어요.
자신의 아이디어를 관철시키는 건 상대방이 납득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해요. 설득에 능한가요 손대지 않고 코 푼다고 할 정도로 말주변이 뛰어나 일을 쉽게 처리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 부류와는 거리가 멀어요. 직설적이고 솔직한 편이에요. 가끔은 못 이기는 척 져주거나 잘 구슬릴 줄 알아야 하는데 본 것 그대로 말하고, 더우면 덥다고 해요.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상대방도 나를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그 결과물을 당장 보여줄 수 없으니 설득이 쉽진 않아요.
니트 셔츠는 Ports 1961.
아이보리 니트 셔츠는 Ports 1961. 체크 팬츠는 Calvin Klein by Mue.
평소 촉이 좋은가요 나쁘지 않다고 봐요. 아이돌 그룹 멤버의 이름은 다 모르지만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대중적인 코드가 무엇인지를 자주 찾아봐요.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나 해서요. 공부라면 공부인 거죠.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얼마 전까지 타인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자랑하는 것이 유행이었다면 지금은 과도기에 접어든 것 같아요. 자기과시적인 이미지에 대한 피로감이 커졌고 SNS를 끊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어요. ‘이런 모습까지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라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살면서 미스터리하거나 정답을 알고 싶은 게 있었나요 초등학교 1학년 때였을 거예요. 학교에 숙제를 안 해가서 선생님한테 엄청 야단맞은 적 있어요. 핑계가 아니라 당시 숙제를 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문득 ‘나는 왜 태어났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에 태어났는데 그 이유가 뭘까? 여기서 출발해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고민해 왔어요. 지금도 명확한 답을 찾진 못했지만 제가 누군가에게 쓰이고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게 감사하고, 정말 잘 쓰이고 있는지 걱정스럽기도 해요. 이것 말고도 궁금한 게 많아요.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소는 풀만 먹는데 어떻게 흰 우유가 나올까?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 사람은 없나요 톰 행크스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다른 배우들은 어떤 작업 과정을 거쳐 연기를 하는지 너무 궁금해요. 저는 연기하는 데 별로 특별한 게 없어요. 그래서 신들린 연기를 하는 배우들은 어떤 특별함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어요.
동료 배우들에게 물어보면 될 텐데요 다들 “그냥 하는 거지 뭐” 이렇게 말하니까 알 수 없어요.
똑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 할 건가요 아, 저도 그냥 하는 거 같아요. 특별한 공식은 없어요. 고민을 많이 하고 느낌대로 연기하려고 해요.
그래도 10년 넘게 연기하면서 하나쯤 노하우가 생기지 않았을까요 노련미가 생기긴 했어요. 일하다가 한 템포 쉴 때, 힘을 뺄 줄 아는 것과 ‘탱자탱자’ 노는 것과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어요. 이를 잘 조율할 줄 알아야 해요.
쉴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남들과 똑같아요. 아는 형들 만나서 당구 치고, 밥 먹고, 커피 마시면서 수다 떨어요. 보통 남자끼리 하는 이야기들 있잖아요. 시답지 않은 내용인데 하다 보면 시간이 잘 가는. 그러다 쌀국수 한 그릇씩 먹고 헤어져요. 원래 술이 약한 데다 무릎 수술을 한 뒤로는 술을 마시지 않아 특별한 에피소드도 없어요. “술 좋아하고 잘 놀 줄 알았는데 되게 밍밍하네”라는 얘기도 들어요.
사람들이 최다니엘에 대해 모르는 사실 중에서 한 가지를 알려준다면 청소를 잘 못하는 거? 빨래는 모아뒀다가 한꺼번에 해요. 그래서 건조대가 꽉 차 있어요.
요사이 심취해 있는 건 뭔가요 솔직함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요. ‘솔직함이란 뭘까?’ ‘그럼 나는 솔직한가?’ 예전에 확실하다고 판단했던 것들이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헷갈려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된 거죠.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진 않아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스트라이프 니트는 Polo Ralph Lauren. 화이트 팬츠는 Acne Studios. 플립플롭은 Island slipper by Beaker.
올리브 니트는 Acne Studios. 레이어드한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Saint Laurent by Mue. 데님 팬츠는 Ami by 10 Corso Como Seoul.
사랑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적 있나요 있어요. ‘이 사람 아니면 안 돼’라는 식으로 돌진했는데 요즘엔 이상하게 그런 마음이 안 들어요. 한눈에 반하는 경우도 없어요. 언제부턴가 연애에 투자하고 열렬히 노력하는 일련의 과정이 짐처럼 느껴지면서 ‘아니면 말고’ 식이 된 것 같아요. 신경 쓸 게 적어 편하긴 한데 다이내믹한 감정은 줄었어요.
그럼에도 사랑은 인생에서 필수인가요 그럼요. 남녀간의 사랑뿐 아니라 가족과 타인에 대한 이해와 사랑 모두 없어서는 안 돼요. 전에는 그런 생각이 약했는데 좋든 싫든 가까운 사람들의 존재가 힘이 돼주는 부분이 많아요. 특히 가족이 그래요. 크게 싸웠다가도 눈에 안 보이면 걱정되고 보고 싶어요.
일에 대한 사랑은 어때요 의식주와 직결돼 있어 일도 중요하긴 한데 타인과의 관계를 우선 순위에 두려고 해요. 일이 쟁취하고 싶은 거라면 사람들 사이의 사랑은 살면서 해야 하는 거예요.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의 일환으로 연기를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이룬 것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다행히 직업을 잃지 않았구나, 싶어요(웃음). 제가 일한 것에 비해 큰 사랑을 받기도 해서 감사해요. 요즘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요. 예전에는 촬영장에 형이나 누나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또래도 많고 선배, 오빠라는 호칭으로 불리면서 자연스럽게 책임감이 생겼어요. 직접 표현하지 않아도 저한테 의지하는 사람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진지하게 임하게 돼요.
배우로서 자신의 어떤 부분을 인정해 주고 싶나요 굳이 꼽는다면 끈기?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껴 ‘남보다 나는 좀 더 낮은 위치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어요. 어릴 때 진짜 말랐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몸이 엄청 좋아진 경우가 있잖아요. 자신의 부족함을 알면 그걸 채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돼요.
치트키를 쓸 수 있다면 어떤 능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싶나요 한 번 본 건 절대 안 잊어버리는 기억력. 대본을 잘 외우지만 어떤 상황이나 행동이 납득되지 않으면 대사가 안내문이나 경고문처럼 딱딱하게 느껴져요. 어떻게든 외우려 해도 잘 안 돼요. 그럴 때 절대 기억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삶에서 더 채워지길 바라는 건 뭔가요 다른 사람보다 더 가져야 하고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 건 별로 없어요. 지금 이 자체가 제 삶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최다니엘은 뭘 잘하나요? 자기자랑을 한다면 자신을 낮게 보는 관점이 배어 있어서 잘 모르겠어요. 아, 게임을 잘하는 편이에요. 승부욕도 있어요. 그리고 수염이 멋있게 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