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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호를 해석할 여지

‘폭풍 저그’ 홍진호가 일으킨 예기치 않은 후폭풍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계기가 됐다. 전무후무한 프로게이머 전성기를 풍미한 그는 이제 게이머 본능이 기반된 ‘전략가’ 혹은 ‘썸남’이라는 캐릭터로 방송을 클리어하고 있다.

프로필 by ELLE 2014.07.30

 

화이트 드레스 셔츠와 웨이스트 코트는 Kwon oh soo Classic. 플라워 프린트 보타이는 Liberty Art Fabrics at H&M. 동그란 프레임의 안경은 Grafik Plastic. 가죽 밴드 시계는 Michel Herbelin by Gallery O’Clock.

 

 

 

 

 

 

 

클래식한 체크 수트와 페이즐리 패턴의 타이는 Alfred Dunhill. 페이즐리 프린트 셔츠는 S.T. Dupont Classic. 포켓치프는 Liberty Art Fabrics at H&M, 안경은 Tom Ford by 세원 I.T.C.

 

 

 

 

 

 

 

 

특이한 포지션으로 방송을 한다. 한쪽은 탐정 혹은 게이머가 가져야 할 문제 해결 능력이, 다른 한쪽은 경험과 말주변이 필요한 포지션이다 프로게이머라는 영역 역시 특수하지 않았나. 방송에서 필요로 하는 다채로운 캐릭터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다.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에 출연한 것이 <크라임씬>까지 연결됐는데 쉽든 어렵든 항상 뭔가 주어진 문제를 풀어나가는 걸 좋아하는 내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끔은 필사적이기까지 하고.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다. <달콤한 19>나 <로맨스가 더 필요해> 같은 연애 토크쇼에 출연하기 전엔 고민이 많았다. ‘내가 과연 연애상담을 해줄 수 있을까’라는 자문에선 ‘아니다’라는 결론을 얻었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서 출연했다. 연애를 많이 해본 것도 아니고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지만. 일반 남자로 포지셔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지(웃음).

 

연애는 왜 많이 못해봤나 프로팀 선수였으니 제한이 많았다. 게이머들 중에서는 그나마 논 편이긴 했지만. 몰래 숙소에서 이탈했다가 걸려서 혼난 경우도 많았고. 그런데 그건 게이머에 국한된 얘기지 일반론은 아니다. 여자친구가 있어도 무방했지만 만약 게임 성적이 안 나올 때면 그건 무조건 여자친구 때문이라는 설이 있었다. 더군다나 내가 주장이었던 적이 많아서 나만큼은 잘하자는 주의였고.

 

타의 모범이 되기 위해 여자친구와 헤어진 적도 있었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가. 무조건 여자가 1순위지(웃음).

 

실제론 ‘선수’ 아닌가 실제로…. 아닌데(웃음). 내가 하는 프로그램은 연애를 잘하는 사람들보단 로맨스가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고 감정을 이입할 만한 대상이 필요한데 그게 내가 된 게 아닐까 싶다. 보는 이들이 궁금해할 질문을 대신하기도 하고, 가끔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동질감(?)을 느끼는 대상일 수도 있고. 선수라니, 무슨 소린가.

 

프로게이머 시절부터 유독 여성 팬이 많았다던데 당시 게임이 끝나면 조촐하게 팬들과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는데 타 선수에 비해 여성의 비중이 컸다. 5:5 정도? 당연히 남자가 많을 줄 알았던 터라 신기하네, 그랬지. 나중에 알고 보니 통계적으로 저그 종족에 여성 유저가 가장 많다고 하더라. 생명체를 부화시키는 부분이 여성들의 감성과 맞아떨어질 수도 있겠다 싶었고. 종족은 게이머의 성향을 반영하기도 하니까.

 

프로게이머도 마찬가지로?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는 얘기지만 확실히 성향이 나뉘긴 한다. 프로토스는 외계 종족으로 남성적인 성향을 가진 친구들이 많았다. 테란은 인간 종족인데 약간 모범적이고 꽃미남 스타일, 저그 유저는 나처럼 하나같이 아담한 사이즈였다(웃음). 까불거리고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기도 했고.

 

게이머 중엔 저그 유저가 예능 프로그램에 가장 적합할 것 같은데 게이머들이 방송에 진출하던 초창기엔 VJ나 방송 출연하는 친구들 보면 거의 저그 유저들이었다. 지금은 방송하는 게이머들이 워낙 많아져서 구분하긴 힘들지만.

 

‘폭풍 저그’ 홍진호가 방송을 하게 된 건 자연스러운 거였네 방송에 대한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발음 문제도 있고 말투도 빨라서 스스로 방송에 적합한 타입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요즘 내가 방송하는 걸 본 지인들은 “어떻게 네가 방송을 하고 있냐?” 그러면서 어이없어 한다. 물론 나도 동감하는 바이고(웃음).

 

방송 경력에 비해 스캔들이 많다는 건 뭘 의미할까. 인기의 지표, 관심의 대상이라는 뜻도 되는데 우리 홍보팀에서 뿌리는 건 절대 아니다(웃음). 글쎄, 그 부분은 나도 참 신기하다. 사실 예전에 연예인들 스캔들 나면 진짜 사귄다고 생각했는데 당사자가 되니까 아무것도 아닌데 왜 그러지 싶다(웃음). 아무래도 편하게 하려고 여자 출연자들을 친근하게 대한 것이 와전된 것 같다. 응? 진짜, 사실이라면 억울하지도 않지(웃음). 실속은 하나도 없다. 소문의 당사자들 모두 ‘홍진호는 내 이상형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더라. 짜증이(웃음)!

 

요즘 ‘썸’이 화두다. ‘썸타고 싶은 남자’ 리스트에 홍진호의 이름도 보이는 것 같고. 과연 홍진호가 생각하는 ‘썸’이란 그게 중간 과정이 생략된 개념이 돼버린 것 같다. 무조건 사귀는 관계가 아니라 어쨌든 사람 대 사람으로 알아가는 과정 역시 썸이라 생각하는데 요즘은 뭐랄까, 관계에 1부터 10까지의 단계가 있다면 그중 3, 4, 5, 6이 사라져 버린 느낌? 1, 2, 3단계 정도인데 사람들의 인식은 7, 8, 9, 10단계로 인식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얼마 전 ‘청춘페스트벌’에서 레이디 제인이 썸에 대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굳이 사귀지 않고 사람 대 사람으로 친해지는 과정도 썸이라고 생각한다. 우린 썸을 너무 극단적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진호 오빠랑 나 역시 ‘썸타는 관계’라 할 수 있다. 알아가는 단계니까.’ 대략 이런 내용이었는데 ‘나는 진호 오빠랑 썸탄다’는 내용만 보도된 것 같더라. 뭐지 이건(웃음)? 예전엔 썸이 가벼운 거라 생각했는데 좀 극단적인 개념이 된 것 같아서 이건 좀 아니다 싶거든.

 

썸타는 과정을 즐기긴 하나 서로 코드가 잘 맞아서 놀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히 즐겁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좀 더 ‘딥하게’ 친해질 수도 있고 이성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는 거지. 아주 자연스럽게. 난 가볍게, 쿨하게, 편하게, 쉽게 친해지는 관계까진 아주 잘한다. 근데 그 이후의 관계는 되게 못한다. 순간적으로 진지해지고 막 그런 거… 뻘쭘하거나 불편해지는 걸 못 참거든. 그래서 어떤 여자가 좋냐고 물으면 언제나 ‘먼저 들이대는 여자’가 좋다고 대답한다(웃음).

 

프로게이머에서 방송인으로 전향한 직후엔 어떤 생각이 들었나 얕고 넓게 아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 겉 핥기라도 주어진 주제에 관해 잘 떠들 수 있으면 좋은 거더라. 물론 내가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의 성향에 국한된 것일 수도 있지만 나같이 장인 정신 수준으로 하나만 파온 타입보단 그 반대의 타입이 방송에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이유로 초반엔 고생을 많이 했다. 원래 TV를 거의 안 보고 살았고.

 

TV는 있고? 있긴 하지(웃음). 하지만 인터넷이면 충분했다. 그중에서도 내가 필요한 것, 좋아하는 것만 선택적으로 봐왔다. 관심 없는 것에까지 시간을 투자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에서 우승하고 ‘지니어스’라는 별명까지 생기고 나니 아차 싶더라. 난 월드컵이 몇 년마다 열리는지도 모르는 비상식적인 사람이거든.

 

월드컵은 4년에 한 번 열린다 이제 안다(웃음). 얼마 전까지 몰랐을 뿐. 관심 없는 것엔 귀를 막는다. 아니 귀가 막힌다. 크리스마스가 언젠지 외운 지도 2~3년밖에 안 됐다.

 

크리스마스가 12월 24일인지 몰랐다고? 기독교 신자라면서 그렇긴 한데…. 근데 크리스마스는 12월 25일 아닌가….

 

아 맞다, 12월 25일 휴, 나는 순간 시험하는 건가 했다. 아 헷갈려. 분명 25일로 알고 있었는데(웃음).

 

관심 없는 건 몰라도 된다는 것만큼 엄청난 자신감은 없다고 본다 뭐, 살아가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살아왔다. 물론 이제 그러면 안 된다는 것도 안다.

 

정말 아름다운 생이었네. 그런데 어떡하다 얕고 넓게 알아야 하는 일을 선택하게 됐나 진짜 어쩌다 보니. 딱 그거다. 난 원래 플랜이 없는 사람이다. 큰 그림 외에는 그냥 되는 대로 살고 싶다. 계획은 수정되기 마련이니까. 방송도 그렇다.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이 연결고리가 되어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지금은 이 일이 주업이 됐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다. 당장은 목숨 걸 것처럼 열심히 하겠지만 설령 이 길이 아닌 순간이 오더라도 그걸 받아들이고 대처하며 살자는 주의다.

 

남들이 홍진호의 보고 싶은 면만 봐도, 그래도 족한가 프로게이머가 되고 사람들에게 일찍 주목 받기 시작하면서 나름의 깨달음을 얻었다. 타인에겐 절대 내가 원하는 만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진리, 누가 봐도 잘한 일을 안 좋게 보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란 사실이다. 날 좋아해 주는 사람이 만족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티가 생기는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비방 글은 안 보면 그만이거든.

 

보이면? 그냥 싸운다. 뭐 어쩌라고, 막 이러면서(웃음).

 

‘일베’ 논란도 있었잖아 그게 영화 <변호인>을 본 소감 때문에 빚어진 얘긴데 나름대로 이걸 어떻게 표현할까 하다가 ‘씁쓰르찌릉찌릉’이라는 신조어를 썼다. 근데 갑자기 일베 논란이 일면서 트위터 멘션으로 해명을 요청하는 글들이 쏟아지더라. 애초에 그런 집단을 싫어하고 사회적으로도 그들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인데 거기서 논란이 인다고 나까지 휘둘릴 필요는 없으며 앞으론 반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 후에도 논란이 있긴 했는데 팬들이 대응해 줘서 조용히 마무리됐다.

 

그러고 보면 호감은 가는데 신비감은 없는 캐릭터다 ‘꾸밈없는 자신을 보여주자’가 방송에 참여하는 내 태도다. 식상한 얘기라는 건 안다. 근데 방송은 내 영역이 아니었던 터라 오히려 편하게 하려고 한다. 출연자들끼리도 친해져야 편하게 할 수 있잖아. 장난기가 많아서 초반에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만큼은 자신 있거든. 먼저 내려놓으면 된다. 시청자들에게도 그런 모습이 비쳐지는 것 같다. 거리감이나 신비감 같은 건 없을 수밖에. 필요도 없고. TV에 나오는 연예인보단 동네 형, 오빠 같은 이미지인 게 나는 좋다.

 

전략적이었네 그게 바로 내 모습일 뿐인데 어쩌다 보니 전략처럼 비쳐져서…. 또 먹힌 게 돼버려 가지고(웃음).

 

 

 

Credit

  • editor 채은미
  • stylist 원세영
  • photo 김형식
  • design 하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