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오너의 진심
한국에서 경차를 탄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피로를 동반한다. 스파크, 레이, 스마트, 모닝을 타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왜 경차 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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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스파크(사실 지엠대우 마티즈일 때 샀는데 쉐보레 스파크로 바뀐 후 14만7000원을 투자해 쉐보레 엠블럼으로 교체했다) 자동변속기 모델 기본형을 탄다. 직렬 4기통 1.0리터 휘발유 엔진, 최고출력 70마력, 최대토크 9.4kg.m를 낸다. 공식 연비는 14km 정도라고 하나 실제로는 10km 정도 나오는 것 같다. 그러다 에어컨을 1단에 놓으면 연비가 리터당 9km가 되고 출력은 10마력이 떨어지고, 에어컨을 2단으로 올리면 연비가 리터당 8km가 되고, 출력은 50마력이 된다. 에어컨이 4단까지 있지만 4단까지 올리면 차가 미칠 것 같다. 구입한 지는 3년이 좀 넘어간다. 모아둔 돈도 없었고, 연봉에 맞는 차는 경차밖에 답이 없었다. 차로 인해 인생이 바뀌고 즐겁다는 말 충분히 이해하고, 가끔 나도 독자에게 그렇게 말하지만 내가 차를 살 때 마음가짐은 ‘분수를 알자’였다. 폭스바겐 골프를 살 수 있는 돈이 있는데 무리해서 아우디 A5를 살까?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티즈를 살 수 있는 돈이 있는데 무리해 봤자 기아 프라이드나 K3, 현대 액센트 수준이니까. 그럴 거면 그냥 경차를 사자고 결심했다. 
마티즈를 살 때 내 나이 28세였다. 당시 걱정했던 것은 ‘과연 이 차를 타고 다니면서 연애를 할 수 있을까?’였다. 개념 없는 한국 남자의 일부는 취직만 하면 36개월 할부로 중형 이상의 차를 산다. 그렇게 마티즈를 사고 8개월 후에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장인 장모님은 마티즈를 보고 ‘요즘 남자치고 개념 있다’며 오히려 좋아하셨다. 업계 사람들도 대부분 “남성지 자동차 담당 에디터가 경차 타는 건 좀 ‘그렇지’ 않니?” 라고 묻는다. 그냥 웃는다. 부릴 허세도 없지만, 허세 부리지 않는다는 칭찬도 종종 듣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에도 잘 맞는다. 멀리 여행 가는 걸 좋아하지 않고, 길이 막힌다 싶으면 골목길을 애용하는 운전 습관에도 경차가 딱이다. 친구들이 동승했을 때 좁다고 뭐라 하면 버스 타고 오라고 한다. 옆자리 사람과 팔이 자주 부딪히지만 주로 타는 건 아내니 상관없다.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세차도 빨리, 주차도 빨리 할 수 있다는 점, 실내가 좁으니 에어컨을 틀면 빨리 시원해진다는 점, 사람들이 내 차를 잘 안 타려고 해서 술자리 후 집에 데려다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 장점은 끝도 없이 열거할 수 있다. 오르막길에서 출력이 부족해서 느리게 갈 때, 경차라고 잘 끼워주지 않거나 시비가 붙을 때는 내 잘못이라기보단 대한민국 수준이 이 정도인 거니까 단점이라 할 것도 없다. 나는 많은 사람에게 경차를 추천한다. 특히 행동반경이 서울뿐인 사람에게는 더 많이, 빌라 등 주차 공간이 불편한 곳에 사는 사람에게도 강력 추천한다. 경차는 돈 없는 사람만 탄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성현재, 매거진 에디터)
 
2 지난해 11월, 결혼과 동시에 레이 1.0 가솔린 럭셔리 A/ T 모델을 샀다. 원했던 것은, 아내가 같이 운전할 수 있으면서 촬영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장비를 충분히 실을 수 있는 차였다. 운전하기 어렵지 않으면서도 짐이 많이 실리는 차는 단연 박스카였기에 고민 없이 레이를 구입했다. 컬러는 빈티지한 느낌의 하늘색, 아내가 골랐는데 하늘색은 경차 아니면 어울릴 차도 별로 없을뿐더러 남녀 모두 무난하게 탈 수 있다. 실용적인 데일리카로 용도를 지정했기에 시트와 휠 이외에 옵션은 아무것도 추가하지 않았다. 구입하기 전에 걱정했던 것은 차체가 너무 높아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커브를 돌 때 과장을 좀 보태면 기우뚱거릴 것 같고, 고속으로 달릴 때 안정감이 없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높은 전고를 염두에 둔 채로 안전하게 운전하다 보니 모든 것은 기우에 불과했고 오히려 운전을 막 하는 습관도 고칠 수 있었다. 게다가 커브에 관해선, 보닛이 매우 짧기 때문에 좁은 주차 공간을 빠져나갈 때 오히려 환상적인 회전반경을 자랑한다. 제품 위주로 촬영하는 나는 카메라 외에도 챙겨야 할 장비들이 꽤 있다. 조명이나 스탠드 등은 부피도 부피지만 대부분 길이가 길다. 차를 구입할 때 레이 외에 다른 경차는 아예 고려하지도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 길쭉하고 넓적한 모양의 장비들 때문이었다. 레이의 높은 천장이 아니었다면, 운전석 앞까지 길다란 봉이 삐쭉 튀어나온 채로 다녀야 했을지도 모른다.
 
뒷좌석을 완전히 접으면 내부는 거의 소형 SUV 정도로 넓어진다. 외출했을 때 나도 모르게 레이를 타는 사람들을 주의 깊게 살피게 되는데 유모차, 자전거, 휠체어, 빨래건조대, 서랍장, 트렁크… 일상에서 쓰는 웬만한 물건은 거의 다 실을 수 있다. 경차들의 뒷좌석은 대부분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은데, 레이는 뒷좌석 레그 룸도 충분하다. 집과 스튜디오의 편도 거리가 24km 정도로 출퇴근길엔 항상 고속도로를 이용한다. 톨게이트 비용을 절반만 낸다는 것도 좋고, 연비도 13.5km/l로 만족스러운 편이다. 현재 10000km 정도 주행했는데, 반년간의 교통비를 계산해 보면 버스나 지하철을 주로 타되 가끔 택시를 타는 정도의 대중교통 이용비와 비슷한 수준이다. 사람들이 얘기하는 경차의 단점이라는 것은 경차란 카테고리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역설이다. 언덕길을 올라갈 때 힘이 달리는 건 작은 엔진이니까 당연한 거니까 굳이 문제 삼고 싶지 않다. 레이의 출시로 경차 카테고리가 박스카까지 포함하면서 경차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의 폭이, 나를 포함해, 많이 넓어졌다. 바라는 게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박스카 선택의 폭이 좀 더 넓어졌으면 하는 것뿐. (한상선, 포토그래퍼)
 
 
 
Credit
- editor 이경은
- design 하주희
엘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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