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내 얼굴을 찾아서
성형 인구 세계 1위라는 불편한 타이틀을 거머쥔 한국. 주변에 하나 둘 ‘성형 괴물’이 생겨나고 잘못된 미의 가치를 지닌 ‘아픈’ 여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디부터, 무엇이 잘못된 걸까? 이제 아름다움의 기준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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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에 관한 사적인 고백 
그렇다. 에디터 역시 성형 ‘버진’이 아니다. 외모 콤플렉스는 없었지만, 그래도 수술대에 오른 이유는 당연히 ‘더 예뻐지고 싶어서’다. 조금 더 나은 외모는 결혼과 취업에 플러스 요인이 될 거라생각했다. 방학 동안 외모가 업그레이드돼서 나타나는 친구들에 뒤처질 수 없다는 경쟁심의 발로이기도 했고. 어쨌거나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특히 소심한 A형인 나에겐 더더욱. 찾아간 성형외과 원장은 “눈두덩에 지방이 많은 편이니 매몰법으로 할 경우엔 나이가 들어서 다시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절개법을 권한다”고 했다. ‘칼자국이 남아서 수술한 게 너무 티 나면 어쩌지?’ 한편으론 ‘그래도 절개를 해야 눈이 더 커 보인다는데 돈 쓴 효과는 봐야 하지 않을까?’ 수술 여부보다 더 결정하기 어려운 고민에 봉착했다. 그야말로 일생일대 선택의 기로에서, 결국 소심한 덕분(?)에 티가 덜 나는 쪽으로 선택했고, 그 결과 “굳이 수술했다고 말하지 마라” “감쪽같다”는 말을 들을 만큼 자연스러운 ‘속 쌍꺼풀’ 눈을 갖게 됐다. 다행히도 만족스런 결과를 얻은 셈이다. 비록 돈이 아깝다는 생각과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도 종종 있었지만. 그리고 10년 후, 또 한 번 성형의 유혹이 찾아왔다. 의사가 예견했던 그대로다. 노화가 시작되면서 눈두덩이 처졌고, 갈수록 눈이 더 작아졌다. 방송 출연 섭외 요청도 생기면서 더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댔다. 하지만 ‘그때 고생을 다시 하느니 아이라이너로 메이크업을 하자’며 마음을 정리했다. 당시 수술을 마친 후, 너무 괴로워서 ‘왜 그 누구도 아프단 얘기를 해주지 않았는지!’ 원망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술이 고통스러운 것이니 이걸 참으면서 예뻐지기 위해 수술하는 여자들을 절대로 비난하면 안되겠다는 것, 그때 내린 결론이었다.
 
성형 천국 아닌 지옥 
1990년대 초만 해도 여배우의 성형 수술 ‘커밍 아웃’은 스포츠 신문 1면을 장식할 만큼 큰 이슈였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나 성형 수술 했어요!”라고 밝히는 건 당당한 태도요, 미덕으로 비춰지기 시작했다. 성형은 더 이상 흉이 아니었다. 성형 수술을 통해 실제로 인생이 바뀌는 순기능이 부각되면서 안 하면 오히려 손해 보는 것처럼 인식이 바뀌었다. 한마디로 성형에 대해 관대한 나라가 됐다.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에 따르면 한국인 77명 중 1명, 도시 거주 20~40대 여성이라면 5명 중 1명이 성형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당당히(?)’ 대한민국은 성형 인구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의사들은 수치화된 미의 기준으로 볼록한 이마, 높은 코, 큰 눈, V라인의 턱을 생산했고, 서서히 ‘의란성 쌍둥이’ ‘강남 언니들’이란 별명을 지닌 ‘성형 클론’이라는 종족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작지만 큰 변화의 움직임
지난달 SBS에서 방송된 파일럿 프로그램 <백투마이페이스>는 단 1회 방영됐을 뿐인데, 여자들이 모인 자리나 온라인에서 한동안 회자됐다. 평균 11차례의 과도한 성형을 해 자신의 얼굴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직접 출연시켜 그토록 비정상적인 미의 기준을 갖게 된 원인을 찾아주고, 각자 성형 전 얼굴로 돌아가는 복원 수술의 기회를 주는 내용이었다. 가장 공감대를 이끌어낸 건 이들의 왜곡된 미의 가치와 병든 심리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부분. 언니와의 경쟁심에 비롯된 열등감, 실패에 대한 트라우마, 가족에게 받은 상처와 그로 인한 반항심 등 이들이 가진 공통적인 문제는 결국 ‘자존감의 부재’였다. 어릴 때부터 아름다움의 기준은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서였고, 성형 수술 외에는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성형 수술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도, 시청자 중에는 이들과 비슷한 ‘병든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예상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웠던 건, 보이는 것보다 내면이 아프고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 아닐까요?”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백시원 PD의 분석이다. 그의 말에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좀 더 자신을 사랑하고 나만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우선 생각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다. <엘르> 애독자라면, 매달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전달하려는 기사를 꾸준히 다뤄오고 있다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진짜 ‘강남 스타일’이 무엇인지 분석했고, 화장하지 않은 얼굴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모델들의 민낯 화보를 선보인 바 있으며, 국내와 해외 여배우들이 지닌 아름다움에 대한 철학을 공유해 왔다. 물론 이 기사를 통해서도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건 타인의 잣대가 아닌 자신만이 지닌 아름다움을 찾아서 내세우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싶다.
 
‘성형 쇼핑’의 올바른 이해
성형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어느 정도 단점을 커버하고 자신감을 갖게 될 수 있다면 성형은 매우 옳다. 다만, 이유가 무엇이든 성형을 한다는 건 그저 물건 하나를 구입하는 쇼핑 행위와는 너무나도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 지름신이 강림해서 ‘저지른’ 후에는 교환하거나 환불이 가능하지만 성형 수술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땐? 가볍게 재수술이나 이전 상태로의 복원 수술을 마음속에 두고 있다면 오산이다. “복원이라는 말의 의미가 ‘수술 받기 이전의 피부와 근육, 뼈 등이 본래의 해부학적 구조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이라면 원칙적으로 100% 불가능합니다.” 디자이너성형외과 서인수 원장의 경고다. 수술 종류에 따라 외형이나 기능의 회복은 가능하지만 내부 조직이 파괴된 건 결코 되돌릴 수 없다고. 하지만 현재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면, 복원 수술이 희망이 될 순 있다. 때마침 성형 업계에서도 요즘 가장 ‘핫’한 이슈가 복원과 재건 수술의 노하우다. 성형외과학회에서는 해마다 다양한 복원법을 개발하고 발표되고 있는 것. 복원을 하게 되더라도 또 한 번 선택의 순간은 온다. 에디터의 경험처럼 수술대에 오르고 안 오르고의 문제보다 더 고민해야 하는 건 언제나 ‘수술한 티가 나지 않게 할 것인가’ 혹은 ‘돈 들인 효과를 얻고 싶은가!’다. 그리고 단언컨대 전자 쪽으로 선택한다면 후회할 일은 적을 것이다. 
 
복원 성형, 어디까지 가능할까?
EYES 매몰법은 수술 후 빠른 시일 내에 실을 제거하면 원래의 눈으로 돌아오지만 근육의 절단이나 피부 절제 등이 시행된 절개법은 복원이 쉽지 않다. 앞트임, 뒷트임도 회복은 가능하지만 흉터가 남을 수 있다.
NOSE 실리콘, 고어 텍스 등의 보형물을 넣은 경우 제거술을 하면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염증이나 구축, 괴사 등의 문제가 생기거나 콧볼 축소를 과다하게 한 경우에는 복원이 힘들다. 문제는 수술 부위를 열었을 때 ‘시공’이 깨끗하게 돼 있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 그 결정적인 차이가 결국 의사의 실력이요 손맛이라는 소리!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JAW 윤곽 수술이나 뼈의 절제가 심한 경우, 뼈 이식이나 지방 이식 등으로 모양은 원래대로 복원할 수 있다. 단 피부나 근육의 변형이 워낙 큰 수술이니 기능 장애가 생길 위험이 있고 회복이 힘들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
 
 
 
Credit
- editor 강옥진
- PHOTO roberto cecato
- DESIGN 하주희
2026 여름 필수템은 이겁니다
지금부터 챙겨야 할 올여름 패션·뷰티 힌트는 엘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