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밤 그 남녀!
로맨틱한 여름밤을 위한 나만의 필살기를 주위 남녀에게 물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뜨거웠던 어느 여름밤의 적나라한 고백들을 들려줬다. 권장해도 될는지 망설여질 만큼 끈적끈적하지만, 적어도 픽션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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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 Lichtenstein,Beach Scene with Starfish, 1995 Oil and Magna on Canvas, 300.5×604cm
ⓒ PROLITTERIS, ZURICH
 
 
● 차에서 하는데 계절이 뭔 상관이냐고 할 사람이 많겠지만 내 경우 카 섹스는 여름에만 허락한다. 수원에 사는 남자가 서울에서 데이트하고 인천에 사는 나를 데려다주는 경우가 많아서 우린 차에 있는 시간이 많다. 집에 도착해서도 곧바로 헤어지지 않고 차에 앉아서 다운받은 미드를 볼 때가 많은데, 여름 아닌 계절, 특히 겨울엔 남자가 후끈해질 때마다 참 난감했다. 일단 옷을 여러 겹 벗어야 하고, 밖이 추워서 차 안에 금방 김이 서린다. 누가 봐도 차 안에 달아오른 남녀가 있다는 걸 광고하는 꼴이다. 에어컨을 켜면 오랫동안 켜지 않은 필터의 곰팡이 냄새가 올라오고, 금방 추워져서 몸이 움츠러든다. 그러나 여름엔 좀 다르다. 가벼운 느낌이랄까. 맨 다리를 남자 허벅지에 올리는 것도 좋고, 에어컨 바람이 다리 사이를 스치는 기분도 좋다. 남자는 내가 카 섹스를 아예 싫어하는 줄 알고 있다. 여름에 하는 건 꽤 괜찮은데. KH(상담치료사)
 
● 노천탕에서 해봤나? 남자와 일본에 갔을 때 도쿄에서 2박, 하코네에서 2박을 했다. 도쿄에서는 싼 비즈니스 호텔에서 묵고 하코네에서는 비싼 료칸에 묵기로 했다. 도쿄에 있는 이틀 동안은 낮에 돌아다니고 저녁엔 술 마시느라 밤엔 잠자기 바빴다. 하코네에 갈 때까지만 해도 이럴 거면 친구랑 오는 게 더 재밌을 뻔했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하코네에 도착하니 낮에 별로 할 일도 없고, 저녁만 되면 문 연 데가 없었다. 방에는 하늘이 뻥 뚫린 노천탕이 있었다. 어둑어둑해질 때쯤부터 노천탕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는데, 하루에 몇 번씩 눈만 마주치면 ‘했다’. 어차피 벗고 있고 물속에 있으니까 뭔가 ‘유도’할 필요 없이 곧바로 본 게임에 들어간다. 땀에 젖어 불쾌할 틈 없어 좋고, 계곡 바람이 불어와 시원하기도 했다. 수영장에서 하는 것과도 다르고 욕조에서 하는 것과도 다른, 뭔가 아주 기분 좋은 무드가 분명히 있었다. JY(회사원) 
 
● 안면도로 MT를 갔을 때, 한 편의 성인용 방화를 찍고 왔다. 여러 명이 함께였는데 우리 둘이 사귀는 건 아무도 모르는 상황. 다들 취해갈 때쯤 슬쩍 빠져 나와 손잡고 논두렁을 걸었다. 한참을 걸어도 아무도 없었다. 시골 사람들은 일찍 자니까. 불빛이 없어서 야외지만 벌레도 안 꼬인다. 탁 트인 논에 아무도 없다는 걸 둘 다 인지한 순간부터 기분이 슬슬 이상해지면서, 우리는 필요한 만큼만 바지 춤을 내리고 급하게 한 게임을 뛰었다. 뻥 뚫린 시야 앞에 벼 이삭이 흔들거리는 걸 보면서 하는 기분, 참 묘했다. 끝까지 가지도 않았는데 남자는 거의 ‘쌌다’. 진짜 짜릿한 순간은, 볼 일 다 보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왔을 때. 우리 둘이 주고받은 눈빛을 누구도 보지 못했다. BR(매거진 에디터)
 
 
● 내가 캠핑에 빠진 건 같이 자전거를 타는 친구들 때문이었다. 친구 몇 명과 함께 자전거로 라이딩을 가고 봉고차 한 대로 짐을 싣고 오는데 이런 식으로 강원도에 가서 캠핑하고 돌아오기 때문에 애인이 있거나 이미 결혼한 형들도 여자들을 잘 데려오는 편은 아니다. 지난여름에 사귀던 여자는 내가 혼자서 캠핑 가는 걸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캠핑 갈 때마다 매번 싸웠고, 가서 휴대폰 붙잡고 몇 십분씩 한숨만 쉬고 있는 것도 답답했는데, 더 짜증나는 건 내가 건전하게 갔다 오는 걸 여자가 믿지 않는 거였다. 그러다 우리 모임의 한 부부가 커플 캠핑을 제안했다. 나는 보란 듯이 여자를 불렀다. 여자는 캠핑 초보답게 제대로 된 준비물은 하나도 가져오지 않았고, 어이없는 파자마를 가져왔다. 텐트 안에 가둬둘 순 없어서 내 티셔츠와 트레이닝 팬츠를 입혔다. 옷이 커서 여자가 허리를 숙일 때마다 가슴이 보였고, 쪼그리고 앉을 때마다 허벅지가 접히는 게 보였다. 어두워질 때쯤엔 여자를 텐트에 가두고 싶어졌다. 같이 오기 전까지의 캠핑은 분명히 건전했는데, 그날 밤은 야했다. 지금은 형들과 가는 캠핑, 여자와 가는 캠핑을 한 주 걸러 한 번씩 바꿔서 다니고 있다. SH(자전거 동호인, 웹 프로그래머)
 
 
 
Credit
- editor 이경은
- ILLUSTRATOR 김란
- DESIGN 하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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