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를 배제하고 각각의 스타일에 집중했다는 피비 필로의 말처럼 그녀가 셀린을 통해 보여준 것은 어떤 트렌드, 어떤 디테일, 어떤 아이템이 아니라 ‘어떤 여자’였다. 그것도 그냥 여자가 아니라 긍정적이고, 좋은 여자. 그녀가 런웨이에 세운 유연한 실루엣과 차분한 컬러의 의상들을 입은 모델들은 보고 있자니, 지난 시즌의 어둡고 음산하며 누구보다 강해야 하는 의무감에 사로잡힌 여자들의 귀에 “밝고 즐거우며 좋은 여자가 되라”고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클로에에서의 피비 필로와 셀린에서의 그녀가 달라진 것이 있다면, 클로에에서 보여주던 쿨한 엘레강스에 안정된 가정 생활을 누리고 있는 좋은 엄마의 여유 같은 것이 추가된 듯해 보였다. 한번도 비관적인 컬렉션을 선보인 적 없는 스텔라 매카트니 역시 쿨한 엄마의 대표주자로 이와 같은 맥락에서 공통분모를 가졌다. 스텔라 매카트니의 옷에는 어린 시절부터 좋은 옷을 입어본 여자만이 만들 수 있는 드라마와 감성이 있다. 스텔라 매카트니의 옷은 세 아이의 엄마가 되는 동안 더욱 부드럽고 아름다워졌다. 그녀의 옷은 늘아름답지만, 결코 나이보다 어려보이거나 실제 자신의 모습보다 화려해보이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옷을 통해 여유와 긍정을 보여주고자 하는 여자들을 위한 옷이라는 느낌이 더 와닿는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나이를 두려워하거나, 어떻게 보일지를 의도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즐기며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그래서 멋지게 나이들어가는 여자들을 위한 옷 말이다. 스텔라 매카트니가 컬렉션 프로그램 노트에 써놓은 글처럼, 요즘 여성들은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은 그녀의 옷을 보면 단박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지난 몇시즌 동안 트렌드를 지배했던,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쿠튀르적이고, 남자들이 손사레를 칠만큼 터프했던 의상에 질린 여자들이 갈망했던, 입기 편하면서도 우아한 옷. 단순히 트렌드로 그치지 않을 스마트 시크룩은 마치 “그 마음을 다 알고 있어”라고 흐뭇하게 웃는 듯하다. 언제나 한 시즌의 컬렉션이 끝나면 온갖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을 통해 빛의 속도로 카피가 쏟아져 나왔지만, 과연 이번엔 그것이 가능할까? 아니, 그런 옷들로 그 무드를 완벽히 재현해내는 것이 가능할까? 나는 새로이 봄 쇼핑 리스트를 작성함에 앞서 스마트 시크를 위한 스마트 쇼핑으로 방향을 정했다. 우아한 블라우스, 몸의 곡선을 타고 흐르는 듯한 와이드 팬츠, 약간 큰 듯한 테일러드 재킷 등 군더더기 없는 클래식 룩에 도전할 생각이지만 이같은 룩을 위해선 스스로가 긍정적이고 여유있는 마인드를, 또한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이번 컬렉션을 다시한번 훑어보며 깨달았다. 겉모습을 흉내낼 수는 있어도 내면을 포장할 순 없다는 것. 이것이 어쩌면 스마트 시크 룩을 위해 가장 먼저 새겨야 할 덕목이자 디자이너들의 궁극적인 메시지가 아닐까?
* 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2월호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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