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LYE

빛으로 만든 집

“빛은 일상을 밝혀줍니다.” 에르메스의 아티스틱 디렉터 피에르-알렉시 뒤마(Pierre-Alexis Dumas)의 의미심장한 말이다. 지난달 밀란 전체를 ‘디자인 도시’로 탈바꿈시킨 대단한 이벤트, ‘Salone del Mobile’에서 에르메스 메종은 ‘빛’을 조각하는 데 주력했다.

프로필 by ELLE 2014.06.05

 

밀란 시내 팔라조 세르벨로니에서 열린 에르메스 메종의 조명 가구 론칭 전시. 한때 나폴레옹과 조세핀이 머물기도 했다는 유서 깊은 1700년대 네오클래식 스타일의 실내에 펼쳐진 모던한 전시물이 예사롭지 않다.

 

켈리 백과 버킨 백만이 에르메스의 전부로 알고 있다면 오해다. 최고의 장인 정신을 지켜가는 ‘하우스 오브 럭셔리’의 대명사, 에르메스는 패션 외에도 우리의 일상 모두를 둘러싼 홈 컬렉션 제품을 선보인 지 오래다. 1920년대 장식미술가 장-미셸 프랑크(Jean-Michel Frank)를 주축으로 사무용품과 레저 용품을 디자인해 온 에르메스는 이후 테이블웨어와 텍스타일, 가구, 벽지 그리고 건축적 요소를 이용한 모듈러 시스템 ‘모듈 아쉬(Module H)’ 등의 컬렉션까지 추가하게 이른다. 매년 4월, 밀란 전체를 들썩이게 만드는 가구박람회 ‘살롱 델 모빌 2014’를 통해 에르메스는 조명 가구에까지 도전하게 된다. 디자이너 미켈레 데 루키얀 케르살레에 의해 창조된 빛과 장인 기술의 결합은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을 상징하고 있다. 두 디자이너와 에르메스 메종의 디렉터인 엘렌 뒤브릴을 밀란 현지에서 만났다.

 

 

 

 

 

엘렌 뒤브릴 helene dubrule 에르메스 메종 총괄 디렉터

 

1920년대 창조되었던 장 미셸 프랑크 리에디션을 이번에 다시 선보였다. 새로 나온 클래식한 디자인에 가미한 모던한 터치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디자인 면에서는 최대한 오리지널에 가깝게 작업했지만 새롭게 개선한 부분이 있다면 가구의 안락함입니다.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가구의 곡선이나 디테일한 부분을 보완함으로써 좀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죠.

 

첫 번째 홈 라인으로 패브릭, 벽지, 러그 컬렉션을 론칭했는데, 이런 아이템을 선택한 이유는 가구는 공간의 중심을 구성하는, 인간의 몸으로 말하면 척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패브릭, 벽지, 러그 등이 척추를 감싸는 형태, 그러니까 공간 속에 살과 정신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라이팅은 공간 속에 빛을 주고, 크고 작은 오브제들은 활력을 주며, 테이블웨어들은 여럿이 함께하는 즐거움을 주지요. 특히 패브릭과 벽지는 에르메스 하우스의 정통성을 보여주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에르메스 하우스는 오래전부터 스카프, 넥타이 등을 제작하면서 실크를 비롯한 다양한 패브릭들을 다뤄왔어요. 여기서 나온 패턴 디자인 아카이브 또한 방대하기 때문에 패브릭과 벽지 컬렉션을 제작한 건 아주 자연스러운 행보죠. 예를 들어 이번 컬렉션에 이용된 말 문양의 디자인은 원래 아주 작은 사이즈로 넥타이 패턴 디자인이었는데 이번에 디자인을 변형해 패브릭으로 재탄생시켰죠. 또 ‘h’ 디자인은 에르메스의 스카프 디자이너가 패브릭 컬렉션을 위해 만들어낸 뉴 디자인입니다.

 

메종 에르메스 홈 컬렉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은 장인의 기술과 창의력의 완벽한 조화, 우아하고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스타일, 최고의 소재, 고객을 위한 라이프스타일까지 제공하는 게 목적이죠. 에르메스 컬렉션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각각의 스토리와 시적인 감성, 마법 같은 느낌을 발견할 수 있답니다. 이 모든 걸 만끽할수 있게 하는 게 메종 에르메스의 철학이죠.

 

‘집’은 가장 편안하고 익숙한 공간이라, 평범하고 지루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집을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되고 항상 활기 넘치는 공간으로 꾸미기 위한 조언은 가구는 패션처럼 시즌마다 바꾸기 힘들죠. 하지만 크고 작은 오브제들로 활력을 주고 분위기에 변화를 줄 수 있어요. 패브릭은 가장 손쉽게 패션처럼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답니다. 굳이 모든 게 에르메스 제품이어야 할 필요는 없어요(웃음). 패션처럼 홈 인테리어에서도 믹스매치를 즐길 줄 아는 게 중요하니까요.

 

한국 소비자들은 아직까지는 ‘자신을 위해 집 안을 꾸미는 것(인테리어)’보다 ‘밖에서 눈에 보이는 것(패션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집은 아주 개인적이고 사소한 공간인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공간을 자신이 좋아하는 아름다운 오브제들로 가꾸는 자세가 필요해요. 자신만의 개성과 스토리가 있는 그런 공간 말이죠.

 

과거에 한국에서 지낼 당시 패션을 공부했다고 들었는데, 그 경험이 지금 하는 일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패브릭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볼 수 있었던 가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지금 하고 있는 일에도 큰 도움이 됐고요. 한국에서 3년 동안 지낸 것이 저에겐 아주 값진 경험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나라이기도 하고요. 딸도 한국에서 태어나서 ‘소영’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답니다. 아, 오는 9월엔 에르메스 도산에서 메종 에르메스를 새롭게 오픈하기 때문에 곧 가게 되겠군요!

 

 

 

 

 

 

 

미켈레 데 루키 michele de lucchi  산업디자이너

 

에르메스와 함께 조명 가구 디자인을 하게 된 계기는 램프를 디자인하는 것은 내 열정 중 하나다. 에르메스는 이전에 조명 가구가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램프를 하게 된 것이다. 팬토그래피는 독창적이라 할 수 있다. 두 개의 팔이 어떤 방향, 어떤 각도든 원하는 데로 빛을 데려다준다. 아주 우아하게 움직이면서 말이다. 3가지 크기별로 리빙 룸이나 책상 위에 놓을 수 있도록 했다.

 

각각의 다른 소재들을 한 가지 램프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도록 디자인했는지 가장 중요한 소재는 가죽이다. 가죽은 특히 램프에 감각적인 터치를 극대화시켜 준다. 에르메스의 장인들이 가죽을 다루는 기술은 기가 막힐 정도로 놀랍다. 그들과 함께 조명 가구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빛은 시적이며 귀중한 동시에 성스러운 것’이라 표현하는 미켈레 데 루키가 창조한 조명 가구. 가죽, 강철, LED가 조화를 이루며 세대를 넘어 변치 않는 우아함을 반영했다. 이름하여 ‘팬토그래피 (Pantographe)’와 ‘갑옷(Harnais)’이다.

 

1 등대와 마차에서 힌트를 얻은 랜턴, ‘랑테른 데르메스’는 최신 LED 조명을 1822년 등대용으로 발명된 프레넬 렌즈와 조합하고 배터리, 알루미늄, 유리, 가죽으로 디자인되었다. 제각기 독립적인 2개의 케이스가 하나의 빛으로 만들어져 빛을 밝힌다.

 

 

 

 

 

 

 

얀 케르살레 yann kersale 건축가, 디자이너 겸 아티스트

 

지금까지 해온 작업들은 도시계획이나 대형 건축물 등 규모가 큰 작업들이 많다. 그런 작업들을 선호하나 우연이란 없다(웃음).  하지만 예술에서 우연이 만드는 행복한 결과는 존재한다. 예를 들면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 테크놀로지나 기술의 사용 중에 발생되는 실수에서 오는 뜻밖의 결과 등이 그런 것. 나는 스스로 예술가라고 생각하고 비디오, 건축, 사진, 설치미술 작업 등을 한다. 관람객들이 굳이 갤러리나 뮤지엄을 찾지 않아도 제약 없이 내 작업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스케일이 큰 프로젝트들이 적절하다.

 

에르메스와 작업한 램프에 대한 영감은 오브제 노마드(objets nomade)! 사용자가 자신이 속한 공간과 오브제의 관계를 정의할 수 있는 그런 디자인을 만들고 싶었다. 이 램프는 실내와 실외에서 모두 사용 가능하고 4개로 분리하여 이동식 램프로도 쓸 수 있다. 나도 뱃사람 집안 출신이기 때문에, 바다 위에서 배들끼리 방향과 위치를 알려주는 램프들을 생각하며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런데 에르메스 하우스와 아주 깊은 관련 있는 사륜마차 역시 이런 램프를 사용한 걸 아나? 말하자면 바다와 땅에서 쓰이는 두 가지의 노마드적 램프에서 이 디자인이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에르메스의 장인들과 함께한 작업은 어땠는지 너무 값지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특히 장인들과 이 램프를 만들기까지 서로 주고받은 대화와 생각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이다.

 

당신이 살고 있는 공간에 있는 램프나 라이팅은 어떤지 궁금하다  하하하, 아틀리에에 와서 직접 봐야지. 각종 전선들이 여기저기 나와 있고 램프들이 여기저기 켜져 있는 실험실 느낌이다(웃음). <엘르> 코리아에서 오셔서 직접 보시길!

 

 

Credit

  • editor 강주연
  • correspondent 김이지은
  • DESIGN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