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왜 하얀 피부에 집착하는가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매서운 바람이 잠잠해질 때쯤이면 약속이나 한 듯 화이트닝 신제품들이 쏟아진다. 올해는 103년 만에 쏟아진 눈을 기념이라도 하듯 더 빨리 그 하얀 자태를 드러냈다. 문득 궁금해졌다. 여자들은 왜 하얀 피부에 집착하는지. 백설공주처럼 하얀 피부를 갖기 위해서라면 죽음까지 불사했던 여자들의 광기 어린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 :: 뷰티, 케어, 설화수, 시세이도, 크리니크, 샤넬, 디올, 에스티 로더, SK-Ⅱ, 화이트닝, 안티에이징, 엘르, 엣진, elle.co.kr :: | :: 뷰티,케어,설화수,시세이도,크리니크

죽음과 맞바꾼 하얀 피부 눈처럼 하얗고 티끌 한 점 없는 피부에 대한 여성들의 집착은 상식을 뛰어넘는다. 납이나 수은이 가득한 회반죽 같은 유독분을 얼굴에 바르고 얼굴이 타들어가는 듯한 따가움을 견디는 건 물론이고 잠자리에 들 때는 기꺼이 얼굴에 돼지가죽을 붙이고 잠들었다. 여자들의 하얀 얼굴에 대한 무모한 애정은 터무니없는 처방을 만들어냈다. 수송아지 발톱과 복사뼈 사이의 뼈를 40일 동안 밤낮없이 달여서 완전히 녹은 것을 아마 천에 싸서 팩을 하거나, 황소똥이나 육지악어 내장의 증류수를 바르는 것은 그나마 봐줄 만하다. 주근깨나 기미가 고민일 때는 뱀 모양의 야생 오이로 문지른 후 그것을 콧구멍에 꽂으면 없어진다는 처방은 어쩌면 좋단 말인가. 예언자로 유명한 노스트라다무스도 이라는 화장품 제조법에 관한 책을 남겼는데 그 방법이 참 기괴하다. 수은과 은, 주석에 연꽃 물과 단식하면서 모은 가래와 침을 더한다. 그리고 주기도문과 아베마리아를 두 번씩 외치면서 그것들을 섞는다. 주근깨 완화 화장품은 우유에 살모사 한 마리를 으깨어 넣고 증류시켜 만든다(그의 종말 예언도 왠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얼굴의 기미를 없애려면 처녀의 젖이 좋다는 속설도 있었다(대체 처녀의 젖이란 게 가능한 말인가?).영국 엘리자베스 1세는 얼굴에 약 1.3CM나 되는 두께로 분을 칠했는데 납중독으로 피부에 농포와 균열이 생겼고 이를 감추기 위해 더욱 두껍게 얼굴을 분으로 칠하다가 결국 궁전 내 거울을 모두 없애버리기까지 했다. 동시대에 활동했던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희곡에 화장을 페인팅이라고 표현하면서 하얀 분칠에 열을 올리는 여성들을 조롱했다. ‘너희 여자들은 비가 오면 외출하지 못한다. 얼굴에 칠한 것들이 씻겨나가면 큰일이니까.”17세기의 여자들은 송아지 육수로 목욕하기, 백합꽃 증류수 바르기, 외출 시 복면을 써서 얼굴 보호하기와 더불어 유독성 금속 산화물 덩어리인 분을 처덕처덕 발라댔다. 덕분에 남성들은 데이트 후 옷에 묻은 흰가루를 털어내기에 바빴다. 파리 여성들은 검은 점을 얼굴에 붙여 흰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했는데 점의 이름은 무슈(파리)였다. 수은, 납을 사용한 분을 사용한 여자들은 피부에 무시무시한 화상 자국과 검게 변색된 치아, 원숭이처럼 쭈글쭈글한 피부를 가진 채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더욱 엽기적인 것은 화장품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분칠’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거다. 1760년에 납 중독으로 27세에 죽은 영국 코벤트리 백작 부인처럼 납가루와 비소를 섞은 분으로 유령처럼 창백한 화장을 고집하며 죽어가는 여성들이 속출했다.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는 창백하고 수척한 외모와 사소한 충격에도 혼절하는 가련한 여성이 미인으로 추앙받았다. 때문에 여자들은 언제라도 정신을 잃을 수 있도록 연습했고 갸날픈 겉모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관자놀이와 목, 가슴, 어깨 부분에 푸른 핏줄을 그려넣기까지 했다. 결핵 환자처럼 창백해 보이기 위해 벨라돈나 풀에서 추출한 마약을 먹거나 설치류의 분비물로 만든 미용 마스크, 젖먹이 아기의 소변으로 만든 로션과 신선한 인분(!)의 증기를 쐰 헝겊 마스크 등을 사용했고 꿈꾸는 듯한 인상을 주기 위해 동공을 확장시키는 아트로핀을 복용했다. 퇴폐적인 눈매를 얻기 위해 밤늦게까지 책을 읽어 눈밑에 기미를 만들기도 했다.하얀 피부는 권력이다그렇다면 왜 죽음을 불사하면서까지 하얀 피부에 대한 집착한 걸까? 저자 베아트리스 퐁타넬은 예부터 하얀 피부는 일을 하지 않는 높은 신분의 여성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햇빛 한 번 보지 않은 듯한 피부는 노동과는 거리가 먼 고귀함과 유복함을 상징한다는 거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 회화에 등장하는 귀족층 처녀와 귀부인들의 피부는 도자기처럼 매끄럽고 환했다. 그녀들은 흰 피부에 푸른 핏줄을 그려넣으면서까지 고귀한 창백함을 ‘과시’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환한 보름달 같은 피부는 사대부 여성들이나 가질 수 있는 특권이었다. 게다가 최고급 파우더를 사용하거나 피부를 가꿔주는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은 부와 권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네로 황제의 아내 포파에아 사비나의 사치스러운 뷰티 케어를 예를 들어보자. 그녀는 얼굴의 주름을 없애고 피부를 더욱 민감하게 만들어 하얀 살결을 유지해준다는 나귀젖으로 피부를 가꿨는데 하루에 7백 번이나 나귀젖으로 세수를 하고 여행을 할 때마다 암나귀를 50마리씩 데리고 다니며 목욕을 했다. 드라마 에서 이다해가 노비 주제에 ‘우유 빛깔’ 피부인 건 말도 안 된다는 이야기다.해마다 화이트닝 케어 제품의 판매가 최고조를 기록하는 인도 여성들의 흰 피부에 대한 사랑에 대해 의 저자 가도쿠라 다카시는 역사적인 배경을 들어 설명한다. 고대 인도 시대, 아리아 민족이 토착 원주민 드라비다인을 지배하면서 ‘바르나 제도’라는 신분 제도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존재하는 카스트 제도의 기초가 되는 이 제도 안에서 상위 신분은 하얀 피부를 지닌 북방의 아리아족이었고 하위층이었던 드라비다인은 피부색이 가무잡잡하고 얼굴이 편평했다. 애당초 바르나라는 단어에 색깔이라는 말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피부색에 따른 신분 제도였던 셈이다. 이렇다보니 하얀 피부가 높은 신분의 상징처럼 여겨진 것이다. 결혼의 대부분이 신문에 구혼 광고를 내어 맞선을 보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현대 인도에서도 프로필에 자신의 피부가 어떤 색인지 기재해야 한다. 피부가 하얗다면 귀티 나는 미녀로 여겨져 배우자 감으로 플러스 요인이 되는 셈.페로몬보다 강력한 창백함동서양을 막론하고 하얀 피부는 미인의 선결 조건이었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는 여성의 아름다움의 조건을 자그마치 일곱 가지 항목으로 나눴는데 그 중 하나가 ‘얼굴이나 피부가 하얗거나 장밋빛일 것’이었다. 이상적인 미녀의 살결은 희고 수정처럼 투명한 나머지 포도주를 마시면 그것이 목구멍을 넘어가는 것까지 보여야 했단다. 때문에 검은 벨벳으로 된 가는 리본을 이마에 늘어뜨려 최대한 피부가 하얗게 보이는 스타일링이 유행했다. 프랑스 앙리4세의 부인이었던 마그리트 왕비는 블랙 타프타 침구에 누운 채로 정부들을 유혹하는 궁극의 스킬로 유명했다. 남자들이 흑과 백의 극명한 대비에 혼이 나가 이 여자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다짐했다나? 전통적으로 눈처럼 새하얀 피부를 제일로 여기는 일본의 경우 ‘하얀 얼굴이 여자의 일곱 가지 결점을 가려준다.’는 속담도 있을 정도다. 조선시대에 하얀 분은 기생들의 전유물이어서 사대부 여성들은 이를 천대했다. 하지만, 창백한 피부로 남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생들을 따라 분을 바르는 여성들도 꽤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원체 피부색이 검은 고대 이집트와 누비아족 남성들도 피부색이 환한 여인을 동경했다고 한다. 1874년 다윈의 기록에 따르면 아프리카 남부에 거주하는 반야이족은 ‘우윳빛 혹은 커피색’ 피부를 지닌 여성을 미인으로 여겼다고 한다. 를 쓴 하루야마 유키오는 남성들이 매끄럽고 잡티 없는 피부의 여성을 선호하는 것은 생물학적 본능이라고 설명한다. 사마귀, 종기, 점, 상처 등이 없는 매끈한 피부에는 기생충이 서식하거나 각종 병균이 침입하기 어렵다. 즉 건강한 피부가 건강한 면역 체계와 건강한 유전자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피부, 건강한 피부, 싱싱한 피부의 여성이 자신의 후손을 낳아줄 건강한 배우자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다는 이야기다. 한의학에서도 혈색이 좋은 피부 미인이 오장육부가 건강하다는 뜻임을 강조한다. 에는 얼굴에 나타는 다섯 가지 빛이 오장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와 얼굴 안색으로 병의 예후를 판단하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고 한다. 1 에스티 로더 사이버 화이트 EX 뉴 엑스트라 브라이트닝 리치 모이스춰 크림. 미백 효과와 보습력의 이상적인 만남. 9만5천원.2 샤넬 화이트 에쌍씨엘 너리싱 화이트닝 크림 가격 미정.3 SK-2 셀루미네이션 에센스. 피부 RGB 밸런스를 맞춰주는 신개념의 화이트닝 에센스. 가격 미정.4 디올 스노우 D-NA 리버스 나이트 세럼. 손상된 DNA 회복으로 멜라닌 생성 반응을 예방 완화시켜준다. 3월 출시 예정.5 설화수 자정 미백 에센스. 청열에 좋은 백화사설초 성분이 빛과 열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화사함을 전한다. 가격 미정.6 시세이도 인텐시브 스팟 타게팅 세럼. 세가지 미백 활성 성분을 담아 미백 효과가 더욱 강력해졌다. 13만5천원.LED 피부를 위한 뉴 화이트닝 케어 영화 을 본 이들은 7명의 쟁쟁한 여배우들 사이에서 고현정이 가장 눈에 띄더라고 입을 모은다. “피부가 광채를 내뿜더라고. 게다가 그 귀티 나는 아우라라니!” 뷰티 화보 촬영 시 선호되는 모델도 ‘자체 발광’ 피부인 경우가 많다. 송경아, 이현이가 대표적인 예. “그저 하얀 피부가 아니에요. 서양 모델들의 피부가 하얗긴 하지만 조명을 비추면 푸석해 보이는 경우가 많거든요. 반면 밝은 빛을 머금은 피부는 별다른 보정 작업이나 베이스 메이크업 없이도 아름다워 보이죠.”포토그래퍼 최용빈의 말. 일찌감치 선보인 올해의 화이트닝 제품들 역시 잡티 없이 깨끗한 피부에 건강한 빛이 느껴지는 래디언스 케어의 의미가 강해졌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자체 발광하는 피부, 피부 속부터 자연스러운 빛을 가져다주는 화이트닝 케어인 셈이다.자외선이 멜라닌 생성을 증가시켜 잡티와 기미 등을 만든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피부가 빛을 잃어가고 안색이 어두워지는 원인은 뭘까? 설화수 연구진은 빛이 아닌 열에 인한 안색의 변화를 지적하면서 열까지 다스리는 화이트닝 케어를 강조한다. 햇빛 속에는 자외선뿐 아니라 적외선을 지니고 있는데 적외선이 피부 온도를 상승시켜 노폐물을 축적시키고 모세혈관을 확장시키는 등 피부 먹구름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빛은 뿌리 깊은 기미를 남기고 열은 노란기와 붉은기를 돌게 해서 피부 빛을 점점 탁하게 변화시키죠. 피부 온도가 올라가면 혈관의 늘어지고, 피부 에너지가 저하됩니다. 나이가 어릴 때는 회복이 빠르지만 나이가 들수록 회복 속도가 느려지면서 안색이 누렇게 뜨거나 붉게 변하게 되는 거죠.” 여자의 안색은 일생 동안 3번의 터닝 포인트를 겪게 되는데 에 나온 여성의 7년 주기설과 동일한 주기로 변화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28세 이후에는 피부 밝기가 더욱 감소하고 35세 전후로 누런기가 증가하며, 42세를 맞이하면서 붉은기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갱년기를 맞이한 엄마들이 붉은 얼굴로 ‘덥다’를 연발하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따라서 밝은 안색을 유지하고 싶다면 외부의 열 노출을 최소화하고 정상적인 피부 온도인 31~32℃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SK-Ⅱ는 피부가 빛의 삼원색, 레드, 그린 블루 컬러의 완벽한 밸런스를 지적한다.(? 무슨 말인지..교열) 이 RGB 밸런스를 결정하는 세 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 표피 두께가 얇으면 삼원색의 전달량이 감소된다는 것. 멜라닌 양이 많고 분포가 고르지 못했을 때도 마찬가지. 또 하나는 스트레스 등으로 피부 속 단백질이 당화되면 피부가 누렇게 뜬다는 것. 피부 잡티에 대항하는 방식도 좀 더 강화되고 세분화된 모습이다. 시세이도는 미백 효과는 인정받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한 가지만 택일해서 사용해야 했던 세 가지 활성성분을 세계 최초로 배합한 강력한 화이트닝 제품을 선보였다. 디올의 새로운 나이트 전용 화이트닝 제품은 피부 속 DNA의 손상을 복원해 멜라닌 과다 촉진을 막는다. 에스티 로더의 새로운 화이트닝은 잘보이지 않는 잡티, 작은 표면 잡티, 끈질긴 노화 잡티, 재발성 잡티 등 네 가지 종류의 잡티에 대항한다. 미백뿐 아니라 안티에이징, 보습 등의 기능을 추가한 것도 특징. 크리니크는 화이트닝 케어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는 나이의 여성들을 위해 안티에이징 기능을 추가한 세럼을 선보이고 샤넬의 화이트닝 크림은 글리세린과 히알루로닉산이 피부 보습력을 높여준다. 미백에서 더 나아가 피부에 빛을 더하는 화이트닝 케어 제품은 더이상 ‘ONLY FOR ASIA’가 아니다. 인도나 중동 지방은 물론이고 유럽, 미주 지역에서도 화이트닝 케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 하긴, 밝고 화사한 피부에 대한 니즈는 인종을 초월할 테니.눈에 띄는 잡티를 제거하고 피부 속에 불을 밝힌듯 LED 피부를 만들어주겠다고 나선 새로운 화이트닝 제품들이 빛을 잃어가는 피부를 다시 ‘발광’케 해줄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과거 여성들처럼 하얗고 깨끗한 피부를 위해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된다는 것!*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2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