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
둔탁한 소리 없이, 뚜렷한 족적 없이, 의심할 여지 없이 마음에 총구를 들이대는 사내가 있다.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 정우는 오랜 시간 무예를 갈고닦고, 내공을 쌓으며 완벽하게 조련된 스파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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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키 오버사이즈 코트는 Groundwave, 화이트 트렌치코트와 레이어드한 컬러 티셔츠는 모두 Dior Homme. 블랙 팬츠는 MunSoo Kwon. 그레이 스니커즈는 Pasquale XY3, 헤드기어로 장식한 모피는 Jindor. 
 
 
 
버클 디테일이 있는 블랙 무통은 Salvatore Ferragamo. 메시 맨투맨 티셔츠는 Calvin Klein Collection. 니트 소재 팬츠는 G.I.L Homme. 겨자색 가젤은 Adidas. 뱅글은 Moree. 글러브와 허리에 두른 화이트 머플러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헤링본 롱 코트는 Am.We. 블루 컬러 니트 톱은 Dior Homme. 팬츠는 G.I.L Homme.
 
 
영화 <바람>을 다시 봤다. 개인적으로도 대중에게도 정우라는 배우를 각인시킨 작품이 아닌가 싶다. 자전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 <바람>은 나름대로 학교에서 싸움 좀 하고, 개구진 면이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허세 부리지 않는 방식, 속마음을 보여준 부분에서 공감대가 생긴 게 아닌가 싶다. ‘싸움을 좀 한다고 모두가 건달이 되는 건 아니다’라는 시놉시스가 특히 와 닿았다 맞다. 건달이 된 친구는 한 명도 없거든. 한창 혈기왕성한 시기에 수 틀려서 치고 박고 싸우는 게 다반사니까. 어떤 사람들은 과장됐다고 할 수도 있고 ‘저건 완전 약과지’ 하는 친구들도 있기 때문에 남자들 학창시절의 평균을 내는 건 어려운 것 같다.
 
<바람>의 이성한 감독이 정우 씨를 만난 후 자신의 시나리오를 다 뒤집었다는 얘기가 맞나 응? 그건 아니고. 감독님과는 <스페어>라는 영화를 계기로 친분이 생겼는데 둘 다 술을 잘 못하니까 밥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다. 그러다 고등학교 얘기가 나와서 “내가 다닌 학교는 만화책에 나오는 학교 같았다”며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줬지.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그 얘길 글로 한번, 일기처럼 나열해 보라고 권하셨다. 그때부터 내 학창시절이 몇 년도였는지 짚어가는 것으로 시작해 우리 집에서 내가 어떤 포지션이었는지 등을 일주일 동안 적어 내려간 게 50~60쪽 되더라. 아버지 얘기도 나오고, 당시의 충격적인 모습도 생각나고 하니까 울기도 엄청 울면서 썼다. 당시에 난 아버지가 아프다는 얘기를 듣고 나 공부시키려고 가족들이 거짓말하는 줄 알았거든. 그렇게 쓴 내용을 감독님께 보여드렸더니 재미있다고 하시더라. 그걸 감독님이 시나리오화해 영화로 탄생했다. 
 
90년대 추억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우리 형한테 정말 많이 맞았다. 영화에 나온 것처럼 집이 엄청 엄했거든. 사실 나의 일탈은 학교에서 하는 게 다였다. 학교 마치고 7, 8시까지 집에 안 들어가면 그날은 초상 치르는 날이었으니까. 별도로 방황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었다. 과외 선생님이 두세 분 계셔서 학원 간다는 핑계도 못 대던 시절이었다. 결국 마음잡고 공부했나 공부는 아니고 하고 싶었던 연기로 눈을 돌렸고 결국 연극영화과에 합격했지. 고등학교 시절 정우의 바람이 연기자가 되는 것이었다면 <바람>을 찍을 당시 정우의 바람은 뭐였나 그냥 작품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었다.  작품 출연에 어떤 목적을 두거나 특별한 바람을 갖진 않았다.
 
이렇게 얘기하다 보니 그동안 <응사>의 쓰레기가 실제 정우가 아닐까 싶었는데 <바람>의 정국이 정우 같다는 생각이 드네 걔랑 얘랑 많이 비슷한데(웃음). 그런 건 있더라. 목 긁을 때 손가락을 치켜 올리면서 긁는 습관이나 다리 떠는 것도 그렇고 목 긁는 장면은 <응사>의 해태(손호준)가 <바람>에서 맡았던 김영주라는 역할 있잖아, 그 실존 인물이 김동주라는 친구인데 걔가 아토피 피부염이 있어서 꼭 그렇게 목을 긁었다. “아이고, 간지러버라” 그러면서(웃음).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따라 하다 익숙해진 거지. 그런 일상적인 습관이 <바람>과 <응사>의 연결고리가 되는 점이 재미있다 다행히 시청자들이 <바람>의 장면 장면을 모두 기억하진 못해서 그런 모습이 새롭게 보이는 것 같다. 난 그 역할이 되려고 하기보단 실제의 나를 역할에 녹여 넣는 타입이라 내게 착 달라붙어 있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반복하는 게 재미있다.
 
<응답하라 1997>이 워낙 화제였던 터라 <응사>에 캐스팅된 순간 배우 생활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생겼을 것 같다 되도록 기대는 안 해야겠다 싶었다. 일단은 독립영화 찍는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촬영해야지 그랬다. 캐스팅 기사만으로도 내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뜨니까 은근 부담되더라. 부담을 갖고 연기하면 분명 힘이 들어갈 거고 그러면 밸런스가 깨질 테니까. 즐길 만한 이슈 아닌가 아직 대중의 관심이나 인기를 즐기는 수준은 못 된다. 조심스럽게 행동하려고 하는 편이다. 변했다는 얘긴 듣기 싫으니까. 맞나. 혼자 있을 땐 완전 즐기다가 안 그런 척하는 방법도 있는데 어떤 의미로는 그것부터가 거짓이지 않나. 난 본 건 봤다고 얘기하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얘기하는 사람이고 그게 내 장점이라 생각한다. 맞나 물론 100% 그렇게 되긴 힘들겠지. 집에서는 방귀를 뿡뿡 뀌는데 밖에서도 솔직해져야 한다며 막 방귀를 뀔 수는 없지 않나. 물론, 현장에서 가스를 분출하기는 한다(웃음). 연석이는 놀라고, 아라는 이런 오빠 처음이라고 그러더라. 극단적인 예지만 어떤 작품을 할 때 현장에 있을 때만큼은 그 사람들과 허물없이 지내고 싶은 바람이 있다. 이번엔 진짜 쓰레기로서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맞나 자꾸 왜 그러나. 사투리에 대한 부담은 갖지 않기로 하고선.
 
이런 추임새 정도는 넣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생기네. ‘쓰레기’의 매력은 뭐라 생각하나 쓰레기 캐릭터? 좋은 장치를 가진 캐릭터다. 우선 스펙이 기가 막히잖아. 집에서는 소탈하고 편안한 인간이면서 휴지 조각 같은 존재이기도 한데 밖에서는 운동까지 잘하는 천재 의대생이다. 그러니 그리 잘생긴 캐릭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반전된, 의외의 멋스러움이 나오는 것 같다. 사실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쓰레기의 매력이 뭔지 잘 모르고 있었는데 12화 마지막 장면에 “쩡아, 오빠랑 오랜만에 데이트 함 하까?”라고 얘기하는 쓰레기가 참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 그래서 그 신이 참 좋았지.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캐릭터가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어필된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 진짜, 너무 감사하지.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나정이는 왜 쓰레기를 좋아할까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다. 여자들은 흔히 오빠에 대한 환상이 있지 않나. 개인적으론 없는데 이런, 큰일났네. 그래서 칠봉이한테 가셨구나 (웃음).
 
나정이는 사랑이 싹트는 데 함께한 역사가,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인간 정우는 어떤가 상대에 따라 달라지겠지. 사랑할 때 난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야, 난 절대 첫눈에 반하지 않아, 이런 식으로 정해 놓진 않으니까. 그런 종류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는 타입도 아니다. 다만 내게 사랑이 있다면 그 사랑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드라마 초반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은데 4, 5kg 정도 빠진 것 같다. 근육도 덩달아 많이 빠지고. 몸은 좀 힘들지만 촬영은 즐겁게 하고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그러진 않는다. 살 빠진 게 상반신 탈의 신이 줄어든 이유이기도 한가 응(웃음)? 처음엔 쓰레기와 나정이가 허물없이 지내는 관계임을 설명하기 위해 훌러덩 벗는 신이 많았지. 왜 가족끼린 그러잖아. 그런 친밀감은 이미 구축됐으니 후반부에는 노출이 줄어든 것 같다. 반면 칠봉이의 노출은 쓰레기와는 달리 남성미를 어필하기 위한 것이었고 많은 분들이 좋아했으리라 생각한다.
 
‘뼈미남’ ‘날개뼈 요정’ 같은 수식어는 또 처음이다 나도 처음 듣는다. 내가 거울 보면서 날개뼈 연기를 막 연습한 건 아니라서(웃음). 의도한 게 아니라 연기를 하다 보니 불거진 뼈인데 그 부분까지 사랑해 주실 줄 몰랐다. 부산에서 어머니가 오셨다고. 모처럼 집밥 먹겠네 메뉴는 주로 제육. 내가 고기를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메뉴 위주로 해주신다. 이번엔 잡채도 있더라. 요리를 즐긴다고 요리하는 걸 많이 좋아했었지. 닭 가슴살 볶음밥, 삼계탕, 미역국, 쇠고기 무국 등등 웬만한 건 다 할줄 안다. 전복 요리도 해봤고. 최고의 신랑감인데 아이러니한 게 또 안 하다 보면 금세 까먹는다는 점! 사는 집은 어떤 모습인가 그냥, 평범하다. 일이 많을 땐 어질러져 있고 설거지도 쌓여 있고 허물 벗은 것처럼 옷도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대신 먼지는 많지 않다. 호흡기로 흡수되니까 그 부분은 주의하는 편이다. 아픈 걸 싫어하거든.
 
건강염려증? 그 정도는 아니고(웃음). 몸살 걸리면 몸이 힘드니까. 집에선 쇼 프로그램 보면서 라면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갈증이 생길 땐 지인들과 수다 떨면서 치맥 하는 걸 좋아하고 사람이 북적이는 곳은 즐겨 찾지 않는 편이다. 예전에 비해 가장 많이 달라진 건 바쁘다는 것, 어느 자리에 가든 항상 감사한 일이 생긴다는 것. 드라마가 끝나면? 먼저 아버지 산소에 가고 싶고, 부산 친구들도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으레 하는 질문,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따로 어떤 면을 갖추기보단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덕목, 그러니까 어떤 행동, 생각들이 변해야 하는 순간엔 좋은 방향을 향하고 싶고 이왕이면 예의 바르고 겸손하게 살고 싶다. 어머니, 아버지가 늘 말씀하셨던 것처럼.
 
 
 
Credit
- EDITOR 채은미
- PHOTO 신선혜
- DESIGN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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