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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시완

곱디고운 임시완도 나쁜 상상을 할까? 아무리 나쁜 소년을 주문해도 임시완은 더럽혀지지 않았다. 순결한 얼굴로 아직은 모든 게 미완이라고 말하면서.

프로필 by ELLE 2014.01.06

 

블랙 컬러 슬리브리스 후드는 Resurrection.


 

 

 

 

메시 소재 블랙 컬러 재킷, 블랙 컬러 시스루 톱, 레더 팬츠는 모두 Resurrection.


 

 

 

 

라운드 넥 핀 스트라이프 톱과 팬츠는 모두 Blindness by Kud, 블랙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인터뷰 싫어하나요 아니요. 근데 질문하는 분이 지루해하시죠, 재미가 없어 가지고…. 오늘이 <변호인> 개봉 전 첫 인터뷰라고 들었어요. 일단 개봉 전 반응은 좋던데요 사실 선배님들 말씀 듣고 아는 거지, 저는 이게 어떤 반응인지 전혀 모르고 있어요. <해를 품은 달> 찍을 때도 시청률이 잘 나왔다 잘 나왔다 그러는데, 전 개념이 없으니까 20%가 높은 건지도 몰랐어요. 지금도 반응이 좋다니까 좋은가 보다 그러는 거예요. 저한텐 장편영화가 처음이니까 막연해요. 모든 게.

처음에 시나리오 받았을 때 기억해요? 네. 몸이 힘든 건 전혀 문제가 안 됐고, 감정은 굉장히 힘들겠구나 생각했죠. 또 나중에 송강호 선배님과 같이한다고 들으니까 더더욱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제가 욕심을 많이 냈어요. 촬영현장은 어땠어요 항상 걱정이던 게 송강호,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 선배님을 비롯해 모든 출연진이 연기에 관한 한 어마어마해요. 그런 작품에 제가 배우고자 하는 욕심으로 들어가서 혼자서 누가 되는 건 아닌가, 찍는 동안 부담감이 많았어요. 연기 따로 배운 적 없죠 네. 없어요.

연기는 어떻게 하는 거예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감정을 속이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다른 배우들 입에서 ‘시완이 연기가 좋았다’는 평이 쏟아지던데요 다행이죠. 그런데 선배님이 자꾸 칭찬하시니 기대감이 너무 높아져서 걱정이에요. 잘했다고 들었는데 영화 보니까 그럭저럭이란 말 나올까 봐. 1988년생인데, 영화 배경은 태어나기도 전이에요 제가 겪어보지 않은 시대이기 때문에 고민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했어요. 일단 자문을 많이 구하려고 주위 사람들에게 계속 물어보고….

일할 때 준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워낙 성격이 그래요. 느낌대로 그냥 팍팍, 이런 건 못해요. 그렇게는. 가수일 때는 무대에서 좀 더 즉흥적이어야 하지 않나요 그래서 제가 가수로는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잖아요(웃음). 원래 부산 출신이고, 영화 배경도 부산이에요. 고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어요? 일단은 사투리. 만약에 제가 사투리를 못 썼다면 대사 할 때 외국어를 쓰는 느낌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전 지금도 친구들이나 엄마 아빠한테 전화하면 사투리를 쓰니까 전혀 불편하지 않았어요. 그나마 사투리로 큰 덕을 봤고, 또 부산에서 일어난 ‘부림사건’을 모티프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마냥 남일 같지 않은 감정이 느껴졌어요.

촬영 기간 동안 제국의 아이들로 가수 활동을 병행하는 건 어땠나요 그걸 컨트롤하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영화 찍는 사이엔 최대한 밖에 나가는 걸 자제했어요. 감정을 차분하게 유지하려고, 영화도 코미디를 포함해 밝은 건 안 보고, 제가 좋아하는 <무한도전>도 당시에는 잠시 멀리했고(웃음). 제일 문제는 무대였는데, 촬영하는 동안 저에겐 진우의 정서가 지배적이었지만 무대에서 티를 내면 안되잖아요. 자신을 속인다는 게 되게 어렵더라고요. 임시완의 인생에서 ‘이때다’ 싶었던 때는 언제였어요 두말할 것 없이 <해품달>이죠. 그때 처음으로 ‘이 세계’에 출사표를 던졌으니까. 그 뒤로 많은 분들이 저를 알게 됐고요.

외모 덕을 안 봤다고는 말 못하죠. 사극이 잘 받는 얼굴이던데요 아무래도… 영향이 있기는 있었겠죠. 뭘 그렇게 겸손해요. 잘생긴 거 본인도 알죠 못생기지 않았다는 게… 그게…그걸…플러스 요인으로 봐주시는 것에 감사해요. (정적) 사실 궁극적으로 갖춰야 하는 건 실력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본질에 포커스를 맞추려 하고 있어요. 얼굴도 실력이에요. 배우는 얼굴이 제일 중요한 도구잖아요 그게 어려워요. 숙제예요. 이런 촬영할 때 항상 “오른쪽 얼굴이 나아요? 왼쪽 얼굴이 나아요?”라는 질문을 받는데, 저는 그걸 한 번도 고민해 본 적 없어요. 제가 얼굴의 미세한 근육 하나하나 움직이며 연기하는 경지는 아니잖아요. 아직 지금 집중하는 건 정서 표현인데, 오른쪽 정서랑 왼쪽 정서가 다를 순 없는 건데(웃음).

더 유명해지고 싶나요 톱스타요? 그건 제 목표가 아니에요. 인기는 하다 보면 따라올 수도 있는 거고, 안 따라올 수도 있는 거고. 제가 지향하는 건 실력 면에서 믿음직한거, ‘임시완, 그러면 연기는 믿고 간다’ 정도? 닮고 싶은 배우나 선생님으로 삼고 싶은 사람은 누구예요 지금 당장은 송강호 선배님, 아니 앞으로도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송강호 선배님 무서웠나요 다가가기 쉬운 분은 아니에요. 그분이 지금까지 해왔던 게 있으니까요. 제가 느낀 선배님은 제3자 입장에서 볼 수 있는 눈이 (허공에 손을 들어 올려) 여기 하나 더 있는 분이에요. 그 눈이 되게 무서워요. 제가 촬영할 때 감정을 못 느꼈는데 느낀 척하고 연기하면 귀신 같이 알아내세요. 선배님 앞에서는 거짓말을 못해요. 더 인상적인 건, 선배님은 자신을 바라볼 때도 객관적으로 평가하세요. 소름 끼칠 정도로. 그런 점은 제가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았고, 앞으로도 더 받고 싶어요.

다른 아이돌도 요즘은 연기를 많이 해요. 그들 중 하나로 묶여서 회자되는 기분은 어때요 당연히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무리 열정을 불살라서 연기를 한다 해도 족보에도 없는, 배운 적도 없는 연기를 하고 있는 건데. 아주 어릴 때부터 연기만 꿈꿔온 사람들이 투자한 시간에 비하면 제가 투자한 시간은 얼마 안 되는 거잖아요. 지금 받고 있는 관심이 그래서 더 과분하고, 더 조심하려고 해요. 무게감을 잃지 않으려고요. 이번 촬영 컨셉트에 맞춘 소품들, 문신, 담배, 피어싱… 다 관심 없다면서요 부모님 속 썩일 정도로 사고를 친다거나 나쁜 일탈 같은 건 저한테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어요. 문신은 없고요, 담배도 안 피워요. 귀고리 정도는, 연습생 때 오히려 많이 해봤기 때문에 이젠 질렸어요. 해볼 만큼 해봤으니까 환상 같은 것도 없고.

시완 씨도 멋 내고 다니던 때가 있었죠 그럼요. 있죠. 제가 제국의 아이들 멤버 중에 옷에 제일 관심 많았는데, 지금 보면 못 믿으시겠죠? 신진 디자이너 옷들을 좋아했었어요. 미국 사이트에서 직접 주문해서 사 입을 정도로. 지금도 다 가지고 있어요. 그때 생각으론, 이때 아니면 언제 이렇게 튀는 옷 입어 보나, 나이 들면 ‘남세스러워서’ 못 입겠지 싶었거든요. 한동안 그러다가 어느 순간 좀 시들해지기도 했고, 튀는 스타일이 좀 부담스러워지더라고요. 시간 나면 뭐 해요 요즘 저는 포장마차 가서 소주 한잔 마시는 게 좋더라고요. 편하고. 추리닝 바람에 나가도 누구 하나 개의치 않으니까요. 젊은 사람들 가는 데는 부담스러워서, 강남은 잘 안 가요.

다음에 영화 찍으면 어떤 역할 해보고 싶어요 운 좋게도 제가 이미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역할을 했어요. 아, 올해 초에 <변호인> 들어가면서 머리를 짧게 깎았는데, 그때 문득 누아르 영화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남자의 로망 같은 것 있잖아요? 올해는 어땠으면 좋겠어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특별히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미 많은 기회를 주셨고 제가 목표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얻었어요. 그래서 전 사실 ‘2014년에는 뭘 하고 싶다’ 그런 게 없어요. 충분히 감사하고 그냥 지금이 좋아요. 걱정이나 고민 있어요? 없어요.

 

 

 

Credit

  • EDITOR 이경은
  • PHOTO 장덕화
  • DESIGN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