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녀들이 꽂힌 액세서리 아이템
확고한 취향과 감성을 지닌 국내 액세서리 디자이너를 만났다. 풍부한 삶의 경험에서 온 감각과 노하우는 이 시대 여성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미묘하게 간파하는 힘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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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신의 이니셜이자 브랜드 이름을 새긴 유쾌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혜라의 타투.
 
2 작업실 한 켠의 나무 오브제에 걸려 있는 체인 네크리스들.
 
3 다양한 스톤 장식의 너클 링과 투 핑거링 모음.
 
4 거친 표면의 체인에 진주와 스톤 참 장식을 더한 네크리스.
 
5 우아한 곡선의 이어 커프스.
 
 
 
 
6 컬러감 있는 악센트 스타일링을 즐기는 박혜라의 퍼스널 스타일.
 
7,8,9 손을 탈수록 더욱 자연스러워지는 거뭇거뭇하고 거친 듯한 실버 산소 용접은 HR 주얼리만의 특징이다. HR의 시그너처인 투 핑거링과 체인 팔찌, 다양한 체인 주얼리 베리에이션.
 
10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만든 해골 모티프의 페도라.
 
 
 
H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혜라
 
홍보대행사를 운영하고,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다 주얼리 디자이너에 도전한 이력이 특이하다 30대 중반까지 다른 일을 하다 패션계에 들어오고 약 17년 정도 흘렀다. 다른 사람들처럼 어떤 특별한 기획을 가지고 HR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시간이 나면 여행을 떠날 만큼 여행을 워낙 좋아하는데다 그때마다 젬스톤을 사왔던 게 주얼리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내가 사온 것들을 어떻게 엮어볼까 하다가 체인과 연결해서 주얼리를 만들어봤는데 볼드하고 아름다워 마음에 들었다. 주얼리 디자인을 배운 적이 없어서 혼자 공부하고 경험하며 계속 만들어봤더니 주위에서도 예쁘다고 해 얼떨결에 이니셜 HR을 붙여 론칭하게 된 거다. 처음에 멀티숍 쿤에서 바잉을 했고, 다이아몬드로 만든 해골 모양의 주얼리는 분더숍 맨에서 바잉하는 등 반응도 좋았다. 그렇게 주먹구구로 시작한 HR이 이제 10년이 됐다. 뭐든 하면 10년 이상 해야 한다는 게 내 신념인데, 연습도 많이 했고, 이제 자신 있게 내 주얼리를 내보여도 된다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말부터 홍보대행사와 스타일링 일은 다 덮어두고 주얼리에만 전념하고 있다.
 
원래 주얼리나 다른 액세서리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나 지금은 직업상 홍보를 위해서라도 귀고리, 목걸이, 팔찌, 반지를 조금씩 연출하는데 원래는 반지도 잘 안 끼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소장하는 의미로 다양한 주얼리 컬렉션을 사 모았다. 슈즈도 좋아한다. 옷의 경우 굳이 디자이너 브랜드가 아니어도 아메리칸 어패럴 V네크라인 티셔츠 하나만 있어도 잘 입고 다니는 편이다. 5년 전까지만 해도 클럽에서 발이 퉁퉁 부어도 힐을 신었는데 요즘엔 스니커즈가 제일 좋다. 직접 오더해서 구입할 만큼 나이키 마니아이기도 하고 루디 데이비스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HR 피스는 HR의 시그너처인 체인 시리즈가 가장 좋다. 공장에서 그냥 찍어 놓은 체인이 아니라 모두 산소 용접을 해서 체인을 완성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체인에 뭔가 검게 묻어 있기도 하는데, 코스튬 주얼리인데도 독특한 날것 느낌이 좋다. 너무 예쁘게 정돈되고 비율이 맞는 것보단 거칠고 손을 탈수록 아름다워지는 게 HR의 매력이다.
 
여행을 좋아하니 이곳 저곳에서 다양한 것들을 보고 영감을 많이 받을 것 같다. 도시, 오지, 휴양지 등 여행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즐긴다. 약간의 동심이 섞인 4차원적인 요소들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바르셀로나에서 후앙 미로의 작품을 보며 그의 스타일과 컬러 요소를 보고 ‘정말 외계인와 교류하지 않고서야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없다’는 상상까지 했다. 알 수 없는 추상화인데 동심이 묻어나고 그걸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는 건 다 좋다. 얼마 전 알렉산더 칼더 전시를 보고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자신에게도 그런 특징이 내재돼 있다고 생각하나 ‘똘끼’는 있지만 행동은 보편타당하게 한다! 실제로 보진 못했지만 UFO가 있다고도 생각하고, 남산에 마징가 제트가 숨어 있을 거라는 상상도 한다. 안데스 문명이 자리 잡은 곳, 마추픽추 같은 곳에 꼭 여행 가고 싶은데 그런 내 성향은 후앙 미로, 칼더의 작품 세계에서 느껴지는 색감, 모양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로서 요즘 가장 자극을 주는 것들은 무엇인가 외국 액세서리 디자이너들이 매 시즌 컬렉션을 선보일 때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는다. 현재는 HR이 코스튬 주얼리지만 자본도 갖추고 충분한 상황이 허락된다면 실버 위주의 제품군에서 확장해 파인 주얼리 컬렉션으로 늘려 보고 싶다. 지금도 지인들이 금과 다이아몬드로 HR 제품을 따로 주문하는데, 그런 요구사항들을 반영해 확장해 볼 예정이다.
 
계획하고 있는 또 다른 라인 확장은 HR 주얼리 가격대가 아주 싸지도 않고, 아주 비싸지도 않기 때문에 비슷한 스타일의 주얼리를 가격대로 낮춘 세컨드 브랜드를 론칭 하려고 한다. 최근 친구이기도 한 배우 공효진이 HR 체인과 심플한 뱅글 제품을 레이어드한 걸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일명 ‘공효진 팔찌’라며 알아보기 시작했고, 주문도 많이 들어온다. 세컨드 브랜드를 시작한다면 대중에게 더 빠르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다운 주얼리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아름다운 여성은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나 많은 사람들이 내적이고 지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하지만 사실 그건 그 여성을 직접 만나보고 사귀어보지 않으면 잘 모르기 마련이다. 남에게 예쁘게 보이기에 앞서 자신에게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메이크업을 완벽하게 하고 디자이너 옷을 입으라는 것이 아니다. 3만원짜리 티셔츠를 입어도 자신이 어떻게 아름답게 보일지 알고 입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만 신경 쓴다면 아름다운 여성이 될 수 있다.
 
 
 
 
 
1 데스크탑 한 켠에 붙어있는 쿠론의 캠페인 포스터.
 
2 오밀조밀 정리된 스와치 보드.
 
3 엑조틱 레더와 퍼플 컬러가 어우러진 이번 시즌 뉴 백 제타.
 
4 그녀가 운명이라고 표현한 블루 컬러의 스테파니 백.
 
5 악어가죽의 아름다운 특성을 소가죽으로 구현한 쿠론의 ‘헤더’ 백은 석정혜 이사의 시즌 추천 아이템.
 
6 LA 자택에서 만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석정혜.
 
 
 
 
 
7,8,9 캐더린 선글라스, 유진 클러치백, 스테파니 클래식 백까지. 클래식한 멋을 지닌 쿠론의 다양한 제품들.
 
10 정혜 이사의 책상에서 발견한 <엘르>와 진행한 화보와 카탈로그들. 
11 코오롱 사옥 한 켠에서 쿠론의 아카이브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
 
12 스터드와 스톤 디테일을 더한 바네사 백이 트렌디하다.
 
 
 
COURONNE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석정혜
 
쿠론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석정혜라는 이름 앞에 ‘성공 신화’라는 말이 따르기 시작했다 내가 가는 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성공의 에너지였다. 처음 쿠론을 시작할 때 패션 업계와 유통에서 어느 누구도 내게 성공을 확신하는 믿음을 보내지 않았다. 이미 시장은 명품과 매스티지 상품들로 넘쳐났기 때문이다. 모든 라인이 가죽으로 구성되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컬러를 쓴다니 그게 가능하겠냐, 로고가 보이지도 않는 브랜딩으로 브랜드를 어필할 수 있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기존 질서와 타협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았다. 쿠론은 진부함이 아니라 근성과 의지, 도전으로 빚어낸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쿠론을 론칭하게 된 계기와 당시 갖고 있었던 생각은 무엇이었나 당시 OEM 디자인으로 업체의 주문을 받아 납품하던 사업을 그만두려던 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17년가량 가방 사업을 했음에도 디자이너로서 내가 만든 가방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들고 싶은 가방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곧 내가 든 가방을 보고 주위에서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잘될 거라고 판단했다. 디자이너가 될 수 있도록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어머니께서 굉장히 화려하고 패션에 민감하셨다(지금도 화려하시다!). 대학 때부터 노라노, 송옥 디자이너의 옷을 입으시고, 구찌, 디올, 레오나드 등을 좋아하는 어머니의 영향이 내가 패션에 눈뜨도록 했던 것 같다.  지금도 어머니가 들었던 가방과 스카프 등을 내가 갖고 있다. 대학 입학 때는 어머니가 당시 구하기도 힘들었던 구찌 크로스백을 선물해 주셨는데, 그 가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평소 패션 스타일도 쿠론의 가방과 닮아 있는지 궁금하다 언제 입어도 세련된 느낌이 드는 클래식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여성스러우면서도 과하지 않은, 간결하지만 어깨 라인 등 디테일까지 섬세하게 신경 쓴 옷에 애착이 간다. 쿠론 제품 역시 유행을 따르지 않고도 손이 가는 클래식하고 시크하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 숨은 디테일까지 섬세하게 살린, 백 번 들어도 질리지 않는 가방 말이다. 보통 디자이너들이 가방에 자신의 뮤즈 이름을 붙이곤 하는데, ‘스테파니’ ‘재키’ ‘조세핀’ 등 많은 쿠론 가방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나 가방의 시작이 ‘나’를 위해 만들었듯 주변의 지인들(딸, 친구 등)을 떠올리며 바로 그들이 ‘보통의 여성’이라는 생각에서 이름을 지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름을 짓고 나니 ‘스테파니’는 그리스어로 ‘왕관’의 의미를 갖고 있더라. 브랜드 명인 ‘Couronne’이 프랑스어로 같은 의미이니 너무 운명적이지 않나!  요즘에는 가방을 보며 사람 이름을 작명하듯 이름을 붙인다. 가방에서 들여다보이는 각기 다른 얼굴과 소재에 따른 품성을 생각하며 그 이미지와 어울리는 사람의 이미지를 생각한다. 쿠론 팀원의 이름으로 라인을 만들기도 한다. ‘유진’과 ‘애슐리’는 기획 MD들의 이름인데 이렇게 하니 더더욱 애착을 갖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쿠론의 컬러는 운명적인 스테파니의 블루 컬러! 쿠론 가방을 어떤 요리로 비유한다면 매우 깔끔하고 하나하나가 맛깔스러운, 먹는 사람을 배려해 섬세하고 정교하게 차려진 한정식. 디자인에 가장 큰 영감을 주고 신선하게 자극을 주는 것들은 자연, 길거리의 건물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LA 한인 타운을 지나면 멕시코 사람들이 사는 곳이 있는데, 요즘 그곳을 지날 때마다 너무 재미있다. 사람들의 옷차림, 건물의 색깔, 네온사인 등 많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아티스트들 역시 다양한 영감을 준다. 예전에는 바스키아를 좋아했고 요즘은 일본 사진가 아라키에게 집중하고 있다. 거의 ‘미쳤다’ 할 수준의 색과 감각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50~60년대 일본 문화에도 빠져 있다. 서양 문물을 동양식으로 새롭고 빠르게 받아들인 일본 문화를 많이 알아보고 있다.
 
패션계에서 오랫동안 디자인 비즈니스를 하면서 여성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여성들의 마음을 잘 안다기보단 ‘내가 갖기 싫고 들기 싫다면 남들은 좋을까?’라는 데서 시작한다. ‘만약 나라면 이 값을 지불하고 이 물건을 살까?’라는 마음으로 제품을 만들고 최종 가격을 결정하고, 소재의 경우에도 퀄리티가 좋고 그것으로 만들 제품이 떠오르면 비싸더라도 주문을 한다. 그것이 바로 쿠론이 여성들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쿠론’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나에게 주는 선물, 쿠론’이라는 브랜드 문구가 가장 눈에 띈다. 현재 자신에게 주고 싶은 선물은 멋진 노후를 위해 건강한 신체를 가꿔줄 운동 기구. 그렇다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고 싶은 선물은 바늘 한 쌈이라도 선물받는 건 좋다! 
 
 
 
 
 
1무드 보드가 벽면을 가득 채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윤정의 책상.
 
2 작업실 한 켠에 있는 그녀의 슈즈들.
 
3 드러내지 않는 여성미와 센슈얼리티를 담은 디디에 두보의 목걸이들.
 
4,5 디디에 두보의 이니셜 D 로고 플레이가 은은히 녹아든 뱅글과 코르셋에서 보이는 디테일을 담은 귀고리.
 
 
 
 
6 오피스에서 만난 김윤정은 그녀가 만드는 디디에 두보 주얼리와 닮았다.
 
7 불규칙하게 레이어드로 연출하면 좋은 반지.
 
8 평소 즐겨 보는 <모노클> 매거진.
 
9 클래식한 에르메스 백팩은 김윤정의 페이보릿 아이템.
 
 
10 살짝 흔들릴 때 더욱 아름다운 ‘몽 파리’ 귀고리.
 
 
 
DIDIER DUBOT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윤정
 
파리지엔 컨셉트인 디디에 두보 주얼리의 시작이 궁금하다 주얼리 디자이너로서 더 이상 무엇을 만든다는 게 무의미하다고 느껴졌던 시간이 있었다. 어느 날 스타일리스트 서은영의 책을 보다가 여자에겐 귀에 딱 붙는 진주 귀고리 하나면 충분하다는 글을 읽고 많은 공감을 했다. 나 자신도 다이아몬드 스터드나 진주 스터드 같이 간결한 액세서리만 착용하고 있었다. 당시 사랑에 푹 빠져 있었는데 성숙한 30대에 느껴보는 새로운 연애를 하며 다시 갖고 싶은 주얼리가 생겼고, 그걸 찾을 수 없어 내가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20대에 제이에스티나에서 일하던 시절에는 공주 같은 애티튜드로 연애에 임했다면 이젠 남자에게 매력적인 여성이 되는 것이 이슈였다. 그럴 때 ‘프랑스 여자’라는 로망이 내게 다가왔고, 탐구하기 시작했다.
 
의상을 전공했는데 주얼리 디자이너가 됐다 백, 슈즈, 스타킹, 벨트 같은 액세서리를 유난히 좋아했다. 튀는 스타킹에 독특한 슈즈를 매치하는 게 학창 시절의 시그너처 스타일이기도 했다. 한복 디자이너인 할머니께 많은 영향을 받은 것도 있다. 어릴 적부터 공단들을 보고, 동정 같은 한복 액세서리들을 가지고 뭘 만들기를 좋아했다. 내 디자인 전반에 오리엔탈 무드가 녹아 있는 것도 다 그 영향 때문이다. 디디에 두보 쇼핑백도 겉은 블랙이지만 안쪽은 유럽 시노아즈리 벽지 같은 오리엔탈 스타일이 묻어 있다. 그래도 여전히 의상이 게 그리운지 원단집에서 원단을 보면 흥분되고 보석의 컬러 매치에 많은 영감을 받는다.
 
디디에 두보는 론칭 때부터 니콜라 포미체티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화제가 됐다 브랜드 전개 방식을 한국에서 인큐베이팅한 후 외국으로 진출하기보단 동시다발적으로 해외와 소통하며 글로벌 컨템퍼러리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였다. 뉴욕에서 니콜라 포미체티가 뉴욕 팀을 이끌며 디자인, 세일즈 등 한국에서의 내 역할을 그곳에서 하고 있다. 오는 10월 14일에 뉴욕에서 디디에 두보 첫 론칭 쇼와 전시를 함께 열 예정인데, 그 역시 니콜라가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파리 여행도 많이 했을 텐데, 파리의 요소들을 어떤 식으로 주얼리에 녹였나 요즘 파리에 가면 작은 골목길이 예뻐서 절로 걸으며 즐기게 된다.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사라 제시카 파커가 힐을 신고 파리 골목 구석구석을 걸어다니는 모습을 떠올리며 이번 시즌에 ‘몽 파리(Mon Paris)’라는 이름으로 파리의 길, 지도에서 영감을 받은 느낌을 선으로 표현한 컬렉션을 만들었다. 반지를 레이어드하면 골목길처럼 불규칙하게 구불거리는 선을 연출할 수 있고, 울퉁불퉁한 길을 표현하기 위해 러프 다이아몬드를 사용했다. 길 외에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볼 수 있는 파리의 하늘빛도 담고 싶었다. 노천카페에 앉아 있다 마주할 수 있는 파랗고 회색이 뒤섞인 색감을 주얼리로 완성했다.
 
가장 좋아하는 디디에 두보의 주얼리를 꼽으라면 지금 착용하고 있는 몽 파리 귀고리. 이 제품을 만들 당시 연애 감정에 푹 빠져 있는 상태였다. 그냥 착하고 예쁜 여자가 아닌, 남자가 보는 매력적인 여자의 모습을 항상 생각하던 시기였다. 이 몽 파리 귀고리가 살짝 흔들리고, 얇고 심플한 반지를 끼고 손짓을 할 때마다 남자들의 시선이 닿고, 그것을 센슈얼하게 느낀다는 것을 알았다. 몽 파리 목걸이의 경우엔 크리스마스에 V네크라인 톱을 입고 착용하면 레스토랑 조명에 반사돼 V 라인 얼굴을 만들어줄 수 있도록 고려한 제품이기도 하다. ‘여자의 주얼리’ 디디에 두보 안에 담긴 여자의 욕망은 무엇인가 브랜드의 키워드인 ‘듀얼 페미니티(Dual Feminity)’다. 낮에는 숙녀, 밤에는 요부를 꿈꾸는 여자처럼 여성에게는 양면적인 매력을 다 갖고 싶어 하는 욕망이 숨어 있다. 드러내는 섹시함이 아닌, 감추고 있지만 애쓰지 않아도 은근하게 묻어나는 감각적인 느낌을 닮고 싶었다. 디디에 두보의 고객 역시 30대 중반 이상에 패션을 두루두루 경험해 본, 유난스럽기 보단 힘을 뺀 세련됨을 추구하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내년에 가방도 론칭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가방 역시 파리지엔이다. 르 베르소(Le Verso) 가방 디자이너 이재욱과 함께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고, 듀얼 페미니티 컨셉트를 따라 관능적이지만 순수한 반전 매력, 레이어드의 요소가 녹아 있는 제품들로 구성할 예정이다. 10월에는 청담동에 쇼룸을 오픈하고, 내년에는 부산에도 오픈할 예정이라 앞으로 이슈도 많고 바쁜 스케줄이 계속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주얼리 디자이너로서 기억하는 자신의 첫 주얼리 모멘트를 꼽는다면 첫 남자친구와의 커플 링. 당시 홍대 앞 디자이너 공방에서 핑크, 그레이 캐츠 아이 커플 링을 맞췄다. 골드가 아닌 원석을 선택했다는 것 때문에 주위에서 신선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Credit
- EDITOR 백지연 PHOTO 이수현
- 우상희
- COURTESY OF COURONNE
- DIDER DUBOT DESIGN 하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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