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르걸>의 비스트 섭외 작전은 두 달 전부터 시작됐다. 대한민국 신인 그룹의 스케줄이 그처럼 빡빡할 줄은 미처 몰랐다. ‘지붕뚫고하이킥’에 출연중인 기광의 드라마 스케줄, 하나 둘씩 나뉘어서 참여하는 예능 프로그램 때문에 여섯 명의 멤버가 함께 다섯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내심 있게 비스트를 만나길 기다린 것은, 무대에서 느껴지는 ‘절실함’ 때문이었다. 이미 많이 알려졌다시피, 비스트의 여섯 멤버들은 하나 같이 오랜 연습생 생활을 거치며 여러 차례의 좌절을 맛봤다. 그중에는 유명 기획사에서 진행한 리얼리티 쇼에서 탈락한 두준이나 현승, 아쉽게 솔로 활동을 접은 기광처럼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공개적인 실패도 있었다. 춤과 노래를 위해 십대를 바친 이 소년들에게 가수의 꿈은 얼마나 절대적인 것일까. 그래서인지 타이틀곡 ‘배드 걸(Bad Girl)’로 데뷔한 이들의 무대에선 초보 가수의 떨림과 긴장감이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꿈의 무대를 밟은 준비된 예비 스타들의 ‘한풀이’처럼 화끈하다.
(중략)
ELLEgirl(이하 EG) 바빠서 잠도 잘 못자고 다니죠. 오늘도 새벽 다섯시까지 연습했다면서요. 두준 네. 스케줄을 마치고 거의 매일 연습을 해요. 안무도 맞춰보고, 보컬 연습도 하고. 데뷔 이후 계속 하루 서너 시간밖에 못자는 것 같아요. 사실은 데뷔 전부터 그랬어요 요섭 배고플 때 밥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는 게 커다란 행복인 걸 이제 알게 됐어요. 집에서 엄마가 그렇게 자라고 할때는 안잤는데 말이죠. EG ‘비스트’란 팀명은 어떻게 결정됐나요. 동운 거론됐던 이름이 무척 많았어요. 여섯개의 아이콘이란 뜻의 식스콘, 징키스칸, 300, K6…. 맘에 들었던 건 없었어요. 준형 나중엔 “될대로 돼라”는 상태까지 갔어요. 그러다 데뷔 한달 전쯤, 춤을 가르쳐주러 온 외국 안무가가 우리 모습을 보고는 “So Beast”란 말을 한 거예요. 댄서들 사이에서 많이 쓰는 슬랭으로 “와, 너 멋있다”라는 뜻이래요. 사실 ‘비스트’를 문자 그대로 보면 ‘짐승’이란 뜻인데, 이미 짐승돌 2PM 형들이 있어서 고민되기도 했어요. 지금은 만족해요. 가끔 사람들이 여기 짐승 같은 애가 어디 있냐고 물어보는데, 무대에 올라가거나 잠을 못 자면 다들 짐승이 되기도 한답니다. EG 여섯 명 중에서 가장 ‘비스트’스러운 멤버는 누구인지 궁금해지네요. 일동 두준이요. 현승 딱 봐도 남성적으로 잘 생겼잖아요. 성격도 쿨하고 남자다운 편이에요. 요섭 음악 방송 리허설을 하다가 두준이가 실수로 내 얼굴을 쳤어요. 턱이 어긋날 정도로 세게. 그러니까 ‘너도 한 대 쳐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어떻게 진짜 치겠어요? 두준 난 미안해서 그런거지. EG 멤버들 중 가장 오래 알았던 사이는 누구인가요. 동운 기광 형이랑 저예요. JYP 연습생 시절에 만났으니 6년이 다 되어가요. 연습생 시절에 같이 그룹으로 묶여서 노래도 해보고 그랬는데, 신기하게도 이렇게 진짜 한 팀이 됐어요. 기광 동운이는 그때랑 똑같아요. 좀더 앳되고 곱게 생겼었고, 지금처럼 열정적이고 형들 말 잘 따라주는 막내였죠. EG 동운을 빼고는 모두 89, 90년생들이죠. 나이가 같은 친구들끼리 활동하는 장점이 있나요. 두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형은 동생을 제어하려고 하고 동생은 자꾸 불만이 쌓이면서 서로 틀어지지 않을까요. 우리는 할 말 다 하고, 불만이 있으면 그때그때 풀어요. 한국 아이돌 그룹 중 가장 친하다고 자부해요. 준형 서로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 싸움도 없어요. ‘어떤 건 조심해야겠다’, ‘어떤 건 짚고 넘어가야겠다’ 눈치로 알 수 있거든요. 그리고 두준이가 리더가 된 것은, 연습생 시절부터 기정 사실화된 거고요. 오랜 연습생 생활로 멤버들이 가장 친한 친구나 다름 없어요. EG 데뷔한 지 두 달 정도 됐죠. 가장 감격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현승 첫 방송 때죠. 첫 무대를 마치고 내려왔을 땐 극도의 흥분상태였고 그저 아쉬울 뿐이었어요. 숙소에 들어와 침대에 눕고나니 그제야 감격이 밀려들더라고요. 동운아버지가 우시는 걸 딱 두 번 봤는데, 바로 제가 연습생을 그만뒀을 때와 비스트 첫 방송 후 전화 통화를 하면서예요. 그동안 나를 믿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했어요. 기광 팬들의 커다란 함성이 들릴 때면 언제나 감격스러워요. 너무 흥분되고 신나요. EG 긴 연습생 시절이나 다른 그룹에서 탈락했던 얘기들이 자주 언급되잖아요. 솔직히 기분 좋진 않죠. 현승 지겹거나 기분 나쁘지도 않아요. 우리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리면 좋으니까요. 준형 그런 힘든 시간을 겪었기 때문에 멤버들 모두 씩씩하게 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한번도 실패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이 세계에 들어오면 정말 상처를 많이 받을거예요. 두준 실패해서 그대로 포기했다면 모르지만, 이렇게 다같이 데뷔를 했잖아요. 오히려 남들보다 우리가 강하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이 정도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EG 잠도 못 자고, 가족도 못 보고, 사생활도 포기해야 하잖아요. 도대체 왜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기광 한마디로 블랙홀이죠. 준형 음악이 좋아서 시작을 했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나니까 ‘이거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박혀버렸어요. 포기하려던 때도 있었지만, 발이 안떨어지더라고요. 이왕 시작한 것 최고가 되어보자고 마음먹었어요. 현승 많은 시선과 사랑을 동시에 봤지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이기적인’ 직업은 아니에요. 아이돌 그룹을 단순한 ‘아이들’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중략)
*비스트를 인터뷰한 다음 날, 청주대 손일락 교수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비스트 멤버 동운의 아버지였고, 부모와 교수의 입장에서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 아들에게 붙이는 격려와 조언의 글을 보내왔다. <엘르걸> 독자들과 그 진심을 공유하고자 조심스레 이를 공개한다.
*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1월호를 참조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