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패션 테이스트를 속깊이 이해하는 젊은 남성 디자이너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고 했거늘 여성들의 까다롭고도 모호한 패션 테이스트를 속깊이 이해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젊은 남성 디자이너들의 옷이 대부분이다.노현욱, 알렉산더 왕, 제이슨 우, 크리스토퍼 케인, 걸리시한, 청키한, 엣지있는, 파티, 모임, 패션쇼, 행사, 일상, 데이트, 주말, 오후, 헤눅, 알렌산더왕, 제이슨 우, 패션, 드레스, 슈즈, 원피스, 게이, 엘르, 엘르걸, 엣진, elle.co.kr

프로필 by ELLE 2010.02.08

다소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그러나 그에겐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없다) 패션계에 어느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알렉산더 왕의 컬렉션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그의 취향이 어떻든간에 남성(male)인 그가 어쩌면 이토록 매력적인 여자 룩을 만들 수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같은 맥락의 물음표를 달고 제이슨 우, 크리스토퍼 케인, 에르뎀 등의 컬렉션을 찬찬히 훑어보니 최근 패션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한 건 젊은 남자 디자이너들이 대부분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고 했거늘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여자 디자이너가 여자 옷을 이해하긴 쉽다. 그리고 남자 디자이너에겐 남자 옷을 이해하는 게 더욱 쉬운 일일 것이다.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느냐는 디자이너 개인의 취향과 능력의 차이겠지만, 어디까지나 ‘이해하는 것’에 한해서는 동성끼리가 더욱 유리한 일일 게다. 언젠가 남성 레이블을 운영하는 한 남자 디자이너에게 여자 옷은 만들지 않을 거냐고 묻자, 여자 옷은 패턴을 뜰 줄도 모른다는 대답을 들은 적이 있다.

여자옷을 아예 관심밖의 영역으로 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자 디자이너 노현욱은 ‘헤눅(henooc)’이라는 여성복 레이블을 운영한다. ‘헤눅’이 흥미로운 것은 처음 두 시즌은 남성복을 함께 선보였지만 아이디어가 표현되는 부분에 있어 겹치는 것이 싫어 결국 여성복만을 고집하게 됐다는 점이다. “남성복은 잘 재단된 패턴 하나로 몇 가지 옷을 만들 수 있지만 여성복은 5mm만 달라져도 완전히 다른 옷이 돼요. 그런 미세한 실루엣의 변화가 여자옷의 즐거움이죠.” 단지 즐거움만 있을까 싶어 남자로서 여자 옷을 디자인하는 데 어려움은 없냐고 슬쩍 묻자 기다렸다는 듯 재빠른 대답이 돌아온다. “너무 많죠. ‘여심잡기’라고 하잖아요. 한 사람을 위한 옷이 아닌 ‘다수의 보통 여자들’이 원하는 옷을 만들어야 하니까. 마치 연애와 같아요. 추구하는 여성상에 대한 기준이 여자 디자이너보다 오히려 더 까다로울 수도 있어요. ‘좀더 여성스러운 것, 좀더 여자가 좋아할 만한 것’에 대한 고민이랄까요. 그래서 남자 디자이너들이 왜 게이(gay)가 되는지, 혹은 게이가 왜 디자인을 하기 더 유리한지 알 것도 같아요.” 하지만 그는 남자의 기준으로 여성을 보는 게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남자와 여자를 구분없이 이해할 때 더욱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사실 남자 몸보다 여자의 몸이 이해하긴 어려울지 몰라도 더 아름답잖아요. 아마 하느님도 아담을 만들어보시곤 ‘아, 이게 더 낫겠구나’ 싶어 이브를 만들지는 않았을까요.” 그러니 여성들의 미묘한 취향을 속깊이 이해하는 한편 잘 팔리는 옷을 만드는 영리한 남성 디자이너들에게 집중되는 칭찬과 환호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른 성의 옷에 대한 탐구에 과학적인 접근과 타고난 직감 그리고 이해가 더해지지 않는다면, 마치 서로 다른 언어로 얘기하는 것은 아닐까 답답함에 가슴을 쳤던 지리멸렬한 연애와 다를 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이해와 교감들이 오가야만 남성 디자이너들의 인스피레이션을 자극해 그들을 디자인 열반으로 이끌 수 있는 것일까? 디자이너 노현욱이 ‘4월, 플로럴 시폰 원피스, 또각또각 구두 소리’같은 이미지를 가장 여성스럽다고 느끼듯(물론 정작 헤눅은 그런 이미지와 전혀 다른 디자인을 선보일지라도) ‘여성성에 대한 로망’이 남성 디자이너들에게 아이디어의 물꼬를 열어주는 것만은 확실하다. 프로엔자 슐러를 이끄는 잇 보이들은 자신들의 주위에 늘 모여있는 쿨한 다운타운 소녀들을 뮤즈로 삼아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알렉산더 왕을 일약 스타덤에 올린 건 목이 늘어난 메리야스 톱 뿐 아니라 컬렉션 스타일링을 담당한 에린 왓슨 덕분이기도 하니까. 게다가 제이슨 우의 동화적이고도 모던한 컬렉션을 가장 먼저 알아준 건 이름만으로도 든든한 미셸 오바마가 아니던가. 젊은 남성 디자이너들이 풀어놓은 패션 보따리의 짝꿍은 결국 동시대 여성들인 셈이다. 그녀들의 니즈를 이해할 때 비로소 지갑을 열게 만들 수 있고, 곧 ‘잇 디자인’을 만드는 ‘핫 디자이너’가 된다는 말씀. 문제는 정말 여성들이 열광할 만한 그 무엇은 대체로 눈에 드러나기보다 여성들에 대한 지극한 이해를 통해 느낌으로 알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 실로 방정식의 X같이 모호한 여성들의 마음 속을 헤집고 파헤쳐 ‘패션’이란 이름으로 재조합해 전지전능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남성 디자이너들이 한결 위대해 보이는 순간이다!



* 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1월호를 참고하세요!

Credit

  • EDITOR OH JU YEON
  • 사진 IMAX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