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시아의 시야

이제 열여섯 살. 배우 김시아의 눈에 들어온 이야기, 그가 그려나가고 싶은 것들.

프로필 by 이마루 2023.12.28
드라마 <스위트홈>과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영화 <부활남>과 <여름의 카메라>까지. 촬영으로 가득했던 2023년을 보냈어요
마침 모든 촬영이 끝나서 한숨 돌리는 중이에요. 촬영장 바깥을 경험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가족 여행도 계획 중이고요.
 
2년 반 전 <킹덤: 아신전>으로 만났을 때는 코로나19로 중학교 생활을 즐기지 못했죠? 올해 한림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해 학교생활도 열심인 것 같던데
고등학교를 1년 빨리 들어갔는데, 같은 반 언니 오빠에게 받는 에너지가 엄청 커요. 나도 되게 밝고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이 있다는 걸 알았죠.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장난치는 것도 좋아하더라고요. 영상제작학과에서 연출을 배우고 있어요. 얼마 전 학교 축제에서 다 같이 만든 단편영화도 발표했고요.
 
 
 터틀넥 톱과 자카르 드레스는 모두 Bmuette. 모자는 Roger Vivier. 레이스업 워커는 Dr. Martens.

터틀넥 톱과 자카르 드레스는 모두 Bmuette. 모자는 Roger Vivier. 레이스업 워커는 Dr. Martens.

어떤 내용인가요
주인공이 다리를 다쳐요. 좋아하는 여자애가 도와주는 게 좋아서 다리가 다 나았는데도 계속 붕대를 풀지 않고 있다가 그 사실을 들키며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귀여운 내용인데요(웃음). 얼마 전 <스위트홈>시즌 2 팝업 스토어에 다녀왔더라고요. 작품에 출연한 배우에게도 신기하고 새로운 지점이었을까요
18세 관람 불가 등급이라 제가 나온 부분 외의 전체 내용은 보지 못했지만, 여러 요소들을 실제로 보니 뿌듯하더라고요. 상황실 세트는 처음 봐서 신기했고, 정말 팬의 기분으로 즐기고 왔습니다.
 
지난 12월 1일에 공개된 시즌 2에 첫 등장한 ‘아이’의 활약은 다음 시즌에서 한층 커질 것으로 짐작됩니다. 시즌 1부터 작품을 함께해온 이시영, 고민시, 송강 등 선배들의 도움도 톡톡히 받았을까요
그럼요! 이진욱 선배님도 연기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아이’는 연기하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에요. 10대처럼 보이지만 내면은 훨씬 어리죠. 시아는 ‘아이’를 어떤 인물로 상상했나요
사람들로부터 괴물이라고 공격받으면서 자기방어를 위해 갑작스럽게 성장했지만, 사실 태어난 지 1년 조금 지났을 뿐이죠. 덩치도 크고 말도 곧잘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도, 궁금한 것도 많은 순수한 상태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니트베스트는 Plan C. 바라클라바는 Sinoon.

니트베스트는 Plan C. 바라클라바는 Sinoon.

엄마 이경(이시영)은 강한 사람이지만 ‘아이’를 대할 때는 갈팡질팡하는 면모를 보이기도 합니다
애증이라는 표현으로도 설명이 안 되는 복잡한 모녀관계 같아요. 상황에 제한을 두기보다 아이가 엄마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즉각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엄마가 좋을 때는 좋고, 아프게 하면 싫은 상황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죠.
 
<스위트홈>을 보면서 괴물 입장에 마음이 가는 사람도 많을 것 같아요. 자신도 언제든 괴물이 될 수 있음에도 괴물을 무조건 혐오하는 인간들이 더 비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절반은 인간, 절반은 괴물인 아이에게 인간과 괴물은 같은 선상에 놓인 존재거든요. 그런데 인간들에게는 당한 게 많잖아요. 그래서 서로 헐뜯고, 자신을 괴롭히고 죽이려 드는 인간보다 괴물에게 더 마음이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괴물이 더 좋냐 하면 그건 또 어려운 문제예요.
 
현실에서 소녀는 대체로 연약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고요의 바다>의 루나나 <스위트홈>의 아이처럼 장르물에서는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쥔, 신비로운 존재로 그려져요
루나도, 아이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커다란 힘을 가졌죠! 연기하면서 내가 굉장히 중요한 존재가 된 것 같은 쾌감이 들 때도 있어요. 현실에서 하기 힘든 경험이에요.
 
재난이나 극단적인 상황을 곧잘 상상하는 편인지? 학교를 배경으로 한 재난물도 많으니까요
평소에 많이 상상하는 편은 아니에요. <스위트홈>에서는 아무래도 인간들이 좀 너무하기 때문에 아무리 극단적인 상황이라 해도 나는 절대 비인간적인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 인간성을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블랙 원피스는 Authenti.

블랙 원피스는 Authenti.

아역배우는 현장에서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많은 사랑을 받기도 하죠. 그래서 오히려  신경 쓰이는 측면도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하게도 다들 저를 귀여워해주세요. 항상 높임말을 쓰고, 인사도 잘 드리고, 예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요. 촬영현장에 있는 것도 좋아하고요. 현장에서 배우는 게 많거든요.
 
<길복순>의 변성현 감독도 시아 씨를 좋아하는 어른 중 하나죠. 시아 어머니께서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꾸준히 댓글을 달던데요
항상 엄마와 함께 인스타그램을 보는데, 감독님의 댓글 중 웃긴 게 있으면 연락하기도 해요. “감독님, 이거 뭐예요?” 이러면서(웃음). 댓글들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여름에 방영된 <이번 생도 잘 부탁해>로 TV 드라마에 처음 도전했습니다. ‘아역 어벤저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아역의 활약이 컸던 작품이기도 해요. 박소이(2012년생), 정현준(2011년생) 등 2008년에 태어난 시아보다 어린 배우들과 현장에서 만나는 경험은 많지 않을 것 같은데
특히 저와 내내 함께했던 현준이에게 많이 배웠어요. 저보다 어린데 현장 분위기를 띄우기도 하고, 연기에 대해 굉장히 깊게 생각하더라고요. 앞으로 연기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는 깜짝 놀랐죠.
 
 
 리본 톱은 Loewe. 튤 스커트는 Masa de Oscura. 삭스는 Vivienne Westwood. 화이트 워커는 R13.

리본 톱은 Loewe. 튤 스커트는 Masa de Oscura. 삭스는 Vivienne Westwood. 화이트 워커는 R13.

고등학교에서 배우를 꿈꾸거나 연출에 관심 있는 친구도 많이 만났나요
영화감독이나 PD를 꿈꾸는 친구들을 보면서 연출과 제작방식에도 관심이 깊어졌어요. 그래도 저는 연기하는 게 더 재미있긴 해요(웃음).
 
연출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 요즘 좋아하는 작품은 뭔가요
요즘 수업 시간에 이와이 지 감독 작품을 많이 보여줘서 관련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어요. 저는 <러브레터>를 제일 인상 깊게 봤는데, 신기하게도 같은 작품을 봐도 다 좋아하는 게 다르더라고요. 그걸 보면 사람은 정말 제각각인 것 같아요. 아,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도 학교에서 감상했어요. 보다가 잠드는 사람도 많은데, 전 고전영화와 잘 맞는지 재미있더라고요.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이야기나 촬영 기법, 말투나 옷차림을 보면 처음 해외여행을 갔을 때의 기분이 들어요.
 
친구들이 내 출연작을 봤다고 하면 기분이 어때요? 반가운지, 쑥스러운지
봐준 건 정말 고마운데, 부끄러운 마음이 커요. 언니들이 소감을 말하려고 하면 “민망해, 말하지 마”라고 해요(웃음).
 
 
체크 패턴 수트와 터틀넥 톱은 모두 Kenzo. 옥스퍼드 슈즈는 Jeffrey Campbell.

체크 패턴 수트와 터틀넥 톱은 모두 Kenzo. 옥스퍼드 슈즈는 Jeffrey Campbell.

지난 여름에 만났던 독립영화 <여름의 카메라> 촬영은 어땠나요. 주연으로 혼자 작품을 이끄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대본을 봤을 때는 마냥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이 컸는데, 촬영이 시작된 후에는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던 것 같아요. 책임감도 컸고요. 이 촬영으로 더 단단해진 기분도 들었어요. 교복 의상 핏을 예쁘게 잡아주신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웃음).
 
10대 배우 중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소화하고 있는 배우라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는지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오히려 더 많은 경험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요. 모든 작품을 정말 최선을 다해 촬영했고,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력이 들어가는지 알기 때문에 개봉이 미뤄지는 일이 생기거나 상대적으로 사랑을 못 받으면 마음 아프기도 해요. 모든 작품이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이제 좀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중이죠.
 
 
 니트 베스트와 롱스커트는 모두 Plan C. 크로그 슈즈는 Kenzo. 바라클라바는 Sinoon. 워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 베스트와 롱스커트는 모두 Plan C. 크로그 슈즈는 Kenzo. 바라클라바는 Sinoon. 워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김시아에게 당연한 일인가요
항상 시야를 넓히려고는 하죠. 많은 작품을 읽거나 보기도 하고, 직접 경험도 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고 다양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요.
 
2년 반 전에는 아직 스스로 ‘어린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죠. 지금은 어떤 것 같나요
이제 어린이는 졸업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더 성장한 청소년? 그래도 연말연시 선물은 기다려지는 청소년이에요(웃음). 4남매인데 막냇동생도 초등학교에 들어가거든요. 다 같이 가족끼리 ‘마니또’를 하려고요.
 
2024년 상반기에 공개될 <스위트홈>시즌 3 속 ‘아이’의 활약에 대해 아주 살짝 귀띔해 준다면
‘아이’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돼요. 사람들을 만난 아이가 하나하나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세요

Credit

  • 에디터 이마루
  • 사진가 김신애
  • 스타일리스트 오주연
  •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 장해인
  • 아트 디자이너 김려은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