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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 곧 죽습니다> 에서 서인국과 박소담이 마주한 수십 번의 죽음. 그 가운데서 두 사람이 알게 된 것들.
<이재, 곧 죽습니다> 에서 서인국과 박소담이 마주한 수십 번의 죽음. 그 가운데서 두 사람이 알게 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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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 곧 죽습니다>는 지옥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이재(서인국)가 열두 번의 죽음과 삶을 경험하는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타임 루프물이죠
소담 꼭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글로 읽었을 때 그려지지 않는 부분이 후반작업을 통해 어떻게 완성될지 끊임없이 상상하면서 찍을 수 있는 게 어려우면서도 매력적이었어요.
인국 개인적으로 타임 루프물을 좋아해요. 요즘은 우리나라도 장르가 다양해졌어요. 배우로서 이런 흐름이 반갑고, 참여할 수 있어서 기뻐요. 이 작품 이후에도 다른 장르들이 탄생할 거라는 기대가 생겨요.

프린지 디테일의 롱 드레스는 Son Jung Wan.
소담 씨가 맡은 ‘죽음’은 말 그대로 이재에게 죽음을 내려요. 지금껏 이렇게 강렬한 역할을 본 적 있나요
소담 지금까지 제가 본 작품 중에는 없었어요(웃음). 그래서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감독님이 그 누구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너만의 ‘죽음’을 만들면 된다, 같이 만들어보자고 하셔서 걱정을 좀 덜었어요.
인국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 이재와 죽음은 처음과 끝이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처음과 끝 사이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는지 기대되더라고요.
공개된 티저 영상에서 죽음이 이재에게 “넌 앞으로 열두 번 죽게 된다”고 해요. 대본을 받았을 때 ‘내가 열두 번이나 죽는다면?’ 떠올려봤겠죠
소담 너무 무서웠어요. 역할을 벗어나서 생각할 수가 없더라고요. 이재가 한 번 죽는 것도 되게 어려웠는데 계속해서 죽음이 돌아오고 울부짖을 때마다 마음이 아팠어요.
인국 티저 영상에 나온 대사 뒤에 죽음을 피하면 새 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저라면 열두 번의 죽음에서 시간을 벌어 여러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박소담과 서인국이 입은 세트업 수트는 모두 Balenciaga.
서로 맡은 역할의 싱크로율을 숫자로 매긴다면
인국 105%. 대본은 소설처럼 외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잖아요. ‘죽음이라는 인물이 어둠속에서 걸어 나온다’ 같은 간단한 묘사 장면을 어떻게 소화해야 하는가 싶었죠. 소담이는 원작 인물과 닮은 걸 떠나 웹툰과 드라마의 죽음은 따로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 만큼 분위기를 뛰어넘지 않았나 싶어요.
소담 이재한테 몰입하면서 작품을 읽은 순간이 있었어요. 이 작품이 좋은 이유 중 하나가 보통 대본을 볼 때 자신의 역할에 집중하게 되는데, 이재의 상황에도 마음이 가더라고요. 첫 리딩 날 오빠가 신기해서 계속 쳐다봤어요. 상상 속에 있던 이재 그 자체였거든요. 그래서 저도 105%(웃음).
‘죽음’이라는 명사를 몸에 입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소담 죽음은 주로 자신의 은신처에 있는데, 그 공간이 굉장히 어두워요. 지금까지 어둠 속에서 연기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조명에 신경 쓰면서 외형을 만들어갔어요. 얼굴이 보이려면 진한 메이크업을 해야 하지만, 그게 특수분장처럼 보이거나 너무 과해서도 안 되고…. 정말 많은 테스트를 거쳤어요

후디드 재킷은 Ferragamo. 네크리스는 Buccellati.
이재는 열두 번의 삶에 뛰어들어요. 그만큼 한 인물로 다른 역할과 이어져 있는 느낌을 주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요
인국 매번 다른 사람의 삶을 연기하는 것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제 감정은 내레이션으로 표현되고 결정적인 장면은 이재의 본체가 했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연기자들이 이재스러워야 해서 더 힘들었을 거예요.
오정세, 김강훈, 이도현, 고윤정 등 폭넓은 대세 배우들이 출연하는 이유죠. 배우의 축복이 끝이 없는 드라마라고 불리던데요
인국 맞아요. 다른 배우분들이 ‘이재 들린’ 모습을 연기해야 하는 거라 감독님이 제 리딩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공유해도 되겠냐고 하셨어요. 몇 분과는 직접 만나 같이 리딩할 때도 있었고요. 촬영이 겹치지 않아 아쉬운 면도 있었어요.
소담 죽음은 완전 집순이에요(웃음). 나중에 편집본 보러 가서 저 혼자 어떻게 찍었는지 상상만 해봤어요.

박소담이 입은 롱 드레스는 Versace. 서인국이 입은 셔츠와 팬츠는 Versace. 슈즈는 Fendi.
작품 들어가기 전에 서로에 대해 생각했던 점이 촬영하고 나서 달라졌다면
인국 소담이랑 호흡을 맞추는 건 처음인데 전에 지인을 통해 자주 얘기를 들었어요. 내적 친밀감이 ‘만땅’일 때 만난 거죠. 처음 봤을 때 “박소담 씨 안녕하세요” 이래야 하는데 벌써 소담이가 입에 익어서 친근하게 말을 걸었어요. 그러다가도 촬영에 들어가면 맡은 역할로 싹 변신하니까 배우로서 존경심이 생기는 건 당연하죠.
소담 저 또한 지인이 항상 ‘잉국이’라고 부르니까 제 안에 서인국 배우님은 그냥 ‘잉국이 오빠’였던 거예요. 막상 만났을 때 오빠의 순간 집중력에 놀랐어요. 저는 집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타입인데 오빠가 곧바로 해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신기했어요. 직접 만나지 않았으면 몰랐을 텐데 레디 액션 사인에 감정을 확 쏟아내는 순간을 가장 가까이서 봤잖아요. 어떨 때는 그 연기에 몰입하느라 제 대사를 까먹은 적도 있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두 사람이 나눈 가장 열띤 대화는
인국 저희는 먹는 얘기할 때 제일 뜨거워요. 촬영하다가 “이따가 뭐 먹을 거야?” 물어봤을 때 “나 샐러드” 이러면 그날은 같이 안 먹는 거죠. 간식차가 오는 날은 무조건 이거랑 이렇게 먹어야 한다고 소담이한테 얘기해 주고.
소담 오빠 덕분에 간식차가 매일 왔어요. 오빠 팬들에게 정말 감사했어요. 촬영장이 시내와 떨어져 있다 보니 가는 길에 포장하는 경우가 많아서 서로 더 맛집을 공유했던 것 같아요.
인국 진짜 아쉬운 게 뭐냐면요. 막판에 세트장 근처 맛있는 불고깃집을 찾은 거예요. 언젠가 우리 스태프랑 소담이네 스태프랑 다 같이 가자고 했는데 결국 못 갔어요. 소담이랑 촬영하는 신은 거의 제가 울고 소리 지르는 때가 많아서 끝나면 힘이 없었거든요.
소담 어차피 촬영이 끝난 새벽 4시에는 문 안 열어요(웃음). 또 이렇게 제일 열심히 얘기했네요.

다른 사람으로 살 기회가 생긴다면 살아보고 싶은 인생은
인국 지금 제 삶에도 굉장한 만족감부터 버거움까지 여러 감정이 있으니까 이걸 지우고 싶진 않아요. 만약에 내가 가진 생각 그대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한 번쯤 해보고 싶어요. 내가 아닌 삶이 의미가 있을까요?
소담 병을 치료했던 시기를 자꾸 얘기하고 싶지 않은데, 제가 살면서 삶에 대해 가장 크게 느꼈던 순간이라. 6시간 동안 수술하고 마취에서 깼을 때 몸도 못 움직이고 아무것도 못하는데 제 정신이 조금씩 깨어나면서 든 생각이 있어요. 병원에서 나가면 잘 살고 싶다. 나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아닌, 앞으로 소중히 살자고 다짐했어요. 그래서 달리 살아보고 싶은 인생은 없어요.
<이재, 곧 죽습니다>가 마음에 남긴 게 있다면
소담 작품을 보고 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작품은 보고 난 뒤에도 생각이 많아지고 감정이 요동쳐서 쉽게 이야기를 꺼낼 수 없을지도 몰라요. 처음엔 힘들 수 있으나 작품을 보는 분들도 어떤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인국 죽음이라는 주제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잖아요. 누구는 깊게, 누군가는 소소하게 생각하고 넘길 수도 있고요. 저희 드라마는 죽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니까 어떤 형태로든 감정을 남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이 경험이 제 삶의 방향성을 바꾸진 않았지만 잔잔하게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셔츠와 팬츠, 슈즈는 모두 Alexander McQueen. 이어링은 Chrome Hearts. 타이는 Valentino Garavani.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장의사가 쓴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이라는 책이 떠오르네요. 자신의 장례식에 어떤 음악을 틀고, 어떤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지 묻는 대목이 있었어요. 두 사람은 어떤 음악과 음식을 준비할 건가요
인국 제가 없는데 의미가 있나요(웃음)? 저를 보내주러 온 사람들한테 의미가 클 수는 있겠네요. 육개장은 기본으로 하고 치킨을 뜯는 분위기라면 유쾌한 장례식이 될 것 같아요.
소담 영화 <써니>를 보면서 과연 장례식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면서도 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주변 사람들이 나를 잘 보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 있어요. 편한 음악이 있고, 음식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김치찌개? 엄마가 해준 오이지를 정말 좋아하는데, 제 장례식에서 제가 먹을 수도 없고.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좀 슬퍼지네요(웃음).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것은
인국 저는 시간밖에 없는 것 같아요. 힘든 경험을 한 누구든 알겠지만 힘든 일은 불현듯 찾아오고 한 번 오고 끝나는 게 아니니까요. 운동을 하든 게임을 하든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절망이 조금씩 작아져요. 결국 시간이 지나야 해요. 시간을 빨리 지나가게 하려고 그냥 다른 거에 집중하는 거지. 힘들 때 치킨을 먹는다고 사라지지 않거든요.
소담 혼자 있는 게 행복하다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너무 자신의 생각과 절망에 갇힌 상태라면 일단 집 밖으로 나가야 돼요. 물론 스스로 무기력을 깨고 나가기 힘들지만 용기를 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느껴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나가는 자동차나 흔들리는 나뭇잎, 사람들의 웃음소리처럼 TV나 스마트폰에서 죽어 있는 움직임이 아닌, 직접 보고 만지고 냄새 맡을 수 있는 것들을 느껴야죠.

레드 원피스와 장갑은 모두 Dolce & Gabbana.
연말을 즐겁게 보내는 나의 방법은
인국 생일 같은 기념일은 혼자 보내요.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는데, 저는 최대의 행복을 즐기기 위해 그래요. 연말연시도 팬들을 위한 이벤트 외에는 혼자 보낼 거예요. 보고 싶은 것들을 온종일 보면서 술도 마시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요. 근데 제가 이렇다는 거지 여러분께 추천하진 않습니다. 여러분은 많은 사람과 어울리면서 행복한 추억도 만드세요!
소담 수술하고 처음으로 제 의지와 상관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재작년, 갑자기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싶더라고요.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 만들었는데, 너무 신났어요. 안 해봤던 일이나 하고 싶었던 걸 마음에 품지만 말고 하나라도 실천해 보면 좋지 않을까요?
Credit
- 에디터 정소진
- 사진가 장기평
- 스타일리스트 김협(서인국) / 김은주(박소담)
- 헤어 스타일리스트 성진(서인국) / 영나(박소담)
- 메이크업 아티스트 성미현(서인국) / 김수빈(박소담)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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