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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그라운드> 권아람 감독의 세계
권아람 감독은 다큐멘터리 <홈그라운드>로 숨겨진 공간을 세상 밖으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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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그라운드>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신진감독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권아람 감독.
<홈그라운드>는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레즈비언의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왜 여기에 집중했나
작업 과정에서 다큐멘터리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공간’으로 정했다. 그 공간의 역사적 흐름, 레즈비언과 퀴어들이 향유했던 공간사를 불완전하게나마 그려보고 싶었다.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에서 레즈비언 문화를 취재하며 느낀 것은
영화에 나오는 명동 ‘샤넬다방’은 1974년에 문을 열어 1976년에 폐점한다. 그것도 단속 때문에. 2002년 한 TV 프로그램에서 퀴어들의 공간을 다루면서 신촌공원과 레스보스에서 몰래 촬영한 장면을 사용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타인의 공간과 삶을 존중하지 않는 시선으로 규정하니 퀴어들의 장소가 더 음지화된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바라는 퀴어들의 마음은 계속 이어져왔다.
샤넬다방, 레스보스와 같은 성소수자를 위한 공간을 세상에 꺼내려고 한 이유는
시대를 막론하고 무엇이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지 제일 궁금했다. 샤넬다방, 신촌공원, 레스보스 모두 나름의 색깔을 가진 독창적인 장소다. 처음에는 장소 그 자체가 궁금했는데, 다큐멘터리 작업을 진행할수록 그곳에 모였거나 현재 모이는 사람들을 보게 됐다.
‘명우형’이라고 불리는 레스보스의 보스를 중심으로 다큐멘터리가 이어진다. 명우형과의 인연은
수년 전에 명우형 가게에 방문했다. 단골이 아닌데도 다정하게 대해주고 직접 만든 나물 반찬도 주셨는데 그 모습이 꽤 인상 깊었다. <홈그라운드> 기획 과정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도 명우형이었다.

1970년대 명동 샤넬다방의 모습을 재현한 장면.
레즈비언 바, 다방, 카페 등은 성소수자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공간일까
퀴어들이 전용 업소를 찾는 것은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가게를 자주 방문하다 보면 단골이 되기도 하고, 아는 얼굴이 늘어나지 않나. 그 장소를 중심으로 관계망이 넓어지는 것 같다.
197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레즈비언에 대한 인식과 문화는 얼마나 변한 것 같나
1990년대 TV 토론 방송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려면 차별금지법이 필수’라는 주제를 본 적 있다. 2023년 한국에는 차별금지법이 없고, 여전히 제도적으로 마련될 가능성이 미비하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은 천천히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홈그라운드>가 개인적으로 갖는 의미는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놓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과정은 삶에 대한 내 생각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퀴어의 방>(2018) <463-포엠 오브 더 로스트>(2018) <신디>(2020)까지 소수자들의 삶을 지지하는 영화를 제작하고 감독해 왔는데
마음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이어진 것 같다. 점점 척박해지는 세상에서 다들 어떻게 자신의 자리를 만들며 살아가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작가 ‘사라 아메드’가 이미 편파적으로 구성된 행복을 넘어 불행의 아카이브를 구축하자고 쓴 글을 읽고 ‘행복’의 개념을 고민하고 있다. 새로운 행복의 의미를 찾고 싶다. 불행한 사람들 옆에서 나도 뭔가 계속 만들고 싶다.
Credit
- 에디터 정소진
- 포토그래퍼 이예진
- 아트 디자이너 김려은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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