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입고 싶고, 간직하고 싶은 옷. 급변하는 트렌드와 헤아릴 수 없는 브랜드, 스타일이 가득한 이 시대에 신념을 지키고 진정성을 찾아가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토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발테르 키아포니는 2024 S/S 컬렉션을 위해 오랫동안 이탈리아 장인 정신을 탐구해 온 하우스의 궁극적 가치에 집중했다. 재단과 품질 그리고 볼륨감. 옷을 만드는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이 세 가지에 중점을 둔 컬렉션은 우직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품으며 클래식하지만 신선한 런웨이를 선보였다. 자신의 마지막 토즈 컬렉션을 통해 이탈리아 장인 정신의 노하우를 대변하겠다는 키아포니의 의지는 쇼장 선택부터 남달랐다.
바로 오페라 공연을 위한 라스칼라 극장(Teatro alla Scala)의 환상적인 무대를 만들어내는 라보라토리 스칼라 안살도(Laboratori Scala Ansaldo)가 그곳이다. 시노그래퍼와 조각가, 목수들이 함께 작업하는 공간에 들어서자 오는 12월 라스칼라 극장에서 초연 예정인 <돈 카를로스> 무대 제작 과정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무대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미장센 또한 하나의 무대가 되는 순간이었다. 곳곳에서 창의적인 이들의 섬세한 손길이 전해졌고, 이것이야말로 토즈가 강조하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우수성을 함께 이야기해 간다는 특별한 내러티브였다. 예술적인 무대를 가로지르며 등장한 런웨이에선 남성복과 1990년대 미니멀리즘을 모티프로 우아하고 여성적인 무드의 룩을 선보였다. 넉넉한 실루엣의 플리츠 팬츠와 칼라 없이 모던하게 재단된 수트는 안감 없이 가볍고 느슨한 패브릭으로 구성됐다. 정교한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웨이스트 코트는 맨살에 감각적으로 감겨 여성스러운 느낌을 주었으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가볍게 찰랑이는 우아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밝은 컬러로 크로셰 효과를 준 니트웨어도 런웨이에 강렬한 잔상을 남겼다.
무엇보다도 수공예로 제작돼 장인 정신의 극치를 담아 부드러운 촉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 토즈의 시그너처 레더 컬러인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에크루, 캐멀, 토바코 등의 뉴트럴한 컬러 팔레트 사이사이 등장하는 라임과 그린, 오렌지 컬러의 대비는 컨템퍼러리 작품처럼 느껴질 정도. 가방은 장식적 요소를 배제하고 형태가 오로지 구조와 레더로 결정되는 컬트 오브제가 됐다. 아이코닉한 Di 백은 솔기 없이 늘어나는 디자인이고, T 타임리스 백은 엠보싱 레더 소재로 등장했다. 기하학적 디자인의 새로운 토즈 T-박스 백은 폴리싱한 레더에 메탈 T 잠금장치가 달려 있어 미니멀한 의상과 함께 무드를 같이했다. 슈즈는 전통적인 남성용 모카신을 바탕으로 여성성의 세계를 재해석했다. 아이코닉한 고미노부터 발레리나 슈즈, 뮬, 새로운 우븐 샌들은 작고 미니멀한 힐과 부드러운 컬러로 우아한 토즈 여인을 완성했다. 키아포니가 만들어낸, 진화를 거듭한 토즈의 여성상의 정점을 찍으며, 아름답고 자신감 넘치는 동시대 여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