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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한가운데 마주한 지창욱과 위하준

두 남자의 호흡만이 오가는 공간. 어느 때보다 고요하고 우아하게 반짝이는 <최악의 악> 지창욱과 위하준의 누아르.

프로필 by 전혜진 2023.09.28
 
 
 

 지창욱 

니트는 Ferragamo.

니트는 Ferragamo.

 
단순히 직업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그 이상의 뭔가가 있어요.
 
뮤지컬 <그날들> 10주년 공연이 얼마 전 끝났죠? 떠나보내는 무영에게 한마디한다면
 
고마웠다고, 정말로 고마웠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초연, 재연, 삼연까지 10년을 함께한 캐릭터예요. 지쳐 있던 순간마다 무영을 연기하며 많은 기쁨과 위안을 얻었어요.
 
10년 동안 같은 역할로 무대에 오른다는 게 배우로서 어떤 감정일지 추측할 수 없군요
 
너무 의미 있는 일이죠. 초연한 작품에 10년 후에도 ‘콜’을 받을 수 있다는 건 감격스럽고요. 제가 물의를 일으켰거나, 인기가 떨어져서 티켓을 못 팔 지경에 이르렀거나, 건강이 안 좋았다면 하고 싶어도 못 할 거 아니에요?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하. 정말 그래요. 그래서 일단 감사함이 있고요. 또 하나는 2막 시작할 때 백스테이지를 걸어가는데 이상도 하지, 거길 걸을 때마다 매번 벅차요. 이렇게 넓은 공연장을 관객들이 매번 꽉 채워주지, 끝나면 박수 쳐주지, 좋았다고 또 칭찬해 주지…. 이게 무슨 복인가 싶어요. 조승우 선배가 그런 얘기를 했더라고요. 커튼콜 때 관객 눈빛을 보면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 죽을 때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갈 장면 중 하나일 거라고. 정말 그렇다니까요. 그런 곳인 것 같아요, 무대는.
 
공연 끝내고 휴식은 좀 취했나요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요즘 제가 영화 <리볼버> 촬영하면서, 드라마 <웰컴 투 삼달리> 촬영하면서, <우씨왕후> 촬영하면서, 그리고 보시다시피 <최악의 악> 홍보하면서 지내고 있고요. 정말 ‘역대급’으로 바쁜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위하준이 입은 크로셰 니트는 Leje.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창욱이 입은 셔츠와 슬리브리스는 모두 Dior Men. 팬츠는 Alexander McQueen.
 
<최악의 악>에서는 정기철(위하준) 조직에 위장 잠입하는 경찰 박준모를 연기했죠. 언더커버는 <도니 브래스코> <무간도> <신세계> 등에서 수없이 변주된 소재라 어쩔 수 없이 기시감을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맞아요. ‘또 잠입 수사야?’ 하실 수 있어요.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했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작품 색깔이 확실하다고 느꼈죠. 굉장히 새롭고 ‘영(Young)’한 누아르가 나오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당신이 해석한 박준모는 어떤 인물인가요
 
준모는 왜 목숨까지 걸면서 위험한 일을 할까. 그에 대한 당위성을 찾는 데 많이 신경 썼어요. 그랬을 때 두 계급 특진이라는 포상은 부차적 이유이고, 와이프에 대한 자격지심이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해석해보기도 했죠. ‘사랑하는 여자에 비해 한없이 초라한 나. 그로 인해 생겨나는 자격지심’이 어쩌면 준모를 움직이게 한다고 말이죠. 뒤로 갈수록 준모는 폭주합니다. 경찰로서 하지 말아야 하는 일도 많이 저질러요. 그것이 준모로 하여금 정기철을 더 잡고 싶게 만들죠. 무조건 잡아야 그동안 했던 행위에 당위성이 생기니까요. 그런 생각으로 작업했더니 인물의 내적 갈등이 훨씬 깊이 있게 표현되는 것 같았어요.
 
2014년 드라마 <힐러>에서 업계 최고 심부름꾼 서정후와 연예부 기자 박봉수를 오갔는데, 이번에도 두 신분을 오가요
 
1인 2역은 아니기 때문에 캐릭터를 따로 구분해서 분석하지는 않았어요. 상황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고 생각했기에 준모가 받는 스트레스와 긴장은 유지하면서 그 상황에 그냥 저를 내던졌죠.
 
준모는 작전 수행을 위해 기철의 신임을 받으려 애씁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는 많은 이가 좋든 싫든 누군가의 신임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죠. 당신은 어떤가요. 누구의 신임을 가장 갈구하나요
 
연출과 스태프들의 신임이요. 제 일이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작업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동료들이 나를 믿어주지 않으면 정말 죽고 싶어요. 현장 오는 길이 지옥길이 되고요. 그래서 초반에 많이 노력합니다. 그들에게 신뢰와 영감을 주려고 말이죠.
위하준이 입은 크로셰 니트는 Leje.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창욱이 입은 셔츠와 슬리브리스는 모두 Dior Men. 팬츠는 Alexander McQueen.

위하준이 입은 크로셰 니트는 Leje.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창욱이 입은 셔츠와 슬리브리스는 모두 Dior Men. 팬츠는 Alexander McQueen.

 
 
타인과 일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앞서 이야기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에요. 믿음, 인정해 주는 거. 상대의 스타일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하죠.
 
이번 현장엔 그런 믿음이 잘 작동했나요
 
저는 ‘누아르는 그림이 반 이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배우가 어떤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도 그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믿는데 <최악의 악>은 촬영, 조명, 의상, 분장, 미술, 소품 등 팀원들이 만들어준 환경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하준이와 호흡도 좋았고요. 하준이도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배우로서 스타일의 차이가 있는데, 그게 또 아슬아슬한 관계에 놓인 두 캐릭터에게 시너지를 내더군요.
 
90년대라는 시대상도 극 분위기에 일조했을 것 같은데, 당신에게 90년대는 어떻게 기억되나요
 
90년대는 저에게 IMF로 남아 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IMF가 터졌습니다. 그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더욱 깊게 각인됐죠. 그거 외에 뭐가 있을까? 국민학생으로 입학해서 초등학생으로 졸업했다는 거(웃음)? 삐삐에서 핸드폰으로 넘어가고, 플로피 디스크가 점점 저물고, 컴퓨터가 386에서 486과 586을 지나 펜티엄 시대를 열었던 세상 변화들이 떠오르네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진 않은가요
 
저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너무 요동쳤던 시기였거든요.
 
무의식중에 어머니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도 90년대에 겪은 아버지의 부재와 연관이 있는 건가요
 
맞아요. 상실감도 컸지만 어머니의 소중함도 커졌죠. 제가 꽤 효자인데, 우리 엄마만 인정을 안 하세요. 하하하. 요즘 바빠서 시간을 못 내 그러시는지, 참.
 
위장된 삶을 살아가는 언더커버 캐릭터는 배우와도 같아요. 배우도 캐릭터를 연기하는 동안 다른 인물의 삶에 위장 잠입하는 셈인데, 여러 삶을 살아낸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복합적인 것 같아요. 어릴 땐 꿈이었고 지금은 직업인데, 그것을 단순히 직업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그 이상의 뭔가가 있어요. 그렇다고 사명감이라고 하기엔 약간 오글거리고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 나와의 싸움? 자존심 같은 거? 주어진 걸 못 해냈을 때 자신은 물론 관계자들과 선후배들, 관객에게도 창피하고 자존심 상하거든요.
위하준이 입은 크로셰 니트는 Leje.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창욱이 입은 셔츠와 슬리브리스는 모두 Dior Men. 팬츠는 Alexander McQueen.

위하준이 입은 크로셰 니트는 Leje.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창욱이 입은 셔츠와 슬리브리스는 모두 Dior Men. 팬츠는 Alexander McQueen.

 
 
못 해냈을 땐 자괴감도 드나요
 
그럼요. 그런 이야기 많이들 하잖아요? ‘자신을 사랑하고, 자존감을 높여라.’ 그게 뭔지 알죠. 아무리 그런 생각을 해도 고생해서 만든 게 외면받거나 혹평을 받으면 어쩔 수 없이 자존감이 떨어져요. 다만 다시 회복해서 또 새로운 작업을 할 뿐이죠. 때에 따라 아무렇지 않은 ‘척’할 뿐이고요. 이런 과정의 반복인 것 같아요.
 
그런 감정은 여러 번 겪어도 쉽게 무뎌지지 않는 것 같아요
 
공감해요. 한때는 무뎌질 것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아니더라고요. 조금 익숙해졌을 뿐. 애써 ‘괜찮아’라는 거지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배우로서 지창욱을 가장 먼저 인정해 준 건 누구인가요
 
연극영화과 들어가려고 입시 시험 본 게 저에겐 최초의 오디션이었어요. 어쩌면 연기자로서의 저를 가장 먼저 인정해 준 건 단국대학교 교수님들이죠.
 
그럼 배우로서 자신을 처음으로 인정한 건 언제인가요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라고 생각한 순간은 있었지만, 자신감에 가득 차서 ‘오케이! 이제는 됐다!’ 그랬던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죠. 제가 염치도 있고, 자기객관화가 잘돼 있거든요. 모르겠어요. 운이 좋아서 송강호 선배님이나 최민식 선배님 수준에 이르면 술 마시다가 한 번쯤 “나 정도면 대한민국에서 뭐~” 이렇게 할 수 있을지는(웃음). 언제고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혼자만의 꿈은 꾸죠.
 
당신이 살면서 만난 최악의 악은 무엇이었나요? 그것은 사람일 수도 있고, 현상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무엇일 수도 있는데
 
어려운 질문인데요. 요즘 사건사고가 많잖아요. 말도 안 되는 묻지 마 칼부림들.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는 행위들…. 이런 게 최악의 악인 것 같아요.
 
최선의 선은요
 
지금 시점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누워 있는 거(웃음). 그런 날이 언제였는지 모르겠어요.
 
 
 

위하준 

재킷은 Fendi

재킷은 Fendi

 
강한 이미지로 오랜 시간 살았어요. 실상은 여리고 나약한 존재인데 말이죠. 
 
 
 
어느덧 밤 9시 반이네요. 스케줄 없으면 이 시간에 뭐 하나요
 
보통 운동하고 있어요.
 
야행성이군요
 
그보다 오전에 운동하면 하루가 힘들더라고요. 하루의 마지막에 힘을 훅 쏟아버리고 자는 게 좋아요.
 
밤 운동엔 의지도 필요하지 않나요? 놀자는 유혹이 많을 시간이니까
 
제가 집돌이예요. 어릴 때부터 밖에 잘 안 돌아다녔어요. 술 한잔을 해도 집에서 하는 스타일이라.
 
그나저나 업보가 아닐까 싶군요. 2022년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 내 편인지 아닌지, 오인주(김고은)를 그렇게 헷갈리게 하더니 <최악의 악>에선 상대가 내 편인지 아닌지를 두고 갈등하네요
 
하하. 그러니까요. 둘 다 겪어보니 속이는 게 더 마음 편한 것 같아요. 준모에게 마음을 주려다가도 ‘어? 이 새끼… 아닌가?’ 의심하고 “다시 뒤를 캐봐”라며 경계하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스파이가) 아니어라, 아니어라’ 하죠. 관계가 깊어지는 것에 비해 의구심도 커지는 상황. 기철 입장에서 몰입하다 보니 저도 덩달아 힘들었어요. 답답하고.
 
실제로 당신은 어떤가요. 저 사람이 내 편인지 아닌지 알아보는 기준이 있나요
 
기준은 아니지만, 제 곁에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있어요. 정말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이 있는데요. 내가 왜 이렇게 그들을 믿고 좋아할까 생각해 보니 상대방의 가치를 올려주고 존중해 주는 친구들이더라고요.
 재킷과 니트, 팬츠는 모두 Fendi.

재킷과 니트, 팬츠는 모두 Fendi.

 
 
자존감을 높여주는 사람들이군요
 
맞아요. 동시에 쓴소리도 할 줄 알아요. 진짜 솔직한 거죠. 가식 없고. 그렇다 보니 저도 모르게 엄청난 신뢰와 사랑이 생기더라고요.
 
시나리오로 만난 기철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요
 
범죄 집단 조직의 보스인 것을 떠나서 인간 정기철로 봤을 땐 보자마자 이해했어요. 과거의 상처로 인해 방어적인 성격이 된 것도, 자기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도, 자기 사람들에겐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저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요. 그렇다 보니 얘가 왜 이렇게까지 성공에 집착하는지, 왜 이런 감정을 가지고 살았는지 이해됐죠. 범죄까지 이해된 건 아니지만.
 
당신의 지난 삶이 궁금해지네요. 성공에 대한 절박함이 있었나요
 
네. 그런 면이 있다 보니 시골에서 혈혈단신 서울로 올라왔고 악착같이 살았어요. 강한 형, 강한 친구, 강한 오빠 이미지로 오랜 시간 살았어요. 실상은 상처도 있고, 여리고 나약한 존재인데 말이죠.
 
스스로에게 엄격한가 봐요
 
그랬어요. 그 기준이 너무 엄격해서 자책도 많이 했고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으니까 오디션에서 거부도 많이 당했어요. 왜 너무 진지한 사람 보면 부담스럽잖아요? 지금은 많이 내려놨어요. 지금은 그냥 동네 웃긴 형이에요.
 
그 절박함이 몇 년간 제대로 보답받았네요. OTT 수혜를 받은 배우 중 한 명으로 회자되고 있어요. 이전 행보를 보면 단순히 운이라고만 할 순 없죠. 다양한 시도를 해왔기 때문에 기회도 찾아오지 않았나 싶은데, 그에 대한 자부심도 있나요
 
있어요. <최악의 악>에는 오래 연극 무대에 섰던 형들이 많은데 저보고 그러시더라고요. “얘는 한 번에 잘된 게 아니잖아! 너, 진짜 고생한 거 알아.” 그 말을 듣는데, 너무 좋았어요. 티는 못 냈지만요. 오래전부터 그런 배우를 꿈꿔 왔어요. 허세 같지만 그런 ‘결’로 가고 싶었어요.
 
 지창욱이 입은 슬리브리스는 Williamkpark. 팬츠는 H&M Studio. 네크리스는 Tom Wood. 위하준이 입은 블라우스는 Bonbom. 네크리스는 Josilver.

지창욱이 입은 슬리브리스는 Williamkpark. 팬츠는 H&M Studio. 네크리스는 Tom Wood. 위하준이 입은 블라우스는 Bonbom. 네크리스는 Josilver.

 
스타가 아닌, 배우로 말이죠
 
네. 그래서 매력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저예산이어도, 악역이어도 계속 두드렸어요. 저라는 배우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어쩌면 그렇게 뚝심 있게 한 방향으로 매진했기 때문에 <오징어 게임>에 출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에선 자신에게 잘했다 해요.
 
상처도 있고 자책도 잘한다고 했지만, 마음 깊은 곳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가 봐요. 자책을 많이 한 건 욕심이 커서였어요. 나를 과대평가한 거죠. 주제도 모르고 까불었던 거고. 욕심이 안 채워지니까 자책한 거고요.
 
언제 그 욕심을 놓았나요
 
<오징어 게임>이 엄청나게 히트 쳤을 때 주위에서 ‘월드 스타, 월드 스타’ 하는 게 그렇게 싫었어요. 미국 <피플>지가 저를 ‘섹시 가이 25인’에 선정하니까 또 저만 보면 ‘섹시, 섹시’ 하는데 그것도 어찌나 싫은지(웃음). 친구들에게 화도 냈죠. 한 번만 더 월드 어쩌고 하기만 하라고. 너무 그랬더니 가족이랑 친구들이 그래요. “그렇게 고생하다가 이번에 조금 빛을 보는데 이것도 안 즐기면 아깝지 않냐?”고.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더라고요. 어차피 두 달 후면 잊히니까 잠깐이라도 즐겨보자. 그 다음부터 까불고 다녔죠. “우리 중에서 섹시 가이 나밖에 없을걸?” 하면서.
 
좋은 변화네요
 
맞아요. 좋은 변화. 그 시기에 연기한 <배드 앤 크레이지> K 캐릭터가 또 많은 도움이 됐어요. K는 인간이 아니라 인격체예요. 일반적인 접근법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라 처음엔 갈피를 못 잡았어요. 너무 힘들었죠. 그런데 힘드니까 도리어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내려놓으니까 연기에 재미가 또 붙기 시작했고요. 그래서 저는 <배드 앤 크레이지> 끝났을 때가 제일 아쉬웠어요. 본격적으로 재밌게 놀 수 있을 것 같은데 끝나는 느낌이어서.
 
<배드 앤 크레이지>에 이어 <최악의 악>에서도 남남 케미를 선보입니다
 
창욱 형의 작품을 바라보는 태도나 열정을 지켜보면서 왜 이 형이 배우로서 지금의 위치까지 왔는지 느꼈어요. 동시에 인간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받았죠. 형이 현장에서 항상 밝아요. 되게 장난스럽고 웃긴데, 그 와중에 모든 사람을 잘 챙겨요. 현장에선 다들 힘들잖아요? 본인도 힘들 텐데 계속 외쳐요. “이까짓 게 뭐. 별거 아니야.” 어느 순간부터 저도 ‘절친’들에게 그 말을 하고 있더라고요. 자존감이 떨어져 있거나 고민하는 친구를 만나면 똑같이 말해 줘요. “별거 아니야. 괜찮아.” 저에겐 진짜 큰 배움이었죠.
 
‘코리아 좀비’ 정찬성 선수의 찐팬이죠? 그의 은퇴 경기는 보셨는지요
 
봤죠. 아무리 바빠도 정찬성 선수 경기를 놓친 적은 없어요. 심지어 첫 타이틀전은 군대에서 몰래 봤어요. 이번에는 지방 촬영 마치고 서울에 오자마자 부랴부랴 씻고 봤어요. 그리고는 하… 울었죠. 저는 정찬성 선수 타이틀전 보면서 다 울었던 것 같아요.
 
어떤 의미의 눈물인가요
 
졌다는 건 문제가 안 돼요. 다만 팬의 입장에서 이 사람이 얼마나 고생하고 노력했는지 아니까. 그리고 얼마나 승리를 원했는지 아니까, 그에 대해 그가 느낄 좌절감이 속상해서 눈물이 나는 거예요. 팬 입장에선 승패와 상관없이 그가 ‘너어어무’ 대단할 뿐이거든요.
 위하준이 입은 재킷은 Egonlab. 스카프는 Emporio Armani. 팬츠와 부츠는 모두 Lemeteque. 약지에 낀 링은 Rendo. 마디 반지는 Hyend. 지창욱이 입은 수트 세트업과 셔츠는 모두 Ferragamo. 슈즈는 Christian Louboutin. 링은 모두 Bulgari.

위하준이 입은 재킷은 Egonlab. 스카프는 Emporio Armani. 팬츠와 부츠는 모두 Lemeteque. 약지에 낀 링은 Rendo. 마디 반지는 Hyend. 지창욱이 입은 수트 세트업과 셔츠는 모두 Ferragamo. 슈즈는 Christian Louboutin. 링은 모두 Bulgari.

 
 
아주 먼 이야기지만, 배우 위하준의 은퇴식을 치른다면 어떤 형식이면 좋을까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볍게 한잔할 것 같은데요? 이런 작품도 했었지, 곱씹으며 소소하게.
 
완도에서 상경한 고3 시절을 잠시 떠올려보죠. 서울에 와서 가장 먼저 한 게 뭔가요
 
오자마자 SM엔터테인먼트 공개 오디션을 봤어요. 오디션 끝나고 연기학원에 갔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의 공기와 지금의 공기는 다르나요
 
그럼요. 벌써 14년 전이네요. 강남에 처음 갔을 때 속으로 그랬어요. 내가 이런 곳에 있어도 되나? 그랬던 제가 <최악의 악>에선 그런 강남을 접수한 보스라니.
 
‘츤데레’라는 말, 자주 듣나요
 
저요? 장난 아닙니다. 친구들에게 욕하다가 밥 사주고, 그래요.
 
칭찬엔 취약한 편인가요
 
네. 잘 못 견뎌요. 친구들이 그러면 닥치라고 하죠. 가족에게도 “어디 가서 제 얘기하지 마세요” 그래요. 누군가 “아들이 누구라며?” 하면 “응!” 이 정도만 하라고 말해 뒀어요(웃음).
 
부모가 아들 자랑 좀 하면 어때요
 
그러면 사람들이 안 좋게 봐요. 제가 무슨 엄청난 사람도 아니고. 연기하는 사람일 뿐인데.
 
확실히 위하준은 쉽게 흔들릴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건 좀 그래요. 뭐든 잘 참고 살아왔습니다.

Credit

  • 에디터 전혜진
  • 글 정시우
  • 사진가 고원태
  • 스타일리스트 이민규 (지창욱) / 김정미 (위하준)
  • 헤어 스타일리스트 김승원 (지창욱)) / 박하 (위하준)
  • 메이크업 아티스트 장소미 (지창욱) / 보련 (위하준)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어시스턴트 이의영
  • 디지털 디자이너 장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