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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를 향한 아이유의 러브 송

단어는 음절이 되고, 음절은 노래가, 노래는 끝내 사랑이 되어 울려 퍼진다. 너랑 나 그리고 우리 모두를 향한 아이유의 러브 송.

프로필 by 이마루 2023.09.27
블랙 원 숄더 니트 톱과 실크 오간자 스커트, 홀스빗 미드 힐 펌프스, 재키 1961 실버 라메 미니 숄더백은 모두 Gucci.

블랙 원 숄더 니트 톱과 실크 오간자 스커트, 홀스빗 미드 힐 펌프스, 재키 1961 실버 라메 미니 숄더백은 모두 Gucci.

 
데뷔 15주년인 9월 18일을 앞두고 반가운 소식이 쏟아집니다. 기념 전시회에 이어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 개봉, 이틀간 체조경기장에서 열릴 팬 콘서트까지요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9월은 쉬는 날이 하루도 없어서 팬 콘서트를 잘 준비할 수 있을까, 미뤄야 하나 고민도 했는데, 그래도 기념일은 기념일에 챙겨야 ‘제맛’이잖아요. 좀 무리하지 뭐, 하는 마음으로 최대치로 준비 중입니다.
 
오늘 <엘르>와의 만남도 아이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맞아요. 특히 구찌와 함께할 때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요. 9월 내내 쭉 선물들이 찾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팬 콘서트? 처음이지만 내 전문일 것 같은 느낌’이라고 SNS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준비해 보니 정말 그렇던가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촬영으로 안동과 제주, 연천 등을 오가고 있어요. 서울에 올 때는 안무 연습과 합주를 위해서인데 정말 피곤하거든요? 그런데 연습만 시작하면 축제가 돼요(웃음). 우리끼리는 좋아하지만 덜 알려진 곡도 고르고, 팬들이 많이 들었을 것 같은 곡은 과감하게 편곡도 하다 보니 공연 준비에 모두 신난 상태예요.
 
실크 블라우스와 랩스커트, 스노 부츠는 모두 Gucci.

실크 블라우스와 랩스커트, 스노 부츠는 모두 Gucci.

 
공연은 팬클럽 선예매에서 거의 매진됐죠. 조직적인 티켓 ‘리셀’이나 웃돈을 얹어 파는 ‘플미’표 방지 대책에 앞서는 아티스트이기도 해요.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는 것은 당신의 특성인지 
제가 나선다고 근절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에 대해 뭔가 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또 다른 회사들과 함께 묘안을 강구하는 교류가 생기기도 하고요.
 
지난여름에 열린 데뷔 15주년 기념 전시 <순간>에서 ‘밤편지’ ‘팔레트’ 등 사랑받은 곡들의 가이드 녹음 버전을 살짝 공개하기도 했는데 이유는 
가이드 녹음을 가능하면 직접 하는 편이에요. 그 과정을 통해 곡 해석력이 생기거나 음악이 발전하기도 해서 애정이 크죠. 날것이고 어설픈데도 너무 좋은 순간을 발견하는 게 음악이기도 하잖아요. 모아두고 지금까지 혼자 들었던 가이드 녹음을 선보이면 어떨까 해서 고르고 골랐어요. 준비 중인 새 앨범의 곡도 ‘쬐끔’ 들려주면 어떨까 싶어 미공개곡도 공개했고요. 반응이 뜨거워 뿌듯했습니다.
 
블루 울 소재 롱 코트와 홀스빗 앵클부츠는 모두 Gucci.

블루 울 소재 롱 코트와 홀스빗 앵클부츠는 모두 Gucci.

 
팬들인 유애나의 방을 상상해서 전시장에 구현하기도 했어요. 아이유가 생각하는 유애나는 어떤 사람들인지 
제가 소중한 물건을 모아둔 ‘곳간’이라는 공간을 몇 번 보여드린 적 있어요. 전시장에 곳간을 재현하고 데칼코마니처럼 유애나의 방이 거울같이 보이게 만들었어요. 나와 많이 닮은 사람들일 거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거든요. 한 명 한 명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를 좋아할 때의 태도와 집중도, 그 순간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말랑해지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20대의 마지막 자락에 선보였던 <조각집>이 나온 것도 어느덧 2년이 돼갑니다. ‘구태여 바깥에 내놓지 않았던 내 20대의 그 사이사이 조각들’이라는 소개 글과 함께 다섯 곡을 담았죠. 그중 가장 낯설게 느껴지는 조각은 
스무 살에 썼던 ‘드라마’는 녹음할 때도 ‘아, 이 목소리는 이제 안 나오네. 지금 내가 하면 어떤 척이 되는구나’를 느끼면서 작업했어요. 그런데 또 저라는 사람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여전히 미숙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면서 사람이 드라마틱하게 멋있어지는 일은 없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웃음).
 
레드 시스루 톱과 물방울 모양 커팅 스커트, 사자 모티프의 귀고리는 모두 Gucci.

레드 시스루 톱과 물방울 모양 커팅 스커트, 사자 모티프의 귀고리는 모두 Gucci.

 
혹시 아이유도 새 앨범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나요 
이번 앨범은 준비 과정에서 한 번 완벽하게 180도 뒤바뀌었어요. 항상 공백기 없이 앨범을 냈던 것에 비하면 이번에 2년 정도 개인 앨범이 없었던 셈인데, 그동안 생각의 방향성이 많이 달라졌거든요. 작업물이 속속 나오고 있는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하려고 2년간 좀 천천히 갔나 보다 싶어요. 결과물이 마음에 들어서 부자가 된 기분이죠. 욕망에 대한 이야기예요. 지금이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적기인 것 같아요.
 
아이돌들의 아이돌이기도 합니다. 아이유 곡을 커버하거나, 굿즈를 갖고 다니거나, 콘서트 후기를 팬들에게 전하는 K팝 아티스트를 정말 많이 봐요. 왜 이렇게 사랑받는 것 같은지 
음악을 성실하게 해오고 있다는 건 저도 자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인데요. 오래 봐온 사람에 대한 친밀감과 반가움이 아닐까 싶어요.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긴 시간 일하고 있는 선배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 않을까요?  그 고마움을 갚을 수 있는 순간이 오면 최대한 보답하려고 해요.
 
레트로 무드의 아이웨어는 Gucci.

레트로 무드의 아이웨어는 Gucci.

 
받은 사랑을 보답하려는 건 정말 보여요. <아이유의 팔레트>(이하 <팔레트>)를 통한 있지, 뉴진스 등 걸 그룹 후배들과의 교류나 응원도 활발하고요. 가끔 그룹 생활에 대한 부러움이나 궁금증도 있었을까요 
서로가 서로의 성장을 지켜보는 증인이 돼 주거나 수상같이 영광스러운 순간을 공유하는 모습은 부럽죠. 당연히 힘들겠다 싶은 것도 있고요. <팔레트>에서 만난 걸 그룹 친구들을 보면 너무 어른스럽고, 저 또한 그들이 전달하는 건강한 에너지가 고마워요. 꼭 선배라서가 아니라 팬이자 대중으로서 제가 느끼는 걸 최대한 표현하고 싶어요. 아티스트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힘을 주는 존재인지, 내 생활에 그 음악이 얼마나 활력이 되는지.
 
베이지색 홀스빗 울 재킷과 화이트 셔츠, 데님 팬츠는 모두 Gucci.

베이지색 홀스빗 울 재킷과 화이트 셔츠, 데님 팬츠는 모두 Gucci.

 
진행자 아이유로서의 정체성은 <팔레트>를통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기도 합니다. 이 새로운 역할에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팔레트>의 가장 중요한 지점은 서로의 음악을 바꿔 부른다는 것이죠. 그 자체가 ‘난 네 음악을 좋아해. 그래서 이렇게 내 식으로 해석해 봤어’라는 존중의 표현이니까요. 손님들이 제 노래를 공들여 커버해 주면 너무너무 고맙고요. 커버곡을 부른다는 것은 꽤 조심스러운 일이라 ‘망치면 어떡하지’라는 고민 때문에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요.
 
아이유가 곡을 망치게 될까 봐 걱정한다니! 
그럼요, 그럼요!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내가 불렀을 때 덜 좋으면 어떡하지, 이런 마음은 당연히 있죠.
 
레트로 스퀘어 저지 톱과 데님 팬츠, GG 슬링백 플랫 슈즈는 모두 Gucci.

레트로 스퀘어 저지 톱과 데님 팬츠, GG 슬링백 플랫 슈즈는 모두 Gucci.

 
김세정 씨 회차는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내 노래를 아끼며 노래하는 마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하더군요. 아이유는 자신의 곡을 얼마나 좋아하나요 
저도 녹화 내내 생각이 많았던 회차였어요. 어린 시절부터 내 노래를 들은 영향력으로 가수를 꿈꾸게 된 사람이 애정을 표현해 줄 때 진짜 힘이 됐고, 세정 씨가 본인 이야기를 할 때 드러나는 프로다움과 자신의 노래에 자부심을 가진 모습은 멋있었어요. 저는 여전히 반반 같아요. 내 노래를 사랑하고, 내 노래가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과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이 갖고 있는 자신에게 야박한 면모도 있죠. 그런데 저는 자기객관화와 균형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을 것 같아요.
 
라이트 블루 니트 톱과 비즈 장식의 니 렝스 스커트, 바이올렛 타이츠, 재키 1961 블루 페이턴트 레더 미니 숄더백은 모두 Gucci.

라이트 블루 니트 톱과 비즈 장식의 니 렝스 스커트, 바이올렛 타이츠, 재키 1961 블루 페이턴트 레더 미니 숄더백은 모두 Gucci.

 
아이유가 15년간 보여준 행보, 그 팬들이 꾸준하게 보여준 지지와 사랑이 우리가 어린 여성 아티스트를 대하는 방식을 자각하는 데 영향을 많이 미쳤다는 생각도 합니다. 과도한 비난과 평가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일종의 연대 의식이죠 
10~20대를 거쳐 30대가 된 지금도 이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일하는 방식은 물론, 연예인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껴요. 누구의 의견도 무시당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 어린 연예인이라도 한 명의 주체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려는 태도가 생겨났죠. 여전히 나아져야 할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당연히 미움받아야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에 동의하는 분이 많아진 것 같아요. 바뀐 시선들에 종종 감동받습니다.  
 
‘사랑이 이긴다’고 믿지만 여전히 명백하고 꾸준한 악의를 체험하기도 합니다. 그런 악의에 확실하게 대처하고 있고요   
분리 작업이 필요해요. 정말 명백한 악의는 존재하거든요. 그런 것이 의견이라고, 대중이 나에게 보내는 피드백이라고 뭉뚱그려져서는 안되죠. 그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명확하고 단호하게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라이트 블루 니트 톱과 비즈 장식의 니 렝스 스커트, 바이올렛 타이츠는 모두 Gucci.

라이트 블루 니트 톱과 비즈 장식의 니 렝스 스커트, 바이올렛 타이츠는 모두 Gucci.

 
데뷔 초에는 ‘나이에 비해 잘한다’는 칭찬이 두려웠다고 했죠. 지금은 어떤가요. 나이와 상관없이 잘하고 있는 내가 된 것 같은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저와 가장 잘 맞는 나이를 찾은 것 같아요. 10대, 20대 때는 사람들 머릿속에 있는 그 나이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제가 가진 에너지보다 더 명랑하고 사랑스러운 여동생 같은 모습을 기대하시기도 했거든요. 정작 그때의 저는 자기혐오에 빠지기도 했고, 염세적이기도 했는데.
  
원래 그런 게 10대이기도 한데 말이죠 
그렇죠! 그게 ‘리얼’인데(웃음). 이제는 원래 목소리로 말해도 아무도 “아이유, 기분 안 좋은 일 있어?”라고 묻지 않더라고요. 어릴 때는 항상 세 키 정도 높여서 말했거든요. 또 하나, 오래 이 일을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얘가 이번에는 어떤 묘기를 보이려나, 굳이 관찰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냥 아이유에게 받을 수 있는 에너지를 받기 위해 제 음악을 듣고, 자연스럽고 친근한 존재로 받아들여준다는 것. 그게 고맙고 좋아요. 지금 내가 하는 생각을 음악으로 담아 어떻게 보여주면 좋을지만 생각하면 되니까 너무 좋죠.
 
옐로 폴로 니트 스웨터와 바이올렛 벨벳 팬츠, 아이웨어는 모두 Gucci.

옐로 폴로 니트 스웨터와 바이올렛 벨벳 팬츠, 아이웨어는 모두 Gucci.

 
알고 있죠? 지금도 여전히 어린 나이라는 것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일흔다섯, 여든 살이 돼 “와, 저 할머니 여전히 잘하네” 같은 소리를 듣는 거예요. 10대 때는 “어린 것에 비해 잘하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요(웃음). 이게 제게는 큰 변화예요. 예전에는 나이를 먹으면 다른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주 오랫동안 내 일을 사랑할 것 같다는 확신이 있어요. 
 
캐시미어 울 스웨터와 화이트 셔츠, 블랙 울 팬츠, 모카신, 재키 1961 블랙 레더 스몰 숄더백은 모두 Gucci.

캐시미어 울 스웨터와 화이트 셔츠, 블랙 울 팬츠, 모카신, 재키 1961 블랙 레더 스몰 숄더백은 모두 Gucci.

 
그나저나 15주년 전시회 때 ‘마멜군’ 분장을 하고 전시장을 찾았잖아요. 팬들이 정말 당신을 못 알아봤다고 생각하나요? 모른 척한 게 아니라 
네! 그게 모른 척한 거라면 너무 미안한데요? 얼마나 날 배려해서 그렇게까지 모른 척한 걸지…. 그런데 진짜 몰랐던 것 같아요. 마시멜로 탈을 쓴 제 모습은 정말 볼품없었거든요. 유독 작고 못생긴 마시멜로였어요(웃음). 
 
 

Credit

  • 패션 에디터 이하얀
  • 피쳐 에디터 이마루
  • 사진가 목정욱
  • 패션 스타일리스트 이윤미
  • 헤어 스타일리스트 김꽃비 (OUI OUI)
  • 메이크업 아티스트 서옥 (OUI OUI)
  • 세트 스타일리스트 박주영
  • 아트 디자이너 이소정
  • 어시스턴트 이의영
  • 디지털 디자이너 장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