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 작가 이나영과 색색의 사물들

물감을 쭉 짠 흔적을 담은 접시부터 캔버스 위의 알록달록한 추상화를 둘둘 말아 만든 듯한 컵까지. 회화를 옮긴 것 같은 이나영의 도자기들은 한결같이 어딘가 삐딱하고 명랑하다. 작은 손이 부드러운 흙을 만나 나눈 귀엽고 기묘한 대화를 형상화한다면 이런 모습일까. 
 
 
회화가이기도 한 이나영이 평면 그림에 촉각을 불어넣고 싶다는 생각으로 석고와 먹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독특한 스타일의 도자 작업으로 이어졌다. 색감과 물성을 탐구하며 완성되는 이나영의 도자는 위트와 서투른 실루엣, 어딘가 일그러지고 모자란 부분을 반드시 품고 있다. 
 
 
멕시코 혹은 스페인, 프랑스 등 다양한 국적으로도 읽히는데 이는 회화 작업을 병행하는 이나영이 도자로 색을 다루기 위해 흑토와 적토, 산백토 등 다채로운 흙을 선택했기 때문.
 
 
‘벨루가’ ‘크림 도우’ ‘그린 그래스’ ‘하늘 네모’ ‘라일락 눈물’ 등 세상에서 하나뿐인 형상의 도자기에 지어준 이름에선 작가의 시선에 매달린 일상의 조각이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