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이나 분재가 돌에 뿌리를 내리게 하는 석부작 작업으로 제주 화산석에 식재한 돌단풍.
햇살을 채운 자리, 4T

작은 온실에서 식물을 돌보는 김동은 대표.

하루의 루틴인 식물 식재와 잎 다듬기, 물주기를 준비하는 과정.
김동은 대표는 이기원 · 정승원 작가가 함께하는 도예당의 화기를 즐겨 사용한다. 돌처럼 거친 텍스처의 유약과 분장 향로 화병 등은 4T의 작고 아름다운 분재와 잘 어울린다. 자연스럽게 구르고 깎이며 형태가 잡힌 자연석 역시 그녀에게는 멋진 화기다. “돌에 식물을 식재하는 석부작을 좋아해요. 가늘고 여리지만 나름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야생화를 돌에 심곤 하죠.” 그래서 제주 화산석에 심은 돌단풍은 4T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는 작품이다. 돌 사이에 뿌리를 내리는 터프함과 하늘거리는 잎, 은은한 향내가 공존하는 순간. 요즘 그녀가 가장 몰두하고 있는 것은 당진의 작은 땅에서 짓는 농사다. 12평의 땅에 여러 송백류의 나무와 준베리 · 야생화 등을 심었고, 쉬는 날이면 이들과 씨름하는 것이 새로운 일과가 됐다. “작은 묘목이 자라 꽃을 피우기 시작했어요. 매일 식물을 보는 것이 직업인데, 직접 나무를 길러보니 자연의 신비가 새삼 벅차게 느껴져요.” 그녀는 4T 덕분에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식물처럼 아름답고 묵묵히 자라나고 싶다고 묵직한 가위로 색이 변한 잎을 정리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