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아트 디렉터 필리프 드쿠플레와 에르메스가 펼쳐낸 역동적이고 미학적인 에르메스 홈 컬렉션 퍼레이드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건만 이번에는 에르메스가 2023 밀란 디자인 위크를 맞아 〈엘르 데코〉를 다시 밀란으로 초대했다. 올해도 에르메스는 매년 디자인 위크에 컬렉션을 선보이기 위해 사용하는 장소인 ‘라 펠로타(La Pelota)’에 홈 컬렉션을 마련했다. 에르메스의 이번 무대는 단단한 철봉과 콘크리트로 만든 틀로 구성됐다. 메종의 공동 예술감독인 샬롯 마커스 펄맨과 알렉시스 파브리가 기획한 것으로 둥근 금속 막대를 속이 훤히 보이도록 십자 형태로 배열해 각진 골조를 만들었고, 제품 진열대를 콘크리트 슬라브로 삼았다. 물체 간의 관계를 즉각적으로 볼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마련한 것. 관람자들은 쇠막대기에 둘러싸인 러그와 의자, 조명, 세라믹 전시장을 구불구불하게 통과하며 그리드와 선의 무한한 상호작용으로 이뤄진 3차원의 세계를 유영했다. 재료에서 영감을 얻고 숙련된 노하우를 통해 디자인의 본질을 표현해 낸 에르메스 홈 오브제 컬렉션과 단순한 무대의 앙상블은 인상적이었다. 쾌활한 선과 상상력이 풍부한 디자인, 차분한 색상은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