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호텔에서 소위 황금 시간대에 TV 채널을 돌리다가 파리지앵 친구에게 물은 적 있다. “왜 TV에서 샤넬과 디올, 로레알 광고만 계속 나오는 거야? 자동차나 전자제품 광고는 없어?” 친구의 대답은 명쾌했다. “프랑스에서는 그 브랜드들이 가장 잘나가니까!” 아름다운 걸 알아보는 데 일가견 있는 파리지앵의 사랑을 받는 라 발레 빌리지(La Valle′e Village)는 파리 중심부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에 있다.
홀리데이 시즌을 맞은 라 발레 빌리지의 밤. 종이를 이용한 데커레이션은 이미 디올, 루이 비통, 해로즈와 설치미술 작업을 통해 잘 알려진 디자인 그룹 완다(Wanda)에서 지휘했다.
모두가 사랑하는 럭셔리 하우스 브랜드부터 산드로, 마쥬 같은 파리 로컬 브랜드 제품까지 110여 개의 브랜드 부티크 숍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다. 라뒤레, 피에르 에르메 파리 같은 달콤한 디저트 숍이 즐비한 것도 매우 ‘프랑스’다운 점. 프랑스인들의 안목과는 별개로 그들의 도도함을 때때로 견디기 어렵다면 영어를 사용하는 상냥한 직원들이 있는 라 발레 빌리지가 더욱 맘에 들 것이다. 디즈니랜드 파리와 그야말로 맞붙어 있는 것도 매력적! 이왕 파리 중심부를 살짝 벗어났다면 파리 11구에 자리한 매종 소타(@Maison_Sota)에서 런치에 도전해도 좋겠다.
홀리데이 시즌을 맞은 라 발레 빌리지의 밤. 종이를 이용한 데커레이션은 이미 디올, 루이 비통, 해로즈와 설치미술 작업을 통해 잘 알려진 디자인 그룹 완다(Wanda)에서 지휘했다.
2009년 리옹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스타 셰프 소타 아쓰미가 2019년에 문을 연 이 레스토랑은 와인 저장고와 공방이 들어선 작은 건물을 복원한 만큼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랑한다. 일식과 프랑스식이 뒤섞인 세심한 메뉴를 맛보다 보면 내추럴 와인을 주문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 16구 불로뉴 숲 인근에 자리한 루이비통재단 미술관은 건축적인 경험과 전시 경험을 동시에 충족시켜 준다. 굵은 철제와 수천 개의 유리 프레임을 쌓아 올려 만든 프랭크 게리의 야심작은 문을 연 지 거의 10년이 돼가는 지금도 여전히 감흥을 준다. 지금은 클로드 모네와 추상화가 조앤 미첼의 작품이 한데 어우러진 전시가 진행 중이다. 조앤 미첼이 펼쳐놓은 대담한 색과 선이 모네가 담은 자연 풍경 속에서 구체적 맥락을 띠고 다가오는 놀라운 경험은 2월 27일까지 할 수 있다.
「 The Bicester Collection
」 쇼핑의 핵심은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정체성을 더욱 세련되게 만드는 일이다.
저서 〈쇼핑의 유혹〉에서 저널리스트 토머스 하인은 이 같은 근사한 말을 했다. 박막례 할머니의 명언도 있다.
예쁜 건 눈에 보일 때 바로 사야 돼요. 내년엔 없어요.
공간과 훌륭한 전시를 동시에 경험하고 싶다면 루이비통재단 미술관으로.
우리는 쇼핑을 통해 어디까지 경험할 수 있을까? 비스터 컬렉션은 그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런던, 파리,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밀란, 더블린, 뮌헨 등 유럽 주요 9개 도시와 중국 상하이와 쑤저우, 미국 진출을 앞둔 이 럭셔리 쇼핑 아웃렛은 각각의 아웃렛을 ‘빌리지’라 부르며 각기 다른 호칭을 부여했다. 지역의 특성을 띤 공간에서 바깥 산책을 하듯 거닐며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셰프 소타 아쓰미가 이끄는 레스토랑 메종 소타.
평균 할인율은 30~60% 정도. 핸즈프리 쇼핑, 퍼스널 쇼핑, 버추얼 쇼핑 등 빌리지의 ‘아파트먼트’에서 충실한 고객들을 위해 제공하는 진화한 서비스도 무궁무진하다. 각각의 빌리지가 보유하고 있는 부티크 리스트는 홈페이지(www.thebicestercollection.com)에서 확인할 것. 기대 이상일 것이라는 사실만 밝힌다. 2019년에는 4500만 명이 각 도시의 빌리지에서 쇼핑을 즐겼다.
엘 불리의 주방에서 20여 년 전에 만난 세 남자가 2022년 오픈한 콤파르티르는 현대적 시각이 가미된 지중해 음식을 선보인다.
유럽의 스산한 겨울에 지친 사람이라면 겨울의 바르셀로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겨울에도 영상 10℃를 자랑하는 라 로카 빌리지(La Roca Village)는 밝고 경쾌한 도시 분위기를 그대로 담았다. 코스타 브라바(Costa Brava) 해안으로 가는 길에 자리한 이곳은 지역 문화에 대한 자부심으로 뭉친 곳이기도 하다.
엘 불리의 주방에서 20여 년 전에 만난 세 남자가 2022년 오픈한 콤파르티르는 현대적 시각이 가미된 지중해 음식을 선보인다.
가우디 건축물에 영감을 받은 건물과 넓은 광장, 모자이크 타일로 장식된 거리를 따라 즐비한 140여 개의 숍들이 기다린다. 아직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100% 업사이클링 브랜드 ‘에콜프(Ecoalf)’, 남성 액세서리 라인 ‘일레븐’ 같은 브랜드도 눈여겨보길. 지역 아티스트의 작품 활동과 영화제 가우디 갈라 어워드 등을 적극 후원하는 라 로카 빌리지는 예술에 진심이기도 하다.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흰색 외관의 아름다운 건물은 리처드 마이어의 작품.
바르셀로나는 합리적 가격에 매우 수준 높은 미식 경험을 할 수 있는 도시다. 빌리지에도 대형 파에야를 맛볼 수 있는 올데이 다이닝 파사렐라를 비롯해 여러 레스토랑이 기다리고 있지만, 바르셀로나의 진짜 미식은 저녁에 시작된다. 전설적 셰프 페란 아드리아의 ‘엘 불리’에서 파생한 레스토랑 두 곳을 찾는다면 바르셀로나의 밤이 아쉽지 않을 것.
페란 아드리아의 동생이자 뛰어난 셰프인 알버트 아드리아가 이끄는 에니그마(@enigma _albertadria)는 팬데믹 끝을 향해가는 지난해 8월 새롭게 정비해 문을 열었다. 몽환적인 인테리어와 와규, 캐비아, 성게 등 최고급 재료를 아낌없이 조합해 특별하게 서빙하는 타파스 메뉴는 여전하다. 2011년 엘 불리가 문을 닫기까지 함께 주방을 지켰던 세 셰프가 합심해서 2012년 카사데카 지역에 오픈한 콤파르티르(@Compartirbcn)도 얼마 전 바르셀로나에 당도했으니 테이블을 잡을 기회가 있다면 잊지 말고 들르길. 조금 더 여행자스럽게 바르셀로나를 맛보고 싶다면 벨(Vell) 항구에 자리해 지중해를 바라보며 갖가지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피스커 바(Fiske bar)는 실패할 리 없는 선택지다.
VIP 고객을 위한 공간인 아파트먼트. 로컬 디자이너와 작가들의 작품을 활용한 라 로카 빌리지의 아파트먼트는 도시의 컬러플한 정체성을 담았다.
이제는 잔뜩 부른 배를 꺼뜨릴 차례. 14~15세기 건물들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고딕 지구에서 산책을 시작하자. 레알 광장을 지나 최고급 하몽을 비롯해 매일 200명 이상의 상인들이 최고의 식재료를 갖고 등장하는 재래시장 라 보케리아 골목을 빠져나오면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건물을 감싼 흰색, 솔직하게 이어지는 직선, 공간에 들어오는 빛까지 모든 게 리처드 마이어스러운 건물에서 활기찬 바르셀로나의 아트 신을 감상할 수 있다.
비스터 빌리지에 최근 문을 연 체코니스 레스토랑.
런더너들이 쇼핑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고 싶다면 명품 거리인 메이페어(Mayfair), 그리고 비스터 빌리지(The Bicester Village)로 향할 것. 1995년 문을 연 비스터 컬렉션의 첫 번째 작품인 비스터 빌리지는 160여 개의 부티크가 입점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비비안 웨스트우드, 스텔라 매카트니, 바버같이 우리가 사랑하는 영국 브랜드들과 함께 룰루레몬 아웃렛이 유일하게 들어선 곳도 바로 이곳(룰루레몬의 스포츠 브라를 2만 원에 구입했다!).
특별한 쇼핑 경험은 비스터 빌리지에서도 계속된다.
지난해 11월에는 런더너들이 오랫동안 사랑해 온 이탈리아 레스토랑이자 글로벌 프라이빗 멤버십 클럽인 소호하우스가 운영을 맡으며 한 번 더 화제가 됐던 체코니스(Cecconi’s)도 빌리지 내에 문을 열었다. 런던 시내 메릴본(Marylebone) 역에서 직행 열차에 탑승하면 40분 만에 비스터 빌리지 역에 도착한다. 다음은 메이페어로 향할 때다. 시작은 소호와 메이페어 사이, 피카딜리에 자리한 영국왕립미술원이 좋겠다. 17세기에 지어진 벌링턴 하우스에 자리한 영국왕립미술원은 현재 20세기 모더니즘에 기여한 독일 여류 화가 7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한창이다.
다빈치의 제자가 그린 ‘최후의 만찬’ 초대형 복사본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영국왕립미술원.
케테 콜비츠의 거칠고 고통스러운 선부터 파울라 모더존 베커가 묘사한 천진한 아이까지 당대에 창작자이자 동료로 교류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을 나오면 바로 앞의 랄프 로렌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테이크아웃해 1819년에 문을 연 런던 최초의 아케이드 쇼핑몰 벌링턴 아케이드를 지나 명품 부티크들을 둘러볼 것. 리버티 백화점으로 경로를 틀어도 좋다. 하루의 끝은 런더너들에게 사랑받는 중식당 하카산 메이페어( hakkasanlondon)에서 마무리하자. 컬러플한 딤섬과 오리 고기에 헨드릭스와 탱커리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을 곁들이면서. 양팔 가득 들고 온 쇼핑백을 챙기는 것도 잊지 말고.
Monsieur George Hotel & Spa 샹젤리제에 2020년 등장한 무슈 조지 호텔 & 스파이의 키 컬러는 딥 그린과 블랙. 세련된 취향뿐 아니라 욕실 바닥에 온돌을 설치하는 따뜻함까지 갖췄다. 스산한 파리의 겨울에도 끄떡없다는 말. 파리지앵이 사랑하는 르 티크레의 스파를 지하 1층에 품었다.
The Barcelona Edition 부티크 호텔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안 슈레거가 메리어트 그룹과 합심해서 론칭한 체인 ‘에디션’은 어디를 가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도시의 심장을 차지한 더 바르셀로나 에디션도 마찬가지. 가우디와 달리가 디자인한 가구들이 장식된 로비를 지나 최상층인 10층 루프톱에 오르면 바르셀로나 풍경이 펼쳐진다. 절제된 럭셔리를 만끽하길.
The Kensington 격식과 친근함을 동시에 갖춘 런던다운 5성급 호텔을 찾는다면 더 켄싱턴이 정답이다. 우아하고 넉넉한 라운지 공간과 레스토랑, 윌리엄 모리스의 벽지처럼 다채로운 패턴을 적용한 객실이 자연스럽게 대비를 이룬다. 자연사박물관과 V&A 뮤지엄, 로열 앨버트 홀 같은 문화 시설은 물론 소호와도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