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기쁨이 그저 바라보고 그린 것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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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기쁨이 그저 바라보고 그린 것들

시선이 옮겨지는대로 표현하는 노기쁨의 회화 그리고 도자의 세계.

이경진 BY 이경진 2022.11.19
 
문화공간 뉴스프링프로젝트에서 전시를 열고 있습니다. 전시명은 〈Fullness〉죠. 2021년 전시 〈형상으로부터 드러난 모양〉과 비교하면 조금 더 은유적인 이름이네요
작업할 때 정물화처럼 항상 사물을 놓고 그립니다. 어느 부분을 표현하고 생략하는지에 따라, 물체의 모습이나 수량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죠. 이번에는 많은 사물로 하나의 밀림처럼 우거진 장면을 연출했어요. 사물로 화폭 전체가 가득 찬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렸습니다.
 
형태의 경계가 만들어내는 선, 표면을 이루는 색 같이 사물을 이루는 시각적 요소들이 도드라져요. 작업할 때 놓아둔 사물에서 자세히 관찰하는 것은
‘관찰’이라는 단어는 무언가 파악하려는 시선으로 다가와요. 그래서 ‘본다’는 시감각 자체가 드러나는 단어를 쓰고 싶어요. 저는 작업할 때 눈으로 끊임없이 앞에 놓인 사물을 봅니다. 눈에 들어오는 그 순간을 그대로 그려 나가는 것이죠.
 
2013년부터 도자 공예 공부를 하며 사물의 형상과 개념에 대해 고민해 왔다죠. 핸드 빌딩 기법, 유약 처리를 하지 않은 표면, 흙의 특성을 담아내는 텍스처, 위로 쌓아 올리는 형상을 특징으로 해온 도자 공예 작업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줬나요
도자 공예 공부를 할 때도 사용하는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제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모습(지극히 주관적이지만)으로 만들었어요. 종이에 그린 주전자 이미지를 입체로 만들었을 땐, 손잡이를 잡기 어려웠죠. 여기서 사물을 보는 관점이 바뀌었어요. 주전자를 볼 때 뚜껑이나 손잡이, 주둥이 등이 무엇인지 인식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해요. 이런 관점이 오래전부터 많은 예술가와 철학자들에 의해 피력됐지만, 의도치 않게 체감하는 건 읽거나 듣는 것과는 다르게 와 닿았어요. 그래서 사물 자체의 모습을 파고들게 됐고, 지금의 작업에 이르렀어요.
 
양감을 지니는 도자기와 평면의 회화 작업을 겸하며 지속적으로, 때로는 적극적으로 둘을 연계시켜 왔습니다
저에게는 그림이 표현의 제약이 없는 방식이지만, 입체적으로 뭔가를 표현하고 싶은 게 남아 있었어요. 그래서 입체 작업을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그리거나 만드는 행위 자체가 즐거워요. 이런 즐거움이 없다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애써 표현하지 않을 거예요.
 
지금 남다른 관심이 있다면
어딜 가나 놓인 물건에 관심이 많습니다. 모든 물건을 작업실에 가져다 그릴 순 없기 때문에 답답할 때도 많아요(웃음).
 
새롭게 탐구하고 싶은 것
이번 전시에서 밀림 같은 분위기로 사물을 표현했다면, 다음 작업은 여백을 줘 또 다른 분위기로 그릴 생각입니다. 평면의 캔버스에 입체물이 자리 잡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어요.
 
노기쁨에게 영원한 영감이란
고요한 분위기나 덩어리감이 느껴지는 그림에 마음이 움직입니다. 아주 옛날 그려진 정물화부터 마그리트의 정물, 달리의 비현실적 정물까지 섬세하고 단단하게 그려진 사물을 보고 있으면 그림이 그리고 싶어져요.
 
하나의 고정된 시선으로 사물을 표현하지 않고, 시선이 옮겨지는 그대로 표현하는 노기쁨의 회화. 〈Fullness〉 전에는 캔버스 속 형태의 군집에서 입체 조형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도자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하나의 고정된 시선으로 사물을 표현하지 않고, 시선이 옮겨지는 그대로 표현하는 노기쁨의 회화. 〈Fullness〉 전에는 캔버스 속 형태의 군집에서 입체 조형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도자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당신의 작품이 누군가의 공간에 어떤 존재이길 바라나요
예쁜 꽃이나 푸른 숲을 볼 때 그것을 분석한 후 즐기지 않고 본능적으로 아름다움과 쾌감을 느끼듯 제 작업이 그런 존재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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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경진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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