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에요. 오늘 누벨바그 영화 속 주인공으로 변신했는데, 다른 시대의 인물이 되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아이코닉한 시대의 패션과 메이크업, 세트와 소품 하나하나가 모여 찰나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에요. 작품으로도 시대극을 만나고 싶은데, 곧 기회가 오겠죠?
이성경이 손에 든 루쥬 알뤼르 렉스트레는 한 번의 스트로크로 매끈한 윤기와 선명한 입술의 색감은 물론, 바르는 이들에게 당당함과 자신감을 선사해 주는 샤넬의 첫 하이엔드 립스틱이다. 루쥬 알뤼르 렉스트레, 6만4천원, 리필 4만7천원, Chanel.
촬영장 한쪽에 피아노가 소품으로 놓여 있어요. 피아니스트를 꿈꿀 정도로 오래 연주해 왔으니 반갑겠어요
지금도 피아노는 꽤 자주 쳐요. 밤샘 촬영을 하지 않는 이상 매일같이, 손가락 굳지 말라고 한두 곡이라도 말이죠. 얼마 전 21년을 함께한 낡은 피아노를 보내고 새로운 피아노를 장만했어요. 몇 년을 고민하고 꼬박 일 년을 기다려 샀어요. 제가 물건을 쉽게 사지 않는 편인데 이 선택에는 후회가 없네요(웃음).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고, 연약하면서도 강렬한 이성경의 한 떨기 장미꽃 같은 매력. 레 꺄트르 옹브르, 328 블러리 모브로 눈꺼풀을 물들인다. 아이라인과 마스카라는 생략하고 선명한 레드빛의 루쥬 알뤼르 렉스트레, 854를 풀 립으로 바른다. 사용 제품은 모두 Chanel. 트위드 소재 롱 원피스와 뱅글, 네크리스와 헤어밴드는 모두 Chanel.
수많은 여성들의 아이콘인 코코 샤넬이라는 존재 자체가 주는 힘이 있잖아요. 브랜드를 넘어 역사가 됐고요. 소녀들이 자라고 나이가 들면서 샤넬이 지닌 면면을 점점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요(웃음). 개인적으로는 트렌드가 변해도 본래 모습을 잃지 않는 게 좋아요. 저만이 지닌 기준과 가치를 지켜나가고 싶거든요. 앰배서더로서 샤넬과 동시대에 호흡할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해요.
배우와 스타일 아이콘 각 영역에서의 이성경은 마치 다른 세계처럼 보이기도 해요. 주로 생활감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면, 화보 속에서는 환상 속의 인물처럼 비치거든요
너무 감사한 말이에요! 연기할 땐 타인의 세계에 집중하고, 집에 와서도 집중할 컨디션을 만들거나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도달하기까지 모든 전사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익혀야 현장에서 자유로울 수 있더라고요. 어쩌면 그건 이성경의 온전한 자유는 아니잖아요. 화보는 놀이터 같아요. 마음대로 나라는 사람을 보여준다는 기분이 드니까. 물론 연기는 연기대로 치열한 고민 끝에 탄생한 결과물을 얻고, 공감을 자아내는 과정 자체가 소중하고, 어쩌면 그 작품과 캐릭터는 제 인생이 되기도 하죠. 두 영역이 서로 다른 의미로 저를 채워주고 있어요.
최근작 〈별똥별〉은 당신을 어떻게 채워주었나요. ‘행복하고 유쾌한 기억만 있던 현장’이라고 종영 소감을 전하기도 했는데
한별이라는 캐릭터는 신기하게도 저와 많이 닮은 친구였어요. 그래서 한별의 서사와 감정들에 이입하기 편했죠. 반면에 이 부분이 고민되기도 해요. 편하게 할 수 있는 연기를 선보일 때 아무래도 전작과 중복되는 캐릭터로 비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지만 그렇다고 작위적으로 맞지 않는 옷을 입을 수도 없잖아요(웃음). 지금껏 보여드린 이성경의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위해 편안하면서도 그 안에서 새로운 면을 보여드릴 수 있게 노력할게요.
몽상에 빠진 파리지엔처럼! 펄 없이 캐시미어처럼 보송한 레 꺄트르 옹브르, 308 끌레르-옵스뀌로 눈가에 음영을 주고, 2022 홀리데이 메이크업 컬렉션 듀오 뤼미에르를 그 위에 가볍게 두드려 발라 골드 스파클 가득한 광택을 덧입힌다. 웜 핑크빛의 루쥬 알뤼르 렉스트레, 818을 두드리듯 발라 립 라인 바깥으로 자연스럽게 번진 느낌을 연출한다. 사용 제품은 모두 Chanel. 드레이프 블라우스와 팬츠, 진주 네크리스와 헤어핀은 모두 Chanel.
인스타그램에도 다정했던 현장에 관한 기록, 힘이 됐던 친구나 스태프 등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피드로 가득해요. 그 감정을 잊지 않고 기록해 두려는 이유는
인스타그램은 소통 창구라는 의미를 넘어 앨범 같은 거예요. 소소하고 일상적인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다이어리처럼 꼭 지켜 나가고 싶은 영역이랄까요. 물론 예전만큼 자유롭게 일상을 표현하기에는 신경 쓸 것이 꽤 많아졌지만(웃음), 그럴수록 감사하고 소중한 기억을 꼭 기록해 놓으려고요.
올해 30주년을 맞은 〈엘르〉와의 기록이 꽤 많더군요. 2020년 첫 ‘리커넥트’ 뮤직 프로젝트는 물론, 여러 패션·뷰티 화보, 최근 〈별똥별〉 작품 화보까지 다양한 앵글로 서로를 마주해왔어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
하나를 꼽기란 너무 힘들지 않나요(웃음)? 독자나 팬들에게 제각각 주는 의미도 다를 테고요. 〈별똥별〉 화보도 특별하게 찍고 싶어서 많이 고민했는데, 함께 한 장면 한 장면 만들어가는 느낌이 좋았어요. 주변 반응도 좋았고요! ‘리커넥트’는 뮤지션들과 새롭게 도전한 작업인 만큼 신선했고, 너무 좋았던 노래와 함께 그 때의 추억들이 지금까지도 생생해요. 30주년은 정말 특별한 기념일이잖아요? 모델 때의 인연이 이렇게 새로운 모습으로 이어질 줄 몰랐어요. 어떤 나를 또 발견할 수 있을지 늘 궁금하고 설레요. 〈엘르〉는 제가 특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순간순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진심 이에요.
칠흑 같은 밤, 파리를 내리 비추는 달빛처럼 블랙과 앰버, 코퍼 톤의 아이와 브라운 레드 립이 자아내는 신비롭고 마법 같은 홀리데이 룩. 2022 홀리데이 메이크업 컬렉션 레 꺄트르 옹브르, 937 옹브르 드 룬으로 짙은 스모키를 연출한 뒤 스틸로 이으 워터프루프, 88 노아 엥땅스로 아이라인을 그려 섀도와 함께 넓게 블렌딩하고 듀오 뤼미에르를 덧발라 글로시하게 번진 느낌을 낸다. 언더라인도 정교하게 그려주되 뒤쪽에 트임을 주어 답답하지 않도록 표현. 웜 브라운빛의 2022 홀리데이 메이크업 컬렉션 루쥬 알뤼르 렉스트레, 827을 발라 마무리. 사용 제품은 모두 Chanel. 드레스와 이어링, 슈즈는 모두 Chanel.
〈괜찮아, 사랑이야〉의 소녀부터 〈역도요정 김복주〉의 복주, 〈걸캅스〉의 지혜, 〈낭만닥터 김사부2〉의 은재까지 다채로운 여성을 연기해 왔어요. 직업군도, 삶에 맞서는 태도도 다양한 이 또래들이 당신에게 선사한 건 무엇인가요
어떤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았기에 그런 표정과 말투, 언어를 가졌는지 열심히 찾아 나서요. 그렇게 몇 달을 캐릭터로 살다 보면 스스로 새로운 감정을 터득하게 되고요. 저는 혼자 있을 때 잘 울지 못하는 편이었는데, 연기를 시작하면서 울어야 할 때 울 줄 아는 사람이 됐어요. 제가 숨을 얕게 쉰다는 것도, 목소리와 억양이 굉장히 높고 다양하다는 것도 알게 됐죠. 슬픔을 표현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정말 다양하다는 사실까지도요.
자신은 물론 타인을 또 한 번 들여다보게 되는군요.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야 없겠지만 그럼에도 유독 마음에 와닿았던 작품 속 인물은
자세히 전할 순 없지만, 곧 선보일 멜로 드라마 〈사랑이라 말해요〉의 심우주라는 친구예요. 아무래도 지금 연기하는 캐릭터다 보니 마음이 쏠리네요. 제가 맡았던 캐릭터 중 가장 웃음기가 없어요. 이제껏 보여드리지 않았던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이게 될 것 같아요.
일과 삶을 가꾸어 나가며 늘 단단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 있다면
저는 삶의 기준을 최대한 잘 세워보려 해요. 삶과 일에서 중요하고 소중한 우선순위들을 정리하고, 나름의 기준을 세워 지켜나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어요.
물랭 루주의 무대에 오르길 기다리는 샹송 가수를 연상시키는 고혹적이고 화려한 메이크업. 은은한 달빛 광채를 표현하는 2022 홀리데이 메이크업 컬렉션 에끌라 루네이르, 오르 로즈를 얼굴 전체에 부드럽게 쓸어준다. 레 꺄트르 옹브르, 937 옹브르 드 룬으로 빛나는 골드 코퍼빛의 눈가를 완성하고, N°1 DE CHANEL 레드 까멜리아 립 앤 치크 밤, 2 헬시 핑크를 양 볼에 발라 혈색과 윤기를 더한다. 입술엔 브라이트 핑크 톤의 루쥬 알뤼르 렉스트레, 844를 바른다. 사용 제품은 모두 Chanel.드레스와 헤드밴드, 슈즈는 모두 Chanel.
지난 〈엘르〉와의 인터뷰에서도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얘기했죠. 그 기준에 관한 고민을 거듭하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네요
중심이 흔들리거나 상황이 어려워질 때마다 왜 어렵고 뭐가 그렇게 불안한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생각해요. 생각도 청소처럼 바빠도 짬을 내서 정리할 필요가 있어요. 기름기를 좀 걷어내면 반드시 사수해야 할 감정들이 보여요. 예를 들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기쁘지 않다면 기쁨을 만들어야겠다는 것, 내 기쁨은 내가 사수하고 챙겨야겠다는 진리를 깨닫죠. 사실 세상에는 기쁨을 빼앗아갈 일밖에 없을지도 몰라요! 힘든 일은 계속 생겨날 테니 그럼에도 또 잘 버텨보자, 하며 지켜야 할 감정들을 사수하려 해요.
잊힌 기쁨 혹은 잊힌 감성을 일깨우는 비법을 공유한다면
맛있는 식당에서 잘 차려입고 밥을 먹어요. 대충 박스 티셔츠를 걸치고 나서는 게 아니라 ‘외출복’을 입는 거죠. 내가 고른 식당에서 여유롭게 한 입 떠먹고 맛있다며 감탄하는 그 짧다면 짧은 순간이 정말 좋아요! 촬영이 없을 때 피부과에 가고, 운동하고, 하다못해 자는 것조차 ‘수면 보충’이라는 목적을 위해 하게 되는데, 시간을 조금 내서 나서보는 게 진짜 쉬는 거잖아요. 제게는 그 순간순간이 필요한 힘이 돼요.
이성경의 올해는 충만했나요 2022년의 당신을 영화 한 편으로 만든다면 어떤 장면들을 기록하고 싶을까요
다 말할 순 없지만, 올해 개인적으로 되게 많은 일이 있었어요. 그것을 견디고 버티고 역전시켜서 전화위복으로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슬펐다가 웃는 얼굴로 변화하는 과정 자체가 영화 속 한 장면 같아졌어요. 이 모든 과정이 배우로서나 제 삶에 소중한 거름이 될 것 같아요.
물랭 루주의 무대에 오르길 기다리는 샹송 가수를 연상시키는 고혹적이고 화려한 메이크업. 은은한 달빛 광채를 표현하는 2022 홀리데이 메이크업 컬렉션 에끌라 루네이르, 오르 로즈를 얼굴 전체에 부드럽게 쓸어준다. 레 꺄트르 옹브르, 937 옹브르 드 룬으로 빛나는 골드 코퍼빛의 눈가를 완성하고, N°1 DE CHANEL 레드 까멜리아 립 앤 치크 밤, 2 헬시 핑크를 양 볼에 발라 혈색과 윤기를 더한다. 입술엔 브라이트 핑크 톤의 루쥬 알뤼르 렉스트레, 844를 바른다. 사용 제품은 모두 Chanel. 드레스와 헤드밴드, 슈즈는 모두 Chanel.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3 제작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이번 시즌으로 다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겠네요
현실적으로 시즌제라는 게 성사되기 매우 힘들다고 알고 있는데, 전부터 동료들 모두 시즌3를 소망하던 진심이 모여 결국 현실로 이뤄지게 됐네요. 작품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들이 얽혔기 때문이에요. 기다려 주신 만큼 좋은 모습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려 합니다.
성장을 얘기하니 2014년 〈괜찮아, 사랑이야〉로 첫 연기 데뷔를 앞두고 했던 인터뷰가 생각나네요. “공감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힌 포부는 여전한가요. 어느덧 배우로 8년이란 시간이 흘렀어요
그럼요. 항상 저보다 캐릭터가 남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배우는 잘하는 일이 아니라 잘하고 싶은 일이에요. 어떤 사람의 삶을 살아내는 거잖아요. 이성경이라는 사람을 최대한 숨기고, 나만 캐릭터의 감정을 느꼈다고 될 일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그 감정을 전이해야 하니 참 어렵죠. 운명처럼 시작하게 됐지만, 어느 순간 제 삶이자 인생이 되어가고 있네요.
우아한 모브 핑크와 선명한 레드 컬러에 집중한 파리지엔의 ‘에포트리스 시크’ 룩. 눈가에 레 꺄트르 옹브르, 328 블러리 모브를 부드럽게 펴 바르고, 색감에 집중하기 위해 아이라인과 마스카라는 과감히 생략한다. 선명한 레드빛의 루쥬 알뤼르 렉스트레, 854를 입술에 가득 메워 발라준다. 사용 제품은 모두 Chanel. 트위드 롱 원피스와 헤어밴드는 모두 Chanel.
어쩌면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거나 시간이 흘러도 끝끝내 지키고 싶은, 이성경만의 ‘클래식’은
‘진심’. 매 순간 진심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