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TV 시리즈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요즘입니다. 종합편성채널과 유선 방송국 증가는 이미 오랜 흐름이지만, 여기에 OTT 서비스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기 시작하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죠. 이제 특정 드라마 방송 시간대가 되면 거리의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이야기는 과거의 무용담에 머물게 된 겁니다. 2022년엔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제외하곤 압도적 화제성을 가져간 프로그램이 없었고요.
하반기,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2〉가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지난해 공개된 〈환승연애〉도 제법 파급력이 있었지만, 〈환승연애2〉는 그렇지 못했어요. 초반 반복되는 일상을 엿가락처럼 늘여 놓은 지루한 편집과 출연자들의 서사 부족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불렀습니다. 하지만 진짜 시작은 4명의 중도 참가자들이 모두 등장한 후부터였습니다. 5회 해은, 7회 희두, 13화 나언, 15화 현규가 나오고서 나서 〈환승연애2〉의 화제성은 가파르게 치솟았죠.
첫 메기였던
해은의 감정 변화는 단연 〈환승연애2〉의 최고 인기 요인입니다. 해은은 당초 예측과 달리 몹시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합류했는데요. 프로그램의 주요 서사를 담당할 것으로 보였던 이현-민기 커플이 이현의 규칙 위반으로 퇴소한 다음날 들어왔기 때문이었죠. 이현-민기의 퇴소일은 해은의 X 규민의 생일이었는데요. 해은은 이 날짜에 맞춰 입소가 예정돼 있었어요. 출연을 결심할 때만 해도 규민에게 미련이 없다고 생각했던 해은은 X와의 사전 만남을 통해 재회를 원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입소일이 늦어지며 해은의 비극이 시작됐죠. 규민은 해은이 합류하기 전 숙소에서 다른 여자 참가자들과 소통하는 사이, X와의 재회 대신 환승을 하기로 마음 먹은 것처럼 보였거든요.
해은은
입소 이후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눈물을 보였습니다. 제작진 인터뷰에서도 웃는 모습보다는 우는 모습이 더 많았어요. 숙소 안에서도 눈물 바람을 숨길 순 없었나 봅니다. 해은이 매일 운다는 건 출연자 증언으로도 심심찮게 나왔으니까요. 정말 시도때도 없이 울다 보니 해은의 입술이 울 것 처럼 변하기만 하면 휴지를 건네는 출연자들도 보입니다. 이유는 규민의 외면입니다. 규민이 나쁘다기 보다는, 해은이 다른 여자 출연자들과 데이트를 나가거나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규민을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죠.
그는 희두의 입소 데이트와 여자 지목으로 지정된 데이트를 제외하고는 공식과 비공식을 막론하고
데이트를 한 적이 없습니다. 스스로도 규민 말고는 데이트를 할 생각이 없었고, 다른 남자 출연자들과 이성적인 기류도 전혀 만들지 않았어요. 그러는 사이 규민은 나연에게 직진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나연과 방을 같이 쓰던 해은은 규민이 나연과 썸을 타는 걸 속을 끓이며 지켜봐야 했죠.
그럼에도 해은은
답답할 정도로 규민만 바라봤어요. 사람의 마음이 노력을 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니 울면서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9화에서는 여자 지목 데이트 전, 여자 출연자들이 자신이 고른 남자 출연자의 X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여기서 해은은 지수, 나연과 대화하면서 규민이 여자 사람 친구들이 많으며 사실은 차갑고 표현이 부족하다는 식의 이야기들을 했어요. 연애 기간이 길다는 걸 알면 다른 여자들이 호감을 가질까 봐 규민과 1년 연애를 했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하죠. 해은을 안쓰러워 하던 시청자들의 여론을 반전시킨 장면이었습니다.
규칙상 공식 데이트에서 X를 지목할 수 없고, 규민도 해은을 피하다시피 하는 상황에서 해은은 규민과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없었습니다. 데이트도 못하고, 줄곧 0표를 받는 나날들이 계속 지나가기만 했죠. 마지막 제주도 단체 여행을 가서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주도 첫날 밤, 현규가 나타났습니다. 불안하지 않게 하는 직진과 다른 여자 출연자들에게 세우는 철벽 덕에 해은은
"설렜다"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전처럼 눈물을 줄줄 흘리는 일도 적어졌죠. 9일차 한 번을 제외하곤 무려 10일 동안 내내 규민에게 속마음 문자를 보냈던 해은이
처음으로 현규에게 속마음 문자를 전송했을 때,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던 패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도 쾌재를 불렀습니다. 심지어는 매일 해은이 우는 걸 보던 출연자들도 응원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죠.
해은의 술주정(?) 사건은 그의 빠른 감정 변화를 잘 드러낸 대목이죠. 해은은 전에 없이 취한 날, 옆에 있던 현규의 손을 손난로처럼 잡고 내내 '헝구(현규)'를 찾았는데요. 이를 다른 출연자들이 놀리자 사태 파악이 된 해은은 다음날 데이트를 위해 자신의 방으로 오던 현규를 보고 순식간에 도망을 쳐 버립니다. 거의 로맨틱 코미디의 클리셰 같은 장면을 일반인이 나오는 연애 리얼리티에서 보게 되네요.
마지막이 가까워진 〈환승연애2〉에서는 최종 선택을 위한 진실게임이 진행됐습니다. 역시 '규민에 미친 사람', '규친자'라는 별명을 가진 해은 답게 거의 규민만 패다시피 질문을 퍼부었는데요. '해친자' 현규의 질문 공세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해은이 규민을 대하는 태도는 이전의 아련함과는 조금 달랐어요. 그 동안 규민과의 대화에서 풀지 못한 궁금증과 억울함들을 쏟아낸 모습이었습니다. 또 아직 미련이 있음을 거짓으로 감추지는 않았지만,
현규를 향한 마음이 더 크다는 걸 확실히 표현했죠. 이건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입니다.
이제 남은 건 X데이트. 드디어
규민과 하루 종일 데이트를 하게 된 해은의 모습이 18화 말미 예고에서 공개됐습니다. 지금까지 해은과 규민의 여러 감정들을 봤지만, 20대를 내내 함께 했던 두 사람의 모습은 어딘가 뭉클하군요. 해은의 마지막 선택은 과연 누구를 향하게 될까요? 28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연남 CGV에서 연애 프로그램 최초 극장 단체 관람 이벤트가 진행됩니다. 추첨을 통해 60명(1인2매)에게 티켓을 제공하고, 쌈디-김예원-유라-뱀뱀 등 패널도 함께 최종회를 본다고 하니 당첨을 노려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