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으로 가꾸는 삶, 올로호요의 작업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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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으로 가꾸는 삶, 올로호요의 작업실

내 '멋'대로 사는 올로호요의 작업실은 오직 그의 두 손끝에서 탄생했다.

김초혜 BY 김초혜 2022.09.09
 
오래된 간판과 건물이 뒤섞인 보광동. 재개발을 앞둔 낮고 작은 건물이 모인 이곳엔 마법 같은 공간 ‘시시시하우스’가 있다. 작가 올로호요는 오래된 건물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바닥 시공부터 인테리어까지 오롯이 자신의 두 손으로 공간을 일궜다. 세상을 빤히 그리고 장난스러운 눈으로 바라볼 용기가 있는 사람.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작업실로 향하는 그는 오늘도 자신이 갈망하는 미래를 향해 조금씩 전진한다.
 
직접 만든 작품으로 채운 올로호요의 작업실. 다락방은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직접 만든 작품으로 채운 올로호요의 작업실. 다락방은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스로를 21세기 디지털 예술가라고 말합니다
원래 방구석에서 작업만 하던 사람이었어요. 팬데믹 이후 작품을 만들고 전시를 해도 소수의 사람만 보는 게 아쉽더라고요. 매일 작업하면서 시간을 보내니까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보면 어떻겠느냐는 주변의 권유로 유튜브도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엔 영상 촬영, 편집을 배우면서 눈물이 찔끔 났어요. 너무 어려웠거든요. 그래도 디지털 플랫폼을 다양하게 활용하니까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더라고요. 제 작업물이 왜 좋은지에 대한 피드백을 편지처럼 써주는 분들도 있고, 자기 경험을 댓글로 공유해 주는 사람들도 생겼어요.
 
올로호요라는 이름이 참 예뻐요
‘타인에 대한 불편함’을 주제로 인물화를 주로 작업하고 있어요. 이름에 사전적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글자를 이미지처럼 바라보면서 지은 이름이에요. 올로호요(olohoyo)를 소문자로 쓰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세 개의 얼굴이 보여요.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는 글자가 재미있더라고요. 
 
작가는 세콜리 밀란 이탈리아 패션 디자인 스쿨에서 의상 패턴과 디자인을 공부했다. 사진 속 발레복은 그가 직접 만든 작품.

작가는 세콜리 밀란 이탈리아 패션 디자인 스쿨에서 의상 패턴과 디자인을 공부했다. 사진 속 발레복은 그가 직접 만든 작품.

작업실이 보광동에 있어요. 특별히 이곳에 매료된 이유가 있다면
1년 전부터 이곳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다락방이 있는 게 재미있었어요. 작업과 전시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원래 요리하는 분의 작업실이었는데, 파티 룸이 되었다가 지금의 ‘시시시하우스’가 됐어요. 1층임에도 다락방이 있는 곳이 드물잖아요. 귀한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콩 자갈 바닥 시공부터 벽, 천장, 조형물까지 혼자서 공간을 꾸렸어요
처음 제대로 둘러봤을 땐 ‘귀엽네. 잘 고치면 괜찮을 것 같아’ 했는데 역시 직접 작업하는 건 만만치 않더라고요. 집기가 빠지고 다시 와보니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거예요(웃음). 벽지를 떼다 말고 페인트를 칠해둬서 그걸 제거하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기초공사만 한 달 걸렸어요. 벽부터 차근차근 시작했는데, 천장은 도저히 혼자 할 수 없겠더라고요. 보다시피 보광동엔 설비하는 곳이 많아요. 혼자 꼬빡 작업하고 있으면 주변 사장님들이 문 앞에서 이를 가만히 보시다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주고 가시곤 했어요. 
 
동네가 참 정겨운 분위기네요
맞아요. 방범 창문도 마찬가지예요. 지나가시던 사장님들이 ‘이거 이렇게 하면 돼’ 하고 공구를 빌려주셨어요. 의뢰를 정식으로 드리려고 했는데, 워낙 작은 공간이다 보니 견적 내기도 애매하다고 하시더군요.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을 때 쫑쫑쫑 나가서 사장님들한테 배우고 오고 그랬어요.
 
매 순간 새로운 것에 도전해서 척척 만드는 게 놀라웠어요
잘 모르니까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웃음). 이 일이 이 정도로 힘든지 가늠하지 못한 채로 단순히 ‘나 뭐든지 할 수 있어’ 이런 마음으로 시작한 거죠. 
 
‘시시시하우스’는 종종 터프팅 클래스 장소로도 활용된다. 그의 작업실에서 컬러 매치가 매력적인 터프팅 소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시시시하우스’는 종종 터프팅 클래스 장소로도 활용된다. 그의 작업실에서 컬러 매치가 매력적인 터프팅 소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손재주 좋은 ‘금손’이라 가능했던 걸까요
제 손으로 직접 공간을 만드는 게 저에겐 하나의 큰 프로젝트처럼 느껴졌어요. 재개발 지역이라 계약하면서 1~2년 뒤에 나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들어왔거든요. 이런 조건들이 오히려 공간을 마음대로 만들어볼 기회처럼 느껴졌어요. 여전한 마음으로 아직도 조금씩 고쳐나가고 있고요.
 
나만의 힘으로 근사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작업실을 둘러보면 어떤가요. 처음 이 공간을 보고 상상했던 것과 닮았을까요
공간의 크기 때문에 조형물을 설치하는 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계획의 80% 정도 구현된 것 같아요. 원래는 벽면 전체를 선반으로 만들고, 일부분을 비워서 가운데에 소파를 놓고 싶었어요. 방문하시는 분들이 앉아서 사진을 찍고 가실 수 있도록요. 아쉬운 마음에 요즘은 작업실을 VR로 옮기는 일도 공부하고 있어요. 오큘러스를 쓰면 그 안에 가상공간이 있는데, 프로그램 안에서 다시 한 번 작업실을 만드는 거예요. 전시장에 가면 관람객들이 디지털 콘텐츠를 연계해서 볼 수 있도록 QR코드를 붙여놓기도 하잖아요. 더 많은 사람이 제 작품을 경험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작가의 작품에는 소재적인 한계가 없다. 솜, 원단, 종이, 나무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료를 다채롭게 사용한다.

작가의 작품에는 소재적인 한계가 없다. 솜, 원단, 종이, 나무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료를 다채롭게 사용한다.

나만의 공간을 갖게 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주변에 응원해 주는 분도 많고, 부럽다고 말씀하는 분도 많아요. 제 일상이 정말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어떤 의미에서요
누군가는 저를 한가하게 하고 싶은 일 하면서 365일 보내는 사람처럼 볼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여느 직장인, 직업인처럼 살아가요.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작업실 나갈 준비를 하고, 오후 7시에 딱 퇴근하는 식으로 루틴을 정해놓고 있어요. 작가는 프리랜서이기에 일을 계속해야만 작업물이 완성되고, 일정이 없어도 스스로 움직여야 가능성이 만들어지니까요. 
 
올로호요의 작품 속 인물의 신체는 흑백 처리가 돼 있고, 인물을 둘러싼 요소에 화사한 컬러를 사용한다.

올로호요의 작품 속 인물의 신체는 흑백 처리가 돼 있고, 인물을 둘러싼 요소에 화사한 컬러를 사용한다.

루틴을 정해서 일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매일 알람을 여러 개 설정해 놓고 일어나기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인생을 걱정하는 마음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고 할까요(웃음). ‘아, 오늘은 어떻게 하지’ 하고 일어나서 작업실로 향하는 거예요. 그렇게 할 일 다 하고 돌아온 밤엔 ‘오늘 너무 고됐다’ 하면서 뿌듯한 마음으로 잠들거든요. 너무 알차게, 너무 노력하면서, 너무 열심히 살지 말자는 말을 스스로 자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열심히 살게 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할 때 확실히 재미있는 일도 많이 생기고요.
 
터프팅 재료인 실타래.

터프팅 재료인 실타래.

나답게 살기 위해서 올로호요가 믿는 것은
저는 자신을 믿어요. 지금 일어나서 나가서 작업해야 발전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매일 몸을 일으키는 것 같고요. 이번 작품도 완성하면 더 좋은 반응이 있을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에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돈을 버는 삶보다 질 좋은 삶을 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스스로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가치를 충분히 추구하면서 살고 싶은 거죠. 누가 뭐래도 저는 분명히 꿈을 향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거든요.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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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김초혜
    사진 이주연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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