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몇 명의 시대의 아이콘이 있다. 그중 하나인 전지현이 결혼을 한다. 그리고 <엘르>에 결혼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다. 모든 것이 비현실적이었다. 하지만 4월의 어느 날, 현실은 다가왔다. 그녀를 위해 뉴욕, 밀란, 런던 등 각지에서 공수돼 온 드레스가 스튜디오에 걸렸다. 그리고 최고의 스태프들이 모였다. 루프톱 스튜디오에는 나른한 봄날의 햇빛이 쏟아졌다. 이곳으로 전지현이 특유의 성큼성큼한 발걸음으로 들어왔다.
좀전에 화보 촬영을 위한 헤어, 메이크업이 완성된 후 스태프들에게 ‘잘했다’고 말하더라. 어떻게 달랐던 건가? 글쎄. 그런 느낌이 있다. 같은 스태프와 일을 할 때도 다른 느낌이 있는 날이 있더라. 물론 내 컨디션도 중요하겠고…. 오늘은 의미 있는 촬영이라 나도, 스태프들도 평소와 달랐던 것 같다. 실제로 촬영하는 모습을 보니 굉장히 몰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촬영할 때는 어떤 마음으로 집중하나? 오늘은 경건한 마음이었다. 활동을 10년 넘게 했기 때문에 나를 어릴 때부터 봐온 사람들이 있다. 연예인이지만 그래도 오래 봐왔기 때문에 내가 결혼하는 것을 남다른 느낌으로 봐주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사진으로 교감하고 싶었다. ‘감사합니다. 저 이제 시집갑니다. 잘 살겠습니다’ 이런…. 아이팟에 스피커까지 직접 챙겨왔더라. 촬영하면서 계속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듣던데 어떤 곡이었나? 성시경 씨의 ‘태양계’다. 이번에는 촬영할 때 뭘 들을까 고민을 하다가…. 뭔가 아련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는 그런 곡을 골랐다. 가사보다 멜로디에서 느껴지는 기분이 좋았다. 같은 곡을 계속 반복하면서 들으면 좀 지겨울 수도 있지만 좀 더 쉽게 감정을 끌어낼 수 있고, 사진에서도 일관된 무드를 유지할 수 있다.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릇이라든가 살림살이들은 다 장만했나? 물론 그릇은 장만해 뒀다. 기본적으로 먹고살아야 하니까… (웃음). 프러포즈는 받았나? 아. 부끄러운데. 하하하. 멋있게 잘했다. 힌트라도 조금…. 바쁜 일이 있어서 늦게 만나고 밤 12시에 헤어진 날이었다. 이유는 생각나지 않지만, 약간 다툰 상태였다. 집에 올라가는데 그가 내일 만날 때 여권을 가지고 나오라고 하더라. 갈 데가 있다고. 어딘지 말도 안해주고…. 평소 같으면 신났을 텐데 다툰 상태라 그냥 ‘알았어!’ 하고 집에 들어갔다. 그 다음날 일본에 가서 근사한 저녁을 먹으면서 프러포즈를…(웃음). 아!(탄식). 정말 좋았던 점이 뭐냐 하면, 누구나 좋아서 사귀다가도 다투기도 하지 않나. 그런데 왜 싸웠는지는 사실 기억도 잘 나지 않고, 중요하지도 않고…. 그 다음 행동이 진짜다. 그는 다툰 뒤에 한 번도 날 실망시킨 적 없다. 어떤 가정을 꿈꾸나? 질문이 어렵다(한참 고민하더니). 장황한 꿈을 그리고 있지는 않다. 일단 부딪쳐보고 살아보면 신랑을 통해 내가 모르던 습성이 나올 것이다. 그를 통해 나를 발견하고…. 좋은 부분과 싫은 부분이 있을 텐데, 서로 조금씩 고쳐가면서 살려고 한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대화를 하기로 했다. 연애하면서 모토도 대화를 많이 하자는 것이었다. 결혼 후 바로 영화 촬영에 들어가는데 결혼 즈음에 바빠진 것에 대해 예비 신랑이 서운해 하지는 않나? 내 일을 많이 지원해 주는 편이다. 열심히 하라고 하더라. 아무래도 동갑이니까 한쪽에 치중하거나 맞춰주기보다 같이 손잡고 걸어가는 느낌이다. 스타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 물론. 하지만 평소에 내가 연예인이라는 생각을 매일 하고 사는 것은 아니다.
결혼 후 배우 전지현은 어떻게 달라질까? 아직도 결혼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결혼하고 나면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지금과 같을지 아니면 조금 다른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다. 영화 <베를린>은 이미 결정된 촬영이니 정말 열심히 할 것이고, 이후 내 자신에게서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싶다. 어떤 길로 가는 것이 맞을지 말이다.
*자세한 내용은 엘르본지 5월호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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