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백이삭을 향한 노상현의 질주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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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백이삭을 향한 노상현의 질주

운동밖에 모르던 소년에게 찰나의 시선을 붙든 <파친코> 백이삭이 되기까지, 노상현의 목표는 한결같이 심플하다. 주어진 시간 동안 자기 역량의 최대치를 발산하는 것.

류가영 BY 류가영 2022.05.07
 
운동은 항상 하나요
꾸준히 하죠. 요즘은 헬스 위주지만 어릴 땐 축구와 농구를 즐겨 했어요. 마음처럼 경기가 안 풀릴 땐 오기가 생기죠. 승부욕이 있는 편이거든요.
 
네크리스는 Bottega Veneta.

네크리스는 Bottega Veneta.

몸 쓰는 희열이 확실한 사람이군요
생각에 잠길 때가 많아서 몸을 움직이며 비우는 시간이 필요해요. 미국에서 살던 때는 지금보다 훨씬 활동적이었어요. 맨날 밖에서 공 차고, 들어와 씻고, 밀린 숙제하고, 그게 일상이었죠. 연기와는 무관한 삶을 살았어요.
 
재일교포의 애환을 다룬 애플TV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어떤 마음으로 관전하고 있나요
각자의 사연을 안고 투쟁하는 수많은 인물의 삶을 찬찬히 따라가면서 정말 푹 빠져 즐겁게 감상하고 있어요. 처음 편집본을 봤을 땐 모니터하느라 놓쳤던 신선한 연출과 볼거리가 이제야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영상미부터 음악,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독특한 시선에 눈이 많이 가요.
 
화이트 팬츠와 네크리스, 링은 모두 Bottega Veneta.

화이트 팬츠와 네크리스, 링은 모두 Bottega Veneta.

굉장히 모던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기도 해요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1910년부터 1989년까지 4대에 걸친 긴 이야기지만 전개가 굉장히 빠르죠. 음악도 세련됐고요. 그래서인지 ‘한’의 정서를 다룬 슬픈 이야기임에도 담백하다는 평이 많은 것 같아요.
 
남다른 신념과 신앙심의 소유자인 백이삭으로 활약했죠. 오디션 과정이 길었다고 들었는데 당신의 어떤 면이 제작자에게 확신을 주었을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좋은 기회와 역할이라 생각해 셀프 테이프를 보냈고, 그러다 ‘한 번 더 보자’ 하면 괜찮게 했구나, 생각할 뿐이었죠. 연기 경험이 많지 않고, 배우 노상현에 대해 그렇게 큰 신뢰를 느낄 만한 구석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감사하죠. 운도 많이 따랐고요.
 
빈티지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빈티지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백이삭을 ‘끊임없이 성장하는 캐릭터’라 소개했어요
몸이 약해 어린 시절을 병실에서 보낸 이삭이 평양에서 선자의 하숙집이 있는 부산으로 향한 건 정말이지 위대한 한 발짝이었다고 생각해요. 우동집에서 선자에게 고백할 때나 양복점에서 고한수에게 맞서는 등 이후 장면에서도 이삭은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그저 선한 인물처럼 비춰지지만 그렇게 살아가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겠어요. 올곧게 살기 위해 매 순간 치열하게 분투해 온 사람인 거죠.
 
연기하며 이민진 작가의 원작 소설을 많이 참고했나요
책을 읽으며 이삭에 대한 저만의 시선이 있긴 있었어요. 하지만 드라마는 각색 과정을 거치기도 하고, 촬영 과정에서 인물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생기기도 하니 첫인상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한 마음으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순간순간의 깨달음을 축적하면서 이삭을 만들어갔죠.
 
이번 계기로 당신의 목소리에 매료된 사람도 많더군요
그냥 제 목소리일 뿐이니까 전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느끼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 말이에요(웃음).
 
코고나다와 저스틴 전.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독창적인 이야기를 그리는 두 감독이 절반씩 연출을 맡은 점도 신선했어요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연출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코고나다 감독님과 함께한 시간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죠. 배우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주는 분이라 마음도 편안했고요. 다이내믹한 신을 많이 연출한 저스틴 감독님은 실제 성격도 ‘쿨’하고 시원시원해요. 그러다가 촬영장 밖에서는 필요한 조언을 많이 해주고요. 형 같은 느낌이 있죠.
 
프린트 실크 블루종과 팬츠는 Hermès.

프린트 실크 블루종과 팬츠는 Hermès.

마음에 깊이 남은 장면이 있다면
4화 마지막에 회사를 뛰쳐나간 솔로몬(진하)이 빗속을 질주하다가 버스킹 밴드 앞에서 미친 듯 춤을 추기까지 죽 이어지는 시퀀스가 너무 역동적이고 멋져요. 그때 나온 밴드 음악도 좋고요. 곧바로 이어지는 윤여정 선생님의 부산 바다에서의 오열 장면까지, 완벽한 플로라고 생각해요.
 
아내로 만난 김민하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신인으로서 함께 나눈 공감대도 있었을 것 같은데
민하는 재능 많은 특별한 친구예요. 많이 배웠죠. 촬영하는 6개월 동안 온갖 이야기를 나눴어요. 서로 다독여주고, 파이팅도 해주면서 어느새 좋은 친구가 된 것 같아요.
 
다양한 언어와 국적,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한 작업 환경으로부터 배운 것은
소통의 중요성을 많이 느꼈어요. 일본어로 묻고, 영어로 대답하고, 다시 한국말로 되묻는 굉장히 정신없는 환경에서 다들 의사소통에 평소보다 신경 써야 했거든요. 통역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의지와 열린 마음이 중요했어요. 이번 깨달음을 앞으로도 유념하며 연기할 생각이에요.
 
자카르 패턴의 수트와 셔츠는 모두 Dolce & Gabbana.

자카르 패턴의 수트와 셔츠는 모두 Dolce & Gabbana.

미국에서 경영전문대학을 다니다 배우가 되기 위해 한국에 정착한 것이 벌써 8년 전이죠. 연기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뚜렷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대학 1학년을 마친 뒤 입대하려고 방학 때 한국에 들어왔다 우연히 모델 일을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연기에도 관심이 생겼고요. 걱정했던 것과 달리 모델 일이 꾸준히 들어오기도 했고, 졸업 때문이라도 미국에 다시 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배우로서 커리어의 시작이 늦어지게 됐죠.
 
이후 웹드라마에 출연하며 착실히 경력을 쌓았어요. 하루빨리 이름을 알리고 싶다는 초조함은 없었나요
일이 잘 안 풀려서 답답할 때도 있었죠. 하지만 그 이상의 부정적인 감정은 욕심이 과해서 생기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곧바로 마음가짐을 바꿨어요. 직업의 성공 여부가 스스로 가치를 정의하는 기준이 되면 안 된다고요. 연기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주어진 기회에 충실하면 그걸로 된 거라고 마음을 다잡았죠.
 
현재에 집중하게 됐군요
연기하는 순간은 정말 찰나에 불과하잖아요. 짧은 시간 동안 최대치를 발휘해야 하는 환경에선 압박감이 클 수밖에 없고요. 잘해내지 못하면 그냥 못하는 사람이 돼버리죠. 그 시간 동안 얼마나 살아 있을지, 배우에겐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파친코〉를 촬영하며 저스틴 감독님이 제게 ‘진실된(Honest) 배우’라고 했을 때 정말 기뻤던 이유예요. 매 순간 진심을 다해, 솔직하게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통한 것 같아서요.
 
플라워 프린트 셔츠는 Jacquemus by g.street 494 Homme.

플라워 프린트 셔츠는 Jacquemus by g.street 494 Homme.

꾸준히 좋아했던 배우가 있나요
베네딕트 컴버배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저 사람은 실제로도 저럴 것 같다’는 인상을 주는 배우에게 감탄하곤 해요. 날것의 연기를 볼 때마다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하지?’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요.
 
남규리·김민석 배우와 함께하는 차기작 〈피타는 연애〉에서 미군으로 등장할 예정이죠. 촬영은 일찍 마쳤다고 들었어요
한국으로 파견된 후 남북한 군인과 함께 지내며 중립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역할이에요. 평화를 추구하는 밝고 유쾌한 인물로, 이삭과 너무 달라 처음엔 적응이 안 될 수도 있어요(웃음).
 

화이트 후드 장식의 아우터웨어와 팬츠, 네크리스, 링은 모두 Bottega Veneta.

화이트 후드 장식의 아우터웨어와 팬츠, 네크리스, 링은 모두 Bottega Veneta.

앞으로 기회는 점점 많아지겠죠. 어떤 배우로 각인되고 싶나요
진실된 연기를 하는 사람요. 그런 연기를 선보일 기회만 있다면 한국이든 미국이든, 저는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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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류가영
    사진 김참
    스타일 디렉터 베베킴
    헤어 스타일리스트 이에녹
    메이크업 아티스트 서은영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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