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꿈꿔온 가장 보통의 학교를 찾아서 #지금우리학교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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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꿈꿔온 가장 보통의 학교를 찾아서 #지금우리학교는

학교가 더 나은 사회적 장소일 때, 학생들은 더 큰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끌벅적한 시장 같은 학교부터 따뜻하고 친밀한 감성을 품은 박공지붕의 학교까지. 네모 반듯한 교정을 넘어선 학교들.

이경진 BY 이경진 2022.03.18
 

특수한 보통학교, 서울서진학교

서울서진학교는 사회적 관심이 많은 상황에서 출발해, 설계부터 공사까지 수많은 난관을 겪었다. 특수학교로서 필요한 기본 제반사항이 고려되지 않은 채 일반학교 예산으로 책정됐고, 설계 이후에 예산이 부분 증액돼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교육청과 학부모, 지역 주민 등 사회 전반의 많은 관심과 우려로 개학이 지연되기도 했다. 서진학교의 설계를 맡은 ‘코어건축사사무소’는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전공과 학생에 이르기까지 장애와 성장 정도가 다른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보편적이고 편리하며, 다양한 학교를 계획했다.
 
몸의 불편함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어요. 나와 가족과 친구, 이웃이 언제 어디서든 마주할 수 있는 경험이죠. 서진학교가 하나의 출발점이 돼, 앞으로 지어지는 학교들이 마주할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하길 바랐습니다.
 
학교는 기존의 공진초등학교 교사동을 일부 이용한 증축과 신축을 통해 완성됐다. 학교 전체를 중정을 갖는 ‘ㅁ’ 자로 계획해 순환형 동선을 만들고, 중정에는 북 카페를 두어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이 함께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수직적으로 두 개의 층이 열려 있는 오프닝, 천창을 만들어 특별한 공간감을 자아낸 북 카페 등으로 학생들의 거리를 충분히 배려하는 동시에 학년과 발달 정도가 다른 학생들이 시선과 경험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했다. 북 카페는 동서 방향으로 건물의 주 진입로와 운동장을 이으며, 남북으로는 접이식 문을 통해 외부 공간으로 확장된다. 중정의 외부 공간에는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마감재와 구조물의 높이, 형태 등을 세세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비밀의 정원 같은 중정.

비밀의 정원 같은 중정.

 
일반 학교의 2배 정도로 넓은 폭(약 4.5m)의 복도.

일반 학교의 2배 정도로 넓은 폭(약 4.5m)의 복도.

 
교실 외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담는 POD 공간이 층당 두 개씩 있다.

교실 외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담는 POD 공간이 층당 두 개씩 있다.

 
 

흘러내린 도서관, 서울 신목고등학교 S라이브러리

S라이브러리는 오래된 학교에 새롭게 들어선 도서관 건물이다. 기존의 경직된 학교 건축 옆에서 흘러내리는 모양새로 앉아 있다. S라이브러리를 설계한 ‘네임리스건축’은 이렇게 밝혔다.
 
과거 학교 건축이 운동장과 엄격한 위계를 가지며 높은 기단 위에 형성된 권위적인 형식이었다면, S라이브러리는 땅과 건축의 경계를 느슨하게 합니다. 건물이 운동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리죠. 학교 건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해당 학교 교장 선생님의 의뢰로 시작됐습니다. 건축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주택에 거주하면서 학생들에게도 좋은 건축을 통해 공간 가치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며 설계를 맡기셨죠.
 
도서관 외부의 흘러내린 벽은 학생들의 야외활동이 이뤄지는 유동적인 공간이다. 운동장으로 흘러내린 벽이 땅과 만나는 경계에는 학생들이 앉을 수 있는 40m 길이의 벤치가 형성됐다. 측면으로 길게 흘러내린 벽에 만들어진 입체적인 스탠드는 동아리 활동과 작은 공연 등 자기 주도적인 야외활동이 가능한 장소가 됐다. “우리가 경험한 학교 건축은 운동장을 면한 외부 공간도 상당히 권위적이었습니다. 높은 스탠드와 조례대, 운동장 사이의 명확한 경계를 흐리는 개념을 적용하려고 했어요.” 도서관 내부 역시 흘러내린다. 기존의 학습동부터 연결된 다리를 통해 진입하면 학생들은 도서관 1층에서 1층 열람실로 연결되는 계단식 서가를 통해 흘러내려오듯 이동하게 된다. 도서관 내부의 계단식 서가와 벽면 서가를 최대한 활용해 도서를 수납하고 건물 중앙부는 비웠다. 책이 아닌 학생이 주인공인 공간이다.
도서는 계단식 서가 한 편에 수납하고, 학생들이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계단이 중앙부에 놓였다.

도서는 계단식 서가 한 편에 수납하고, 학생들이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계단이 중앙부에 놓였다.

 
도서는 계단식 서가 한 편에 수납하고, 학생들이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계단이 중앙부에 놓였다.

도서는 계단식 서가 한 편에 수납하고, 학생들이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계단이 중앙부에 놓였다.

 
도서관 외부의 흘러내린 벽은 운동장으로 이어진다.

도서관 외부의 흘러내린 벽은 운동장으로 이어진다.

 
 

작은 나무 교실, 용암초등학교 숲속 공방

여전히 학교 건축은 콘크리트 박스 형태로 지어집니다. 메타버스 시대가 왔지만 학교라는 공간은 80년대와 별반 다를 게 없어요. 학교야말로 가장 창의적인 공간이 돼야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선 학교가 가장 보수적인 구조의 건축물입니다.
 
용암초등학교 숲속 공방은 용암초등학교 건물 외부에 지어졌다. 학생과 부모, 주변의 이웃을 연결하는 작은 나무집이다. 학교에서 공방이라는 한 가지 기능만 수행하는 별도 건축물을 목구조로 짓겠다는 시도는 새로웠고, 턱없이 부족한 예산은 난관이었다. 박스형 공간을 만들면 예산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겠지만 설계를 맡은 ‘조호건축’은 학생들을 위한 창의적인 공간을 완성하기 위해 제약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학교는 유년기의 추억과 감성이 이뤄지는 공간이에요. 아이들의 감성적인 성장을 일궈낼 수 있어야 하죠. 교실의 냄새와 책상의 촉감, 운동장의 흙먼지 등 학교에서 얻는 모든 감각적 경험은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쳐요. 이에 대한 고민이 학교 건축의 토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건축가는 좋은 공간을 조금 더 친절하게 만들어야 하고요. 학교를 설계하는 모든 건축가는 학생들에게 좋은 감성을 체험하게 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문화가정 학생들과 지역민을 위한 목공소로 지어진 숲속 공방은 용암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 지역 주민들과 함께 융합하는 공간으로 활약 중이다.
용암초등학교 본관과 떨어진 외부 공간에 자리 잡은 숲 속 공방. 주변과 단절되어온 학교 건축의 틀을 깨고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장소다.

용암초등학교 본관과 떨어진 외부 공간에 자리 잡은 숲 속 공방. 주변과 단절되어온 학교 건축의 틀을 깨고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장소다.

 
실내공간을 이루는 마감재와 집기들의 대부분은 나무와 종이다.

실내공간을 이루는 마감재와 집기들의 대부분은 나무와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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