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운명론자들 #김범 #손나은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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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운명론자들 #김범 #손나은

우연한 지점에서 교차한 두 남녀. <고스트 닥터>의 김범과 손나은이 묘하게 맞닿은 순간.

류가영 BY 류가영 2022.01.31
김범이 입은 그레이 터틀넥과 피케 니트 톱, 벨벳 재킷, 팬츠, 크리스털 로퍼는 모두 Prada. 손나은이 입은 블랙 드레스는 Solace London by Net-A-Porter. 오렌지 컬러 펌프스는 Prada.

김범이 입은 그레이 터틀넥과 피케 니트 톱, 벨벳 재킷, 팬츠, 크리스털 로퍼는 모두 Prada. 손나은이 입은 블랙 드레스는 Solace London by Net-A-Porter. 오렌지 컬러 펌프스는 Prada.

 
재킷과 드레스, 스커트, 앵클부츠는 모두 Givenchy.

재킷과 드레스, 스커트, 앵클부츠는 모두 Givenchy.

은은한 강심장, 손나은

예쁘다는 이야기만큼 분위기 좋다는 말도 자주 듣죠? 요즘 자신을 보면 어떤 분위기가 느껴지나요
조금 성숙해진 것 같아요. 오늘 화보 모니터하면서도 느꼈어요. 하지만 연기하는 모습은 늘 생각하는 것보다 어려 보이더라고요.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후부턴 확실히 성숙한 이미지를 좇게 됐어요.
〈고스트 닥터〉 시청률이 5%를 웃돌며 꾸준히 오르고 있어요
주변에서도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아 정말 기뻐요. 덕분에 현장 분위기도 좋고요. 더 ‘으으’해서 남은 촬영도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수수한 모습으로 등장하더군요. 오수정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주리라 기대했는지
의사 역할이란 것만으로도 이제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털털하고, 무심하고, 가끔은 코믹한 수정이를 연기하는 제 모습도 새로워 보일 거라 생각했고요. 수정이는 실제 저랑은 많이 달라요. 목소리 톤도 좀 바꾸고, 인턴 역할이다 보니 약간의 ‘열심히 하겠습니다. 시켜만 주세요’ 느낌도 더했죠.
촬영 전 준비가 필요했던 부분은
첫 의학 장르라서 병원 분위기라든지 의사 특유의 말투 같은 걸 익히려고 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응급실을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추천해 주셔서 그런 것도 보고, 넷플릭스에서 미드 〈뉴 암스테르담〉도 찾아보면서요.
연기하며 예상치 못한 도전을 맞닥뜨린 적 있다면
수술 장면요. 대역이 따로 없을 때가 많아서 손 연기를 잘해내야 했거든요. 특히 인서트 장면을 찍을 때는 옆에서 자문해 주는 선생님 말만 듣고 능수능란하게 손을 움직여야 하는데 너무 떨리더라고요. 선생님이 ‘메스!’ ‘석션!’ 할 때마다 진짜 수술실에 와 있는 것 같고. 수술 장면은 다른 때보다 더 정신 바짝 차리고 임했어요.
코마 고스트로 등장하는 정지훈 씨의 존재감을 무시한 채 연기하는 것도 쉽지 않겠다 싶어요
모든 배우가 그랬을 거예요(웃음). 워낙 잘 놀라는 스타일인데 촬영 초반에 옆에서 갑자기 고함치거나 큰 몸으로 휙휙 지나다니는 선배님을 차마 못 본 척하지 못해 NG를 내기도 했죠. 이젠 완벽히 적응했지만요.
인물 관계도에 ‘의대 동기’로 나와 있을 뿐인 고승탁과의 관계도 조금 묘하더군요. 둘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며 연기했나요
서로 티격태격하는 평범한 남사친 · 여사친 관계로 비춰지지만 개인적으로 승탁이를 가장 생각하고 이해하는 사람은 수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승탁의 빙의 사실도 제일 먼저 알아챈 거고, 이후엔 병원 사람들의 의심의 눈초리로부터 승탁을 지켜내기 위해 어이없는 거짓말도 하고요. 평범한 우정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랑도 아닌 둘의 관계를 더 많은 분이 궁금해하길 바라며 연기했어요. 하나의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했거든요.
실제로 눈치가 빠른 편인가요
선택적으로 빨라요(웃음). 주변에 약간 무신경한 편이에요. 누가 바로 옆에서 불러도 못 들을 때가 많고요. 하지만 현장에 있다거나 바짝 긴장한 상태에서는 되게 예민해져서 눈치도 덩달아 빨라져요.
같은 가수 출신 배우인 정지훈·유이에게서 느끼는 유대감도 있을까요
이젠 배우로서 같은 목표를 위해 한곳에 모였다는 데서 느끼는 든든한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처음에는 ‘와, 비 선배님이다, 유이 선배님이네’ 했지만 지금 저한테 두 분은 그냥 차 교수님과 장 교수님일 뿐이랍니다(웃음).
촬영하는 동안 배역에 완전히 몰입하는 스타일이라고 들었어요
맞아요. 그래서 작품이 끝나도 연기했던 친구들을 잘 못 떠나보내요. 그 친구는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지금은 뭐 하면서 지낼까? 계속 생각하면서요. 최근작 〈인간실격〉의 민정이도 아직 조금 남아 있어요. 〈인간실격〉과 〈고스트 닥터〉 촬영 시기가 살짝 겹치는 바람에 제대로 이별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드라마 〈인간실격〉을 통해 연기에 대한 좋은 평도 많이 들었죠. 개인적으로는 어떤 작품으로 남았을지
연기하는 것도, 촬영장에 가는 것도 마냥 설레고 행복했던 작품이에요. 그런 그리움 때문인지 저와 함께 3인방을 이뤘던 강재(류준열)와 딱이(유수빈)랑은 요즘도 단체 대화방에서 자주 대화를 나눠요. 좋은 대사도 정말 많았던 것 같아요. 최근에 대본집이 나왔던데 이번 작품 끝나는 대로 찬찬히 읽어볼 생각이에요. 드라마도 다시 정주행하면서요.
 
김범이 입은 터틀넥 톱은 Dries Van Noten. 프릴 셔츠는 Magliano. 팬츠와 슈즈는 모두 Bottega Veneta. 손나은이 입은 셔츠와 니트, 재킷, 브리프, 스커트, 벨트는 모두 Miu Miu.

김범이 입은 터틀넥 톱은 Dries Van Noten. 프릴 셔츠는 Magliano. 팬츠와 슈즈는 모두 Bottega Veneta. 손나은이 입은 셔츠와 니트, 재킷, 브리프, 스커트, 벨트는 모두 Miu Miu.

당신의 청춘을 떠올리면 드는 생각은
애틋한 마음이 커요. 열여덟 살에 데뷔해서 많이 사랑받았고, 멤버를 비롯해 특별한 인연도 많이 생겼어요. 가수로, 또 배우로 열심히 살면서 또래에 비해 많은 걸 이뤘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요즘 문득 ‘나 20대 때 뭐했지?’ 싶을 때도 있어요. 내년이면 서른인데 너무 갑자기 어른이 된 것 같고, 일 말고는 경험한 게 별로 없다는 생각도 들고. 물론 그렇더라도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은 변함없어요.
연기와 음악을 병행하는 삶은 어땠나요
처음엔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 저만의 균형점이 잡히더라고요. 주변 배우분들이 종종 무대에 선다는 건 어떤 기분인지, 그렇게 사람 많은 데서 어떻게 그렇게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지 물어요. 그럴 때마다 내심 두 개의 삶을 살 수 있어 참 행운이었다고 생각하죠. 한창 연기하다가 무대에 선 날엔 뭔가 만능이 된 느낌도 들고요. 이젠 그런 왔다 갔다 하는 삶을 즐기는 중이에요.
11년간 다양한 모습으로 꾸준히 대중 앞에 서온 당신의 한결같음을 대단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아요
스스로를 믿으며 나아갔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걱정도 많이 하고, 남에게 조언을 구할 때도 많지만 중심이 흔들리는 일은 별로 없죠.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터득하게 된 것 같은데 이젠 긴장 상황에서 이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아요. ‘하면 또 잘할 거잖아’ ‘결국 잘해낼 거면서’.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는요
별로 연연하지 않아요.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아요. 그냥 이렇게 계속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대로 되어 있을 거란 믿음이 있어서 크게 조급해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안영미·박나래·박소담·솔라 네 명의 ‘언니’들과 함께 출연한 예능 〈갬성캠핑〉에서 ‘성장형 막내’로 활약했어요. 과거와 달리 이젠 예능에서도 편해 보이더군요
예능은 여전히 낯설고 어려워요. 다만 이젠 그냥 즐기고 오자,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는 홀가분한 생각으로 촬영에 임해요. 데뷔 후 한결같이 어색해하는 제 모습을 시간이 지나며 어느새 익숙하게 느끼는 분도 많아진 것 같고요.
언니들과 이별하기 싫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어요. 어떤 사람에게 마음을 내어주나요
사람을 오랫동안 지켜봐요. 그러다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서면 완전히 무장해제되죠. 정말 다 보여줘요. 그런데 그게 아닐 땐 차라리 확실히 거리를 두는 게 편해요. 인간관계를 꽤 칼같이 정리하는 편이죠.
최근 알게 된 새로운 내 모습이 있다면
의외로 외부 활동을 즐긴다는 것? 저는 제가 ‘집순이’라고 생각하며 살았거든요. 그러다 최근에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바깥으로 나가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골프 실력은 여전히 별로지만, 밖에서 자연과 날씨를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큰 힐링이 돼요.
자존감이 높은 비결로 ‘작은 데서 쉽게 만족하기 때문’이라 말한 적 있죠
소소한 행복이 항상 가장 큰 동력이 돼주는 것 같아요. 가족과의 시간도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저도 그렇지만 동생도 현역 프로 골퍼라 시즌이 시작하면 얼굴 보기가 정말 힘든데, 최근에 운 좋게 스케줄이 맞아서 같이 밥 먹은 적이 있어요. 너무 편하고 좋더라고요.
당신에게 연예인은 천직일까
처음엔 아닌 것 같았어요. 연예인이랑은 어울리지 않는 성격을 타고났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젠 오히려 연예인 안 했으면 어떻게 사회에서 살아남았을까 싶어요. 지금의 나로 살 수 있어 가끔 정말 행복하고요. 천직이라는 게 별게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재미있으면 그게 나한테 잘 맞는 삶이라는 거잖아요. 그렇죠?
 
 
리본 셔츠는 Lemaire. 레드 니트 톱은 Stefan Cooke by Boontheshop. 팬츠는 Séfr.

리본 셔츠는 Lemaire. 레드 니트 톱은 Stefan Cooke by Boontheshop. 팬츠는 Séfr.

김범의 비범한 진심

많은 법률 지식을 이해해야 했던 〈로스쿨〉을 마치고 이번에는 메디컬 드라마로 의학 공부까지 하게 됐습니다. 공부에 공부를 거듭해야 하는 행보네요. 문득 공부 잘했던 김범의 학창시절이 떠오르기도 해요
공부를 잘하긴 했어요. 하지만 순간 암기력에 특화된 타입이었죠. 그런데 초등학교, 중학교 때의 공부와 의학, 법학 공부는 차원이 다르잖아요. 학교 때도 이렇게 공부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웃음). 성격상 확실히 준비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해하고 연기하는 것과 아닌 것은 큰 차이가 있으니 열심히 준비했죠.
초반부 고승탁의 대사에 의학 용어가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던데요
고승탁이 잘난 척을 조금 해야 해서(웃음)… 연기해 보니 법률과 의학, 두 가지 공부 모두 어렵더라고요. 이번에는 실제 병원에 찾아가거나 수술 장면에서 소화해야 하는 동작을 한 달 정도 연습해 보기도 했어요. 원래 대역 쓰는 걸 안 좋아해서 수술 장면도 제가 무조건 소화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제가 먼저 대역을 요청했어요. 한 달 동안 밤을 새워도 안 될 것 같았어요. 흉내조차 못 낼 기술이었어요.
〈고스트 닥터〉는 정주행 중인가요
방송하는 날마다 촬영이 일찍 끝나서 다행히 지금까지는 오픈 일정에 맞춰 정주행하고 있어요. 고승탁을 현실과 동떨어진 만화 속 인물처럼 그리면서 연기했거든요. 그런 면이 의도대로 조금 보이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고승탁은 나른하고 시니컬하면서도 천연덕스러워요. 극의 초반부를 촬영하면서 고승탁의 연기 방향성을 결정하게 된 장면이 있다면
“할아버지가 시키시니까, 엄마가 시켜서요”라는 대사가 있었던 장면이요. 저는 고승탁을 ‘가면 증후군’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승탁이가 늘 웃는 이유는 내면의 표정과 다른 얼굴로 상대방을 대하기 때문이죠.
1인 2역이라고 볼 수도 있는 배역이죠. 차영민의 영혼이 들어올 때와 아닐 때의 콘트라스트를 섬세하게 만드는 일이 관건일 것 같아요
대본에는 그 부분이 ‘Ghost’의 앞글자를 따서 ‘승탁G’로 적혀 있어요. 승탁G 분량도 엄청나게 많아요(웃음). 저도 1인 2역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캐릭터 분석을 두 개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비 형과 이야기하다 느낀 것이 승탁G를 하나의 개별적인 캐릭터로 생각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2인 1역이라고 해석하기로 했어요. 비 형이랑 같이 만드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요즘 고승탁으로 살아보며 느끼는 재미는
저는 아주 정적인 사람이에요. 어린 시절에도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것보다 집에서 책 읽고 레고로 블록 놀이 하는 걸 좋아했어요. 동물원이나 놀이공원은 사람 많다고 싫어했거든요. 그런데 톤이 높고 말랑말랑하고 재미있는 연기를 오랜만에 해보니 저의 밝고 동적인 면을 다시 발견하고 있어요. 현장 스태프를 첫 번째 관객이라 생각하는데, 그들이 웃으면 더 웃기고 싶은 욕심이 막 솟죠.
촬영장 비하인드 영상을 보면 정지훈 씨도 코미디 연기 욕심이 상당하더군요. 서로 더 웃기려고 애드리브가 난무하는 현장일지
원래 애드리브를 잘 못해요. 저 혼자 완제품을 만들어서 카메라 앞에 서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비 형은 무척 ‘라이브’한 배우예요. 현장에서 상상치 못한 걸 만들어낼 때도 많죠. 〈거침없이 하이킥〉을 하며 현장에서 순발력을 꽤 훈련하기도 했는데, 비 형은 ‘이 정도 하시겠지’ 하고 상상한 수준을 언제나 웃돌아요. 정말 재미있어요. 저도 그렇게 하고 싶어지고.
극중에서 고승탁과 오수정(손나은)의 동료가 둘을 보고 이렇게 스치듯 말해요. “뭐지? 저 위계질서는.” 수정은 승탁에게 어쩌다 갑이 된 걸까요
가면 안에 있는 얼굴을 유일하게 아는 존재예요. 그러니 엄청 약자죠. 승탁은 수정을 좋아하지만 그녀 앞에서 항상 조심해요. 내 비밀을 아니까.
현장에서 손나은과 김범의 실제 ‘케미’는 어떤가요
둘 다 낯을 많이 가려요. 친해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아직 낯을 가리는 사이긴 해요. 그리고 둘이 MBTI가 같아요. INTJ거든요. 연예인과는 잘 맞지 않는 타입이라던데…. 그래서 그 친구가 무엇을 조심하는지,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어떤 과정과 시간을 겪었을지 그려지는 면이 있어요.
 
셔츠와 라펠 재킷, 팬츠는 모두 Kimseoryong.

셔츠와 라펠 재킷, 팬츠는 모두 Kimseoryong.

고승탁은 두루두루 뭐가 없는 캐릭터로 묘사돼요. 재수, 싸가지, 눈치, 철…. 고승탁이 못 가진 것 중 솔직히 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되는 건
재수도 있어야 하고 싸가지도 있어야 하는데…. 저는 눈치가 무척 빠른 편인데 살아보니 눈치는 꼭 있어야 해요. 엄청 필요하죠. 승탁이의 못난 면을 감싸주고 싶은데 없어도 괜찮다고 할 만한 게 딱히(웃음)…. 고승탁이 가진 것 중에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있죠. 돈과 집안. 저는 물욕이 없는 편이에요.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쭉.
고승탁이라는 청춘과 김범의 청춘 사이에는 연결 고리가 없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승탁이는 누구보다 철이 많이 든 아이거든요.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가면을 쓰는 친구이니까. 그런데 저도 어린 나이에 일찍 철들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가장 닮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 시절 김범이 생각한 ‘철든 사람’이란
흔들림이 없어야 하고 빈틈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 알아야 한다고요. 그래서 다 아는 척했죠. 이제는 아니에요. 모름을 인정하고 제 빈틈보다 장점을 보여드리려고요.
철두철미한 성향에 MBTI도 INTJ라면 정답 내는 일을 좋아할 것 같아요. 학창시절에도 수학을 즐겼다죠. 그렇다면 ‘정답’이 없는 연기를 오랜 시간 모호하게 느끼기도 했겠네요
정말 어려웠어요. 모호함을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수학은 공식을 대입하면 답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연기는 그렇지 않은 거예요. 틀려본 적도 많고 틀려서 혼나보기도 했고, 맞춰서 칭찬도 받아봤는데 그럴 때마다 제가 굉장히 다른 공식을 대입한 건 아니더라고요. 그러면서 공식과 답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체감한 것 같아요. 이런 마음을 먹게 된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좀 엉성해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풀어진 채 두는 부분은 없나요
와, 없는 것 같아요. 정말 없어요. 무계획적일 때가 가끔 있기는 하죠. 편도 티켓만 끊고 숙소 없이 여행을 가보기도 하고. 하지만 계획을 잡고 가는 여행에 있어서는 엄청나요. 시간별로 타임 테이블을 짜서 가죠. 계획 세우는 걸 좋아해요. 아, 이걸 좀 보여드릴까요? (휴대폰을 꺼내며) 이렇게 몇 주간의 일정을 포스트잇에 적어서 벽에 붙여둬요. 쉬는 날에 무엇을 할지도 써놓고요. 오늘은 화보 촬영 전에 ‘장보기’와 ‘청첩장 미팅’이 있었어요. 옷을 입고 차를 기다려 타는 시간까지 계산해요.
악착같은 면이 있는 배우들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열성을 다하면서도 너무 괴롭지는 않은, 건강한 시간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저는 자신을 갉아먹고 잃어본 적이 있어요. 다시는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죠. 그래서 제 부족한 부분을 정신과학이나 의학적인 책을 보고 공부했어요. 하지만 특별한 결과를 도출하진 못했어요. 스트레스나 데미지를 입었을 때 결국 본인이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먼저더라고요. 사실 저는 아직 그걸 못 찾았어요.
데뷔작부터 지금까지 소화한 모든 대본을 가지고 있다가 종종 다시 읽어본다죠. 최근 다시 펼쳐본 작품이 있다면
대본은 제 보물이에요. 한 벽을 거의 다 채울 정도로 모았어요. 〈고스트 닥터〉 촬영 전에 인터뷰 형식의 콘텐츠를 찍을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몇 가지 작품의 첫 화 대본을 쭉 봤거든요. 보통 첫 화에 가장 시간적 여유가 많다 보니 많은 메모가 남아 있죠. 다시 훑어보니 정말 재미있고 감회가 새로웠어요.
연기하면서 사는 삶을 등산에 비유하곤 했죠. 어떤 타입의 등산가인가요
큰 무리와 함께 오르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혼자는 아닌 것 같아요. 오랜 시간 함께 걸어온 동료와 회사 식구들, 팬들이 있으니까. 제가 지쳐서 주저앉을 때나 ‘이쯤 했으면 됐다’ ‘이제 내려갈까’ 하고 생각한 지점에서 응원해 준 사람이 많아요. 정말 고맙죠. 지금은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앞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쉬다가 뛰다가 하면서. 내 스스로 남은 에너지를 헤아리는 방법도 알게 됐고요.
 
 
손나은이 입은 드레스는 MSGM by Hanstyle.com. 부츠는 Dr. Martens. 김범이 입은 스팽글 셔츠는 Prada. 니트 톱은 Ernest W. Baker.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는 Martine Rose.

손나은이 입은 드레스는 MSGM by Hanstyle.com. 부츠는 Dr. Martens. 김범이 입은 스팽글 셔츠는 Prada. 니트 톱은 Ernest W. Baker.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는 Martine Rose.

 
점퍼와 드레스는 모두 Dolce & Gabbana. 스니커즈는 Off-White™.

점퍼와 드레스는 모두 Dolce & Gabbana. 스니커즈는 Off-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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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경진/류가영
    사진 김영준
    스타일리스트 이윤경/임진 헤어 스타일리스트 백흥권/문현철
    메이크업 아티스트 시진/이명선
    어시스턴트 성채은
    디자인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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