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앤더슨의 새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는 20세기 프랑스의 한 가상 도시에서 설립된 미국 잡지사 ‘프렌치 디스패치’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번에도 〈문라이즈 킹덤〉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웨스 앤더슨 왕국과 손잡은 애덤 스톡하우젠(Adam Stockhausen)이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나섰다. 오스카 상을 받은 디자이너이기도 한 애덤은 이 영화를 위해 앤더슨과 프랑스 남서부의 작은 도시 앙굴렘에 130개의 세트를 지어야 했다. 고대 건축물과 다리가 남아 있는 이곳에 〈프렌치 디스패치〉를 구현한 이들의 목표는 이 예스런 동네에 ‘파리 이전의 파리’ 같은 도시를 구현하는 일. 모든 프레임이 꼼꼼히 제작된, 기발한 프로덕션 디자인으로 가득 차 있어 웨스 앤더슨의 작품 중 시각적으로 가장 놀라운 작품이라는 평가가 쏟아진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스타일리시한 단편영화 〈휴먼 보이스〉에서 세트 디자인은 고유한 캐릭터 그 자체가 됐다. 바닥에 끌릴 만큼 드라마틱한 길이의 실크 목욕 가운을 입고 에어팟을 착용한 틸다 스윈턴이 누비는 아파트는 다채로운 색의 보석으로 빼곡한 팔레트처럼 영롱하게 반짝인다. 이 기발한 무대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알모도바르는 아트 디렉터 안손 고메즈(Antxo′n Go′mez)의 손을 잡았다. 알모도바르의 전작 〈페인 앤 글로리 Pain and Glory〉를 함께 작업한 디자이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또 다른 내러티브 캐릭터가 되는 ‘색상’은 이번 영화 세트에서도 핵심 요소가 됐다. 밝은 미드 센트리 모던 가구와 물결 모양의 테이블, 표범무늬 아르데코 체어 등으로 채웠는데 모두 LA나 파리, 마드리드 등 전 세계에서 공수한 물건들이라고. 그중에서도 샤를로트 페리앙의 아이코닉한 선반 유닛과 에토레 소트사스의 다양한 꽃병이 놓인 방이 백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