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아주 조금만 있어도 행복할 수 있을까? 가정 도우미로 시급을 받으며 생활하는 미소(이솜 분)는 일당을 쪼개고 쪼개 방세를 내고, 위스키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연애를 한다. 전고운 감독의 영화 〈소공녀〉는 N포 세대의 ‘포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주인공 미소는 점점 가난해질수록 자신의 삶을 꾸려온 것들을 하나씩 포기하게 되지만, 가장 좋아하는 바에서 홀로 앉아 위스키를 마시는 시간을 가장 먼저 포기하진 않는다. 삶에 꼭 필요한 물건을 단출한 여행 가방 하나에 담을 수 있는 것처럼. 가난이 한 사람의 품위를 앗아갈 순 없다는 선명한 진실을 담백하게 담아낸 영화.
알록달록한 집, 밝고 화사한 컬러의 옷을 입은 마을 사람들 그리고 거기 검은색 옷을 고집하는 에드워드(조니 뎁 분)가 있다. 에드워드는 한 발명가의 ‘채소 써는 기계’로 제작된 발명품이다. 양손에 있는 날카로운 칼날 때문에 은둔하며 살아가던 그가 사랑에 빠지면서 새로운 감정을 배우게 된다. 〈가위손〉은 1990년에 처음 개봉한 영화임에도 여전히 클래식한 품격을 유지한 채 동화 같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에드워드가 정원에서 조각할 때 얼음이 눈처럼 흩날리는 씬은 〈가위손〉의 명장면 중 하나로 칼바람이 부는 겨울, 옴짝달싹할 수 없는 냉혹한 마음을 단번에 포근하게 만든다.
이별한 두 남녀가 우연히 마주친다.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 20대 청춘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진 순간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영화 〈먼 훗날 우리〉는 특히 배우들이 꼽은 ‘인생 영화’로 입소문 났다. 배우 박하선은 한 라디오에서 〈먼 훗날 우리〉를 보다 ‘꺼이꺼이 울다 며칠을 앓았다’고 밝혔을 정도. 말간 얼굴을 가진 주동우, 정백연 두 배우의 군더더기 없는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사랑의 타이밍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영화 속 겨울은 두 사람을 더 가깝게 붙게 하기도 하고, 멀찍이 걷게 하기도 하는 사랑의 계절을 상징한다.
소복하게 쌓인 눈과 고요한 시골 풍경은 평화로운 겨울을 만끽하게 한다. ‘집콕’하며 가까운 사람들과 또 혼자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바지런히 준비하는 모습은 겨울의 낭만을 더해준다.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쳤다면, 〈리틀 포레스트2 : 겨울과 봄〉에서 낭만적인 겨울 풍경을 느긋하게 즐겨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