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가 입은 화이트 재킷과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Polo Ralph Lauren. 블랙 링은 Boucheron.
한효주가 입은 셔츠 드레스와 카디건은 모두 Chanel. 박형식이 입은 셔츠와 베스트, 팬츠, 코트는 모두 Dior Homme. 슈즈는 Church's.
박형식이 입은 니트와 팬츠, 코트는 모두 Fendi. 슈즈는 8 by Yoox.
한효주가 입은 재킷과 레더 쇼츠, 벨트, 앵클부츠는 모두 Givenchy.
〈해피니스〉는 사전 제작 드라마죠. 촬영을 모두 마쳤으니 홀가분하게 방영을 즐길 수 있겠습니다. 이 작품으로 이룬 성취가 있다면
작품을 해낼 때마다 뭘 이루겠다는 건 없어요. 철두철미하게 계획해서 사는 타입이 아니라서요. 〈해피니스〉는 대본을 읽는 순간 윤새봄이라는 캐릭터가 나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내 모습을 그대로 역할에 투영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좋았죠. 한 번쯤 숨 돌리며 가라고, 재미있게 해보라고 선물처럼 주어진 작품인 것 같았어요.
선행동, 후감정이요. 먼저 행동을 하는 편이고 뜬금없는 부분에서 대담하죠. 제 경우에는 혈기로 들끓는 게 아니라 무덤덤해서 그래요. 어떤 사건이나 일이 닥치면 당장은 ‘그렇구나’ 하며 넘어가는데 뒤늦게 후폭풍을 자주 겪죠. 둘 다 먹는 일에도 굉장히 진심이에요. 식탐 면에서도 서로 많이 닮지 않았을까 싶어요.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팀과 함께했던 프로그램 〈빌려드립니다 바퀴 달린 집〉 촬영장에도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을 준비해 왔죠
음식으로 많이 보상받아요. 피곤하고 힘들 때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단순한 사람이에요. 먹는 행복이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어요. 진지하게요.
윤새봄을 연기하는 동안 바이레도의 ‘블랑쉬’를 즐겨 뿌렸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어요. 왜 그 향이었나요
오늘 화보 촬영을 준비하면서 본인의 폰 스피커로 리드미컬한 음악을 계속 들었어요. 이곳저곳을 옮겨 다닐 땐 폰을 몸에 지닌 채 리듬에 맞추는 것처럼 산뜻하게 걸었죠. 자신의 무드를 스스로 만들더군요
음악으로 몸과 마음을 ‘업’시키곤 해요. 워낙 기분파라 기분에 따라 음악을 골라 틀죠. 〈해피니스〉 촬영장에서는 ‘해피’할 수 있도록 신나는 노래를 들었어요. 스케줄이 다소 빡빡했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거든요. 분장차에서 룰라의 ‘3! 4!’와 핑클의 ‘영원한 사랑’을 신나게 불렀던 기억이 나네요.
〈해피니스〉 12부작 촬영이 무려 4개월 만에 끝났다죠. 다수의 배우들이 등장하는 신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속도예요. 안길호 감독이 지휘한 현장 분위기가 문득 궁금해졌어요
감독님은 자연스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분이에요. 빠른 판단력으로 수많은 사람을 물 흐르듯 지휘하시죠. 감독님의 크루도 에이스가 모인 팀이에요. 하루에 찍는 양이 많을 수밖에 없어서 빡빡하게 촬영했지만, 52시간 근무제를 운영하면서 12부작을 4개월 안에 마쳤으니 정말 대단하죠. 감독님은 진정 ‘마에스트로’예요. 감독님은 이런 수식어를 싫어하겠지만. 〈해피니스〉 팀은 다들 담백하고 ‘쿨’해서 칭찬을 들으면 ‘으!’ 하며 오글거려 해요.
박형식과는 처음 호흡을 맞췄어요. 조금 전 〈엘르〉 유튜브 콘텐츠 ‘케미공작소’ 촬영을 보니 합이 잘 맞는 듀오더군요
형식이에게는 좋은 에너지가 있어요. 그 친구가 현장에 오면 환해져요. 본인은 부인하지만 주변을 밝히는 선한 에너지가 있어요. 저도 그렇게 모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둘 다 성격이 둥글둥글해서 사이좋게 잘 끝냈어요.
직진 본능 소유자이자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고 싶어 하는 윤새봄은 지금 세대가 크게 공감하는 여성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본인의 감정에 아주 솔직한 사람이죠. 그 점이 최고예요. 전 어릴 때 그러지 못했어요. 열여덟 살, 취향이란 게 생기기도 전에 일을 시작했거든요. 중고등학교 시절 마음에 드는 옷을 사거나 문화생활에 심취해 본 경험도 별로 없어요. 옷 같은 데 관심 가지려 하면 엄마는 공부에 집중하라고 하셨죠. 엄격한 편이셨어요.
분명한 취향이 없었다고요. 그래서 이 일을 해낼 수 있었는지도 모르죠
물론 순기능도 있었을 거예요. 누가 입혀주는 대로 역할을 툭 입을 수 있었다든지. 돌이켜보면 굉장히 버거웠어요. 일이 재미있고 좋은데 잘해낼 방법을 알 수 없었죠. 막막하고 무서운 마음이 자주 들었어요.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감정에 솔직할 수도 없었어요. 내 것을 표현해야 하는데 내 것이 없으니 다른 사람 보고 따라 하기도 했고요. 30대가 되고 난 다음에야 조금씩 내 것이나 취향이 생기고 감정에 솔직한 게 어떤 건지 알게 됐어요.
내 것이 없는 상태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떤 배역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기도 했겠습니다
나는 나대로 있고 캐릭터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삶 전체가 배역에 많이 휘둘렸어요. 자아와 취향, 생각과 신념이 분명한 건 배우에게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신념은 뺄게요. 너무 확고한 신념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융통성도 필요하죠.
어릴 때는 모르니까 일단 다 해봤죠. 한 번도 안 먹어본 건 찍어 먹어봐야 하는 사람이라서. 이제야 내가 뭘 좋아하는지 조금 알게 돼 편해졌어요.
그런 변화가 작품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해피니스〉 〈해적: 도깨비 깃발〉 등 근작을 관통하는 한효주의 세계관이 있다면
작품 선택의 이유는 언제나 달라서 그렇게 말하긴 어렵지만…. 요즘 전 모든 사람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모두가 대단해요. 그렇지 않아요?
저는 모두가 각자의 삶에선 너무도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말을 자주 떠올려요. 그러면 주위의 수많은 인생이 다르게 보이죠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세상과 부딪혀 깨지고 쓴맛도 보게 되잖아요. 그런데 세상 쓴맛을 나만 봤을 리 있나요? 그러니 살아내고 있는 모두는 정말 위대해요. 저는 요즘 엄마에게 자꾸 마음이 가요. 좋고, 안쓰럽고, 복합적인 마음이 들어요.
그렇죠. 엄마는 지금까지 당신의 인생을 대담하게 잘 사셨는데, 딸의 눈에는 어쩔 수 없이 안쓰러운 면이 있어요.
네, 살면서 엄마에게 받은 영향이 가장 커요. 연기할 수 있는 자양분도 엄마에게 받았어요. 노래도 잘하시고 예술적인 ‘끼’가 다분한 분이거든요. 이런 이야기는 잘 안 하는데 오늘은 정말 솔직하게 인터뷰하네요. 무슨 일이죠? 이 물에 누가 술 탄 거 아니죠(웃음)?
한효주의 30대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슈가 하나 있죠. 드라마 〈트레드스톤〉 말이에요. 오랫동안 바랐던 액션의 꿈을 이룬 작품인데,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분기점이 됐나요
〈트레드스톤〉 오디션이 진행될 무렵, 여러 이유로 지쳐 있었어요.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굉장한 설렘과 활력이 솟더라고요.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어요. 낯선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 저에게 신선한 에너지를 가득 불어넣은 작품이었어요.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위해 운동도 많이 해야 했죠
덕분에 몸이 건강해지면 마음도 건강해진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잘 노는 법도 열심히 궁리하게 됐죠. 제게 쉼이란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었거든요. 작품 촬영 중 하루이틀 쉬는 날이 생기면 집에서 가만히 다음 촬영을 준비했어요. 그게 작품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외국 배우들은 일할 땐 일에 집중하고, 쉬는 시간엔 엄청 잘 놀더라고요. 뮤직 페스티벌에 가고 근교 호수에서 웨이크보드도 타고…. 〈트레드스톤〉을 촬영하는 동안 잘 놀았던 경험이 제 삶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 요즘도 촬영 중 하루이틀 휴일이 생기면 바로 뭐 하며 놀지 고민해요.
최근 디즈니플러스가 공개한 신작 목록에서도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 〈무빙〉. 선천적 초능력을 가진 가족이 거대한 적과 맞서는 이야기죠. 본격 판타지 액션 히어로물까지 등판할 한효주에게는 이제 한계가 느껴지지 않아요
저는 언제나 한계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웃음). 쉼 같았던 윤새봄 후속으로 어김없이 어려운 캐릭터가 탁 주어졌어요. 그게 바로 〈무빙〉이에요. 한창 촬영 중인데 굉장히 중압감을 느끼고 있어요. 연기가 이래서 재미있어요. 질릴 틈이 없죠. 지금도 첫 촬영 전에는 부담감 때문에 체하고 잠도 못 자고 예민해져요. 점점 더 그래요. 반면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굉장히 즐겁고요.
아니요, 중압감은 그냥 싫습니다(웃음). 동력이라면 새로운 일에 도전하길 좋아하는 성격일 거예요. 캐릭터에 많은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어요. 너무 큰 파도 같아 휩쓸려버릴 때도 많았지만 열심히 헤엄치며 얻은 근육 덕분에 이제는 이 일이 정말 재미있어졌어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작품이 가진 사회적 메시지를 더욱 고민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어요
그럴 나이가 된 것 같아요. 어릴 땐 보이지 않던, 세상의 다양한 면에 관심이 생겨요. 그런 걸 표현하기에도 좋은 나이대가 되어간다고 느껴요.
〈해피니스〉 속 폐쇄된 아파트에서의 일상처럼 극한 상황에 놓였을 때 지키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면요
박형식이 입은 셔츠는 Alexander McQueen.
제 의지로 갖게 된 공백은 아니지만,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박형식이 된 시간들이 신기하고 소중했어요. 물론 몸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고맙게도 스무 살 친구들과 또래처럼 어울려보고,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심적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죠. 점점 몸이 더 커지길래 제대 직전에는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조금씩 조절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웃음).
전역 후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라 선택에 꽤 고심했을 것 같은데 〈해피니스〉는 어떤 확신을 주었나요
신선했어요. 인물들의 감정 표현이나 접근방식이 일반적이지 않았거든요. “미안해”라고 말하면 “왜 그랬어?”라기보단 “괜찮아”라고 말해 주는 작품이었죠. 캐릭터를 단순명료하게 표현하면서 감정선은 깊고, 또 전개를 시원하게 펼쳐나가는 점도 매력적이었고요. 효주 누나도 오랜만에 컴백하는 작품이라 함께 ‘으샤으샤’ 할 수 있었고, 안길호 감독님과 한상운 작가님까지…. 확신이 없으면 이상한 조합 아닐까요(웃음)?
정이현은 영리하고 우직한 강력반 형사입니다. 야구 선수 출신으로 몸 쓰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상대와의 수 싸움에도 능하고요
사실 시나리오만 읽었을 땐 전형적인 히어로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어벤져스〉의 캡틴 아메리카처럼 정의감이나 선한 마음이 두드러지게 보이니 현실과는 거리감이 있지 않을까 고민되기도 했고요. 하지만 텍스트처럼 마냥 드라마틱한 인물로 표현되지는 않아요. 누구나의 마음속에도 선함과 짓궂은 일을 벌이는 악마가 공존하잖아요. 그저 눈앞에 맞닥뜨린 현실 속에서 선을 선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친구예요.
박형식도 해동검도 4단 보유자이자 스킨스쿠버, 수영, 승마 등 스포츠에 능하죠. 이 취미들이 ‘도시 스릴러’라는 장르에 잘 발현됐나요
여느 영화에서 볼 법한 멋진 액션보단 현실적인 움직임을 담아내려 했어요. 실제로 형사가 극한 상황에 당면했을 때 쓸 법한 생존형 액션들이 작품 색깔과도 일치했고요. 다행히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선수 출신 형사를 연기하는 것이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입대 전이라면 형사의 몸이나 움직임을 만드는 데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했을 테고, 그렇다면 좀비를 상대하기에 분명 어려웠을 겁니다(웃음).
한효주와는 경찰특공대 전술 요원과 강력반 형사로 ‘터프’한 호흡을 맞춥니다. 흔하게 보이는 남녀 주인공 조합은 아니죠
와, 효주 누나의 액션은 정말 움직임이 달라요. 확실히 새봄의 액션이 저보다 우위에 있습니다(웃음). 두 사람이 함께 다니면 사실상 ‘이 구역의 깡패들’처럼 보이는데, 그런 거친 면과 달리 공공의 선을 위해 달리는 팀이란 점이 참 매력적이죠. 사실 엄청 힘들었거든요(웃음). 현장에 대역들도 분명 계셨는데, 효주 누나도 저도 어느새 직접 액션을 소화하고 있더라고요. 그만큼 몰입했고 애착도 컸어요.
한효주라는 배우에게서는 어떤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나요
한지민 누나와 〈두개의 빛: 릴루미노〉라는 작품을 함께한 인연이 있는데, 첫인상부터 두 분이 왜 친구인지 알겠더라고요. 효주 누나도 참 털털해요. 사실 속이 깊기 때문에 털털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저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정 많은 누나였다가 어느 순간에는 장난기 가득하고 자유분방한 모습이 돼 있죠. 아까 계속 저 놀리는 거 보셨죠? 체력 소모가 큰 촬영이었음에도 누나가 있으면 즐겁고 힘이 되니까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 ‘팀’이기도 하고, 앞서 길을 걷는 선배이기도 하죠
누나는 일부러 선배인 양 행동하지 않아요. 자기 방식만 옳다고 고집하는 사람들을 ‘꼰대’라고 부르는데 그런 단어와는 굉장히 거리가 먼 사람이랄까요. 늘 상대의 연기를 배려하고 존중해 줘요. 처음 보는 그 누구에게도 친근하고 스스럼없고 감정 표현도 솔직하고요.
이현은 〈슈츠〉의 연우, 〈배심원들〉의 남우, 〈힘쎈여자 도봉순〉의 민혁과 마찬가지로 정의와 공공선을 우선 가치로 두는 청년이에요. 이렇게 선의의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스스로의 선한 면을 발견하기도 하나요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극중 아버지께 구두를 사서 신겨드리는 장면을 찍을 때 울컥한 적 있어요. 실제로 제 아버지께 이런 걸 해드린 적 있었나 싶었고, 못 해드린 걸 연기로 표현하고 있는 게 속상했거든요. 그때가 시작이었어요. 캐릭터들에게서 삶의 태도나 미처 가늠해 보지 못한 감정들을 배우고, 그들의 좋은 점을 하나씩 마음에 쌓아둬요. 물론 정의를 추구하는 역할만 골라서 연기하는 건 아니고요. 선 안에도 다양한 모습이 존재하니까요.
선의의 다양한 층위를 연기로 표현하는 데 매력을 느끼는군요
〈해피니스〉가 좋았던 점 또한 맹목적이고 교과서적인 선과 정의의 모습을 다루고 있지 않다는 거예요. 〈해피니스〉 인물들은 같은 상황에 처해도 하나같이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죠. 개인적으로도 인간이란 무엇이고, 왜 존재하는지, 살면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관심이 많아요. 시나리오를 읽으며 이런 질문과 답을 떠올릴 수 있었어요.
한효주가 입은 니트 톱과 스커트는 모두 Bottega Veneta. 박형식이 입은 화이트 재킷과 팬츠는 모두 Dolce & Gabbana.
이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의 두려움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당신에게도 두려움이 있을지
솔직히 어릴 땐 정말 바빴고, 걱정이란 걸 할 틈조차 없었어요. 화려한 옷을 입고 매일을 숨 가쁘게 달리다가 입대와 함께 몸뚱어리 하나만 덩그러니 남은 박형식이 되면서 뒤늦게 자신을 천천히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게 됐어요. 그러니까 고민이나 두려움이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그럴 땐 홀로 생각에 잠기기보단 더 힘차게 현장에 나서는 편이에요. 촬영장에서 제일 에너지가 넘치고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걱정거리가 생겨도 오래 안고 있기보다 ‘이거 내가 고민해야 될 문제가 맞아?’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뭐야?’라며 빨리 방법을 찾는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사실 주변 사람들에게 뭐든 희망적으로 얘기하는 편인데, 이상하게 스스로에게는 엄격하고 냉정해요. 잘될 거라는 낙관적인 얘기를 스스로에게 잘 하지 않는 편인 것 같아요.
배우 문소리, 한지민, 스태프들까지 함께 호흡한 이들은 작품이 끝난 후 늘 당신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아요. 특유의 친화력은 천성인가요? 아니면 무던히 노력해 온 부분일까요
제 입으로 말하긴 민망하지만 저도 신기해요. 저는 저대로 열심히 살고 있을 뿐인데 감사하게도 좋아해주시고 늘 다정하게 대해주시니까요. 작품 촬영은 호흡이 길잖아요.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애써 노력한다고 만들어지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저 진심으로 대하려고요. 그런 마음으로 노력하면 선배들은 신기하게도 단번에 알아차리더라고요.
‘서로 사랑하며 살자’는 오랜 좌우명이 작용한 것 같은데요
어릴 땐 그저 희망만 가득한 상태로 “모두 사랑해요!”라고 외치고 다녔죠(웃음). 저를 굉장히 이상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좌우명이에요. 사실 시간이 흐를수록 지키기 어려운 말이지만, 결코 놓고 갈 생각은 없어요. 사랑할 사람들을 사랑하고, 상대는 비록 같은 감정이 아닐지라도 모든 일의 바탕이 되는 태도라고 생각해요.
가수에서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지닌 배우이자 뮤지컬 스타로, 또 예능 샛별로 실패하는 법 없이 성장해 왔어요. 멀리서 보면 물 흐르듯 순조롭게 지금의 위치까지 흘러온 것처럼 보이지만 스스로는 굉장히 고군분투하는 시간이었겠죠
물 흐르듯이 보이도록 치열하게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 안에서는 꼬르륵 잠수도 했다가 절벽에 떨어질 뻔도 했죠(웃음). 불안하게 길을 걷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해낸 것 같아요.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면 어떤 마음과 동력으로 뛰어넘나요
사실 초등학생이 할 법한 대답인데…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요.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건 진득하게 해야 했어요. 해동 검도 4단을 취득한 것도 좋아서 한 거고 연습생이 되면서 시간이 부족해 그만뒀지만, 계속했으면 관장까지 됐겠죠. 다행히 제일 좋아하는 건 노래하고 연기하는 거였고 그런 순수한 목적으로 이 직업을 이어나가고 있다면 믿으실까요? 사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제가 굉장한 ‘이상주의자’라는 걸 느끼게 돼요(웃음). 그런 제 모습이 싫지만은 않아요.
요즘 ‘건강이 행복’이라는 걸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웃음). 부모님께 건강검진을 예약해 드리고, 몸에 좋다는 걸 보면 해외 직구로 구매해서 집으로 보내기 시작했죠. 저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건강도 마찬가지고요. 그들이 행복해야 저도 행복하니까요. 무엇을 행복으로 여길지가 가장 중요해요. 그 기준은 스스로가 정하는 거고요.
앞으로 스스로에게 어떤 새로운 얼굴을 기대하나요
장르도 캐릭터도 겹치지 않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요. 그게 저를 움직이는 힘이거든요. 분명 거칠고 힘든 모험이겠지만 굉장히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도록, 또 치열하게 노력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