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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전에 #마르코폴로 있었다! 원조 글로벌 스타 수현의 반짝이는 순간

할리우드라는 거대한 미사여구와 관계없이 그저 빛나는 수현

BY이마루2021.12.02
 
한창 방영 중인 〈키마이라〉는 일찍 촬영을 마친 작품입니다. 배우로서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맞아요. 이미 2019년에 촬영을 마쳤죠. 오래 기다렸지만 가장 적절한 시기를 맞이한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방송 보면서 촬영 때 생각도 많이 날테고요 
물론이죠. 당시 촬영장이 워낙 치열했어요. 아무래도 모든 등장인물이 마냥 행복하고, 가벼운 캐릭터는 아니니까요. 대본 리딩도 일찍 시작했고 박해수, 이희준 배우와 통화도 많이 주고 받았던 그런 기억들과 대사가 새록새록 떠올라요. 
 
 
스팽글 드레스는 Dries Van Noten. 크리스털 네크리스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스팽글 드레스는 Dries Van Noten. 크리스털 네크리스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블랙 드레스와 톱은 모두 Dolce & Gabbana. 샌들은 Prada. 이어링과 팔찌는 모두 Alexander McQueen.

블랙 드레스와 톱은 모두 Dolce & Gabbana. 샌들은 Prada. 이어링과 팔찌는 모두 Alexander McQueen.

 
블랙 턱시도와 캡, 부츠는 모두 Balenciaga. 브리프는 Chanel. 이어링은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턱시도와 캡, 부츠는 모두 Balenciaga. 브리프는 Chanel. 이어링은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키마이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이에요. 주요 증거로 등장하는 키마이라가 새겨진 라이터 소품은 탐이 나던데요. 혹시 보관하고 있을지
안 그래도 그런 말을 꽤 들었어요.  ‘굿즈를 만들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갖기에는 너무 무섭다고 생각해서(웃음)…. 
할리우드의 대규모 촬영에 참여했던 경험도 많아요. 그곳에서의 기념품은 
〈신기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이하 〈신동사〉)는 배우와 스태프를 위해 공개되지 않은 모양의 마술 지팡이를 따로 제작해 줘서 그걸 갖고 있어요. 제가 처음으로 받았던 초고 상태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 대본도 보관 중이죠. 〈키마이라〉는 배우끼리 사이가 좋아서 사진들이 많이 남았네요. 
지난 1년간 결혼과 출산이라는 큰 일을 겪었습니다. 요즘 일상은 
굉장히 느리게 흐르는 듯하면서도 정신없어요. 몸을 회복하는 데 신경 쓰며 열심히 오디션도 보고, 해외 작품 대본도 많이 받았죠.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지만요. 답답하지만 한국 활동이나 개인적으로 보내는 시간에 대한 기대도 커요.  
모두가 한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새롭게 발견한 즐거움도 있나요 
정말 소소한 기쁨을 많이 느껴요. 특히 한국은 끝없이 뭔가 새로운 게 생기잖아요. 해외의 경우 촬영 자체가 멈춘 경우도 많았는데 쉬지 않은 곳은 한국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게 지금 주목받는 콘텐츠가 끝없이 나오는 힘일 수도 있고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던 때에 일찌감치 〈마르코 폴로〉에 출연했죠. 그때만 해도 OTT 영향력이 이렇게 커질 거라고 생각지 못했을 텐데 격세지감을 느낄지 
〈어벤져스〉와 동시에 촬영했으니 〈마르코 폴로〉 촬영이 시작된 게 2013년이네요. 그때도 함께 촬영하는 외국 배우들이 한국 작품 특유의 강렬함(Intensity)에 대한 질문도 곧잘 하고, 관심이 많다는 건 알았어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전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문화가 될 거라고는 누가 알았을까요? 사람들은 아시안 파워의 시초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많이 꼽지만, 〈마르코 폴로〉 촬영장이야말로 아시아에서 온 배우들과 스태프가 이례적으로 많았던 현장이었거든요. 그런 노력도 이런 흐름에 조금 기여하지 않았나 싶어요.
 
 
러플 퍼프 톱은 Alexander McQueen. 팬츠는 Pinkong.

러플 퍼프 톱은 Alexander McQueen. 팬츠는 Pinkong.

 
니트 크롭트 톱과 스커트는 모두 Fendi. 반지는 Swarovski.

니트 크롭트 톱과 스커트는 모두 Fendi. 반지는 Swarovski.

 
블랙 실크 톱과 스커트, 브리프와 벨트 백, 샌들은 모두 Chanel. 브레이슬렛은 Buccellati.

블랙 실크 톱과 스커트, 브리프와 벨트 백, 샌들은 모두 Chanel. 브레이슬렛은 Buccellati.

동양인 파워를 말할 때 클로이 자오 감독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죠. 바쁜 일상 중 〈이터널스〉를 볼 틈은 있었나요
원래는 개봉 당일에 봤을 텐데 아직 보지 못했어요. 클로이 자오 감독의 전작 〈노매드랜드〉도 워낙 좋아하는데 못 봐서 아쉽죠. 그래도 마블에 대한 제 애정을 증명하자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봤습니다(웃음). 정말 재미있었어요. 
〈키마이라〉의 유진은 FBI 출신의 프로파일러입니다. 영어를 능숙하게 쓰는 것이나 국적 경계가 또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배우 수현과 자연스럽게 겹쳐 보이며 몰입감을 높이기도 합니다 
확실히 닮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제게 유진이라는 캐릭터의 배경과 이미지가 다가온 건 아주 잠깐이었어요. 오히려 나를 포함한 주연 셋이 호흡을 맞췄을 때 어떨까, 캐릭터들이 감정적으로 서로 파악하는 장면은 어떻게 그려질 것인지가 훨씬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죠.  
유진은 사람들로 하여금 말하고 싶지 않은 걸 꺼내게 만들죠. 당신은 어떤 사람에게 마음을 털어놓는지 
1:1로 누군가를 만났을 때 ‘나와 이야기하는 건 안전해요’라는 마음이 들게 해주고 싶어요. 유진도 처음 중엽(이희준)을 취조할 때 ‘나는 입양아고, 어떻게 살았다’고 먼저 이야기를 꺼냄으로써 상대방이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기를 기대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상대방이 내게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편이죠. 
안전한 느낌을 준다는 건 어떤 걸까요 
한국은 삶이 정말 치열하잖아요. 사람들이 열정적인 만큼 경쟁과 견제도 심하고요. ‘나에게 그렇게 할 필요 없어’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정말 그렇게까지 살 필요는 없거든요. 저 또한 매사 경계하며 살고 싶지 않고요. 
‘지금의 나는 과거의 결과물이다’는 극중 중엽의 대사이기도 한데요. 당신을 지금의 수현으로 만든 데 가장 영향을 미친 일은 
연기를 계속 할지 말지 고민했던 3년쯤 되는 시간이 제게 중요한 시기였던 것 같아요. 가장 힘들기도 했고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뭘 하기 위해 태어났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기 위해 투자한 시간이니까요. 배우는 기회와 기다림이 뒤엉킨 직업이잖아요. 그 시간을 견딘 덕에 그 이후에는 한 번도 뒤돌아보거나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의심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한국 미디어가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변화의 흐름을 극본이나 역할 제안을 통해서도 느끼나요
분명히 느껴요. 실제 제작 여부와는 별개로 기획 단계에 있는 작품 중에서 여성 위주의 이야기가 많고, 또 그런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감독과 창작자를 많이 만나기도 했어요. 다만 사람들의 기대와 흐름을 떠나 업계 전체의 의식이 얼마만큼 따라오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투자나 제작자의 생각도 열려야 할 테고요.  
 
 
프린지 코트는 Dries Van Noten. 보디수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프린지 코트는 Dries Van Noten. 보디수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팽글 드레스는 Dries Van Noten. 크리스털 네크리스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부츠는 Balenciaga.

스팽글 드레스는 Dries Van Noten. 크리스털 네크리스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부츠는 Balenciaga.

 
블랙 턱시도와 캡, 부츠는 모두 Balenciaga. 이어링은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턱시도와 캡, 부츠는 모두 Balenciaga. 이어링은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배우 수현이 좋아하는 작품도 궁금합니다 
제가 즐겨 보는 해외 작품을 보니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이 많긴 하더라고요(웃음).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 Mare of Easttown〉은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범죄물인데 올해 에미상을 4개나 받았죠. 얼마 전 애플TV에서 시즌2가 공개된 〈진실을 말하다 Truth be Told〉는 옥타비아 스펜서와 케이트 허드슨이 주연인데, 케이트 허드슨의 연기 변신이 정말 매력적이었고요. 
모두 엄청나게 최신작인데요. 취향의 원형과도 같은 작품은 
10대 때 〈바닐라 스카이〉를 정말 좋아했어요. 대사를 외우고 다녔죠. 그리고 웨스 앤더슨 감독의 〈로얄 테넌바움〉. 그 속의 기네스 팰트로 같은 역할도 너무 해보고 싶어요.  
올여름에는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만남을 가지기도 했어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여성 정치인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체구도 작고 70대임에도 에너지가 넘치는 거예요. 편안하게 가족 이야기부터 묵직한 주제까지 나눴어요. 해외에서 활동하는 동양 여배우로서 훌륭하게 대표하길(Represent) 바란다는 격려도 받았고요.  
연기가 맞는 일인지 3년간 고민했죠. 육아는 어떤가요. 적성에 맞는지 
가장 의미 있고 또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정말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돼요. 내가 먼저 잘해야 하는 것, 스스로 고쳐야겠다 싶은 부분도 많이 생기고요. 신기해요.  
결혼생활이라는 공동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건 뭘까요 
존중이죠. 특히 각자의 공간에 대한 존중. 제가 예전에 번역했던 〈그 여자의 방 A Room of Her Own; Women’s personal space〉 도 자기 공간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어떤 관계든 각자의 구역에 대한 필요를 이해해 주고, 그런 공간을 가질 때 회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신동사〉에 함께 출연했던 에즈라 밀러가 내한했을 때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들과 어떻게 관계를 유지하나요 
동지애죠. 우리가 이 일을 함께 해냈다는 것. 아무리 배경이 다르고 국적이 달라도 그 공통점 하나로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에즈라도 마찬가지예요. 저와 다른 점도 많지만 함께했던 기억과 시간이 좋아서 연락하게 되죠.  
가장 탐나는 행보를 보인 배우는
스칼렛 요한슨. 스칼렛이 스스로 ‘인디(Independent)’ 배우라고 여긴다고 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말이 돼?’ 이런 생각이 들잖아요. 〈어벤져스〉 촬영 당시 가장 일도 많고 파워플했던 배우였는데 실제로 그런 면이 있어요. 너무 좋은 감독과 좋은 작품을 많이 했고, 다양한 느낌의 역할과 액션 신도 많이 소화했고. 부럽죠.   
할리우드의 성별 임금 차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한 배우이기도 하고요. 〈키마이라〉 이후 당신을 어디서 볼 수 있을까요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포부를 갖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우선 한국에서 다른 작품으로 만날 수 있지 않을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가치, 아름다움은 어떤 걸까요  
자기다운 게 타임리스한 동시에 가장 솔직한 아름다움 아닐까요. 그걸 고집하는 배우들이 때로는 덜 세련돼 보이고 잔잔해 보이지만, 사실 가장 오랜 생명력을 뽐내는 것 같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