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TEL THEILMA
편집 숍 더일마의 과거를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괜찮다. ‘힙’한 국내외 브랜드를 발 빠르게 소개해 온 의류 편집 숍 더일마의 첫 번째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 호텔 더일마의 방점은 바로 ‘호텔’에 찍혀 있으니까. 일상을 여행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세심하게 공간을 준비한 마음은 중앙에 놓인 거대한 벤야민나무와 호텔 더일마의 프런트 역할을 하는 웅장한 커피 바부터 시작한다. 입구의 풍광이 선사하는 낯선 감흥은 이 공간이 과거 축산물 백화점으로 쓰이던 창고라는 걸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 다채로운 크레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브런치 카페 공간과 더일마가 직접 만들거나 셀렉트한 의류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쇼룸도 가슴을 설레게 하지만 풍요로운 삶을 위해 음악과 책, 아름다운 사물 역시 이곳에선 중요하다. 서촌의 아트 큐레이션 책방 이라선의 도움으로 복층 공간에 완성한 사진집 위주의 작은 라이브러리와 DJ MUSHXXX가 이곳을 위해 꾸린 플레이리스트, 공간 곳곳에 놓인 빈티지 디자인 가구까지. 패션과 음식,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동시대적 취향이 이 공간에 집약돼 있다. ‘진짜’ 호텔로 거듭나기 위해 스테이 공간까지 준비 중이라는 기쁜 소식.





HYUNSANGSO
해변과 산에 둘러싸인 동해의 작은 마을에 도착해 진입로에 들어서 70m 남짓 걸으면 민가와 어우러진 벽돌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서울 만리동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현상소’의 새로운 시작이다. 커다란 창과 높은 층고, 패턴을 이루는 바닥 타일, 나무 가구가 고즈넉한 저택을 연상시키는 새 현상소는 화이트 컬러가 주조를 이뤘던 만리동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다소 낯설 수도. 이런 의문은 전성준 대표의 아내이자 함께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서미원 디자이너의 취향과 이력을 이해하면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작은 유럽을 연상시키는 해방촌 오파토와 브런치 카페 오리 또한 그의 작품이니까. 현상소가 동해로 간 이유는 간단하다. 전성준 · 전성범 두 형제가 동해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 외할아버지가 오래 살았던 집터에 꾸린 공간인 만큼 지역에 대한 이해도와 애정 또한 깊다. “너무 많은 것이 있는 서울에서 유행처럼 지나가는 공간이 되는 것보다 계속 먹고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고 말하는 이들은 아직도 만들어가고 있는 이 터전에서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조금씩 완성돼 가는 정원에는 작은 오두막도 짓고 싶고, 동네 사람들이 키운 계란과 깻잎, 그리고 가드닝과 빈티지 소품을 함께 팔고 싶기도 하다. 아예 ‘귀촌’한 동생 전성범은 현상소 앞, 자택의 주방에서 손님을 위한 빵과 디저트를 직접 굽는다. “수기로 작성한 방문록에는 지역이 남잖아요. 강릉과 삼척 등 주변 지역에서 오는 손님들이 70% 정도 돼요. 진짜 지역 사람들이 온다는 것, 그게 저희에게 큰 기쁨입니다.” 이 저택의 미래가 한층 기대되는 이유다.





YEOYEORO
‘가장 평온한 상태로 가는 길.’ 비밀스러운 요새처럼 보이는 외관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여여로는 하나씩 문을 통과할 때마다 새로운 감상이 떠오르는 마법 같은 공간이다. 야생화가 듬성듬성 피어 있는 돌담길을 따라가다 보면 입구에 닿을 때쯤 순식간에 찾아오는 마음의 평화. 똑같이 현대미술 작가이자 차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일본과 인도, 중국, 유럽을 함께 여행한 부부는 각지에서 접한 티 문화와 삶의 지혜를 바탕으로 작은 안식처를 꾸렸고, 그렇게 여여로가 고요한 시작을 알렸다. 날씨에 맞는 향과 음악으로 공간을 채우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두 사람의 차분한 성정이 감지되는 공간이지만, 건물 중정에 자리 잡은 작은 수영장이나 안팎의 경계에 놓인 좌석이 의외의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다양한 국가에서 공수한 재료에 두 사람의 취향을 더한 블렌딩 티 ‘아름다운 통로’ ‘빗소리로 자라는 나무’ 등은 메뉴명을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층 아름다워지는 기분. 일관된 마음으로 만든 공간이 선사하는 평화를 누리고 싶은 날, 이곳에 앉자.